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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생태계 순위 20위 서울, 왜 상하이·도쿄·싱가포르에 뒤지는가?

전병조 (여시재 특별연구원·전 KB증권 사장)

2020.07.24

일자리 만들기 위해서라도 대기업이 벤처시장 들어갈 길 열어줘야

디지털·그린 뉴딜 89만 개 일자리 목표
스타트업 활성화 없인 이룰 수 없다

대규모 경제 위기는 언제나 일자리 감소를 통해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삶을 먼저 위협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전염병 대유행도 일자리를 크게 감소시키고 있다[표 1]. 그것도 가장 어려운 계층의 일자리를 집중적으로 감소시키고 있다[표 2]. 2분기 중 전년 동월 대비 35만~47만 명 수준의 취업자가 감소했다. 3분기 이후 그간의 긴급대책들의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할 뿐이다.

[표 1] 고용률 추이 (자료: 통계청. 2020년 6월 고용동향. 2020.7.15.)
[표 2] 종사자 지위별 취업자 추이 (자료: 통계청. 2020년 6월 고용동향. 2020.7.15.)

나쁜 뉴스는 또 있다. 전염병 위기가 단시일 내에 끝날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이다. ‘전염병과 함께하는 경제(economy with pandemic)’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재난지원금과 같은 긴급대책 이상의 중장기적인 일자리 보호·창출 노력이 필요하다. 7월 14일 발표된 디지털·그린 뉴딜정책은 바로 이러한 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디지털·그린 뉴딜은 향후 3년간 160조 원의 디지털․그린 투자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89만 개 창출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프로그램만으로 일자리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뉴딜만으로 없어진 일자리 공백을 모두 메울 수는 없다. 모두가 정책 프로그램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디지털‧그린 뉴딜 정책에 포함된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책 프로그램에 살을 붙이고 살아 움직이게 하여 현장에서 실제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기업, 특히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는 스타트업이다. 뉴딜 정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빠른 시일 내에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실제 고용 주체인 기업, 특히 스타트업 활성화 정책이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디지털 뉴딜은
두 번의 경제 위기 때도
이미 시행했던 정책

과거 대규모 경제 위기 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적 노력으로부터 시사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는 지금의 위기와 여러 면에서 다르지만, 일자리 면에서는 동일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대규모 실업과 취약계층에 집중된 소득 감소를 초래하였다.

두 번의 위기에서 공통된 일자리 창출 대응은 최소한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대규모 투자/일자리 패키지(뉴딜 스타일)’와 스타트업 육성이다. 위기 시에는 사회안전망 구축 내지 보완정책이 함께 추진된다. 그러나 안전망 강화 정책은 일자리 감소 충격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정책 대응이고 적극적으로 창출하는 정책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 이번에도 우리 정부는 디지털·그린 뉴딜 정책을 통해 이러한 정책대응 경험을 이어 가고 있다.

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시 우리나라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 및 유럽 각국에서 찾을 수 있다. 1998년 우리 정부는 벤처 육성정책을 발표하고 이를 위한 정책자금 지원대책을 발표하였다.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출발한 김대중 정부는 김영삼 정부에서 통과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1997.10월 통과)’을 적극적으로 계승하여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각국은 일자리와 경제회복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경제 활성화 전략으로 스타트업 활성화에 집중하였다. 2011년 중 미국을 필두로 영국, EU는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종합전략을 발표하였다. 2011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은 ‘Startup America Initiative’를 발표하였고, 2011년 3월 영국 캐머런 총리는 ‘Startup Britain Initiative’를 발표하였다, 뒤이어 4월 EU 집행부는 Startup EU를 발표, 미국과 영국의 전략을 회원국 전체로 확산하였다.

전염병 위기 진정된 후에도
전통산업은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

포스트 코로나 세계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세계경제의 변화 흐름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비대면 경제의 활성화는 이미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전통산업의 성장 여력은 지능정보기술 기반 디지털 산업들에 의해 빠르게 잠식되면서 고용 분담 여력 또한 현저히 저하될 것이다.

