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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인사이트 / 디지털] 미래 걸린 양자 기술 개발, 마라톤이 시작되었다 - 미국 1위, 중국 2위, 일본 5위, 한국 10위

박성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양자기술연구단장)

2019.11.29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

지난 10월 구글은 네이처를 통해 “IBM 슈퍼컴퓨터로는 1만 년이 걸릴 연산을 우리 양자컴퓨터가 3분 20초 만에 끝냈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이른바 ‘양자 우위’ 달성에 성공했으며, 상용화 고비를 넘겼다고 자평했다. ‘양자 우위’란 양자 컴퓨터가 현존하는 최고의 컴퓨터 보다 뛰어난 연산 능력을 달성한 것을 의미한다. 뉴욕 타임스(NYT)는 “구글의 양자 우위 발표가 나오자 과학자들은 마치 1903년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 1호’ 개발 성공에 비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행기의 가능성이 입증되었던 정도의 무게를 부여한 것이었다.

반면 슈퍼컴퓨터가 비교 대상이 된 IBM 측은 “구글의 계산이 틀렸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IBM 슈퍼컴퓨터로 해당 연산 문제를 처리하면 실제 걸리는 시간은 1만 년이 아니라 2일 12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이게 사실이라고 해도 슈퍼컴퓨터 보다 1천 배 이상 빠른 연산 능력을 입증한 셈이다.

앞서 중국도 작년에 양자 통신위성을 쏘아 올려 대륙 간 양자통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인류가 한발 한발 양자의 시대에 다가가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가능성과 효용성,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을 알아보기 위하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양자기술연구단 박성수 단장에게 양자컴퓨터에 대한 기고를 의뢰했다.

1. 양자컴퓨터란 무엇인가?

리처드 파인만의 37년 전 발견

디지털의 기본 원리는 전류나 전압의 차이로 0(낮은 전압)과 1(높은 전압)을 구별하여 모든 정보를 2진 부호화해서 처리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연산 능력을 자동화한 것이 컴퓨터라 할 수 있다. 즉, 정보를 컴퓨터로 처리한다는 것은 사진, 음악, 책의 내용 등을 2진수로 디지털화(비트화) 하고 연산, 저장, 전송, 재생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전류나 전압의 차이로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스핀, 극저온 상태의 원자 에너지 준위 같은 아주 미시적인 물리현상을 잘 제어할 수만 있다면, 디지털컴퓨터가 다가갈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원자의 구조나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 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이 1982년 발표하였다. 양자 컴퓨터 개념의 시작이다. 여기서 말하는 미시적 물리현상, 불연속적 에너지 상태를 나타내는 여러 현상들을 양자(quantum·量子)라 부른다.

슈퍼컴 1백만 년 걸릴 문제
양자컴은 수백 초에 가능

그 후 2000년대 초까지 많은 연구자들이 그 ‘미시적 물리현상 제어’의 가능성에 대해 기초연구를 했다. 그 결과 자연현상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컴퓨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양자가 가지는 특징인 중첩(1개 양자 비트에 0과 1이 동시에 존재), 얽힘(2개 이상의 양자 비트 간 서로 상관관계가 있음) 등의 성질을 이용한 양자 컴퓨팅 알고리즘을 고안하게 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인 ‘쇼어 알고리즘’으로, 슈퍼컴퓨터가 1백만 년 걸릴 문제를 양자컴퓨터에서는 수백 초 정도에 풀 수 있다는 잠재력이 확인됐다. 이것은 양자컴퓨터는 고전적인 디지털컴퓨터가 풀기 어려운(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메모리가 많이 필요하여 컴퓨팅 자원이 많이 필요한)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세상의 모든 수학문제를 다 풀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중 상당수는 양자컴퓨터로 쉽게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암호학계는 양자컴 대비해
새로운 암호체계 연구 중

특히 중요한 것이 소인수분해 문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암호 해독 때문이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 공인인증서, 신용카드 거래, 전자상거래 등에 사용되는 암호화 기술은 매우 큰 정수의 소인수분해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에 기반하여 만들어졌다. 이것을 기존 컴퓨터가 풀려면 1백만 년 이상 오래 걸린다. 그러나 이를 양자컴퓨터가 수백 초 만에 풀어버리면 금융, 국방, 행정 등 암호가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를 사용했을 때 특히 쉽게 풀 수 있는 수학 분야로는 소인수분해 외에 검색, 행렬 계산, 연립방정식, 추천, 샘플링, 랜덤워크, 기계학습, 시뮬레이션, 푸리에 변환, 최적화, 어닐링 등 50여 가지가 있다. 양자컴퓨터가 이 분야의 문제들을 쉽게 풀게 됨으로써 필요한 곳에 요긴하게 쓰이는 한편 암호 무력화 같은 문제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현재 암호학 분야에서는 양자컴퓨터로도 풀 수 없는 수학적 계산 방법을 고안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어서 10여년 후에는 새로운 암호체계를 사용하게 될 수 있다.

