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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여시재는 <성균중국연구소>와 함께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향후 미-중관계의 향방을 검토하는 ‘중국의 변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연구 결과를 앞으로 매월 2편의 ‘인사이트 칼럼’과 1편의 ‘연구보고서’ 형태로 독자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그 첫번째 인사이트 칼럼으로 중국의 변화를 전력 사용과 에너지 전환, 그리고 이를 미-중관계라는 측면에서 다룬 <에너지 기술 혁신, 새로운 미중 패권 전쟁>을 소개한다.
셰일혁명으로 에너지패권 다진 미국
셰일혁명을 통해 미국은 국제에너지시장의 주도권을 가진 스윙프로듀서(swing producer)가 되었다. 물론 과거에도 미국은 메이저기업이 기술을 지배하고, 해군이 해상물류를 장악하는 체계를 기반으로 국제에너지시장을 선도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직접 생산 자원까지 확보하며 자원, 기술, 물류가 일체화된 에너지체계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그 배경에는 혁신을 통해 살아남은 기업들이 있었다.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2014년을 기점으로 수많은 셰일 개발업체들의 줄도산이 이어졌다. 이에 개발업체들은 석유와 가스의 분리 생산, 수압파쇄법의 최적화 등 기술 혁신을 통해 생존을 모색했다. 에너지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을 통해 이들을 고사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DOF(Digital Oil Field) 기술이나 스윗스팟(sweet spot) 추적 기술 등의 재혁신을 통해 OPEC에 맞서며 새로운 에너지 시대에 적응하고 있다.
최근 카타르가 OPEC 탈퇴를 선언했다. 1960년 OPEC이 설립된 이후 중동국가 중 최초의 탈퇴이다. 다른 중동국가와의 정치적, 종교적 갈등도 원인이지만 ‘표면적으로’는 천연가스 개발에 집중하며 에너지 부문에서 독자 노선을 걷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 ‘표면적인’ 이유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언젠가 대체될지도 모르는 석유의 생산량 조정으로 에너지시장의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1970년대의 낡은 사고방식에 갇힌 OPEC과 더 이상 미래를 함께할 수 없다는 생각이 카타르를 새로운 길, 다시 말해 에너지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가 반영된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대비하는 길로 이끌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단 카타르뿐만 아니다. 다른 중동국가들도 여전히 석유 중심의 노선을 걷고 있지만 새로운 에너지 시대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VISION 2030’을 통해 천연가스 생산을 시작했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300~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UAE VISION 2021’을 통해 2050년까지 총 전력 생산량의 44%를 신재생에너지로 조달하기 위해 1,63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중동국가의 변화된 움직임은 전통적인 메이저기업의 사업 전환을 촉진했다. 셀(Shell)은 풍력과 수소 분야 전담부서를 설립했고, 토탈(Total)은 세계적인 리튬이온전지 생산업체인 사프트(SAFT)를 인수하며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뛰어들었다.
‘천연가스 시대’ 개막과 퇴장이 동시에 올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과거 석탄과 같이 석유도 언젠가 에너지시장의 흐름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석탄은 고갈되지 않았지만, 시장의 수요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한때 ‘오일피크’라 불리며 석유의 고갈이 예견되었지만, 석유 매장량은 오히려 증가해왔다.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며 비전통석유를 포함한 가채매장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석유의 수요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석유의 시대도 종말을 고하겠지만, 석유가 부족해서 끝나지는 않는다”는 셰이크 야마니(Ahmed Zaki Yamani)의 표현처럼 인류는 석유의 시대와 고별을 준비하며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는 천연가스가 석유를 대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 50년은 이러한 추세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2017년을 기점으로 석탄과 원자력을 이용한 발전량은 하락세를 나타내는 반면, 천연가스를 이용한 발전량은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의 2018년 연간 발전량 가운데 천연가스로 생산한 비중은 34%로 가장 높은 반면, 석탄으로 생산한 비중은 사상 최초로 20%(28%)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송 부문에서도 LNG차량이 수소차, 전기차 등과 비교해 경제성과 기술성에서 우위를 보이며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올해에만 LNG트럭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70% 증가했다. 유럽에너지규제위원회(CEER)는 2025년까지 대형트럭의 20%가 LNG차량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천연가스의 부상과 함께 국제에너지시장에서는 또 다른 움직임이 병행되고 있다. 바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이다. 물론 이는 석유 시대의 종말을 대비하고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꾸준하게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과연 지금도 그런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2017년 IMF의 “Riding the Energy Transition: Oil Beyond 2040” 제하 보고서는 100년 전 미국 에너지 소비의 80%를 차지한 석탄이 에너지시장에서 지배력을 잃는데 걸린 시간은 20여 년에 불과했고, 석유는 더 빠른 속도로 지배력을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에너지와 운송수단의 기술 혁명이 있다.
