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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는 국제연합 중시, 국제경제는 자유주의 옹호
현대 일본의 최대 관심사가 ‘중국’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변화’ ‘미중관계의 미래’에 대한 수많은 세미나와 심포지엄, 비공개 학습모임이 열린다. 그 밀도는 한국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을 훨씬 뛰어넘는다. 정계, 재계, 학계는 그런 모임들을 통해 진로를 잡는다. 일본의 지식 엘리트들이 중국을 어떻게 보는가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것이다. |
<들어가며>
미국 중심 안전보장체제에 반발
오히려 ‘자유무역 옹호자’로 행동
중국 시진핑 정권은 어떤 국제질서관을 가지고 있는가. 최근 중국 정부는 현재의 국제질서를 100년 미증유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그 전환점에서 중국은 자신이 생각하는 세계질서로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공개적으로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국제정치에 있어서는 국제연합 헌장에 의거한 질서를 상정하고, 경제면에 있어서는 자유롭고 열린 경제무역질서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은 국제정치 측면에 있어서 서방 국가들의 가치관이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안전보장 체제에 반발하면서도 기존의 국제질서 전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연합 및 그와 관련된 조직들을 수용하고 있다. 또한 IMF, 세계은행, WTO와 같은 경제적 틀은 수용하되 보호주의적 경제무역 정책은 단호히 항의하며 ‘자유롭고 열린 경제무역 질서의 옹호자’로서 행동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오히려 기존 국제질서의 옹호자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정치 측면에 있어서 리버럴한 가치를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며 군사안보 측면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과 중국이 대립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중 대립은 이러한 시진핑의 국제질서관을 바꿀 것을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보호주의적 경향을 비판할 수 있기 때문에 시진핑의 국제질서관을 공고히 하는 측면이 있다.
이 글에서는 시진핑 정권이 이러한 세계질서관을 갖게 된 경위와 과정을 시진핑 자신과 중국 언론을 통해 고찰하고자 한다.
1. 후진타오 정권 계승과 새로운 문제 제기(2012~2014년)
시진핑, 집권 1년 후
국제관계 이념 본격 제시
일대일로는 ‘신형 국제관계’의 실험장
시진핑은 2012년 가을에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되었으나 곧바로 적극적인 말과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후진타오의 말을 계승함과 동시에 외교에 관해서도 비교적 신중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3년부터 시진핑 정부 외교 이념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용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진핑은 2013년 3월 모스크바 연설에서 19세기와 20세기형 식민지를 가진 제국주의와 냉전형 국제질서를 비판하며 윈-윈의 ‘신형국제관계’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형 국제관계라는 용어는 후진타오 시대부터 사용되었으나 시진핑 시기에 들어와서 외교 이념의 중추를 이루는 용어가 된다. 또한 시진핑은 일대일로 구상을 제기했는데 이것 또한 후진타오 시기의 주변 외교를 바탕으로 제기된 것이었다. 그리고 일대일로는 신형 국제관계의 실험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일대일로는 중국과 ASEAN, 상하이협력기구(중 러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기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6개 정회원국과 4개 옵서버 국가로 구성된 중국 중심 협의체) 등 후진타오 정권의 주변 외교정책 하에서 발전해온 지역적 틀을 조합한 것이며 거기에 인프라 투자를 통해 국제 공공재를 제공하고 질서 형성을 이루고자 하는 구상이다. 물론 거기에는 정치적 군사적 함의도 있으나 경제를 전면에 내세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중국에게는 경제 국력이 정치, 군사 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정치, 군사 측면에서는 미국에 대항할만한 힘이 없는데 비해 경제면에서는 미국에 대항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고 영향력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제면에서 기존 국제질서를 지지하고 이용함으로써 국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후진타오 정권으로부터의 일정한 계승적 성향은 2013년 10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주변 외교 공작좌담회’에서도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시진핑은 후진타오가 이용해온 주변 외교와 관련된 말을 반복 사용하면서 “분발유위(奮発有為)해서 주변 외교를 추진하고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좋은 주변 외교를, 우리나라의 발전에 더욱 많은 혜택을 주고 동시에 주변 국가들과 함께 공동발전을 이룰 것이다”, 그리고 “한층 더 적극유위적(積極有為的)으로 주변 외교 공작을 다할 것” 등을 언급하였다. 이는 ‘(견지)도광양회-(적극)유소작위’ 라고 하는 후진타오 정권의 대외정책의 기본 이념을 부분적으로 계승한 것이며, 앞부분의 ‘도광양회’는 계승하지 않고 후반부의 ‘분발유위’와 ‘적극유위’를 계승한 것이었다.