2.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미래

미래를 바꿀 기술 최상위
2035년 세계시장 500조 원

양자컴퓨터가 잘 풀 수 있는 수학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연구가 진행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알아낸 것으로 볼 때 암호학, 최적화(금융 투자, 물류 등)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에 이용할 수 있다.

최적화 문제는 현재의 컴퓨터로 쉽게 풀 수 없는 수학 문제 중 하나이다. 여러 곳의 도시를 방문해야 하는 경우 거리, 비용, 시간 등의 변수를 고려할 때 어떤 순서로 방문하는 것이 최적이 될 것인가는 방문 도시의 숫자가 늘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지게 되는 물류 최적화 문제이다. 2018년 바클레이즈 은행은 서로 연관된 금융거래 5만 건의 결재 최적 순서 결정에 양자컴퓨터가 사용 가능한가 하는 문제를 비롯, 양자컴퓨터의 활용성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했다. 금융에서는 리스크 관리, 회기분석 분야도 활용해 최종적으로는 분산투자된 주식의 가격 변동을 실시간으로 고려한 투자관리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JP모건은 양자 금융을 담당할 부사장급 간부 채용공고를 내기도 하였다. 또한 신소재 개발이나 신약 연구에서 여러 가지 물질을 컴퓨터로 합성하고 특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양자컴퓨터의 최적화, 중첩, 얽힘 등의 양자 알고리즘에 의해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일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또 인공지능 분야에 응용하기 위해 양자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는데, 분류, 군집, 추론 등에 사용되는 메모리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있다. 2014년에 중국에서 숫자 6과 9에 대한 다양한 손글씨를 양자컴퓨터로 인식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양자컴퓨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영역을 확장해 나아가고 있으며 그 끝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MIT를 비롯한 세계 주요 대학과 연구소들은 양자컴퓨팅을 ‘미래를 바꿀 기술’ 최상위권에서 빼놓지 않는다. 우리 정부통신부는 2035년 세계 양자산업 시장 규모가 50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세계 주요 기업들이 다투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퀀텀 골드러시’라는 말도 생겨났다.

3. Google과 IBM 등의 기술

양자 프로세서 선점 위한
글로벌 기업들 치열하게 경쟁

구글과 IBM은 컴퓨터의 CPU에 해당되는 양자프로세서를 개발해 왔으며, 2019년 11월 현재 약 50여 개 큐비트(양자비트, 양자 정보의 기본단위)까지 만들어져 있다. 50개 큐비트는 중첩과 얽힘에 의해 2의 50승 비트(약 1,125 Tbit(테라비트)의 메모리 공간)가 될 수 있는데, 메인 메모리가 22,800 Tbit 정도인 전 세계 1위 슈퍼컴퓨터 ‘서미트(미국)’에 비하면 1/20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큐비트 10개만 추가하여 60개가 되면 2의 60승(= 1,152,921 Tbit)이 되므로 슈퍼컴퓨터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용량이 된다.

2019년 구글과 IBM은 53개의 큐비트를 사용하여 아래 그림과 같은 큐비트를 만들어냈다.

큐비트의 배열과 구조는 다르기는 하지만 양자컴퓨터로 작동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 양자프로세서가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었다는 것은 아니다. 구글의 경우에는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 보다 ‘더 우월한 성능(양자우월성·supremacy)’이나 ‘양자이점·advantage)’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데에 사용되었다. 구글은 현재 각 큐비트에 대해 무작위적 연산을 했을 때 고전적인 방법 보다 더 무작위 한 연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더 우월하다고 말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더 나아가 양자컴퓨터와 슈퍼컴퓨터로 같은 문제를 동시에 풀기 시작해서 양자컴퓨터가 더 빨리 풀었다고 실제 비교하여 보여주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것이 이미 입증되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큐비트의 개수도 중요하지만 서로 연결 가능한 얽힘 상태를 나타낼 수 있는 큐비트가 몇 개까지 가능한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구글의 경우 약 20여 개까지 서로 연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슈퍼컴 에러율 수백만 분의 1
양자컴은 현재 1000분의 1
에러 극복이 최대 과제

