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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미래다 / 07 / 플랫폼 경제의 명암] 기업가치 최상위권 점령한 플랫폼 기업들, 혁신과 독점의 기로에 서다

이명호 SD

2019.11.20

여시재는 ‘e-핸드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특정 이슈에 대한 종합적 지식, 간편한 지식 제공을 목표로 합니다. 연재물을 모으면 하나의 e-핸드북이, 그것을 인쇄하면 소책자가 됩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주제는 ‘디지털이 미래다’입니다. 디지털은 이미 운명입니다. 디지털 지식혁명이 생산혁명으로 이어지고 있고 결국 공간혁명으로 통합될 것입니다. 이 혁명을 관통할 가치도 크게 변모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산업혁명을 꽃피운 자유·평등·소유의 가치와는 또 다른 가치가 요구될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듯이 그것이 개방(open)·협력(collaboration)·공유(commons)일까요? 인간의 노동은 어떻게 바뀔까요? 이런 문제들에도 답변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디지털이 미래다’ 전체 10편 중 제 7편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여시재에서 ‘디지털 사회변화’를 이끌고 있는 이명호 박사가 쓰고 있습니다. 이 박사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IT-MBA 석사과정과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OD Corea 대표컨설턴트와 삼성SDS 미주법인 시니어컨설턴트로 일했습니다. ‘노동 4.0’ 등 여러 책을 썼습니다.

연재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디지털의 개념과 역사(링크)
2. 변화의 동력, 지식 패러다임 변화(링크)
3. 인쇄술과 엔진의 사회 산업사회(링크)
4. 디지털은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가(링크)
5. 인터넷, 대중의 시대를 열다(링크)
6. 지식의 미래, 인공지능 시대(링크)

7. 플랫폼 경제의 명암
8. 기업과 노동의 미래
9. 새로운 도시가 온다
10. 에필로그-AI와 5G,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우리 곁에 있는 플랫폼들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플랫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친구들과 소식을 공유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SNS 플랫폼, 동영상을 올리거나 보는 플랫폼, 전자상거래 플랫폼, 콘텐츠 플랫폼, 앱 스토아 플랫폼, 심지어 스마트폰 운영체계 플랫폼까지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플랫폼을 떠나서 살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플랫폼 경제, 플랫폼 노동,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정부도 플랫폼 정부를 내세우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도 플랫폼 기업이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의 고객을 두고 있는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모두 플랫폼 기업이고, 이들 네 개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무려 2조8,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보다 GDP가 많은 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 네 개 기업들은 모두 설립된 지 20년 안팎 밖에 안되는 젊은 기업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정보 처리는 생산활동을 보조하는 기능에 불과했다. 포탄의 궤적을 계산하기 위해 개발된 컴퓨터도 포탄이라는 핵심 제품의 기능을 보조하는 역할이었고, 전자상거래도 상품이라는 주 제품의 유통을 보조하는 기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유형의 물건을 위한 정보를 처리해 유형의 물건이 제 가치를 하도록 도와주는 부차적인 기능에 머물렀다. 전자상거래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온라인 장터였고, 판매활동을 위한 상품 소개와 결제, 배송정보 처리에 치중하는 정도였다. 처음에는 물건을 팔기 위한 상거래에 치중하는 온라인쇼핑 사이트들은 점점 판매자 입장에서 여러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기능으로 역할을 새롭게 찾게 된다. 아마존은 상점 기능을 하다가 상거래 중개 플랫폼으로 발전한 경우라고 할 수 있고, 알리바바는 처음부터 중개 플랫폼으로 시작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플랫폼은 공급자 그룹과 수요자 그룹이라는 양면시장을 중개하는 새로운 기구로 변모했다.

