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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로 재편 불가피,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 오고 있다
전 세계 비행기 운행 건수
한 달 만에 3분의 1로 축소
COVID-19의 세계적 유행으로 가장 타격을 받은 산업 중 하나가 항공운항이다. 2월까지는 중국을 중심으로 동북아에서 유행했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3월 들어 유럽과 북미까지 확대되었다. 4월을 지나 5월에 들어서서 출구 전략을 세우는 국가들이 늘고 있으나 불안감은 전혀 가시지 않고 있다. 여름 남반구 대유행을 거쳐 겨울에 다시 북반구로 돌아올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마저 합리적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항공운항 부분이 입을 타격은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가 될 것이다.
올해 2월 대비 3월은 항공기 운항 회수가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민항기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서비스하는 ‘Flightradar24’에 따르면 COVID-19 이전 전 세계의 일일 항공기 운항 회수는 약 12만 건 정도였다. 이는 3월 31일 현재 3만 7000건 정도로 줄었다[그림 1]. 비행 회수만으로 보면 약 1/3로 축소된 것이다. 4월에는 더 줄었을 것이다. 비행기 당 탑승률은 더욱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여, 항공사들이 이번 코로나 사태로 입은 손실은 현재까지 만으로도 천문학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국내 항공사들도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현재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의 “국제선 여객은 96% 급감했고, 국내선 여객은 60%까지 떨어졌으며, 국적 항공사 여객기 374대 중 324대(86.6%)가 멈춰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1)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국제선의 경우 주간 공급 기준 900회가량 운항했으나 현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뉴욕 등 13개 노선을 주 50∼55회 운항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3월 여객 수송량이 전년 동기 대비 75.7% 감소했고 코로나19 국면에서 그나마 선방한 화물 수송량 역시 16%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충분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2) 대한항공은 화물 운송 분야에서 전문 화물 운송사들3) 및 에미레이트항공과 케세이퍼시픽에 이어 세계 6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은 타 민항사들보다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국제여객 운송량의 급감으로 큰 위기를 맞이한 것이 사실이다.
1) 국민일보, “‘벼랑 끝’ 항공업계 몸부림에…정부, 추가지원 내놓나”, 2020년 04월 3일
2) 연합뉴스, “‘유동성 빨간불’ 대한항공, 이달 중 곳간 현금 바닥난다”, 2020년 4월 17일
3) 항공 화물 운송 순위의 1위는 FedEx, 2위는 UPS, 3위는 DHL 등의 전문 화물 운송 기업이다
아시아나를 비롯한 소형항공사들은 더욱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직원의 50%가량을 대상으로 4월 내내 무급휴직을 실시했으며 최근 15일 연장했다. 일본, 중국 및 동남아시아 노선을 운용해온 저비용 항공사들은 그 타격이 더욱더 클 것이다. 단거리 국제노선은 해외 관광 수요에 크게 의존해 왔다. COVID-19로 인해 현재 해외 관광산업은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아마도 장기간 동안 수요 회복이 어려울 것이다.
항공운항 분야에서만
전 세계 일자리 2500만 개 사라질 듯
항공운항 산업의 수요 급감은 일자리들의 대대적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운항사들이 직접 고용하는 일자리가 250만 개에 이른다고 한다.4) 이런 직접 일자리를 포함해 간접-연관 일자리까지 포함하면 6550만 개에 달한다. 항공운송협회는 이 중 2천5백만 개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발표했다. 사라질 일자리들의 대부분은 관광업에 종사하는 인력들로 예상된다. 관광업은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약 7~8%의 국가총생산을 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관광업이 GDP의 2.9% 정도를 차지한다. 이중 많은 부분이 항공기를 이용한 해외여행과 관련되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운송이 정상화되어야 국내의 관련 일자리와 산업도 정상화될 수 있다.
