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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도시 생활실험
(재)여시재는 2015년 설립 때부터 ‘도시 문명의 위기’를 핵심 연구과제로 설정, 위기의 다양한 양상과 배경, 해결방안 등을 모색해왔다. 이번 COVID-19 사태 이후 이 문제가 당면의 과제로, 새로운 양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의 새로운 도전과 실험의 흐름을 모아 네 번에 걸쳐 전한다. 이번 세 번째 ‘로컬의 현장, 그 생생함’은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을 초청한 가운데 진행된 세미나 내용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세미나에는 윤종록 특별연구원 등 여시재 연구원 20여 명이 참가했다. 윤 연구원은 창조혁신센터가 설립되던 때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을 지냈다.
1. 대도시 문제
2. 로컬의 재발견, 과연 가능한가?
3. 로컬의 현장, 그 생생함
4. 도시의 미래, 분산
한종호 센터장 발제
로컬 리브랜딩
먹히는 산업전략될 수 있어
나는 6년째 강원도에서 창조혁신센터를 맡아 일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일하다 이 일을 맡아 보라고 했을 때 무슨 미션이나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던 게 아니다. 하다 보니 어딘가에 와 있더라. 로컬 스타트업들이 주도해서 지역 리브랜딩을 하는 것이 먹히는 산업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그 얘기를 하려 한다.
‘창조경제’ 가운데
‘창조혁신센터’만 살아남아
창조센터는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져 문재인 정부 들어 존폐론에 시달렸다. 이유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이낙연 총리 지명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무슨 소리냐, 창조센터가 지역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가’라며 제동을 걸었다. 전남지사를 하면서 현장에서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전남센터는 GS 그룹과 매칭되어 있는데 GS가 보기 드물게 진정성 있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공무원들이 해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이뤘다고 들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아무리 지난 정부 것이라도 좋은 것은 살리는 좋은 선례를 만들자”며 창조센터를 예로 들었다. 그 이후 창조센터의 위상과 역할이 더 커졌다. 박 정부 때만 해도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투자가 함께 가는 지역 거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은 모두 사라졌지만 유일하게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남았다.
창조경제라는 것은 사실 박근혜 정부의 창안물이 아니다. 1990년대 후반 영국 블레어 정부 때 ‘자본주의의 경향적 이윤 저하’라는 상황 속에서 토지 노동 자본이라는 기존의 생산 3요소에 제4의 요소,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를 결합시키자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이후 2004년경 유엔이 저개발국 개발 전략으로 공식 채택했다. 노무현 정권 때의 혁신도시 등은 그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할 수 있다.
강원 스타트업 지표 모두 바닥
2015년 강원도로 가기 위해 검색창에 강원을 쳐보니 다소 과장하자면 가볼 만한 곳, 먹을만한 것뿐이었다. 강원도 면적은 전국의 6분의 1이다. 홍천은 제주도와 비슷하다. 제주도 크기 18개의 땅이 강원이다. 그러나 산지가 82%이고 인구는 156만 명 밖에 안된다. 경제단체 신년하례회 가면 중소기업중앙회 강원지부장이 건배사를 한다. 스타트업 지표도 모두 바닥이다. 벤처 캐피탈 300개 중 강원도에 하나도 없다. 중기부에 등록된 엔젤 클럽 300개 중에서도 강원도에 2개인가 밖에 없다.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도시의 가치가 이미 이동
그런데 춘천에 가서 보니 로컬을 기반으로 뭔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 2015년에 연세대 모종린 교수가 공장과 기업 중심 도시가 아닌 로컬의 라이프스타일 중심 도시, 골목상권 도시를 말하면서 주목을 받게 되는데 강원도에도 영향이 있었다. 이번에 COVID-19로 대도시, 기업 중심 도시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뉴욕타임스가 2017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여행지 52곳’에 부산 전포동 카페거리를 포함시킨 일이 있다. 그곳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그도 몰랐다. 그냥 공구상가라고 하더라. 그런데도 뉴욕타임스가 주목했다. 결국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도시의 가치가 이미 명승지 중심이 아니라 콘텐츠,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일본의 로컬, 세 권의 책>
일본 얘기를 하고 싶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엄청난 충격을 겪었다. 중앙정부가 해주는 것이 뭐 있느냐라는 인식이 생겼다. 여기에 2014년 ‘마쓰다 보고서’라는 것이 나왔다. 도시의 50%가 소멸 위험에 처해 있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그 경험을 담은 책 3권만 소개하겠다. 지역에 뛰어들어, 또는 지역민들이 중심이 되어서 지역을 살리고 도쿄 보다 더 살만한 도시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에 관한 얘기다. 이런 책들이 번역되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 도쿄에서 도요타자동차를 다니던 아베,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노부오카, 두 20대 청년이 서부 일본의 인구 2300명에 불과한 섬 ‘아마’에 들어가 생존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섬 학교’라는 벤처를 만들어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연수도 시켰다. 이 학교는 행시 패스자, 대기업 신입사원들의 필수 코스가 돼 1년 전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말한다. “섬에는 평론가가 필요 없다, 실천가가 필요하다.” 그들은 도쿄라는 대도시가 50년 후 맞이할 미래를 지금 찾아가고 있다.