전염병 위기가 진정되고 난 이후에도 전통산업이 다시 옛날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러한 예상은 전통 산업에 기댄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디지털 경제는 또한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플랫폼 경제의 확산과 독점화 경향은 고용의 질이 새로운 양상으로 나빠질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른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확산, ‘긱 노동자의 양산 가능성’이다. 디지털 경제가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는 하는데, 매우 불안정한 일시고용 노동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는 점은 일자리 창출 정책에서 유의할 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이런 체질 변화는 전통산업 그리고 ‘양적완화’같은 전통적인 거시경제정책만으로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양적완화 정책은 긴급한 일자리 위기의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로 전환되고 있는 경제에서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노동친화적 플랫폼 산업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긱 노동자 확산 가능성 등 플랫폼 경제의 여파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산업 자체의 진화는 물론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다양한 디지털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플랫폼 산업의 독점성을 희석시키면서 노동친화적인 형태의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대안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회경제적 모델을 기초로 한 플랫폼 기업들이다.1) 이러한 플랫폼 산업이 자리를 잡고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거시정책보다는 정교한 사회경제적 정책이 더 효과적이다. 플랫폼 산업이 디지털 경제의 전부는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디지털 산업은 다양하게 창안되고 발전할 수 있다. 아이디어의 문제이지 디지털 산업 내재적인 한계는 아닌 것이다.

기업가정신 무장한 스타트업 육성이
일자리 축소 시대의 돌파구

전통적 산업의 고용부담을 대체하면서 플랫폼 산업의 잠재적 문제를 완화하는 방법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많은 대안들이 논의될 터이지만, 디지털 경제의 스타트업 육성이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경제는 다양한 ‘가능성의 경제 환경’을 만든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자본보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 디지털 경제의 이러한 특성은 ‘기업가 정신’의 발현을 쉽게 하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왕성한 기업가 정신은 혁신을 촉진하며[그림 1], 새로운 성장 동력은 물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원천이 된다[그림 2]. 기업가정신 지수가 높을수록 혁신지수도 경향적으로 높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다양한 스타트업 육성에서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돌파구를 찾는 이유다.

[그림 1] 기업가 정신 지수와 혁신지수
[그림 2] 디지털 경쟁력과 기업가정신 활성화(GEI) 수준의 상관관계: 유럽의 경우

과연 스타트업 육성은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있는 것인가? 전통산업이 맡아오던 고용을 대체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스타트업 육성에 성과를 내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에서 위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해답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혁신기업의 고용성장률과 청년 고용률은 전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 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혁신기업은 2011~2017년 전체 중소기업 고용성장의 70~80%를 점하여 중소기업 부문의 고용성장을 이끌어 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벤처기업은 이노비즈(이노베이션+비즈니스)와 달리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고용성장률을 기록하여 전체 고용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표 3].

[표 3] 기업유형별 고용성장률 및 고용 증감: 2011-2017 2)

혁신기업은 대기업과 함께 청년고용을 지켜내는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2011~2017년 전체 중소기업의 청년고용이 35만 명 감소하였다. 그러나 혁신기업은 오히려 3만 8312명의 청년 고용을 늘렸다[표 4]. 대기업이 동기간 8만 3752명의 청년 고용을 증가시켰는데, 혁신기업이 대기업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45%) 청년고용을 늘린 것이다.

[표 4] 기업유형별 청년고용 증감: 2011-2017 3)

우리나라 벤처 기업은
4대 재벌보다 많은 인력을 고용

2019년 벤처기업 정밀조사에 따르면4), 2018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벤처기업은 3만 6065개로 전년보다 878개가 늘어났다. 올해 신규 벤처 투자액도 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벤처기업들의 한해 매출을 합치면 192조 원으로 삼성(267조 원)에 이어 국내 재계 2위에 해당한다. SK그룹의 매출이 183조 원 수준인데, 벤처기업을 하나의 그룹으로 보면, SK그룹 규모만 한 기업이 탄생한 것과 같다.5)

벤처기업의 고용 인원은 71만 5000명으로 재계 4대 그룹 종사자 합계(66만 8000명) 보다 많다. 벤처기업 평균 종사자 수도 19.8명으로 전년(2017년) 보다 5.3% 늘었다.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혁신기업의 고용 규모가 대기업 못지않다는 것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혁신기업을 현재 보다 두 배 이상 증가시킬 수만 있다면 고용수준도 어림잡아 두 배가 될 것이다. 대기업 그룹 4개가 추가로 생긴 것과 같은 고용 창출이 일어나는 셈이다.