4) 항공정보포털, “Covid-19 special-webpage”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전 세계 항공사의 매출 손실이 2520억 달러(309조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산업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 속에 놓여 있다. 불황이나 불경기 같은 표현으로는 현재의 상황을 도저히 담아낼 수 없다. 항공정보포탈시스템에 의하면 동아시아 전역에서 국내선 항공시장이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2월 말부터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진정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내선은 국제선보다는 상황이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항공사들도 중국 노선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운항을 재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가장 먼저 코로나19의 창궐을 맞이했지만, 또 가장 먼저 극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항공운항산업은 지금까지 몇 번의 유사한 호흡기질환 감염병을 겪어온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3년의 사스(SARS)이다. 국내에서는 2015년 메르스(MERS)의 창궐이 유사한 사례로 남아 있다. 아래 그림 4에서 볼 수 있듯이 항공여객운송은 전염병이 시작된 이후 2~4개월 지점에서 가장 큰 수요 감소가 있었다. 그리고 V자형의 강력한 회복을 보여준 바 있다. 감염병 창궐에 의한 영향을 완전히 극복하는 데는 7~8개월이면 충분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번 COVID-19도 동일한 반등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먼저 이번 COVID-19는 이전까지의 전염병과는 그 규모에 있어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COVID-19는 1차 세계대전이 막 종료된 시기에 전 세계적 유행을 가져온 스페인 독감이라 불리는 H1N1 독감과 유사한 규모이다. 몇 달 내에 정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아마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V자 회복보다는 L자형의 장기적인 침체가 예상되기도 한다. 보다 낙관적으로 보아도 COVID-19 이전의 항공여객운송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2~3년의 장기적인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COVID-19 이전의 감염병들은 대부분이 한두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항공운항은 국제선보다는 해당 국가의 국내선 운송의 침체를 가져왔다. 한두 국가에서 유행하는 감염병은 유행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이 때문에 운송 수요는 빠른 시일 내에 회복이 가능했다. 하나의 국가 내에서 감염병이 유행할 경우에는 보다 통일된 대응이 가능하다. 공항과 공항 간의 노선을 정지시키고 재개시키는 것이 한 국가 내에서 정책적인 판단을 통해 결정할 수 있다. 이번 COVID-19는 국제노선을 재개시켜야 한다. 국가별로 COVID-19에 대한 방역 수준과 정책이 상이하다. 또 각국이 발표하는 COVID-19의 감염 현황에 대한 데이터의 신뢰도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국제 항공노선을 COVID-19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다.
COVID-19에도 불구하고
화물 수요는 여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 상황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몇몇 항공사들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해 사용하고 있다. 여객기는 두 개의 층5)으로 구성된다. 우리가 익숙한 위층에는 승객들이 탑승하고, 아래층은 승객들의 짐과 화물들을 싣는다. 이번 COVID-19는 각국 간의 여객 수요는 감소시켰지만, 화물운송수요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항공사들은 화물칸에 긴급의료품이나 코로나19 테스트 키트 등을 실어 운송하고 있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항공사들도 존재한다. 대한항공이나 중국동방항공 등은 이코노미 좌석을 모두 제거하고, 이 공간에 경량 화물을 싣고 있다. 코로나19로 의료용 가운이나 장갑 그리고 마스크 등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항공은 전세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 퍼져있는 자국민들을 본국으로 송환하고, 긴급한 일정이 발생한 기업인들을 특정한 지역으로 수송해야 할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 노선이 폐지된 타국으로 긴급 물자를 수송하거나, 현지로 인력을 파견하고 다시 귀환시키기 위해 각국의 정부들은 전세기를 투입하고 있다.
5) A380, B747과 같은 초대형기들은 3층으로 구성된다.
위의 그림은 작년과 올해 4월 중순의 유럽 공역(airspace)의 항공교통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과 같은 급격한 교통량 감소는 필연적으로 항공사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영국의 플라이비(Flybe), 호주의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미국의 TSA(Trans States Airlines) 등이 파산이나 파산보호신청을 한 대표적인 항공사들이다. 이 항공사들은 대표적인 저가항공사들이다. 최근 몇 년간 공격적으로 비행 편을 확장해 온 항공사들이 가장 먼저 위기에 노출되고 있다.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미국정부와 아메리칸‧유나이티드‧델타항공 등 미국의 주요 민간 항공사는 4월 15일 총 58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구조 패키지에 합의”했으며, “이 가운데 250억달러는 여객 항공사, 250억 달러는 직원 대상으로 한 급여 및 복지 지원, 80억 달러는 화물 항공사 및 연관 업체들에 대한 지원에 쓰일 것”이라고 한다.6) 미국과 유럽의 각국 정부들은 대대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위기에 빠진 항공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COVID-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재정건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항공사들은 파산이 불가피할 수 있다.
