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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방역은 ‘빨리빨리 문화’ 소산 — 다른 팬데믹 올 때 성공 보장 없다”
- 성백린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 단장 여시재서 세미나
K-방역은 성공했는가? 그렇다고 세계가 평가한다. 지금까지는 맞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인가? 유보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의 성공이 여러 요소가 겹쳐 얻은 성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은 어떤가? ‘백신 주권(主權)’ 깃발은 과연 괜찮은 것인가? 과학은 정치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현실은 내셔널리즘이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재)여시재는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의 초대 단장인 연세대 생명공학과 성백린 교수를 초빙, 세미나를 열었다. 이 사업단은 정부가 COVID-19 사태에 발맞추어 지난 4월 출범시킨 조직이다. 성 교수는 세미나에서 “K-방역은 ‘빨리빨리 문화’가 낳은 성공적 사례일 뿐”이라며 “다른 팬데믹이 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개발에 대해서도 ‘주권화’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국제협력이라는 양방향 접근(dual approach)이 필요하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는 나라의 위상에 걸맞은 지속적 기여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성백린 단장은>
<토론 요지>
성 단장의 발제 및 이후 진행된 토론 내용을 Q&A 방식으로 정리했다. 토론에는 여시재 국제자문위원장인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 등 연구원 10여명이 참여했다.
“백신 개발되어도
안전성, 효능 문제 제기될 듯”
Q.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을 중심으로 백신 개발 경쟁이 진행 중이다. 전반적 상황은 어떤가?
A. 현재 118개에 달하는 백신이 개발 진행 중이며 이 가운데 13개 이상이 인간을 대상으로 시험에 돌입한 상태다 (WHO, 200515 기준). 백신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가 필요하다. 효능과 안전성이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의 경우는 여기에 신속성이 추가됐다. 이른 시기에 백신을 개발한다고 해도 안전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지금은 그 결과까지 신경 쓰고 있을 겨를이 없어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스 때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에 감염이 늘어나는 현상(ADE 현상)이 나타났다. 사스와 이번 코로나는 90%가 비슷하다. 비슷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염려는 있으나 뚜렷한 방법이 없다. 아직 지식이 부족하다.
Q. 최근 영국 옥스포드대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 중인 백신이 초기 임상에서 참가자 전원에 중화면역이 생성된 것을 확인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A. 그것도 두고 봐야 한다. 아직 중화면역과 임상적 효능 간 상관관계가 구체적이지 않다. 임상 과정과 그 이후까지 봐야 한다.
Q. 미국의 방역을 이끌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가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백신이 나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는 이 얘기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A. 효능 평가 기준에 따라서 가능성은 다 달라진다. 예를 들어 100명 접종에 70명 항체 형성이라는 기준이라면 내년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20~30명 정도의 효과라면 효능은 떨어지지만 공익성이라는 관점에서 허가를 내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것도 해봐야 한다. 지금 상황이 워낙 급박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1년 후에 나올 것이다. 임상 단계에서 여러 논의점이 발생할 것이다. 참고로 말한다면 병원체 발견 이후 100년이 지났는데도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10~15년 걸리는 백신 개발
1~2년으로 단축하려는 중”
