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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카이스트-중앙일보는 <난제위원회>를 구성하고 ‘인류 10대 난제’를 선정했습니다. 선정된 난제는 핵융합발전, 암 극복, 뇌의 비밀, 우주 개발 등 인류가 풀고자 하고 풀어야 하고 난제들입니다. <난제위원회>는 중앙일보 창간특집 기획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를 통해 끊임없이 난제에 도전하며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인류의 현장을 찾고, 한국의 위기와 도전을 점검합니다.
<중앙일보 난제위원회 프로젝트> 시리즈 순서 |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 ③줄기세포 치료
교토대 유도만능줄기세포연구소 CiRA
일본 교토(京都)는 두 얼굴을 가졌다. 기요미즈데라(淸水寺)·니조성(二條城) 등 17개 문화재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도시 전체가 과거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하지만 교토의 또 다른 얼굴은 미래다. 전통으로 가득 찬 이 도시는 유도만능줄기(iPS) 세포의 고향이자, 현재이고 미래다.
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 올인하는 일본
노벨상 수상자 야마나카 교수가 이끌어
내년 최초로 파킨슨병 iPS 임상시험 준비
최근 10년 세계 줄기세포 임상만 314건
기초연구서 상용화 위한 임상으로 이동
안전성과 효과 입증 위해 아직 갈길 멀어
10년 안에 일부 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할듯
지난달 22일 교토대 유도만능줄기세포연구소(CiRA). 건물 외벽은 물론 1층 로비까지 빽빽하게 수많은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다. iPS 세포 연구를 응원하고 난치병의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십시일반 기부한 사람들이다.
iPS 세포는 생명의 법칙을 거꾸로 거스른다. 피부나 혈액에서 뽑아낸 성숙한 체세포에 인위적으로 조작을 가해 미성숙한 줄기세포로 만드는 방식이다. 줄기세포가 분화되면서 성숙한 세포가 되는 법칙을 거꾸로 돌린 셈이다. 그러면서도 배아줄기세포처럼 어떤 세포로든 분화할 수 있어 난치병 치료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배아줄기세포처럼 난자나 수정란을 사용하지 않아 생명윤리 논란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일본은 정부와 민간까지 iPS 세포 치료제 개발에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CiRA의 나카우치 아야카 박사는 “2016 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기준으로 정부의 지원은 70억 엔(700억원)에 달한다”면서 “민간 기업 중에선 아시아 최대의 제약회사인 다케다가 10년간 2000억원을 지원하는 다케다-CiRA 프로그램으로 신약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원 덕에 주목할만한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 8월 CiRA 다카하시 준 교수 연구팀은 신경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에 걸린 원숭이의 뇌에 정상인의 iPS로 만든 신경세포를 주입해 신경 기능이 회복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다카히시 교수는 “2년간 종양 유발이나 면역거부 반응 등의 부작용이 없었다”면서 “안전성이 입증된 만큼 내년에는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게이오대(척수손상), 오사카대(심장병·각막질환)에서도 iPS 임상연구를 준비하거나 진행 중에 있다.
일본이 iPS 세포에 난치병의 미래를 건다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성체나 배아줄기세포를 실제 환자에 적용하는 임상으로 경쟁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및 규제동향 2016’ 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임상등록 사이트에 등록된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연구는 314건에 달한다. 이 중 80%는 난치병 보다는 대체치료 목적의 성체줄기세포 연구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미국 오카타세라퓨틱스가 망막상피세포를 이용해 2010년 세계 최초로 노인성 황반변성 임상연구에 진입한 후 10여 건의 배아줄기세포 망막상피세포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세계 곳곳에서 파킨슨병과 당뇨질환 치료제에 대한 임상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난치병 환자가 벌떡 일어나는 수준의 치료를 당장 기대하긴 힘들다.
한용만 카이스트 생명과학기술대 학장은 “지금도 기술적으로는 줄기세포로 일부 기능을 하는 미니 췌장이나 간을 만들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정말 몸밖에서 분화시킨 세포가 체내의 세포와 동일하고 안전하느냐는 의문이 존재하기에 깊이있는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난치 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은 적당한 시점이 지나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세대 의대의 김동욱 교수는 “10년쯤 지나면 현재 시작하는 임상시험이 끝나면서 파킨슨병이나 척수 손상에 대한 난치병 세포치료제는 개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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