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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COVID-19 시대 / 도시 ①] 아프리카 스와질랜드와 같은 뉴욕의 소득불평등 지수

이대식 (여시재 도시솔루션실장)

2020.05.24

大도시,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

COVID-19 확산 전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모습 (출처: 위 - 게티이미지코리아 / 아래 - tbs)

(재)여시재는 2015년 설립 때부터 ‘도시 문명의 위기’를 핵심 연구과제로 설정, 위기의 다양한 양상과 배경, 해결방안 등을 연구해왔다. 대도시는 지속가능 위기, 농촌은 소멸위기라는 것이 기본 문제의식이었다. ‘보아오포럼 2019’에서는 이를 주제로 독자 섹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COVID-19 사태 이후 이 문제가 세계적 과제로 부상했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 중 일부를 네 번에 걸쳐 전한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대도시 문제
2. 로컬의 재발견, 그 논리
3. 로컬의 현장, 그 생생함
4. 도시의 미래, 분산

우한 밀라노 뉴욕 런던
그리고 대구와 도쿄

COVID-19 발병과 확산은 모두 우한, 밀라노, 뉴욕, 런던과 같은 대도시에서 일어났다. 한∙일에서도 대구와 도쿄다. ‘메갈로폴리스 습격한 코로나19, 전세계 도시문명 흥망 가른다(4/17. 프레시안)’, ‘코로나19 시대 도시가 바뀐다(4/10. 동아사이언스)’, ‘Cities after coronavirus: how Covid-19 could radically alter urban life(3/26. Guardian)’ 등 많은 국내외 언론도 COVID-19 이후 대도시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2016년 UN이 17개 SDG(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중 하나로 도시를 선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속불가능성 문제는 자연과 인간 생태계의 공멸 위기감을 낳고 있다. ADB(아시아개발은행)는 2025년 아시아에서만 4억 1천만 명의 기후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구 온도가 산업화가 시작된 19세기 말 대비 2℃ 상승하는 시점, 즉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이 되는 시점이 되면 자연 파괴로 인한 대재앙이 더 이상 되돌이킬 수 없게 된다. 지금의 증가 속도라면 겨우 12년 남았다. 그런데도 행동은 없다.

역설적이게도 COVID-19 발생 이후 대기오염이 개선된 중국 베이징과 인도 델리의 모습 (출처: 왼 - 연합뉴스 / 오 - 로이터)

OECD 275개 도시 중
91%가 ‘미세먼지 위험’ 수준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요 원인인 에너지 부문 배출량의 71%가 도시에서 발생한다. 세계 189개국 1만 3000여 도시 중 1%도 안되는 100개의 대도시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한다. 주로 대도시 교통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으로 2018년에만 7백만 명이 사망했다. OECD 국가에 속해 있는 275개 도시 중 91%가 ‘미세먼지 위험 수준(WHO PM2.5 허용치 연평균 10μg/m³ 초과)’이다. 특히 도시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개발도상국 대도시는 심각한 수준이다. 인도의 델리는 WHO PM10 허용치인 연평균 20μg/m³를 10배 이상, 이집트 카이로와 방글라데시 다카는 7배 이상, 중국 베이징, 인도 뭄바이와 캘커타는 5배 이상 초과하고 있다(WHO 2018년 자료).

뉴욕 상위 1% 소득이
나머지 99% 소득의 40배

기후와 대기오염만이 아니다. 대도시에 살고 있는 인간의 ‘사회적 생태계’도 심각한 지속불가능성의 위기에 처해 있다. 선진국 대도시의 불평등 수준은 대부분 지구상에서 최악의 불평등 국가에 맞먹는다. 상위 1%의 소득이 나머지 99% 소득의 40배에 이르는 뉴욕의 지니계수(0.504)는 아프리카 스와질랜드와 동일한 수준이다. LA의 지니계수(0.496)는 스리랑카(0.490) 보다 조금 낮고, 보스턴(0.469)은 르완다(0.468)보다 높다. 영국 런던은 상위 10%가 하위 10% 자산의 295배를 소유하고 있다. 서울의 지니계수 0.336(서울연구원 2017년 자료)도 몽골(0.327), 알바니아(0.332) 보다 높다(세계은행 자료). 대도시의 상대적 빈곤 문제는 지방 소도시나 농촌에 비해서 훨씬 높고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도시권(도심과 교외)의 빈곤층이 1970년 1500만 명 수준에서 2015년 2배 가량 늘어나 3000만 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농촌은 1970년의 80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도시의 소득불평등은 주로 높은 생활비 특히 주거비에 기인한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서울 전체 가구의 근로소득이 증가해도 소득불평등이 오히려 악화되기 시작했다. 소득이 적을수록 월세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시 가구의 가처분소득에서 주거비를 빼면 지니계수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서울연구원(2017). 서울시 소득불평등 차이와 원인 분석 및 소득불평등과 주거비용에 관한 논의)

주택 대출 상환 부담 때문에
부부가 하루 종일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는 전 세계 대도시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순소득의 적게는 30%(보스턴), 많게는 120%(베이징)를 주거비로 소진하고 있다. 베이징이 이렇게 높은 것은 중앙정부와 국유기업들이 과도하게 많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주변 지역 경제 악화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소득층을 제외한 서민들 다수가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저장 등 경제수준이 높은 성과 시의 행복지수가 가장 낮았다. 그 주요 원인도 주택 가격의 급등이었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던 2010년 중국 최초의 중산층 가정의 행복지수 보고서 ‘중산가정 행복 백서’가 발표되었다. 대다수의 가정은 주택 대출 상환 부담 때문에 부부가 모두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어 행복감이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미 실리콘밸리는 주택 가격이 미국 평균의 4배다. 2012년 1만 9511명이던 순유입 인구가 2017년에는 308명으로 줄어든 주된 이유다.

