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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세계 경제 ① 중국] 구조적 장벽 봉착한 中 경제, 한국에 새로운 기회?

이현태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2020.03.24

코로나는 서구와 중국 간 체제 경쟁의 새로운 서막 될 수도


현대자동차 중국 공장 생산 라인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HMG JOURNAL)

(재)여시재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경제, 거버넌스 변화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연재를 시작한다. 당장은 먹고사는 문제부터 시작한다. 그 첫 번째로 인천대 이현태 교수가 여시재와의 협동연구를 거쳐 ‘중국 경제’의 앞날에 대한 글을 썼다. ‘일본 경제’ ‘중국 거버넌스’ ‘일본 거버너스’ ‘아시아 4개국의 코로나 정책평가’ 등으로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여시재는 18~19세기 시작된 산업문명이 지속불가능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고 지난 몇 년 간 문명 전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모색해왔다. 현대 거대도시 문명의 한계를 넘어설 ‘신문명도시’의 건설도 개념적으로나마 제안해왔다. 앞으로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물도 지속적으로 내보낼 예정이다.

중국 중심 밸류체인
세계 투자·무역질서에도
큰 영향 줄 것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안전한 지역은 없다. 아시아에서 남아메리카까지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사태 초기만 해도 3월말쯤이면 종식 상황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심지어 2년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바이러스 역학 흐름에 근거, 세계 인구의 60~70% 이상이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만 1억 6000~2억 1000만 명이 감염될 수 있다고 했다(NY times, 3/14). 대외의존도가 높은 개방형 경제 시스템인 한국으로서는 당분간 전방위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희소식은 발원지 중국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중국이 감염병 통계를 감추고 있지 않다는 전제 위에서다. 3월 10일 시진핑 주석이 우한을 방문한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중국 경제를 옥죄고 있던 이동 제한과 봉쇄 조치도 풀리고 있다. 공장은 다시 문을 열고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코로나19로 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는 단기적으로 중국의 경제성장을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산업구조 변화까지 야기할 수 있다. 나아가 중국 중심의 글로벌 밸류체인의 변화, 세계 무역·투자질서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 V자형 회복 가능할까

코로나19는 중국에 여러 경로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 우선 민간 소비와 투자를 감소시킨다. 소비자는 외출을 삼가고 지출을 줄인다. 불확실성에 직면한 기업가는 신규 투자를 꺼린다. 활용할 노동자도 줄어들고 기계는 멈춰 서면서 생산 활동이 위축된다. 국가의 수요와 공급이 모두 타격을 입는다. 다만 부정적 영향의 크기는 산업에 따라 다르다. 대면 접촉을 전제하는 문화관광, 교통운수, 음식숙박 등 서비스업의 손실이 가장 크다. 제조업에서는 노동자를 많이 쓰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자본집약적 산업보다 고통을 더 받는다.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은 단기적으로 크게 하락한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전염병은 경제의 성장 잠재력 자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국가의 기술, 노동, 자본(설비), 자연자원 수준이 장기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요소들인데, 전염병이 통제된 후에 수요가 살아나면 이들은 다시 생산과정에 투입되어 빠른 회복을 이끈다. 재난경제학(Economics of Disaster)은 자연재해나 전염병으로 당장 인명과 재산피해가 크지만 이후 새로운 수요가 극적인 회복을 가져온다고 설명한다. 중국 정부도 이런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월 초에도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国家发展和改革委员会)는 부정적 영향이 일시적이며 경제의 장기 발전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강조하였다. 2003년 사스(SARS) 시기가 그러하였다. 2003년 중국의 2/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2.0% p 감소했지만 연간 성장률은 오히려 0.9% p 증가했다. 위축되었던 생산과 소비가 후반기에 빠르게 회복하면서 나온 V자형 회복이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의 바람처럼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는 빠르게 회복할 것인가?

긍정적 요인들은 있다. 과거에 비해서 중국의 행정력과 경제력이 강해져서 전염병 같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향상되었다. 중국 정부는 비교적 빠르게 코로나19를 통제하는데 성공했다. 사스가 2002년 11월 시작되어 2003년 7월에야 마무리된 반면, 코로나19는 작년 12월에 시작된 후 3월 말에 일단 흐름을 잡았다. 물론 중국 정부의 통계를 신뢰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서다. 중국 정부는 강력한 봉쇄와 통제 정책을 펼쳐 성공을 거두었다. 전염병을 빨리 통제할수록 경제의 회복도 빨라진다.

