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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며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협력자’로 부상하고 있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일터와 산업 전반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으며,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가 적극 추진되고 있다. 반복적 작업뿐만 아니라 창의성과 분석적인 전략이 필요한 영역까지 AI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일하는 방식과 조직 모델에서 상당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은 2025년 2월 1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컨퍼런스홀에서 포럼 <슈퍼 휴먼의 슈퍼 워크: AI와 인간 시너지가 만드는 일의 의미와 미래>를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AI가 인간의 역량을 확장하는 파트너로 부상하면서, 미래 일과 조직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되었다.
포럼 시작과 함께 김성환 태재미래전략연구원장은 축사를 통해 “AI 시대의 업무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창의적 역량과 협업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이번 포럼이 기술과 인간의 협업에 대한 통찰을 나누고, 사회 전반이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염재호 태제대학교 총장은 “인간의 고유 역량인 공감, 비판적 사고, 창의성이 AI 시대에 더욱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이제는 AI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 기조발제: <인공지능 시대, 일의 미래> - 대니얼 서스킨드 교수
AI와 인간의 협업이 새로운 전문성의 기준을 만든다
포럼 첫 순서는 킹스 칼리지 런던 정치경제학부 대니얼 서스킨드(Daniel Susskind) 교수의 발제로 시작되었다. 세계적 석학 서스킨드 교수는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 등의 저서를 집필하며 AI가 노동시장과 전문직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왔다. 이번 발제를 통해 AI가 인간의 사고방식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화이트칼라 업무와 전문직 종사자 역할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스킨드 교수는 AI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큰 변화를 설명하며, 과거의 AI는 인간이 직접 프로그래밍한 규칙 안에서만 작동했던 반면, 현재의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며 스스로 패턴을 찾아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법률, 의료, 교육 등 전문직 분야에서 ‘전문성’의 의미에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기존에 인간 전문가의 고유 영역이었던 판단과 분석이 AI를 통해 자동화되면서, 전문성은 이제 단순히 지식의 보유가 아닌 AI와의 협력을 통한 창의적이고 윤리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의미하게 될 것이라고 서스킨드 교수는 전망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스킨드 교수는 이제 일을 ‘직업(job)’이 아닌 ‘과업(task)’ 중심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흔히 하나의 직업을 단일한 개념으로 인식하지만, 사실 모든 직업은 수많은 개별 업무(과업)로 이루어져 있으며, AI는 전체 직업이 아닌 특정 과업들을 자동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서스킨드 교수는 이러한 과업 중심의 자동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훈련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의 교육이 AI 활용 능력 중심으로 재편되며, 교육 방식은 시대에 맞게 혁신하고 교육 시기는 평생 학습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했다.
서스킨드 교수는 마지막으로 AI가 가져올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를 기회로 삼아 인간의 역량을 재정의하고 교육 시스템을 혁신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래의 일자리에서는 인간과 AI의 협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므로 여기에 대비하는 교육과 제도적 준비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2. 패널 토론: <AI와 인간의 조화, ‘슈퍼 워크’의 조건>
패널 토론에서는 AI로 인한 일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으며, ‘슈퍼 휴먼’이 되기 위한 핵심 역량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앞선 대니얼 서스킨드 교수의 발제와 관련해 건국대학교 미래의일연구소 이항심 소장은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인간다움의 가치’”라며, AI로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시대일수록 창의성, 감성적 공감, 비판적 사고 같은 인간 고유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스윗(Swit)의 이주환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최신 동향을 소개하며 “이제 AI 기술 변화는 인공지능 에이전트(AI Agents)끼리 스스로 협업하는 ‘A2A(Agent-to-Agent)’ 시대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AI 에이전트와 ‘A2A 시대’, 업무의 자동화에서 자율화로의 전환
이주환 대표는 AI가 기존의 인간 중심 협업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AI 시스템들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협력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인간이 직접 데이터를 입력하며 협업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AI가 능동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의사결정을 돕는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업무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주환 대표는 “이미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팀 단위의 프로젝트 관리, 일정 조율, 보고서 작성 등을 자동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B2B(Business-to-Business)나 B2C(Business-to-Consumer) 모델이 아닌, ‘A2A(Agent-to-Agent)’ 기반의 비즈니스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사람과 사람이 직접 협업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기업과 소비자를 대신해 업무를 수행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주환 대표는 AI가 개별 사용자의 데이터를 학습해 맞춤형 디지털 비서로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기업들은 AI를 단순한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 조직 운영의 구조적 재설계를 요구하는 요소로 바라봐야 한다”며, 조직이 AI 중심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휴먼 터치’