양자 컴퓨터 기술 진보의 과정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은 계산을 위해 큐비트의 상태를 조작할 때 에러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외부 조건(전자기, 외부 온도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양자 상태를 잃어버리거나 큐비트에 담긴 정보가 훼손되기도 하고, 조작하기도 까다로워서 에러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까지 개선된 큐비트 조작 에러율은 1000분의 1(0.1%) 정도이다. 이것은 디지털 비트의 수백만 분의 일보다는 훨씬 높다. 따라서 에러가 생기지 않도록 주변의 큐비트를 사용하여 에러를 정정해 주어야 하는데, 1개의 큐비트를 보정하기 위해 작게는 10여 개, 많게는 수천 개의 큐비트가 필요하다. 이제 겨우 50여 개 큐비트를 만들었기 때문에 에러 정정 기술이 성숙된 것이 아니고 지금부터 에러 정정 기술에 대해 많은 연구를 통해 가장 간단하고 강력한 방법을 개발해 내야 한다.

현재의 양자프로세서는 에러가 많고(잡음이 많다고도 말할 수 있는), 큐비트도 100개 내외 정도의 중간 규모라고 볼 수 있다. 암호를 풀기 위해서는 약 4,100개의 에러가 없는 큐비트가 필요하다. 수천 개 큐비트를 개발하기까지는 수년 내에 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연구계의 의견이다. 따라서 현재 큐비트 성능으로는 암호해독까지는 할 수 없지만 현재 상태에서 실제 수학계산에 사용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움직임이 새로 생겼다.

2018년 말 미국 칼텍의 존 프레스킬 교수는 현재 양자컴퓨팅 개발 단계는 NISQ(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 시대라고 명명했다. 미흡하지만 쓸 수 있는 정도의 양자컴퓨터가 개발되었다는 것이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연구 분야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NISQ 양자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어 수년 내에 양자컴퓨터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했다 보고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구글은 연구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한편, IBM은 2016년 5큐비트를 시작으로 16, 18, 20 큐비트 양자프로세서에 대해 전 세계의 양자연구자들이 인터넷으로 접속해서 양자 계산을 해 볼 수 있는 양자 클라우드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4. 동북아 주변국 (중국, 일본)의 기술 현황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작년 신년사에서 직접 언급

중국은 2018년 시진핑 주석 신년사에 양자컴퓨터 개발이 언급될 정도로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판 지안웨이 교수가 있는 중국과학원, 중국과학기술대학을 중심으로 연 2,000억 원 규모로 기초기술부터 응용기술까지 개발 중이다. 최근 성과로는 알리바바가 구글이나 IBM과 같은 큐비트 기술로 11큐비트의 양자 프로세서를 개발했고, 양자 알고리즘 개발과 11큐비트 양자컴퓨팅 클라우드 서비스를 실시 중에 있다. 또한, 중국은 2016년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 통신위성을 쏘아 올렸으며, 2018년 기준 준 미국의 2배에 달하는 특허를 출원했다. 이렇듯 중국은 세계적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양자기술을 공격적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미국의 양자기술 특허 출원 추이 (자료 출처: 워싱턴포스트)

일본은 초전도 큐비트, 양자 어닐링 기술 최초 제안 등 기초기술에 매우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실제 응용 가능한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그중 양자컴퓨팅은 문부과학성 지원으로 2018년부터 초전도 양자컴퓨터, 원자기반 시뮬레이터를 중심으로 응용가능한 수준으로 기술 개발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총무성, 문부과학성, 경산성 등 많은 부처가 양자기술 개발을 각각 추진하고 있어서 효과적 정책지원을 위해 2019년 말까지 양자기술 이노베이션 전략을 준비하기로 했다. 올해 6월 일본 수상관저에서 발표한 『통합이노베이션 전략 2019(統合イノベーション戦略2019)』에 따르면 육성이 필요한 3대 기술로 AI, 생물공학, 양자기술을 선정했다. 일본 정부도 양자기술 혁신전략 수립, 연구개발 거점 조성 등을 실행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5. 국내 현황과 기술 수준

KAIST 이순칠 교수
이미 15년 전에 4큐비트
양자 프로세서 발표

국내는 2000년대 중반부터 대학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어 외국에 비해 시작이 늦었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기초기술 위주에 머물러 있다. 그중에서도 2004년 KAIST의 이순칠 교수는 핵자기공명 기술을 사용한 4큐비트 양자 프로세서를 발표하였는데, 이것은 세계 최초인 미국 MIT와 수 년 차이에 불과할 정도의 성과이다.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2019년부터는 초전도 등 5개의 기술을 목표로 5년간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서 5년 후에는 5개 이상 큐비트를 갖는 양자 프로세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올해 8월에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KRISS(한국표준과학연구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7개 출연연이 공동으로 양자컴퓨터 개발 계획을 수립하기도 하였다.