2. 일본에서 10년 이상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히는 곳이 있다. 인구 79만 명의 작은 지자체 후쿠이현이다. 소득도 도쿄보다 높고,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도쿄 보다 10점 이상 높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주간문춘’ 기자 출신으로 ‘포브스 재팬’ 부편집장이 3년간 취재해 책을 썼다. ‘이토록 멋진 마을’이다. 결론은 ‘위기를 먼저 느낀 지역일수록 발전을 먼저 시작할 수 있고 그 시작이 기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3. ‘로컬 지향의 시대’는 오사카 시립대학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의 결과로 얻어진 인사이트를 담았다. 이런 일본의 사례는 지역이 소멸의 위험에 봉착한 곳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는 곳, 앞으로 미래를 가늠하고 해법을 실험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더는 미루지 말고 로컬의 가능성을 찾아 당장 실천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나답게 살래’가 만드는 변화
강원은 산업화 시대의 꼴찌였다. 그러나 그 산업화 시대의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오고 있고, 거기에 로컬의 실마리가 있다. 사람들은 왜 성수동과 익선동을 찾는가? 밀레니얼 세대의 탈물질주의, 개인주의, 취향 기반의 라이프 스타일, 이런 것들이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하면 ‘나답게 살래’ 이거다. 취향 소비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정체성을 찾아나가고 드러내는 것이다. 취향이 울리고 공명하는 공간, 그런 곳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다.
그럼 지역에서는 왜 이런 곳에 투자를 하지 않는가? 안된 얘기지만 공무원들은 그런 곳에 관심을 가질 수 없다. 그들이 못나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그렇다. 단년도 회계 시스템 때문에 12월까지는 성과를 내야 한다. 성과를 못 내면 다음 해 예산을 따낼 수 없다. 그러니 당장 성과 나는 사업 위주로, 소프트웨어 보다 하드웨어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뜨면 온갖 곳에 그 이름이 붙는다. 로컬 브랜드에 대한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로컬 가치에 투자
그래서 로컬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 투자해보자, ‘아재들’ 말고 밀레니얼 세대의 미감을 가진 선수들을 한번 키워보자, 뭔가 매력적인 것이 있는 곳으로 가보자, 그러고 있는 중이다. 미쳤다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그길로 가자고 우기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현재 로컬 크리에이터로 불리는 사람들을 160명 정도 발굴해서 협업하고 있다. 잠재적인 지역 가치를 젊은 세대의 창의적 감각과 결합시킨 공간, 상품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미국 포틀랜드라 살기 좋은 도시라 하지만 왜 그렇겠는가? 개성이 강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수천 개의 츤데레(쌀쌀 맞지만 실제로는 따뜻한) 스타일의 가게가 있는 도시이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디자인처럼 창업에 필요한 분야의 고수들을 초빙해 묶어주기도 한다.
사창가 끝 빈 여인숙
요가와 명상의 핫플레이스로
사례들이 있다. 이미 많이 알려진 곳도 있고 알려져 가고 있는 곳도 있다.
1. 강릉역 앞 사창가 끝에 빈 여인숙이 있었다. CJ E&M에서 PD 하던 분과 홍익대 앞에서 기타리스트를 하던 커플이 자기들의 감각을 살려 이곳을 게스트하우스로 바꿨다. 이곳에 묵으면서 강릉 앞바다에 나가 요가와 명상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명물이 되어가고 있다.
2. 속초 칠성조선소는 1년에 50만 명이 다녀가는 곳이다. 조선소라 하지만 현대중공업 같은 것을 연상하면 안 되고 그저 배 정비소라 보면 된다. 문을 닫게 되었는데 그 집 젊은이들이 리모델링해서 전국적 사진 명소가 됐다. 주말에는 하루에 3000명이 들른다. 칠성조선소는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10대 테마관광지에 포함됐다.
3. 양양에 서핑숍이 있다. 작년 7월 이후 연말까지 6개월 동안 70만 명이 다녀간 핫스팟이다. 그곳 해변에 해안선 경계 철조망이 있다. 발상을 바꿔서 철조망을 걷어내는 것이 아니라 철조망 안으로 들어가서 서핑을 하게 해달라고 군부대에 요청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한 분단국가다. 서양 사람들이 그 철조망 안으로 들어가 서핑하는 경험을 굉장히 신기해한다.