스타트업 기업들의 고용 창출 성과는 스타트업 선진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등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소위 ‘스타트업 생태계 우수국가[표 5]’에서 스타트업들의 고용 창출 기여는 물론 경제성장에 대한 높은 기여도가 확인되고 있다.

[표 5]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 (자료: Startup Genome. June 2020. ‘The Global Startup Ecosystem Report 2020(GSER 2020)’)

EU Commission 자료에 의하면, 유럽의 경우 약 29만 개 신생 스타트업(5년 이하)이 창출한 고용 규모는 약 110만 명, 870억 유로의 가치에 해당한다. 2006~2015년 디지털경제 분야에서 유럽 국가 중 가장 많은 고용 창출을 이룬 국가는 핀란드, 스웨덴, 영국, 네덜란드로서 EU 평균의 8배를 기록하고 있다[표 6]6). EU 집행위는 적극적인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매년 25만 여개의 일자리를 스타트업으로부터 창출하며, 유럽 GDP의 9.5%에 해당하는 스타트업의 가치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EYIF. European Startup Act, Vision 2020)

[표 6] 유럽 주요 도시별 스타트업 고용창출
[그림 3] 유럽 스타트업의 기대 경제효과7)

일자리 창출 성과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우수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가 높은 나라가 일자리 창출 규모도 크다. 영국을 보면 우선 절대적인 일자리 창출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크다. 영국의 3개 도시만 따져도 70만 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표 6]

비상한 시기엔 비상한 방법으로
실기는 실패의 다른 모습일 뿐

스타트업 육성은 코로나 이후 새로운 디지털 경제에서 일자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는 점은 우리나라 자체의 경험과 유럽 선진국의 경험을 통하여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유럽 경쟁국들의 경험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는 그간의 성공적인 벤처 정책 성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서울은 스타트업 생태계 주요 도시 순위에서도 고작 20위에 머물고 있다[표 5]. 아시아권에서도 상하이, 도쿄, 싱가포르에 뒤처진다. 우리가 가진 디지털 경제의 잠재력에 비하면 매우 실망스러운 평가다. 초기 벤처 투자가 활발하지 못하다는 점과 회수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판 뉴딜 발표와 함께 정부에서는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개선에 착수하고 있다. 다양한 정책 대안들이 모색될 것이지만, 두 가지 문제(초기투자 및 회수시장 부진)를 해소하기 위한 유효한 대안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조기 활성화와 ‘벤처전문 투자은행의 설립’이라고 생각한다. 자본과 경영자원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대기업들이 벤처 설립자금과 경영·마케팅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다. 이 두 가지는 벤처업계의 숙원이다.8)

금산분리 등과 관련한 해묵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정책은 언제나 논쟁을 유발한다. 기득권 논란까지 곁들여지면 그냥 이야기가 늘어진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방법이 필요하다. 속도는 더욱 중요하다. 失機는 실패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1) 플랫폼 협동조합(Platform Cooperative, Platform Coop)은 협동조합주의 원리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이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협동조합 모델이다. 플랫폼 경제의 발전을 대표하는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은 소수의 이윤을 보장하는 자본주의적 속성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모델이다. 기업적 공유경제는 취약한 노동조건 속에서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플랫폼 경제의 기술을 활용하면서 기업적 공유경제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모델의 하나로 탄생하게 되었다. 김은경. 2020.1. ‘플랫폼 협동조합(Platform Coop), 공정경제의 출발’. 경기연구원.
2, 3) 윤윤규, 방형준, 노용진. ‘혁신형 중소기업과 청년 일자리 창출’ 고용·노동 브리프 제87호(2019-02)
4) 중소벤처기업부·(사)벤처기업협회. 2019.12. ‘2019년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
5) 2019.5월 현재 대기업 그룹 매출 순위: 삼성이 267조원, SK 183조원 현대차 167조원 LG 126조원 포스코 68조원 순이다.
6, 7) KOTRA. 2018.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과 협력방안’. Global Market Report 18-029.
8) 전병조. 2020.1.6.‘혁신기업금융 전문 투자은행을 설립하자’. 여시재 주간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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