한편, 이항심 교수는 AI의 발전이 인간이 수행하는 업무의 모든 영역을 대체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인간 고유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항심 교수는 “우리가 자동화 시대를 거치며 농업과 제조업에서 인간의 역할이 줄어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과 직업이 등장했다”며, AI 시대에도 인간이 맡아야 할 역할은 달라질 뿐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항심 교수는 AI가 감성적인 상호작용을 모방할 수는 있지만, ‘인간 경험이 주는 공감과 신뢰의 깊이’는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 챗봇이 고객 상담을 수행하고, AI 시스템이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시대지만, 여전히 중요한 순간에는 인간 전문가의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분석을 제공해도,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인간의 직관과 감성적 판단”이라며, 조직의 리더들은 AI를 활용하는 동시에 인간 중심의 조직 문화를 강화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항심 교수는 AI가 발전할수록 ‘여백’의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AI가 반복 업무를 대신 수행하면, 인간은 창의적 사고와 사유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 여백이 곧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조직 문화도 단순히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인간다운 창의성과 협력을 극대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AI와 인간의 협업 그리고 새로운 조직 문화의 방향성
토론 후반부에서는 AI 시대에 조직과 기업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주환 대표는 “앞으로 기업들은 AI를 기존 업무 프로세스에 단순히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AI 중심으로 업무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기존 직무 구조에서 단순 반복 업무를 담당하던 인력이 AI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하며, 조직의 역할 정의 자체가 재편되리라는 것이다.
이항심 교수는 “기술의 발전이 중요한 만큼, AI가 인간 중심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사용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AI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인간의 강점을 극대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패널들은 “AI 시대의 ‘슈퍼 워크’란 단순히 더 빠르고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아니라, AI와 인간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협업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3. 청중 질의 및 토론
Q1. AI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노동자들은 무엇을 대비해야 하나?
AI의 발전이 곧바로 일자리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화가 진행될 때도 일자리의 형태는 변화했지만,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났다. 중요한 것은 어떤 직무가 줄어들고, 어떤 직무가 새롭게 등장할 것인가를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을 파악하고, 인간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AI와 협업하는 방식을 익히고 이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Q2. 기업은 AI 시대를 대비해 직원들에게 어떤 재교육을 제공해야 하나?
현재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AI 도입과 함께 내부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재교육은 단순히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AI와 협업하는 법을 익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AI 리터러시(AI Literacy)’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렇게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간이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교육이 구성되어야 한다. 결국, 기업이 AI 시대에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서 사람과 AI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Q3. AI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른데, 정부 차원에서 어떤 제도적 대응이 필요한가?
정부가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의 균형이 필요하다. 우선 데이터 안전성과 보안 관리를 위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고 시도해 볼 수 있는 열린 환경도 중요하다. 특히 블록체인의 사례처럼, 과도한 규제로 인해 새로운 기술의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한국의 강점을 살려 AI 에이전트와 응용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AI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만드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본다.
Q4. AI와 인간의 협업이 강조되지만, AI 윤리 문제도 심각한데, 이에 대한 대책은?
AI 윤리와 관련하여 특히 데이터의 다양성과 포용성 문제가 강조되어야 한다. AI가 사용하는 데이터에서 소수자의 목소리가 배제되지 않도록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 데이터를 수집할 때도 특정 그룹에 편중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정보의 투명성, 데이터 안전 보안 관리, 공정성, 포용성 등을 포함한 윤리 가이드라인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러한 윤리적 기준이 없다면 AI의 안전한 발전이 어려울 것이며, 사람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AI 시스템에 신뢰하고 제공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AI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되었고, 앞으로의 변화는 지금 우리가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AI가 우리 일자리를 대체할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이분법적인 논쟁이 아니라, AI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다. 단순히 기존의 업무 방식에 AI를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가 일의 본질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지, 인간의 역할을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포럼이 던지는 메시지는 AI와 인간이 협력하는 새로운 시대에서 ‘기술을 통제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인간성을 확장하는 능력’이 진정한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AI와 함께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더 창의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더 인간적인 방식으로 협력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AI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AI와 함께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제는 그 답을 찾으며 AI 시대 일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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