6) 항공정보포털, ‘미국의 보잉 지원법 봤더니… “국민세금 철저히 환수”’, 2020년 4월 22일
이번 코로나19사태는 몇 가지 큰 교훈을 준다. 관광객 중심의 항공여객운송이 중단되더라도 필수 물품의 운송수요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래에도 항공기를 활용한 화물 운송은 각 국가들을 유지시키기 위한 필수 수단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국제적으로 화물은 선박과 항공기, 그리고 대형 트럭으로 운송된다. 선박과 대형 트럭은 항공기 보다 수송비용 측면에서 훨씬 우수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소형 경량의 고가품이나 의료품과 같은 긴급 수요는 항공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래에는 다양한 항공 화물에 대한 국제적인 운송수단이 필요해질 수 있다. 육로로 연결되지 않은 두 도시 간에 빠르게 소규모의 화물을 운송하기 위한 화물 전용 항공기 등이 국제적인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7)간 운송수단의 발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COVID-19 사태로 앞으로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강화할 것이다. 바이러스와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외국의 특정 도시를 방문하기 위해 필요한 교통수단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도시를 거쳐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는 바로 목적지로 직항하는 항공기 편을 이용하고자 할 것이다.
7) 중소형급 도시들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항공편을 “포인트 투 포인트”라고 표현하며, 이는 거점 도시를 거쳐 이동하는 허브 투 스포크(hub to spoke)에 대립되는 개념이다.
드론 수요 급격히 늘듯
또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고 대중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택시 등의 운송수단들은 필수적으로 운전자를 필요로 한다. 이번 COVID-19의 세계적 대유행은 조종사나 기사 등이 배제된 운송수단에 대한 수요가 생각보다 빨리 확산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드론은 보다 많은 분야에서 각광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외출을 강력하게 자제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물품에 대한 배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드론 배달은 생각 보다 구현 시기가 당겨질 수 있다. 배달용 드론은 피크 타임에 배달부 수요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 등장할 수 있다. 외출이 통제된 상황에서 로봇 배달이나 드론 배달은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드론을 이용한 야외 측량이나 드론을 이용한 원격관광체험도 앞으로 확대가 예상되는 서비스이다.
COVID-19로 인해 항공산업은 국제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항공여객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민항기 제조 산업도 덩달아 위기를 겪고 있다. 민항기 제조업은 부품 생산이 전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는, 대표적인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산업이다. 한 두 국가가 감염병 확산으로 전면 봉쇄(lock-down) 되면 이는 민항기 생산 자체를 정지시킬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드론 산업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산 드론을 생산해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대전의 네스앤텍8)은 통신 부품을 캐나다로부터 조달받고 있다. 그런데 이 통신부품의 핵심소자 하나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의 생산이 정지되자 덩달아 캐나다의 통신부품 제조사도 생산이 불가능해졌다. 최종적으로는 국산 드론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이러한 글로벌한 생산방식은 COVID-19 이후에는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많은 글로벌 대기업들은 생산지를 선정하는 기준에서 가격뿐만 아니라 감염병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북미의 국가들이 이번 COVID-19로 인해 불가피하게 국가봉쇄를 단행했다. 유럽과 북미 대기업들은 단지 제조업의 리쇼어링(reshoring)9)이 대안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면에서 이번 COVID-19에 대한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대응은 우리나라 제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8) 네스앤텍(대표 이기성)은 드론으로는 조달청의 우수조달물품으로 최초로 등록된 회사다.
9) 중국, 멕시코, 동남아등으로 이전된 제조공장들을 다시금 미국이나 유럽으로 재유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드론 같은 혁신 산업에
국가적 역량 모아야
COVID-19는 드론에 새로운 다양한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드론은 대표적인 비대면 자동기기이다. 드론은 농업, 측량, 경비, 건설 등에서 더욱 더 활용 폭을 넓혀갈 것이다. 드론 배달이나 드론 택시와 같이 제도적인 제약으로 상용화가 지연되는 분야에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드론 산업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 인프라 구축, 원천기술 개발 그리고 시범 서비스 수행 등이 복합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COVID-19는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세계가 경험하지 못한 위기에 매우 잘 대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국가적 역량을 드론과 같은 혁신 신산업 육성으로 모을 필요가 있다.
COVID-19로 글로벌 밸류체인에 대한 검토가 전 세계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특히 중국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앞서 얘기했듯이 모든 나라가 리쇼어링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밸류체인이 부분 재편되는 과정에서 중간 고리들이 어디로 갈까? 이 문제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환경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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