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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카이스트-중앙일보는 <난제위원회>를 구성하고 ‘인류 10대 난제’를 선정했습니다. 선정된 난제는 핵융합발전, 암 극복, 뇌의 비밀, 우주 개발 등 인류가 풀고자 하고 풀어야 하고 난제들입니다. <난제위원회>는 중앙일보 창간특집 기획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를 통해 끊임없이 난제에 도전하며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인류의 현장을 찾고, 한국의 위기와 도전을 점검합니다.
<중앙일보 난제위원회 프로젝트> 시리즈 순서 |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 ⑩<끝>대도시
지난달 7일 인도 수도 뉴델리.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지만 거리는 100m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뿌옇다. 원인은 극심한 대기오염이다.
이날 뉴델리에서는 40여 편의 열차운행이 중단되고, 시내 6000여 개 학교에 휴교령까지 내려졌다. 당시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주(州)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델리를 ‘가스실(gas chamber)’이라고 표현했다. 극심한 대기오염의 주범은 시내 차량과 주변 공장, 화력발전소였다.
‘쉐취팡(學區房)’ ‘허쯔룽(鴿子籠)’…. 모두 중국 대도시의 쪽방을 부르는 말이다. 쉐취팡은 서울 강남의 8학군처럼 베이징에서 학군이 좋은 지역의 허름한 쪽방을 말한다. 쪽방의 가격은 ㎡당 15만 위안(약 2460만원) 안팎. 10㎡ 넓이의 방 한 칸을 얻으려면 150만 위안(약 2억4600만원)을 내야 한다.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려는 교육열과 부동산 투기가 어우러진 결과다. 허쯔룽은 ‘비둘기집처럼 비좁은 집’을 뜻한다. 홍콩 인근의 대도시 선전(深圳)의 허쯔룽은 2평이 채 안 되지만 매매가가 1억5000만원이 넘는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내 급성장한 주요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이 때문에 대도시 아파트 지하의 좁은 공간까지 밀려난 도시 하층민을 ‘생쥐족’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베이징시 당국에 따르면 인구 2100만 명이 넘는 베이징에 28만 명의 생쥐족이 살고 있다.
도시는 인류가 직면한 난제(難題)의 집합체다. 중국·인도 등 주로 신흥개발국의 대도시들이 대표적이다. 서울 역시 예외가 아니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과 사교육 열풍으로 인한 부작용은 세계 어느 대도시 못지않다.
도시는 겉으론 화려함과 풍요로 화장하고 있지만 그 속은 중병을 앓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의 대부분이 도시에서 배출되고 있다. 에너지와 기타 자원의 대부분도 역시 도시에서 소비되고 있다. 교통 혼잡과 체증도 전 세계 대도시들의 대표적 문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전국 교통혼잡비용이 33조4000억원에 달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도시 면적이 확대되면서 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 현상도 깊어지고 있다. 극심한 빈부 격차와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 범죄, 인간 소외, 고독사 등도 대도시가 낳은 풀기 힘든 문제들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는 예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00년부터 99년까지 쓴 시멘트 소비량이 45억t이었는데, 중국은 2011~2013년 3년 동안만 65억t의 시멘트를 소비했다. 신흥개발국인 중국이 단 3년 만에 미국의 한 세기 소비량보다 50% 많은 시멘트를 소비한 것이다. 지난해 유엔경제사회국(UNDESA) 보고서에 따르면 50년 세계의 도시 인구는 약 7억4000만 명으로, 농촌 인구(18억 명)를 크게 밑돌았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9%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도시 인구는 연평균 2.6%의 증가세로 꾸준히 늘어났다. 2015년에는 전체 인구의 54%에 달하는 39억 명이 도시에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경동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기술 발전으로 대표되는 산업혁명이 급속한 대량생산과 소비, 산업 노동력의 도시 집중 등을 불러일으키며 농촌의 붕괴와 ‘도시화’라는 현상을 만들어냈다”며 “도시화는 21세기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적인 도시의 미래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현대 대도시에서 드러나는 병리현상은 문명 전환의 징후로 진단한다. 따라서 현대사회의 도시 난제를 모바일·디지털 시대에 맞는, 완전히 새로운 도시 건설로 풀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한다.
김 교수는 “앞으로의 도시는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에너지와 자원을 절감할 수 있는 도시”라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미래도시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민간 미래연구기관인 여시재(與時齋)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로 새로운 문명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을 통해 도시의 공간과 시설을 공유하고, 디지털 기반의 주민 참여를 통해 도시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 직장과 주거공간을 한데 묶는 직주(職住) 일체를 통해 교통혼잡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김동건 여시재 도시팀장은 “이 같은 신문명도시의 실현은 국가적 역량이 결집되고 창조적 기획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담 국가기구를 통한 강력한 추진 없이는 기득권층의 반대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시재는 전담 국가기구의 롤모델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꼽는다. 화성·달 등 기존 환경과는 다른 세계를 탐사하고 생존하기 위해 국가의 후원 속에 첨단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과 삶을 만들어내는 NASA의 역할이 신문명도시를 건설할 전담 기구와 유사하다는 논리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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