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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대화] “한국 농업의 미래를 찾기 위해 네덜란드로 갔다” - ‘세계 AI 농업대회’서 2위 오른 민승규 교수 팀 ‘디지로그’
지난 9월 11명의 ‘농업 외인구단’이 네덜란드로 갔다. 여기에 스페인 출신 시뮬레이터 전문가가 결합했다. 올해로 두 번째인 ‘세계 농업 인공지능(AI)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예선은 1박 2일, 24시간에 걸쳐 참가팀 모두가 모인 가운데 ‘가상 시뮬레이션’ 경합으로 진행됐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전역 등 전 세계 농업 강국에서 모여든 21개 팀이 ‘질 좋은 방울토마토를 어떻게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가’를 놓고 겨뤘다. AI가 딥러닝을 기반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재배조건을 조정해 결과를 평가받는 방식이었다.
이 대회 주관자는 네덜란드를 지금의 세계적 농업강국으로 키운 바헤닝언 대학이었고, 이 바헤닝언 대학에 먼저 찾아가 개최 비용 전체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대회를 열자고 한 곳은 중국 IT기업 텐센트였다. 작년에 개최된 1회 대회에는 15개 팀이 참가했다. 한국 서울대팀도 참가했으나 참가하는 경험을 얻는데 그쳤다.
해커톤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2회 대회 예선 결과 5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그중 2위를 차지한 팀이 한국 외인구단 ‘디지로그’였다. 본선에 오른 5개 팀은 12월 하순부터 6개월간 바헤닝언 유리온실에서 AI와 시뮬레이터로 실제 재배하는 경합을 벌인다. 여기에 네덜란드의 방울토마토 농가가 ‘인간팀’으로 참가해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
(재)여시재는 이번에 ‘디지로그’를 이끈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전 농림부 1차관)를 초청, 강연회를 열고 별도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와 그의 팀이 왜 네덜란드로 갔는지, AI 농법이라는 것이 스마트 농법과 어떻게 다르며 이것이 한국 농업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물었다.
민 교수는 일본 도쿄대에서 농업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일했다. 대통령 농수산비서관과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 농촌진흥청장 등으로 정부에서 일한 뒤 지금은 한경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텐센트는 왜 바헤닝언으로 갔나”
- 텐센트는 왜 네덜란드 바헤닝언으로 갔는가.
“농업용 시뮬레이터를 네덜란드만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뮬레이터가 있어야 AI 농법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네덜란드에는 20~30년간 축적된 데이터가 있다. 단위 면적에서 방울토마토를 100kg 생산하는 농민이 있고 70kg 생산하는 농민이 있다. 이 차이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자료가 네덜란드에 있다. 돼지만 보더라도 한국 축산 농가에선 1마리가 1년에 17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네덜란드는 29마리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부르는가. 여기에 관한 데이터도 있다.”
- 바헤닝언으로 간 텐센트의 비전은 무엇인가?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텐센트 CEO의 강연 영상을 보면 사실 심플한 것 같다. 그냥 ‘좋은 일 하자’는 것인 것 같다. 머지않은 시기에 인류가 식량 문제에 직면할 텐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AI라고 본 듯하다. 물론 기업 차원에서 내다보는 것도 있을 것이다. 또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에서 자극받은 측면도 있을 것이다. 중국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AI 강국이다. 텐센트는 중국의 땅과 AI의 결합을 생각했을 것이다.”
<간단 요약> 네덜란드 농업의 원대한 비전 ‘유럽 IoF 2020’ |
인텔, MS, 델파이의
AI 전문가들 대거 참여
- 대회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됐는가.
“작년 1회 대회부터 유심히 봤다. 서울대팀이 갔다가 본선에 올라가지 못했는데 작년 작목이 오이였다. 오이는 3개월이면 재배가 끝나는데 제대로 된 경쟁을 하려면 재배 기간이 6개월 정도는 되는 작목이 대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오이는 수량만 평가하는데 당도나 식감까지 볼 수 있는 방울토마토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된 평가가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 초에 공고가 난 것을 보니까 마침 방울토마토로 났더라. 그래서 한번 해볼까 생각했다.”