Q. 국내 개발 상황은 어떤가?
A. 당초 올해 4월에 언론 보도된 10년간 2151억 원 지원은 COVID-19 백신과는 무관하다. 별도로 COVID-19 백신 개발을 위해 추경 480억 원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또한 SK바이오사이언스와 제넥신을 포함한 10개 기관 및 기업에서 백신 개발 진행 중이다. 현재 중요한 이슈는 10~15년인 개발 기간을 1~2년으로 단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 과정과 절차를 간소화하고 나아가 기초기술 지원 시스템 구축을 해나가는 상황이다. 백신 개발을 하다 보면 절차상 병목이 발생하는 구간이 있다. 생명윤리위원회 심의가 굉장히 까다롭다. 이 과정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법령을 손보는 일도 하고 있다. 임상시험 절차도 신속 심사를 하고 제품화를 지원하기 위해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A. 6월에 2종의 백신 후보물질에 대해 국내 임상 계획이 승인되었다. 두 종류 모두 DNA 백신이다. 문제는 DNA 백신의 경우 한 번도 성공한 사례가 없고 효과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DNA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1년 후 효능을 둘러싼 논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효과가 좀 더 있는 백신으로 가려면 ‘합성 항원 백신’으로 가야 하는데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진행하고 있다. 9월쯤 임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빌 게이츠가 한국과의 공동펀드에 추가 출연하면
한국 정부도 그에 맞춰 늘릴 필요 있다”
Q. 빌 게이츠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한국이 백신 개발의 선두에 있다” “게이츠 재단이 지원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내년 6월부터 2억 개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 정부와 게이츠 재단이 공동으로 조성한 ‘라이트 펀드’에 대한 출자 규모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A.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 FDA(식품의약국)이 제정한 GMP(Good Manufacturing Pratice∙우수제조관리기준) 수준의 백신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백신을 생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단순 생산해서 전량 넘겨주면 회사의 단기 수익창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국가 위기상황 타개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간 2억개의 백신을 생산해도 국내에 남기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안된다. 따라서 국내에서 생산할 백신의 일부를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확보를 해야 한다. 이게 ‘선구매계약(APA)’이라는 거다. APA는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하는 측면과 비즈니스 딜이라는 측면이 동시에 있기 때문에 사업 마인드가 있는 백신 전문회사가 중재하여 국가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딜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현재로서는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A. 라이트 펀드는 별도의 주제다. 라이트 펀드는 게이츠 재단이 25%, 우리 정부가 50%를 출연한 총 500억 원 규모의 국내 최초 국제펀드다. 이번에 빌 게이츠가 더 증액하여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매칭 증액이 필요하다. 국내 회사들 중에는 이미 여러 곳에서 신규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부가 얼마나 더 출연할지 뜻을 밝히는 것만 남았다. 좋은 방법이 있다. 추경에 반영된 백신·치료제 예산을 라이트 펀드를 통해 집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1800억 원을 늘려 총 2300억 원 규모의 펀드가 될 것이다. 이는 라이트 펀드 보다 몇 년 앞서 일본이 출범시킨 GHIT 펀드(1000억 원 규모, 향후 증액 예정) 보다 훨씬 큰 규모가 될 것이다.
“코로나 백신은
1+1, 두 번 접종 가능성 있다”
Q. 범용(汎用) 백신 얘기가 나오는데.
A. 그 개념은 인플루엔자 백신에서 먼저 나왔다. 10여 년 전부터 백신 개발자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어왔다. 계절마다 변종이 생기는데 변종이 생기더라도 변하지 않는 무엇인가가, 중심축이 되는 피봇이 있을 것 아닌가, 그렇다면 그것을 잡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발상에서였다. 지금 이스라엘 회사에서 진행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자체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접종을 해야 하는 것인데 이에 추가적으로 접종하자는 차원이다.
Q. 그렇더라도 이번 코로나에 적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A. 아마도 코로나의 경우도 언젠가는 하나의 백신만으로는 안되고 다른 백신이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유니버설 코로나 백신(범용 백신) 가능성이 있다.
“국제 기여 없이는
백신 주권화도 안된다”
Q. 세계적으로 보면 ‘백신 주권화’ 흐름이 있는 반면 ‘국제 연대’ 흐름이 있다. 대립과 협력이 조화될 수 있겠는가?
A. 바로 그 딜레마 때문에 내가 단장을 맡은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을 발족한 것이다. 이미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되었고 정부가 받아들였다. 준비 기간을 거쳐 이번 코로나 국면에서 출범하게 된 것이다. 백신은 시장이 작다. 제약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밖에 안된다. 거기다가 임상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또 백신은 개발해놓으면 돈이 안된다. 병원체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는 시장이 더 작다. 제약사가 생산시설을 갖춰봐야 모티베이션이 거의 없다. 그래서 평소에는 수입에 의존한다. 평시에는 이렇게 해도 문제가 없다. 그러다가 아웃브레이크가 오면 수요가 확 늘어나고 물량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도 선진국으로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각이 생겨 ‘백신 주권을 확립하자’는 캐치프레이즈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지금은 자급률이 40% 밖에 안되는데 10년 안에 80%까지 높이자, 이렇게 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국제 연대’에 들어가지 않으면 주권화도 안된다는 점이다.