“아시아 안보는 아시아가”
‘아시아 新안전보장론’ 제기
한편 이 경제관계를 기초로 한 ‘신형국제관계’에 대해서는 보완해야 할 측면도 있었다. 예를 들어 외교부장 왕이(王毅)는 2013년 9월에 ‘정확한 의(義)와 이(利)’라는 개념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는 일대일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었다. 즉 중국이 유라시아에서 아프리카 등으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결국 중국의 이익만을 확대할 뿐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 중국은 ‘의(義)’라는 중국의 독자적 개념을 가지고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의’에 입각해서 개발도상국의 입장에 다가가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경제를 앞세운 시진핑 정부가 정치, 군사 측면에 대해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시진핑은 2014년 5월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협력 및 신뢰구축회의’(1992년 출범한 아시아 지역안보협의체. 중국 한국을 포함한 24개 국가 참여. 미국 일본은 옵서버) 제4차 정상회의에서 “아시아의 일은 아시아 인민이 해야 할 것이고, 아시아의 문제는 아시아인이 처리해야 하고, 아시아의 안전은 아시아인이 보호해야 할 것”이라며 아시아의 안전보장은 아시아가 맡아야 한다는 ‘아시아신(新)안전보장관’을 제기했다. 물론 중국은 군사 확대를 경계하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 평화적 입장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한 점에서 저우언라이의 평화우호5원칙이나 내정불간섭원칙이 계속 계승돼야 한다는 생각은 시진핑정권에도 존재한다. 그것은 2014년 6월 말에 인도와 미얀마의 정상을 초청해서 행해진 평화우호5원칙 60주년을 기념하는 일련의 행사에서 진행된 논의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아시아 신안보관을 제기하면서도 미국 비판을 소리 높여 전개한 것은 아니다. 2014년 11월 말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외사공작회의 논의에 있었던 것처럼, 이 서로의 핵심이익을 중시하는 ‘특색 있는 대국 외교’를 미국과 진행할 것을 상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2012년에 성립된 시진핑 정부는 대외정책과 국제질서 인식 측면에서 후진타오 정권을 계승하면서도 신형 국제관계와 일대일로, 정확의리(正確義利)관, 평화5원칙과 내정불간섭원칙의 계승, 도광양회・유소작위 대신 ‘분발유위’와 ‘적극유위’의 제기, 그리고 아시아 신 안보관, 특색 있는 대국 외교 등과 같은 개념들을 잇달아 제기했다.
2. 유엔 중시 강조 (2015년)
2015년 유엔 연설
“순풍 탄 중국호에 탑승하라”
이러한 일련의 개념이 집약된 것이 시진핑의 2015년 유엔 연설이었다. 2015년 9월 말 뉴욕 유엔총회에 선 시진핑은 “중국은 줄곧 세계 평화의 건설자”이며 “평화발전의 길을 걷고 세계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또한 스스로가 어떻게 발전하더라도 중국은 결코 패권을 주창하지 않을 것” 등을 주장했다. 또한 “중국은 시종 세계 발전의 공헌자”이자 “함께 발전의 길을 걷고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윈-윈 관계를 위한 개방 전략을 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세계를 향해 “각국이 중국의 발전을 위한 ‘순풍을 맞은 배’에 탈 것을 환영한다”며 서구의 기존 질서를 대체할 중국의 국제질서관에 각국을 유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엔 중시 지속적으로 표명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히 시진핑이 나타낸 유엔 중시의 자세였다. 즉 “중국은 늘 국제질서의 옹호자이며 협력 발전의 길을 걸을 것을 약속한다. 중국은 최초로 국제연합 헌장에 서명을 한 나라이며 국제연합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질서와 국제시스템을 계속 유지시켜 나가겠다”며 국제연합과 함께 가는 국제질서의 옹호자임을 주창하였다. 물론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속한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진핑은 유엔 지속가능개발회의에서도 유엔 중시의 자세를 보였으며 희생이 발생하더라도 다자적 틀을 위한 자금과 인적 자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러한 유엔 중시의 자세는 중국 내에서도 명확했다. 2015년 10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제27회 학습회에서도 “현재 세계에는 다양한 갈등과 불공평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국제연합의 취지와 원칙이 시대에 뒤처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취지와 원칙이 아직도 유효하게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로 표현되었다.
2016년에도 시진핑의 유엔 중시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 “국제연합헌장이라는 취지와 원칙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질서 및 국제관계를 함께 지키고 국제질서를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도록 할 것”을 중국의 임무로 삼았다.
3. 2016년 7월부터 강경 자세: 세계질서와 국제질서 (2016 - 2017년)
“기존 국제질서에 도전하지 않는다”
미 안보보좌관에 표명
그러나 2016년 7월에 상설중재재판소에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재판 결과가 나오자 중국 외교부는 그 결정을 “휴지조각”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는 중국이 기존의 국제질서를 적대시하고 여기에 도전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중국으로서는 재판 결과 자체 보다 절차가 문제라며 전면 비판을 회피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행위는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구심을 낳게 했다.