“작년 본선에 오른 팀들을 보니 인텔, MS, 텐센트, NXP 반도체, 델파이 엔지니어링 등 글로벌 기업 인공지능 개발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서울대팀이 열심히 했지만 본선에 오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내가 몇 년 전 네덜란드에서 1년간 체류한 적이 있는데 농업 전문가들 인터뷰를 해보니까 그들은 미래 농업의 경쟁력에 대해 ‘유리온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부 빅데이터를 얘기하더라. 이 길을 한번 알아보고 싶었다.”
- 팀은 어떻게 구성했나.
“그게 가장 어려웠다. 인공지능 전문가만 가서는 안되고 시뮬레이터 전문가가 결합되어야 하고 원예전문가도 필요했다. 인공지능 전문가를 섭외하려다 보니 대부분이 스타트업에 가 있더라. 그런데 스타트업들이야 당장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하지 않는가. 건축에 AI를 도입한 ‘스페이스워크’ 조성현 대표를 찾아가 AI 전문가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숙고를 하더니 결국 안되겠다고 하더라. 세 번 거절하더니 1주일 후 조 대표가 연락했더라. 그 회사에서 이경엽 CTO를 비롯해 AI 전문가, 수학 전문가 등 3명을 보내줬다. 농협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어했으나 AI 전문가가 부족해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농진청에서도 스마트팜 전문가인 김상철 과장이 참여했다. 농진청도 도왔지만 김 과장 개인의 열정이 매우 컸다. 작년에 참가했던 서울대 팀에서도 1명이 들어와 큰 역할을 했다. 바헤닝언 대학에서 AI 로봇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서현권 에이넷 부사장이 이들의 역량을 모아 실질적으로 팀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시뮬레이터를 확보해야 했는데 네덜란드 외 다른 곳에도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해서 논문을 뒤지기 시작했다. 결국 벨기에 어느 공과대학에 재직하는 스페인 사람이 만들어놓은 범용 시뮬레이터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 분도 처음에는 거절했는데 화상 통화까지 해서 결합시켰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농업 소프트웨어 회사인 이지팜의 진교문 대표와 한광익 연구원 그리고 농업 데이터 회사 아이오크롭스의 조진형 대표가 큰 도움을 줬다.”
1회 대회 우승자 David Katzin |
이어령 선생의 도움이
‘전략’ 분야 1위로 끌어올렸다
- 예선은 어떻게 진행됐나.
“이 대회는 모두가 모인 가운데 해커톤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리는 전략 분야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기 전에 이어령 선생님 자문을 받았는데 인간과 AI의 어울림에 대해 장시간 강의를 들었다. 단순한 지속가능성이 아니라 순환 개념을 강조했다. 지속가능이라는 것도 결국은 끝이 있다. 순환은 다르다. 농업과 인공지능이 만나 단지 지속가능 농업이 아니라 순환가능한 농업으로 갈 수 있고 또한 가야 한다. 지속가능성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것을 넘어서는 방향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자는 거다. 이 선생님이 ‘디지로그’라는 이름도 직접 지어주셨다. 투병 중이신데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개념이 우리를 전략 분야에서 1위로 끌어올렸다.”
“예선을 거치면서 중국의 AI 파워를 실감했다. 그들은 어느 곳에도 있었다.”
(예선 1위는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NXP+중국전문가’ 팀이 차지했고, 3위는 중국 농진청 팀, 4위와 5위는 네덜란드 농기업 팀이 차지했다. 미국과 일본팀은 예선 탈락했다)
- 본선은 어떻게 진행되나.
“12월 하순부터 바헤닝언 현지 농장에서 6개월간 실제 재배 경쟁을 한다. AI 농법이라는 것은 스마트농법과 다르다. 스마트는 유리온실 같은 곳에서 인간이 물, 햇볕, 비료의 양을 판단해 조절하지만 AI 농법은 AI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작년 1차 대회 오이 재배에서 본선에 오른 5개 팀 중 인간을 이긴 팀이 1개 팀이었고 4개 팀은 인간에 뒤처졌다. 이세돌과 알파고 대결과 비슷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 평가 기준은 무엇인가.