Q.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A. 우리는 K-방역에서 성공했다. 우리 스스로가 아니라 해외에서 그렇게 평가한다. 선진국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선진국엔 의무도 따른다. 거기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멘탈리티가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 우리가 백신연합 등에 평소 돈도 많이 내고 저개발국가 지원도 꽤 해왔다면 앞으로 백신이 나왔을 때 순조롭게 구매할 수 있겠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여 없이는 대가도 없다. 앞서 말했다시피 백신 시장이라는 것이 규모가 작고 투자 대비 수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100% 주권화로 갈 수는 없다. 어차피 연대와 협력 속에서 주권화를 모색해야 한다. 정부가 지원하고 민간이 개발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 수준이 그렇게 안된다. 양방향 접근(dual approach)로 가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국제 기여에 대해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백신 개발은 인내심과의 싸움
국민이 기다려줘야”
Q. 이번에 우리 진단키트가 큰 역할을 했는데 이것이 백신과 교환관계가 될 수는 없는가?
A. 전혀 그렇게 될 수 없다. 진단키트는 비교적 용이하다. 일반 실험실에서 대학원생 정도면 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번에 우리가 사전 단계를 대폭 축소해 스피디 하게 내놓다 보니 스탠더드처럼 된 것일 뿐이다. 키트와 백신은 비교할 수 없다.
Q. 그렇다면 앞으로 다른 팬데믹이 온다면 한국이 다른 입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인가?
A. 우리가 선두에 서지 못할 수 있다. 진단키트는 정확성과 민감성이 중요하다. 우리는 테스트할 시간까지 생략해가며 먼저 론칭을 해버렸다. ‘빨리빨리’가 성공한 것이다. 처음에 미 FDA가 승인해주지 않은 것이 그 때문이다. 충분히 검증하기에 워낙 사태가 시급하다 보니 쓴 것이다. 내가 정부 회의에서 주장하는 것이, 키트는 신속성으로 승부했지만 백신은 지속성과 내구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낙심하지 말고 끝까지 가야 한다. 정부나 국민들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줘야 한다. 그리고 백신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국가가 유사시에 대비해 비축을 해야 한다. 국가가 시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 백신이다.
“인플루엔자가 이번 겨울에
코로나 몰아낼 가능성 있다”
Q. 이번 겨울에 코로나 바이러스와 독감 바이러스가 하나로 합쳐질 것이라는 얘기가 있더라.
A. 바이러스 기본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이것은 내 판단인데, 인플루엔자가 왕좌를 내줄 것 같지 않다. 인플루엔자가 있음으로써 코로나를 몰아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플루엔자 면역체계는 코로나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 일반인들의 경우는 올 봄 코로나가 인플루엔자를 몰아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인플루엔자도 확산속도가 감소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인플루엔자 때는 거리두기 안 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결핵
청소년 2000명이 매년 죽는다”
A.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것은 진짜 중요한 것은 결핵이라는 점이다. 매년 2000명이, 그것도 주로 청소년이 죽는다. OECD 중 사망률이 가장 높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의 몇 배이다.
“정부 정책 행정 효율 높여야”
Q. 정부 기구에서 일해보니 어떤가?
A. 우리도 백신 개발을 위한 여러 단계를 단축하고 재정적 행정적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3개 백신 후보군에 지원을 시작했고 앞으로 규모도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체질상 행정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 내실이 적다는 것이다. 특히 다부처 사업에서 두드러진다. 여러 부처 간 조율에 투입하는 에너지가 가히 소모적이기 때문이다. 효율적으로 관장하는 거버넌스가 절실하다.
Q. 국립바이러스연구소를 세운다는 정부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는가?
A.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을 했던 이공주 교수(카이스트)가 그것을 추진했다. 여러 논의 끝에 감염병은 보건복지부가 맡고 바이러스 기초연구는 과기부가 맡는 식으로 정리된 것으로 안다. 향후 부처 간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설립되기 전인 지금 그 역할을 정교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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