2016년 7월 25일 미국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수잔 라이스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과 회담했다. 이때 시진핑은 중국이 기존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중국이 강대해지려고는 해도 결코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 중국은 결코 기존의 국제질서에도 국제규범에도 도전할 의도가 없다 (When China grows strong, it will never seek hegemony. China does not intend to challenge the current international order or rules either)”고 말했다. 시진핑은 신형 대국(大国)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는 2015년까지 형성되어온 시진핑 정부의 국제질서관과 외교 이념의 연장선상에 있다.
팍스아메리카나 세계질서 반대
그러나 그보다 이전인 7월 6일, 전국인민대표회의 외교위원장 푸잉(傅瑩)은 영국의 채텀하우스에서 ‘중국과 국제질서의 장래(China and the Future of International Order)’라는 강연을 한 바 있다. 여기서 푸잉은 세계질서(world order)와 국제질서(international order)를 구분해 미국의 기존 질서를 세계질서(world order)로, 중국이 주도할 새로운 질서를 국제질서(international order)로 보았다. 푸잉은 전자의 세계질서는 일반적으로 팍스 아메리카나로 분류되며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그것은 ①미국과 서방의 가치체계 ②미국의 군사동맹망 ③국제연합과 그 조직들이다. 이 세계질서는 국제질서의 역사적 배경이자 근대에서 기능한 것이었으며 미국은 이를 뒷받침함과 동시에 그 질서의 주도자로서 많은 이익을 얻어왔다고 푸잉은 말했다. 그리고 중국은 (그 세계질서가 아니라) 국제질서에 공헌하는 존재이며 이때의 국제질서란 즉 국제법의 여러 원칙을 포함한 국제연합과 그 조직들이고 세계질서와 어울리면서도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또한 중국은 유엔의 창시자이자 수혜자이기도 하며 지지자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항을 새로이 창출할 의도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들을 시진핑 국가주석의 말로서 인용한 것이었다. 이 세계질서와 국제질서라는 말의 구별 그리고 유엔을 양자의 매개체로 한다는 개념 정리는 이후에도 많은 연구자에게 인용되었다.
2017년 1월 제네바 유엔 사무국에서 연설한 시진핑은 푸잉의 말과도 겹치는 표현으로 유엔 중시를 계속 주장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국제연합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체계(시스템)를 계속 유지 옹호한다”고 말했다.
“2049년에 미 따라잡겠다”
집권 5년 후 첫 표명
이처럼 2016년, 중국의 국제질서관은 더욱 명확해졌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진행된 것이 2017년 가을 제19차 당대회에서 2시간 반에 걸쳐 이루어진 시진핑의 연설이었다. 여기에서는 두가지의 100년이 강조되었고 2049년에는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국가목표가 명확해졌다. 또한 구체적인 대외정책 측면에서는 중국의 대외 개방도 강조되었다. 즉 중국이 폐쇄성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일대일로에 근거한 국제협력 및 국제 커뮤니케이션을 추진해 커넥티비티를 높여가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거기서는 개도국, 저개발국 위주라는 논의도 동시에 중시되었다. 한편 시진핑은 매우 중요한 사항으로서 대외정책을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로 일원화하자고 제안했다. 그것은 중앙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해당하고 지방의 외교공작과도 연계시켜 중앙과 지방의 대외정책, 사무 관련 전체를 중앙외사공작위원회에 일원화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정책결정 과정의 중앙 일원화는 다른 영역에서도 볼 수 있는 시진핑 정권의 특징이었다.