“세 가지다. 출하량이 50%, 에너지 사용량 20%, 인공지능 전략 30%다. 전략 우월성은 우리가 본선에서도 가지고 간다고 볼 수는 있는데 꼭 그런지도 검증해야 한다. 예선에서 발표한 것과 실제 전략이 다르면 안 된다. 이제 곧 네덜란드로 가야 한다.”
한국 농업의 미래는 ‘强小農’
한-중-일 협력 중요
- 한국에서 AI 농업의 미래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스마트 농업이라고 하면 대부분 유리온실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좋기는 하지만 20~30억 원이 든다. 이런 투자가 가능한 개별농가는 거의 없다. 한국에선 농민의 90%가 고연령층 중심의 소농들이다. 이들에게 디지털 혜택을 어떻게 하면 줄 수 있을까, 지금은 이 고민의 시작 지점이다. 유리온실이 아니라 1억 원이면 되는 비닐하우스를 기반으로 시뮬레이터를 만들고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네덜란드의 시뮬레이터 KAS-PRO가 유리온실용이라면 아시아형, 한국형을 만들어야 한다.”
“아시아 농업은 앞으로 디지털 강소농 모델로 가야 한다. 세계 농업은 크게 봐서 세 가지, 대규모 토지를 이용한 미국식 농업, 미국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최첨단 기술이 들어가는 유럽형 기술농업, 그리고 소농 중심의 아시아 농업이다. 아시아, 우리의 색깔을 찾아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한국과 중국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 농업기술은 일본이 가장 뛰어나다. 중국은 데이터가 많다. 한국은 그 중간쯤 된다. 이런 다양한 데이터를 조합해야 한다. 중국 길림성 부성장과 이미 얘기가 됐다. 일본 파트너도 있다. 머지않아 가시화될 수 있다. 예전엔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20년 이상 나서 협력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한중일의 수준 차이가 별로 안 난다. 협력 가능한 정도의 차이다.”
- 글로벌 IT 기업들이 농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듯한데 우리는 어떤가?
“여러 내부 문제가 존재한다. ‘타다’와 같은 문제라고 보면 된다. 정부도 스마트 농법으로 가려고 하는데 실패하면 안 되니까 큰 곳만 지원한다. 그러니 농민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이번에 수백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스마트 농업 밸리’만 해도 필요한 일이기는 한데 결국 소농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고민이 부족했던 것, 그런 것이 문제인 것이다.”
- 네덜란드에서 농민이라 하면 ‘매력적인 직업’으로 통한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농민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데 왜 그런가?
“매년 네덜란드 통계청에서 백만장자를 발표하는데 19%가 농업인이다. 하지만 거기서도 농업 종사자가 준다. 이유는 우리 젊은이들이 농업을 안 하려 하는 것과 비슷하다. 복합적이다. 지금 네덜란드 농가 수가 5만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만이었다. 앞으로 머지않은 시기에 2만, 1만 5000까지 떨어질 것이라 한다. 그래도 네덜란드 정부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전후방 협력 산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 사람들은 끊임없이 미래 먹거리를 생각한다. 무엇이 돈이 되는지 판단하는 데 무서운 사람들이다. 앞으로도 네덜란드 농업이 세계의 중심이어야 하는데 농업 생산만으로는 부족하니 관련 산업을 키우려 하는 것이다.”
- 앞으로 무엇을 하려 하는가.
“몇 가지가 있다. 내년 11월에 한국에서 대규모 아시아형 AI 농업 심포지엄 개최를 준비 중이다. 이번에 네덜란드에 갔던 목적 중의 하나도 전 세계 농업 AI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번 대회를 개최한 총책임자를 비롯해 5명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오기로 현지에서 약속했다. 이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인공지능 데모 팜을 만드는 문제를 추진 중이다. 비닐하우스에서 한번 해보려 한다. 네덜란드와의 협업도 생각 중이다. 투자하겠다는 곳은 있다.”
미래의 농업 바헤닝언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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