4. 그 외에도 많다. 평창 출신 남매가 평창에서 난 메밀 계란 우유 버터를 가지고 빵을 만드는데 맛있기까지 해서 전국적 명소가 됐다. 산업화 시대에 크래프트 문화가 사라졌다. 이것을 되살려 가치소비를 하자고 시도하는 청년들이 곳곳에 있다.
강원도만의 장면, 강원도만의 패턴
우리 강원센터는 여러 지원 활동을 한다. 발굴해서 엑셀러레이팅 하고 투자자를 붙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임팩트 투자가도 붙고 있다. (다음 창업자) 이재웅 씨가 만든 임팩트 펀드 소풍벤처스가 강원센터에 아예 사무실을 내 투자할 곳을 찾고 있다. 실제 일을 해보면 젊은이들이 가져오는 사업 계획서가 허접하다. 안 해본 것을 하자니 당연한 일이다. 이들에게 분야별 전문가들을 붙여서 지원한다. ‘그렇게 해서 3년 버틸 수 있겠어?’라고 묻고 스스로 검증하게 한다. 작가나 디자이너들을 결합시켜 자문해 주고 홍보도 한다. 강원도만의 색깔과 빛, 이미지를 찾아 브랜딩 하고 이것으로 달력과 책도 만든다. 강원도의 장면들을 패턴으로 바꾸는 작업도 한다. ‘강원 미감(美感)’이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 때 정부는 각 지역 센터들에 알파고 같은 것을 찾으라고 미션을 내렸다. 그게 되나. 그래서 그때는 로컬 리브랜딩 하는 일을 비밀로 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 중기부가 드디어 44억을 투입해 로컬 크리에이터 140개 팀을 뽑았다. 하반기에는 90억 정도를 더 넣고 내년에는 더 많이 투입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그 지역만의 가치를 찾아 리브랜딩 하는 것이 지역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그것을 위한 생태계를 꾸준히 만들어가야 한다.
<그럼에도 문제점은 많다>
정부와 지자체는
1년 성과가 아니라
4~5년 내다보고 지원해야
1. 싸게 소비하는 문화가 여전하기 때문에 가치소비가 자리 잡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2. 우리는 박정희 시대 이후 톱 다운으로 성공해온 기억이 너무나 강하다. 지역 특화산업이라는 것도 YS 이후 정부마다 이름만 바꿔 시도했다. 모두 톱 다운이었다. 지자체는 재정 자립도가 낮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한다. 그러다 보니 지역 특유의 모델을 찾는 것은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게 된다. 일본은 마쓰다 보고서 이후 지방창생법을 만들어 4~5년 단위 예산 집행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우리도 그렇게 갔으면 한다.
3. 라스트 마일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행정의 끝에서 스마트하게 도와줄 수 있는 주체들, 행정의 라스트 마일이 부족하다. 정부 부처별로 지방에 할당되는 예산이 적지 않다. 그것이 소프트웨어에, 테크놀로지와 디자인에 들어갔으면 한다.
<과제>
작은 실험 장려하면
거기서 크리에이티브 나온다
1. 중장기적 예산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일본 지방창생법과 같이 사업 대상에 선정되면 4~5년의 장기 사업을 승인해 주고 길게 이어갈 수 있도록 중장기적 예산 지원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단기적 성과 중심의 과제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의 고유 가치가 뿌리내릴 수 있는 전략과 사업이 안정화될 때까지 시간을 보장해 주고 지역 맞춤의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2. 민간의 중간 지원 조직을 육성해야 한다
통신업계에서 사용하는 Last mile이라는 용어가 있다. 통신, 방송사업자에서 시작된 인터넷 통신이 마지막 가정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1마일 내의 최종 구간을 의미하는 용어로, 행정의 끝 단위의 Last mile이 현저히 부족하다. 지자체 공모사업 용역을 수행하는 민간 사업자도 관을 중심으로 가시적 성과에 매몰되어 있는 상황이다. Last mile의 공백을 채워줄 수 있는 민간의 중간 지원 조직을 육성하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소프트웨어 중심의 크리에이터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진 시대이다. 하나의 사업을 추진할 때 외부로 보이는 디자인이 얼마나 그 시대의 감성을 자극하고, 공감할 수 있게 구성되었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Technology와 design이 가미된 것은 좋은 서비스와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지역 고유의 가치와 브랜드를 발굴하고 사업화할 크리에이터들을 긴 안목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 기업가정신을 겸비한 크리에이터들은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생태계를 형성하며, 지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나는>
미래의 전령이 지방에 먼저 왔다
톱 다운이 아니라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나는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어, 나는 이런 곳에서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시도하는 작은 실험들을 장려해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재미있는 것들이 생겨난다. 그것이 크리에이티브이고, 거기서 스몰 비즈니스가 생겨난다. 공감 소비가 만들어지고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그 자체가 마켓이 된다. 온라인에서 최초에는 아주 작게 시작한 커뮤니티가 나중에 100만 명이 된다. BTS 좋아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있을 뿐이지만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것과 같다. 거기서 도시가 살아 있고 다양한 브랜드가 나온다.