또한 중국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한 강력한 금융, 재정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 등을 인하하면서 5.1조 위안 위안에 달하는 유동성을 추가 공급한다. 중앙 정부도 내수 활성화, 규제 완화, 세제 감면, 인프라 건설 등의 재정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지방정부들도 총 25조 위안(약 4400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올해 집행될 투자 계획만 약 3.5조 위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4조 위안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펼쳐 경기 하락을 막았던 것을 연상하게 한다.

이미 구조적 하강기에 들어간 상태
경제 주체들의 여력도 제한

그러나 빠른 회복을 방해하는 장애물도 여럿이다. 우선 2003년 사드 때보다 글로벌 경기가 더 나쁜데, 중국 경제는 글로벌 경제와 더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상상 이상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스 시기 2003, 2004년 세계경제성장률은 각각 3.8%, 5.1%에 달했다. 반면 지금은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경고가 여러 곳에서 나온다. OECD는 3월 초까지만 해도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2.4%로 잡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을 휩쓸기 시작한 이후인 지난 3월 23일 국제금융협회(IIF)는 마이너스 1.5%로 낮췄다. 국제금융협회는 세계 주요 금융사 450곳 이상이 가입한 단체다. IIF는 당초 전망치 2.6%를 3월 5일 1.6%로 낮추더니 19일에는 0.4%로, 그리고 불과 나흘 후인 23일 마이너스 1.5%까지 내렸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으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중국은 수년째 미중 통상 분쟁으로 인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둘째 중국 경제는 이미 구조적인 하강기에 들어선 상태이다. 2000년대 투자와 수출 증가에 힘입어 고성장을 거듭했던 중국 경제는 2010년 이후 신창타이(新常態)에 들어서서 예전 같은 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따라서 전염병으로 인한 충격을 이전처럼 빠르게 회복하기는 어렵다.

셋째 경제 주체들의 여력이 제한되어 있다. 2019년 상반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부채비율이 250%에 육박하면서 전년 대비 5.98% p 증가하였다. 부문별로는 기업 부문이 153.6%에서 156.9%로, 가계 부문은 53.2%에서 54.3%로, 정부 부문은 37.0%에서 37.7%로 모두 상승하였는데, 특히 국유기업 및 지방정부의 부채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제주체들의 높은 부채비율은 경기회복을 위한 자금 동원에 부담을 준다.

결국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는 중국 국내외의 문제들과 결합되어, 분기 성장률은 물론 연간 성장률까지 상당히 끌어내릴 것이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20년 1~2월 경제지표도 모두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이런 예상을 뒷받침하였다(산업 생산 증가율 -13.5%, 소비 -20.5%, 투자 -24.5%, 수출 -17.2%). 3월 21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2020년 중국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2019년의 절반인 2.9%로 크게 낮추었다.

구조조정 없이는 도약 없는데
코로나로 구조조정 어려워질 것

코로나19의 가장 부정적인 영향은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노동, 자본 등 주로 자원 투입량을 늘리면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 선진국 반열에 오르려면 자원을 동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 진보를 통해 자원 사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수요 측면에서는 투자와 수출에, 산업 측면에서는 제조업에 주로 의존해 왔는데, 지속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서는 민간 소비와 서비스업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서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중국 정부 또한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대처해 왔다. 2008년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 과잉 투자로 인한 과잉 생산, 기업 수익률 하락, 부채 증가, 부동산 폭등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간의 성장 방식에 대한 근본적 전환을 시도하였다. 2016년 중국 정부가 시작한 ‘공급 측 구조 개혁’은 △설비 과잉 해소 △기업 부채 축소 △부동산 재고 해소 △기업 원가 절감 △신성장동력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체질 전환을 위한 노력으로, 설비 과잉 해소, 부채 감소, 부동산 가격 안정에서 일정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중국제조2025’, 인터넷+,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촉진 정책 등을 통해서 신성장산업의 기술 역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곳간은 넉넉지 않고
정책은 의심받고