2017년 12월 말 재외공관장 회의에서는 제19차 당대회의 대외정책에 관련된 “안과 밖”의 일원화를 포함, 그동안 시진핑 정부의 국제질서관이나 정책 이념이 종합적으로 언급되었다. 그리고 2018년 초 시진핑의 신년사에서는 몇 가지 새로운 도전이 언급되었다. 중국은 “시종 세계 평화의 건설자, 글로벌 발전에의 공헌자, 그리고 국제질서의 옹호자로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치 지었다. “현재 인류의 평화와 발전의 미래에는 기대도 있고 우려도 있으며, 중국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이나 태도를 표명하는 데 대한 기대도 있기”에 “필요하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하였다. 2016년 푸잉 연설의 ‘세계질서’에서 ‘국제질서’로의 변형 과정이나 중국의 입지, 2017년 시진핑의 2049년에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국가목표를 포함해서 점차 “목소리를 높일 것”을 시야에 두고 전개해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4. 미중 갈등 하의 세계질서관과 외교 이념 (2018년~)
미국의 관세 공격에
자유무역 옹호로 대응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중 갈등이 2018년에 들어 점차 표면화되었다. 2016년 즈음에서 2017년에 명확해진 중국의 미국에 대한 도전 자세가 미국을 자극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미국과의 대립이 있으면서도 반드시 중국이 국제질서관과 대외정책 이념을 전면 개정하거나 조정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관세 문제 등으로 미국의 보호주의적 경향을 비판하는 가운데 국제경제, 무역 측면에서는 “자유롭고 열린” 질서를 중시하겠다는 자세가 부각됐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李克強) 총리는 중국의 대외 개방성에 대해 언급하며 개방형 경제를 추진하고 있다고도 언급하였다. 2018년 6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외사공작회의에서는 국제정세를 파악하기 위한 정확한 역사관, 대국관(大局観),역할관이 제기되었다. 특히 역할관에 대해서는 “각종 국제 현장을 냉철하게 분석해 스스로를 그곳에 자리매김하고 중국과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문제를 파악해 세계 체제의 변화 속에서 중국의 지위와 역할을 명확하게 하고 객관적으로 중국의 대외 방침을 둘러싼 정책을 책정한다”고 하였다. 이어서 “최근 중국은 근대 이래 가장 좋은 발전의 시기에 있다”고 평가하여 중국이 세계 안에서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얻고자 함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대국(大国) 간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도 제기되었으며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형태로 발전해 나가는 대국 관계의 틀을 구축해야 한다”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염두에 둔 발언도 볼 수 있었다. 더구나 외교 대권(外交大権)은 중앙정부에 속한다는 외교권의 일원화도 아울러 확인되었다.
시진핑은 2018년 12월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에서는, 미중 갈등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나날이 세계라는 무대 중앙에 다가가고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세계 평화의 건설자가 되고 글로벌 발전의 기여자가 되며 국제질서의 옹호자가 될 것”이라고 스스로가 세계 무대의 중앙에 접근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동시에 “중국은 어디까지 발전하더라도 영원히 패권을 주창하지 않는다”는 등 절대 패도(覇道)를 걷지 않음을 명시했다. 이러한 경향은 2019년까지 이어졌다. 201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기념식에서도 시진핑은 간결하게 국가 목표를 거듭 표명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어떤 힘도 우리의 위대한 조국의 지위를 위협할 수 없고 어떤 힘도 중국 인민과 중화 민족의 장래를 방해할 수 없다”고 미국을 견제하는 말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중국이 미중 갈등 속에서 자유무역에 찬성하고 보호무역에 반대한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8년 11월 APEC에서 펜스 부통령은 중국을 비판하는 연설을 했으나 시진핑은 “각종 자유무역의 틀에 대해서 우리는 개방성, 관대성, 투명성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마치면서
국제질서 옹호자로 행세하면서도
리버럴 개혁 생각은 없어
이 글에서는 중국의 시진핑 정권이 어떠한 국제질서관, 외교이념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을 시계열적으로 검토했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질서를 ‘세계질서’라고 비판했으며 중국 자신은 국제정치면에서 유엔 중시, 국제경제면에서는 자유롭고 열린 체제를 유지하는 ‘국제질서’를 이끌어간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국제정치 측면에서는 국제연합 헌장에 의거한 질서를 지키고 경제면에서는 대체로 자유롭고 열린 경제무역질서를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국제정치에 있어서 서구 국가들의 가치관이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안전보장체제에 반발하면서도 국제연합과 그에 관련된 조직에 대해서는 수용하는 자세를 취한다. 또한 국제경제면에서IMF, 세계은행, WTO 등을 받아들여 보호주의적인 경제무역정책을 비판하며 자유롭고 열린 경제무역질서의 옹호자로 행동한다.
2012년 정권을 계승한 시진핑은 2014년까지 ‘신형 국제관계’와 같은 외교 이념이나 일대일로 정책 등을 제기하였고 2015년에는 유엔 중시의 자세를 분명히 했다. 2016년에 국제질서와 세계질서의 구별을 명확히 하고 세계질서 및 국제질서와 중국과의 관계성을 명백히 하였다. 2017년에는 이러한 중국식 국제질서의 실현을 2049년으로 설정했다. 이것은 또한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2018년에는 미중 관계가 긴장 상태였으나 이로 인해 국제질서관과 외교이념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오히려 미국을 보호주의라고 비판하면서 국제 경제질서 측면에 있어서 중국이 자유롭고 열린 체제를 옹호하고 있다는 자세를 드러내게 되었다.
그 결과 중국은 오히려 기존 질서의 옹호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적으로 리버럴한 가치를 중국이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다. 그 점에 유의해야 한다. 물론 군사안보 측면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 체제를 분명히 비판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중국의 이러한 ‘해석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부분을 통해서만 전체를 해석하려고 하면 중국의 입장이나 의도를 오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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