스타벅스는 아직도 시애틀 정체성을 유지한다. 테라로사가 그렇다. 김종덕 사장은 테라로사를 아직도 ‘메이드 인 강릉’이라고 한다. 김 사장은 은행 강릉지점장 하다 IMF 때 명퇴했다. 식당 차렸다가 망했다. 그 시절 안목해변에 연인들을 대상으로 한 자판기 커피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리 가게는 라떼를 마실 수 있는 자판기가 있어요, 우리는 에스프레소가 나와요, 이렇게 해서 테마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때 테라로사의 김종덕, 커피보헤미안의 박이추 같은 분들이 지역 브랜드를 살려 지금의 커피도시 강릉을 만들었다. 거기에 강릉시나 강원도, 중앙정부는 1도 보탠 게 없다.
50대 60대는 로컬 크리에이티브들을 향해 결국 도시재생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물어보면 전혀 아니라고 한다. 젊은 친구들은 좋아서, 취향에 맞는 커뮤니티가 있어서 간다고 한다. 자신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한다.
미래의 전령이 지방에 먼저 왔다. 서울이나 도쿄가 아직은 더 좋으니까 그렇게들 사는데, 미래의 전령들이 지방에서 새로 시작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대화
“창조성도 좋지만 지속가능성도 중요하지 않나?”
“청년들이 스스로 만들어 낼 것이다”
다음은 한종호 센터장과 세미나 참석자들 간의 대화 중 핵심 내용들이다.
- 창의성도 좋지만 지속가능성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서울에서 번 돈을 뿌리는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으로는 부족하지 않은가?
“물론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셈법이 다른 것 같다. 로컬에 온 친구들은 행복을 찾아온 경우가 대부분이고 먹고살아야 하니까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다. 그 자체로 허접해 보일 수 있지만 행복해지기 위한 행동들이 어떤 세대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지속가능성 중요하다. 하지만 로컬화에 청년들이 뛰어드는 것은 최근 1, 2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그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2010년경부터 로컬 붐이 시작됐던 것 같다. 지금은 투자를 받는 친구들이 생겨나고 있다. 스스로 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고 지속가능성은 그들이 스스로 만들어낼 것이다. 그들을 회의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내칠 것이 아니라 장려하고 꾸준히 지켜봐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지역 특성을 살려 성공까지 한 사례가 중요한 것 같다.
“나이키 본사가 여전히 포틀랜드에 있다. 그 회사 CEO 인터뷰를 보면 포틀랜드 이미지가 비즈니스에 좋다는 것이다. 이케아, 네슬레 똑같다. 로컬 전략이 엄청난 홍보효과로 이어지고 있는 케이스다. 로컬 벤처들 중에도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고, 지역에서 내이션 브랜드를 키워내려는 상반된 경우도 있다. 아마 앞으로 자기들끼리 논쟁해가면서 각축하고 경쟁할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이른바 로컬 신(Local Scene) 생성될 것이다.”
- 여전히 서울 주변에 신도시를 만들고 있다. 모종린 교수는 현재의 신도시 개발 방식에 반대하고 아무리 신도시라도 그 나름의 로컬을 결합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광교 같은 곳은 안도 다다오 식으로 길을 모퉁이를 돌게 만든다든지 여러 시도를 하더라.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은 크림 떠먹는 식의 로컬 소비라고 생각한다. 로컬 라이프와 스타일을 결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로컬의 흐름이 생성되는 것은 확연하다. 10년 전 로컬 거품 때와는 다른 것 같다.
나는 신도시는 더 이상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서 있는 퇴각이 필요하다. 지금 강원도 같은 곳을 보면 논과 밭이 정글이 되어가고 있다. 땅을 물려받은 사람들이 농사도 안 짓고 팔지도 않는다. 그러니 쑥대밭 되는 것이다. 로컬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CVC 허용해야”
- 로컬 벤처를 하고 계신데 오픈 이노베이션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는가.
“물론한다. CVC(기업형벤처캐피탈)도 국회에서 해줘야 한다. 지금은 변비 비슷한 상황이다. 로컬에서도 벤처들이 투자금을 회수해야 재투자를 하든지 할 텐데 그게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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