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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미국의 전략 - 트럼프 정책의 부작용

나지원

2017.02.14

[SPECIAL REPORT]
중앙SUNDAY·與時齋 공동기획 세계가 묻고 세계가 답하다
經濟展望 불확실성의 시대, 미·중·러·유럽의 전략

미국-트럼프 정책의 부작용
생산기지 이전, 소비자·노동자 후생만 악화시킬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국 외교협회(CFR)는 ‘2017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불확실성이 리스크를 키우면서 기업의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 큰 문제는 불안한 고용과 성장, 금융시장에서 비롯되는 민심 악화에서 자유로운 국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남미 국가들은 실질임금 감소와 고도의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고 있으며, 2008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여전히 부실채권에 허덕이는 한편 체질개선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미국서 공장 세워 제품 만들어도
비용·가격 올라 경쟁력 떨어지고

교역 상대국 보복 조치 부를 경우
남아 있던 미국 수출업계도 타격

유럽중앙은행(ECB)은 사실상 0% 금리 정책 기조를 통해 경기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각국 재정정책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독일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이기 때문에 재정 확장을 원치 않는 반면,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이미 공공부문 부채가 과중한 모순적인 상황에서 영국은 브렉시트를 선언했다. 이언 베그 연구원은 “지금까지 브렉시트의 악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본격적인 탈퇴 협상이 시작되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CFR 보고서는 이러한 만성 불황의 해법을 중국 정책 변화에서 찾고 있다. 중국이 금리 인하, 대출 규제 완화 등 고전적인 경기 안정책으로 지난해에 급한 불은 껐지만 대출 주체가 공공기관에 집중돼 있으며 국내총생산(GDP)의 50%에 육박하는 높은 저축률에 비해 여전히 취약한 민간 소비를 적극적으로 진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미국 내 경제 문제 분석에 치중하고 있다. 대니 바하르 연구원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평균 관세율 비교를 통해 35%의 수입관세율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지적하면서 “국제무역론 기초지식만 있어도 이런 정책이 미국 소비자와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도리어 후생 수준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미국에서 자국에서 생산되지 않던 제품을 만들더라도 비용과 가격 상승으로 구매력은 떨어지는 반면, 교역 상대국의 보복조치를 초래해 남아 있던 미국의 수출산업마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데이비드 달러 선임연구원 역시 제조업 부문 일자리 감소는 기술 진보에 기인하므로 트럼프 정책이 일시적으로는 제조업 고용 증가를 가져오더라도 제조업 부문 생산성이 서비스 부문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한 제조업 부문 고용은 다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무역수지 적자 완화를 위해 관세율을 높이면 결국 통화가치 상승으로 귀결되면서 오히려 미국 수출품에 세금이 붙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해악이 분명함에도 왜 트럼프에게 열광하는가. 헤리티지재단의 ‘2017년 경제 전망’ 보고서는 이렇게 진단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GDP 성장률과 실업률은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2008년 경제 위기로 추세선 아래로 이탈한 GDP 성장곡선이 원래 궤도로 다시 반등하지 못한 수준에서 성장률만 ‘정상화’된 것이다. 4%대에서 안정된 실업률 역시 경제활동인구 자체의 비율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착시효과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임금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은 데 비해 생활비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체감경기와 생활수준 악화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기술혁신과 함께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 완화와 철폐가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처방한다. 단기적 해결책으로 규제 완화를 통한 생활비 절감을 통해 실질소득과 구매력을 증진시킬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민간부문 투자 확대라는 해법은 트럼프가 공언했던 보호주의적 경제 정책과는 근본적으로 상충관계에 있다는 게 문제다.

트럼프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 선언은 미국뿐 아니라 역내 국가들에도 정치·경제적 문제를 가중시킬 것이란 점이다. 우선 경제 협력을 통해 안보 위협을 완화하던 상호의존적 구도가 안보와 경제의 분리로 인해 노골적인 경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역내 국가들의 안보 리스크와 비용이 동시에 증가한다.

패트릭 오코너라는 가명으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기고한 외국 외교관은 “장애물이 더욱 많아졌지만 남은 회원국들이 TPP를 지속해야 하며 미국도 너무 늦기 전에 협정에 복귀해야 우방의 신뢰를 잃지 않고 역내 경제안보 체제에서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새 정부는 이와 반대되는 조치를 거침없이 내렸다. 2017년 미국 안보의 최대 위협은 미국 자신의 국내 문제라던 지적이 경제 분야에서도 어김없이, 그리고 불길하게 들어맞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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