(출처: Housing for Inclusive Cities: The economic impact of high housing costs)

대도시의 ‘시간 비용’ 문제도 심각하다. 독일 포드사의 노동자들은 출퇴근 스트레스가 치과 치료보다 더 심하다고 말하고 있다. 대도시의 불평등과 스트레스는 우울증이 세계 1위 질환(전체 질병 부담의 15%)으로 부상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WHO 2016). 우울증 환자 10명 중 1명 이상이 자살하고 있다. 대도시는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명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대도시 거주민들의 탈주 욕망이 일상화되고 실제로 최근 이주 현상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2011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한국 도시의 직장인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에 해당하는 78.4%는 ‘도시를 떠나 생활하는 것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2013년 통계를 시작한 이후 한국의 귀농∙귀촌 인구가 꾸준히 증가해 2017년에는 50만 명을 돌파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대도시들에서 매일 수백 명의 노동자 이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2018년 뉴욕은 매일 277명, LA는 201명, 시카고는 161명이 떠난(또는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는 지속가능위기
중소도시는 소멸 위기

그러나 지방 도시와 농촌의 생활 여건 또한 악화되고 있다. 대도시 성장의 그늘 속에서 나머지 지역의 높은 빈곤율과 실업률, 인프라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농촌 빈곤율은 대도시에 비해 1.5배 높고 일자리 증가율은 8%p 낮고, 광대역 인프라는 35%p 낮다. 이는 미국 지방 소도시가 미국의 성장 동력 역할을 거의 상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990년대 초 미국의 125개 카운티가 신규 일자리의 절반을 창출했으나 2010년에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가 소속된 단 20개 카운티가 절반을 만들어냈다.

인구 1000만 이상 대도시
2014년 28개에서 2030년 43개로

일본은 2040년까지 지자체의 절반이(마스다 리포트 2014), 한국은 228개 지자체 중에서 1/3이 30년 내(한국고용정보원 2017) 소멸할 전망이다. 중국에서는 2007~2016년 사이에 80개 중소도시의 인구가 심각한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 심지어 균형 발전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럽에서도 이 문제는 심각하다. 독일의 경우 청년들의 대도시 집중으로 인해 107개 자치 도시 중 59개 중소도시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그 치명적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대도시는 여전히 확대일로에 있다. 2019년 55%에 이르는 전 세계의 도시화율은 2030년 60%로 상승하고 인구 1000만이 넘는 대도시는 2014년 28개에서, 2018년 33개로 늘어났고, 2030년 43개로 늘어날 전망이다(UN 2018). 다시 말하자면 대도시로 인한 자연과 인간 생태계의 지속불가능성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 생태계 붕괴의 위기를 극복할 시간이 우리에게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COVID-19는 대도시 문제 해결하라는
지구의 간절한 첩보이자 마지막 경고

COVID-19는 대도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라는 지구의 간절한 첩보이자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 대도시가 활동을 멈추자 지구의 대기는 순식간에 깨끗해졌고 숨어 있던 짐승들이 해방구로 쏟아져 나왔다. 파리협약을 우습게 만든 훨씬 강력한 처방이었다. 인간으로부터, 대도시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곧 새로운 미지의 바이러스들이 무차별적인 공습을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가 더 이상 우스개가 아니게 됐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아테네의 인구 1/3 이상을 죽인 정체불명의 역병에서부터 중세의 흑사병, 19세기 런던을 강타한 콜레라까지 모든 역병은 당대 도시가 안고 있던 가장 심각한 모순을 유전자 증폭기처럼 명징하게 드러내어 도시의 혁신을 가져왔다. COVID-19 또한 현재 대도시가 야기하고 있는 지속불가능성의 문제를 해결할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거리두기의 성공
실은 ‘대도시 본성’ 역행하는 것

이 새로운 전 지구적 전염병이 대도시에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단순하고 선명하다. 더 이상 한곳에 많이 모여 살지 말라는 것이다. 흑사병, 콜레라를 거치면서 수 세기에 걸쳐 정비된 최신 상하수도 체제와 과학적 방역 체제 등 어떠한 대도시의 방어 체제도 일거에 무력화되었다. COVID-19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는 거리두기밖에 없다. 대응을 잘했다며 일부 대도시들이 자찬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거리두기의 성공, 즉 집중이라는 대도시의 본성을 완화하는 작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마치 물에 가라앉기 전에 숨을 잘 참았기 때문에 아직 살아있다고 자랑하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어김없이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다.

4차 산업혁명을
삶의 공간에 들여보내야

새로운 세계적 역병이 주는 도시 혁신의 과제는 결국 집중의 해체, 즉 분산에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것이 대도시의 다핵화든 해체든, 혹은 새로운 소도시 네트워크로의 이전이든, 과거 아테네, 로마, 런던이 했던 도시 공간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대도시는 집중과 규모의 경제에 기반하는 19세기 산업혁명의 산물이다. 대도시가 야기한 지속불가능성의 위기는 바로 이 집중의 부작용에서 비롯된다. 인구의 집중은 교통체증으로 대기오염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불평등을 야기했다. 4차 산업혁명, 즉 디지털 전환은 분산에 의한 질의 경제에 기반하고 있다. 당면한 도시의 혁신은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전면적인 공간화에 의해 달성될 것이다. COVID-19 대응의 세계적인 모범국인 한국이 이 명예로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을 도시 공간 혁명으로 바꾸는 작업까지 선도해야 한다. 인류 최대의 위기인 COVID-19는 한국이 세계 최상위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Biggest US cities losing hundreds of workers every day, and even more should be fleeing. CNBC. 2019.10.16.
The World’s Cities in 2018. UN Data Booklet. (최종검색일: 2022.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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