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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카이스트-중앙일보는 <난제위원회>를 구성하고 ‘인류 10대 난제’를 선정했습니다. 선정된 난제는 핵융합발전, 암 극복, 뇌의 비밀, 우주 개발 등 인류가 풀고자 하고 풀어야 하고 난제들입니다. <난제위원회>는 중앙일보 창간특집 기획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를 통해 끊임없이 난제에 도전하며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인류의 현장을 찾고, 한국의 위기와 도전을 점검합니다.
<중앙일보 난제위원회 프로젝트> 시리즈 순서 |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 ⑤수소 혁명
어린 시절 읽은 과학책에서 물로 가는 자동차 이야기를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석유가 고갈된 먼 미래에는 물로 가는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릴 것이란 얘기는 초등학생들도 믿지 못할 만큼 황당한(?) 얘기였지요. 하지만, 주인과 대화하며 스스로 운전하는 영화 ‘전격Z작전’의 자율주행차 키트도 이미 현실이 된 것처럼 물로 가는 자동차도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연료통에 수돗물을 부어서 갈 정도는 아니지만, 물에서 얻은 수소가 자동차의 연료가 되는 광경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된 겁니다.
에너지파크 마인츠, 풍력으로 만든 전기로 물 분해해 수소 얻어
순도 99.999% 수소, 풍력 발전기 3기로 매년 200톤 생산
공장 설립에 1700만 유로 들어…절반은 정부 지원
“바람 많이 불 때 남는 전기로 수소 생산…온실가스 배출 없어”
수소차 인프라 구축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독일입니다. 이미 올해까지 자동차가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곳이 40여곳이 넘지요. 독일 정부는 2023년까지 이 수소충전소를 400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뮌헨에선 수소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내놓은 스타트업도 생겼고, 프랑크푸르트·슈투트가르트·쾰른·마인츠 등 주요 도시에선 수소 버스가 시민을 실어 나르고 있지요. 이렇게 이용되는 수소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수소차는 배출가스로 수증기만 내뿜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란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소를 만드는 과정까지도 과연 환경친화적인지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지요.
그래서 지난 2일 찾아간 곳이 독일 에너지파크 마인츠입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자동차로 40분을 달려 마인츠 외곽 지역에 이르면 지평선 끝까지 산이 보이지 않는 넓은 평야가 나옵니다. 독일에선 평야 위에 과수원처럼 풍력발전기 숲을 이룬 곳이 많았는데요, 이곳에서도 듬성듬성 심은 나무처럼 예닐곱개의 풍력발전기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풍력 에너지로 수소를 얻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바람에서 얻은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 해 수소를 얻고, 이 수소를 일선 충전소로 옮길 수 있도록 압축하는 게 에너지파크 공정의 전부입니다. 수소 생산 공장이라고 해서 거대한 파이프와 굴뚝이 미로처럼 뒤엉킨 화학 공장의 모습을 연상했지만, 의외로 간단한 설비 구조에 놀랐습니다. 명색이 공장인데 그 흔한 굴뚝 하나 보기 힘들었지요.
풍력 발전기가 만든 전기는 일반 가정에서도 쓸 수 있는 교류 전기입니다. 콘센트에다 플러그를 어느 방향으로 꽂아도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교류 전기는 양극과 음극의 구분이 없지요. 교류 형태로 생산된 전기는 우선 공장 내 변환장치로 들어가 직류 전기로 바뀝니다. 물(H2O)을 전기분해하면 음극에선 수소(H)가, 양극에선 산소(O)가 생산되기 때문에 수소를 얻으려면 전류의 음·양 구분부터 먼저 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직류 형태의 전기가 준비됐다면, 전기분해할 깨끗한 물을 준비해야 합니다. 독일은 물속에 석회질이 많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면 배탈이 난다고 하지요. 물속에 있는 이런 석회질이나 미네랄을 없애는 정제 작업을 거쳐야 전기분해 장치가 고장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 다음 독일의 전자기업 지멘스가 만든 전기분해장치(SILYZER 200)에 정제된 물을 넣고 직류로 바꾼 전기를 흘려보냅니다. 음극에서 생산된 수소만 잡아내고 양극에서 나오는 산소는 공기 중으로 흘려보내지요. 대량으로 수소를 생산하다 보니 전기분해장치 한 대만 해도 조립식 컨테이너 건물만큼 큽니다. 에너지파크 마인츠에는 이런 전기분해장치가 3대가 있고 수소 생산을 늘려야 할 때를 대비해 추가 장비를 설치할 공간도 마련해 뒀습니다.
처음에 분해한 수소 가스에는 미량의 수증기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수증기를 제거하고 30바(Bar·평상시 공기 압력의 30배) 압력으로 나오는 수소 가스를 압축기를 돌려 80바 압력으로 압축합니다. 수소를 압축하는 장치는 독일 수소에너지 기업 린데가 개발했지요. 수소는 이후 250바의 더 강한 압력으로 압축한 뒤 대형 가스통에 저장한 다음 트레일러에 실어 일선 충전소로 옮기게 됩니다. 충전소에 옮겨지는 수소의 순도는 99.999%에 달하고, 이 정도가 돼야 수소차가 활용 가능한 품질 기준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탄소나 질소산화물 등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 생산 과정은 독일 정부와 민간 기업의 팀플레이로 구축됐습니다. 2015년 공장 구축 당시 1700만 유로(211억원)가 들었는데 이중 절반을 독일 연방 정부가 지원했지요. 이후 운영 비용은 지멘스와 린데 등 민간 기업들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투자된 만큼 돈은 벌고 있었을까요?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었지만, 아직은 독일도 수소차나 수소에너지 활용 수요가 많지 않아 수익을 계산할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기를 생산할 수 없는 풍력 에너지의 불규칙성을 보완하려는 목적으로 수소를 이용하고 있다네요. 남는 전기로 수소를 만들어 저장하고 바람이 불지 않을 때 이 수소를 다시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해 전기로 바꿔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린데그룹에서 중서부 지역을 담당하는 플로리안 크납은 “에너지파크에 있는 3기의 풍력발전기가 한 해 동안 만드는 수소량은 총 200t 정도로 공장 내 저장 탱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수소가 생산되고 있다”며 “풍력 에너지로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도 수소를 얻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도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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