참고로 2016년 영국 정부기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연구개발투자 17위, 논문 발표 10위, 특허출원 8위로 단순 산출 평균을 하면 10위 정도로 유추된다.

각국 양자정보통신 기술 순위 (자료 출처: Government Office of Science, “The quantum age: Technological opportunities”, 2016.11.13.) (한국은 연구비 순위로는 17위에 불과하지만 논문발표 및 특허출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종합순위로는 세계 10위의 기술수준을 보여주고 있음)

6. 양자컴퓨터 시대로 가기 위해 우리 정부(또는 기업, 사회)가 해야 할 것

5년 후 양자 프로세서 나오면
국내 연구자들 마음껏 쓰게 해야

양자컴퓨터는 일반적인 컴퓨터와 비슷한 과정(HW와 SW에 의한)을 통해 문제 해결에 사용되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양자 응용 SW, 양자 알고리즘 등의 SW 기술에서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양자 프로세서나 SW에 의한 양자 시뮬레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5년 후 양자 프로세서가 나오면 국내 연구자들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시간이나 자원의 제약 없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고성능 컴퓨터를 사용하면 40큐비트 급까지는 SW적으로도 구현이 가능(SW시뮬레이터라고 부름) 하기 때문에 이와 마찬가지로 자원의 제약 없이 국내 연구자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양자컴퓨터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인 양자 알고리즘을 풍부하게 개발토록 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러 가지 양자 알고리즘은 양자를 잘 모르는 일반 SW 개발자들도 사용 가능한 수준이 될 수 있도록 가공해서 제공해야 한다. 양자컴퓨터를 활용해서 훨씬 더 빨리, 쉽게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될 때 비로소 양자컴퓨터의 입지는 확고하게 될 것이다.

SW 개발과는 별도로 양자 프로세서, 양자메모리 등 HW의 성능과 개수를 늘릴 수 있도록 양자 분야 연구자뿐만 아니라 기존 반도체, 전기 전자 관련 연구자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 즉 다학제적 연구개발이 필요한 분야이므로 다학제적 연구개발 방법에 대한 다양하고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벌써 양자 벤처 100여 개 탄생
연구자 유출 지금부터 대비해야

국내 양자 분야 연구자는 관련 분야 연구과제 책임자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대략 180명 정도이고, 2개 이상 과제의 책임자는 26명에 불과하다. 정부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도 양자 분야 연구자가 부족한 현실에서 꼭 적다고 볼 수만은 없다. 10월 말 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까지 약 430명의 양자 분야 엔지니어를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에는 수십 명 규모로 양자컴퓨터 SW는 물론 HW까지 탐색개발 중이었나 이제 본격적인 기술 개발 단계에 들어가겠다는 신호다. 따라서 국내도 관련 분야의 인재 양성이 절실히 필요하고, 전공자들이 졸업 후에 진로를 바꾸지 않고 계속 양자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연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이 일하면서 연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학교, 연구소, 기업의 순으로 일자리의 숫자가 현저히 증가한다. 따라서 기업들이 양자 분야로의 영역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JP모건, 체이스, 바클레이즈 등의 금융기관에서도 양자컴퓨터 활용에 적극적이며 관련 분야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00여 개의 양자컴퓨터 벤처기업이 탄생하였고, EU 독일 등이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하고 있어서 많은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각국의 양자 분야 정책을 살펴보면 빠지지 않고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이 인력 부족에 대한 대책이다. 따라서 국내 일자리가 부족할 경우 어렵게 만들어진 우수 인력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버리게 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양자컴 개발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목표 명확히 세우면
한국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어

암호해독을 하고 인공지능에 이용되는 정도의 양자컴퓨터는 향후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300mm 실리콘 웨이퍼에 반도체 큐비트를 개발하고 있는 인텔의 리치 우리그(Rich Uhlig) 부사장은 지난 10월 말 상용 양자컴퓨터 개발 레이스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했다. 즉, 실제 상용 양자컴퓨터로 가기 위해서는 에러가 없는 수천 큐비트가 필요하고 관련 양자 SW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따라서 국내도 이제부터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기술 개발을 하게 되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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