그렇다면 이제야 비로소 부상한 천연가스는 더 빠른 속도로 지배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지금이 천연가스의 시대를 맞이하기도 전에 석유의 시대에서 다른 에너지, 즉 신재생에너지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야마니가 2000년에 “30년 후에도 엄청난 양의 석유가 있겠지만, 구매자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예상도, 2030년에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뀌고 화석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되는 “혁명(Clean Disruption)”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토니 세바(Tony Seba)의 주장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중국, 電力시장을 향한 질주
향후 수십 년 동안은 여전히 석유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에너지가 방대한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 우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발전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경제성장과 밀접하게 연계된 전력 부문에서의 비중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세계 에너지 투자(world energy investment 2018)”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투자가 감소하고 있지만 교통과 난방 분야의 급격한 전력화(electrification) 전환으로 인한 각국의 전력화 정책 지속, 전력 네트워크 구축, 재생에너지 발전 등에 힘입어 전력 부문의 투자는 증가세가 나타났다. 기술발전, 경쟁 입찰 확대, 대규모 국제 개발사업자 출현 등으로 인해 2020년에는 태양광이나 풍력의 발전단가가 화석연료보다 낮아지며 경제성을 확보할 것이라는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분석에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한 전력 생산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정책네트워크(REN21)가 발표한 자료에는 2017년 전 세계 전력 생산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한 비중이 26.5%에 이르렀고, 발전설비 증가량의 70%가 재생에너지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IEA 역시 전체 발전설비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의 32.2%에서 연평균 4.4%의 증가율을 보이며 2040년에 50.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에서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석유나 원자력보다 많은 추세가 지속되며 2050년에 이르면 발전설비 투자의 73%가 신재생에너지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64%까지 증가하는 반면, 원자력은 10%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발전을 선도하는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은 2017년에만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투자액의 45%에 이르는 1,266억 달러(전년 대비 31% 증가)를 투자했다. 설비용량도 전 세계의 28.4%에 이른다. 이는 2위인 미국(10.6%)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이다. 수력, 태양광, 풍력, 태양열 부문의 설비용량은 이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IEA는 중국의 발전설비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40년에 56.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발전을 통해 전력 부문의 동반성장도 도모하고 있다. 이미 전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6년 최초로 ‘전력발전 13·5 계획’을 발표하며 4대 발전전략과 6대 추진계획을 제시했다. 13·5 계획 기간 동안 UHV 송전망 확대, 전력망 개선, 전력망 관리를 위한 ICT 개발 등을 위해 4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이와 함께 전력(電力)판 일대일로로 불리는 글로벌에너지연계(Global Energy Interconnection) 구상을 제시하며 주변국과 전력망 연계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술 혁신을 통해 전력 생산을 증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력 소비와 전력망 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이며, 인공지능이 새로운 전력(Data is the New Oil, AI is the New Electricity)”인 시대에 부합하는 행보이다.
中, 독자 ‘에너지 질서’ 추진이 발화점 될 것
미국은 기술 혁신을 통해 셰일혁명이 성공하며 국제에너지시장의 주도권을 더 확고히 했다. 중국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셰일가스가 매장되어 있지만 기술적 한계로 셰일혁명에 성공하지 못했다. 물론 2017년에 미국, 캐나다에 이어 3대 셰일가스 생산국으로 부상했지만 여전히 미국과의 격차가 크다. 대신 중국은 신재생에너지와 이를 활용한 전력 부문의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발전을 모색해 왔다. 미국의 경험에 비추어 기술 혁신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선점함으로써 에너지시장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이자 새로운 스윙프로듀서가 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중국의 의도가 언제든 미중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잠재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90일 동안의 휴전기에 들어선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은 기술 패권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은 미국의 셰일자원 개발 기술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지만 중국의 기술력이 향상되어 미국과 셰일가스 가격 경쟁이 가능해질 때 셰일자원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은 재점화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중국이 중국식 규범으로 무장한 전력망을 아시아 역내, 나아가 전 세계에 확산하며 독자적인 에너지질서를 구축하고자 할 때 지금과 같은 갈등에 봉착하며 새로운 미중 전쟁의 서막을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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