그러나 코로나19는 중국의 경제 구조조정 노력을 방해할 공산이 크다. 위에서 보았듯이 코로나19는 중국 정부에게 과거식 팽창적 재정금융정책을 강요하고 있다. 비록 국가통계국 마오성융(毛盛勇) 대변인이 중국은 전염병과 국내외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거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겠지만 “물이 넘치듯 하지는 않을 것(不会搞大水漫灌)”이라고 강조했으나, 경기 회복이 지연된다면 이런 안정적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중국정부는 4조 위안의 대규모 자금을 풀었는데 주로 철강·석탄·시멘트 등 전통 산업에 집중되어 설비 과잉·과잉 생산을 초래하고 건설 인프라와 부동산 분야에서도 중복투자와 자원낭비로 이어졌다. 이는 기업들의 기업 부채 상승, 수익성 악화, 신규 투자 여력 감소로 이어지면서 2013년 19.1%에 이르던 고정자산 투자율이 2019년 5.4%까지 하락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비록 중국 정부는 이번에 新 인프라 건설을 주창하면서 5G 네트워크·사물인터넷·인공지능 등 산업 파급 효과가 크고 미래지향적인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천명하였으나 이 또한 얼마나 효율적인 투자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중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명 경제학자인 류스진(劉世錦) 인민은행 고문은 이런 상황일수록 경기부양책보다는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구조조정 정책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장빈(張斌) 중국사회과학원(中國社科院) 연구원도 2008년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적절한 금융 매개 없이 이루어져 그림자 금융, 채무 확대, 금융 리스크 증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재정 금융 정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정부와 기업의 부채를 늘리거나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데 그친다면 신창타이에 들어선 이후 경제 구조조정에 노력해온 정부의 시도에 찬물을 끼얹고 향후 경제에도 무거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도 극복해야 하고, 경제의 체질 전환 또한 도모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둘 다 막대한 자금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나 기업의 곳간은 넉넉하지 않고 정부의 정책은 효과를 의심받고 있다.

중국식 성장 모델
유효할 것인가?

2004년 라모((Joshua Cooper Ramo)가 ‘베이징 컨센서스’를 제시하면서 중국 특유의 경제 성장 모델에 대한 논쟁이 있어 왔다. 대략적인 결론은 중국은 권위주의 정치 체제와 역동적인 시장 중심 경제를 결합하려고 시도하는 모델로서, 시장화를 추구하면서도 정부가 개입하는 정도가 크고, 지방 분권화와 외자 유치를 앞세운다는 면에서 ‘서구식 성장모델(워싱턴 컨센서스)’이나 ‘동아시아 발전모델’과 다르다는 것이다. 시진핑 정부 하에서 중국 성장 모델의 이런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장화 개혁은 지지부진하고 일부 대형 국유기업들은 더욱 강화되었다. 중국 국내외의 많은 학자들은 이런 모델은 지속불가능하다고 비판해 왔다. 이들은 중국이 개방적이고 대의적인 정치 체제로 바꾸지 않으면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 체제를 개방하고 시민사회에 대한 통제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 정부는 이에 반하는 행보를 걸어온 셈이다. 그리고 이 국가 개입적 특징은 미중 통상 분쟁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이 경제 위기를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에 따라, 중국이 고수해온 국가 주도 경제성장 모델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은 빠르게 코로나19 통제에 성공했다면서 중국식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시작했다. 만약 중국이 자국의 경기 침체도 극복하고 세계 경제의 회복에도 기여한다면 국제사회에서 평가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코로나 초기 미국과 EU가 기대 보다 적절한 대응에 실패하고 있으며 경제 또한 큰 혼란에 빠지고 있는 것에 대비될 수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서구에서 크게 비판받아온 중국식 경제 모델에 대한 긍정적인 재평가를 유도하고, 나아가 제3세계에 전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으려 하는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코로나19는 서구와 중국의 체제 경쟁의 새로운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가며

코로나19는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을 크게 하락시키고, 이는 2003년 사스 때 보다 더 길고 깊을 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침체와 신창타이로 인한 중국 경제의 활력 저하가 빠른 회복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 회복을 위한 팽창적 재정금융정책은 그간의 경제구조조정을 위한 노력을 반감시키면서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질적 변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중국이 얼마나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글로벌 경제 회복에 기여하느냐에 따라 중국식 경제 체제에 대한 평가도 높아질 공산이 크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경제의 변화는 한국에 큰 영향을 준다. 당장 중국 경제성장률 저하, 수출 및 소비 둔화는 한국의 對中 수출, 투자에 좋지 않다. 한국은 이런 단기적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코로나19의 장기적 영향에도 대비해야 한다. 예컨대, 중국의 경제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중국의 철강, 조선 등에 대한 과잉투자가 세계시장을 교란했던 사실이 있다. 이런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 반면 중국 경제의 질적 변환이 지연되면 중국과 여러 첨단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한중 경제가 얼마나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었다. 우리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경제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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