축지의 세계 플랫폼

사실 오프라인 세상에도 플랫폼이 있다. 플랫폼은 기차역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는 선로 옆의 터를 의미한다. 백화점도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고, 증권거래소도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오프라인 플랫폼의 공간적 제약을 없애버렸다. 말하자면 축지(縮地)의 세계다. 그래서 온라인 플랫폼은 백화점과 같은 개념의 운영규칙을 갖되 훨씬 개방적인 게이트키퍼(룰 관리자) 역할을 한다. 게이트키퍼를 통과한 공급자는 정해진 룰에 따라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는 보장을 받게 된다. 소비자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판매자가 동일한 운영 형태(결제, 배송, 반송, 환급 등)를 보일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결국 플랫폼은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탐색과 신뢰의 비용을 줄여주는 경제적 혜택을 주기 때문에 시장보다 더 경제적인 도구가 되었다.

누구나 사업을 할 수 있다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표준화된 기능을 누구에게나 제공한다는 것이다. 상품을 소개하는 기능, 결제와 대금을 받는 기능, 배송 업체에 물건을 보내고 소비자에게 통보하는 기능, 판매 현황을 집계하는 기능, 마케팅 툴 등 기본적인 요소들을 플랫폼 운영자가 제공하기 때문에 공급자는 제품 마케팅만 신경 쓰면 된다. 사업을 하는데 이와 같은 기능을 갖추려면 창업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는데, 플랫폼에 들어가면 추가 유통이나 마케팅 비용 없이 전국 심지어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팔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래서 더 많은 공급자가 자발적으로 제품과 서비스, 콘텐츠를 올리면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찾을 가능성이 더 많아지고 다시 더 많은 공급자를 끌어들이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게 된다. 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입소문만으로 수백만 명, 수천만 명에게 전달이 되는 것도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기존의 포털 같은 정보 서비스가 공급자 중심 일방향의 서비스라면 플랫폼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쌍방향으로 생태계를 형성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오프라인 세계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넘어서면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된다. 그래서 백화점은 지역마다 일정한 교통권 내에 적정 규모를 유지하는 체인점을 개설하며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 그러나 플랫폼은 체인점이 난 지점이 없다. 구글의 플레이 스토아와 유튜브(YouTube), 애플의 앱스토아와 아이튠(iTunes), 페이스북 모두 하나의 도메인을 가진 하나의 사이트이다. 언어와 국가에 따라 인터페이스를 다르게 할 수 있지만, 플랫폼 시스템은 하나이다.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 20억 명이 한 곳에서 누구나 만날 수 있는 단일한 세상이 열린 것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큐레이션을 하다

플랫폼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많은데 왜 복잡성이 증가하지 않는 것일까? 오프라인 세상에서 게이트키퍼(신문사의 편집자, 상점의 구매 담당자 등)는 한정된 공간, 규모에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품질의 공급자와 상품을 넣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공간과 규모가 거의 한정되지 않는다. 무한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무한으로 정보를 넣을 수 있다. 문제는 정보가 많으면 원하는 것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은 정보의 매칭, 큐레이션 기능을 제공한다. 플랫폼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의 공급자를 찾아주고, 심지어는 특정 소비자가 원할 법한 것을 알아서 제시, 추천해주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의 카테고리에서 제품을 고르거나 검색하던 것에서 이제는 플랫폼이 소비자의 생활과 구매 패턴을 파악하여 제품을 추천하는 기능으로 발전하고 있다. 만일 이메일에서 어떤 제품에 대하여 거론하면 상품 광고 베너가 뜨거나 상거래 사이트에 접속하면 해당 상품을 프론트에 먼저 보여주는 매칭 기능 등으로 소비자가 많은 상품과 정보의 미로 속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고 있다.

부동자산까지 유동화

플랫폼은 중개 가능한 영역을 콘텐츠, 서비스, 노동 등을 넘어 부동자산을 유동화시켜 공유하고 중개하는 영역까지 확대하고 있다. 유튜브는 동영상이라는 무형의 콘텐츠를 중개하는 플랫폼 기능으로 세상에서 제일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미디어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미디어는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유통한다. 아이튠츠 같은 플랫폼은 제작사(음악가)의 음악을 등록하여 유통하였다. 그런데 유튜브는 게이트키퍼(품질 관리) 기능을 확 줄여 공급자가 직접 거의 자유롭게 동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하여 엄청난 수의 동영상을 확보하면서 소비자를 끌어들여 성공하였다. 유튜브가 콘텐츠라는 단위가 있는 개체(동영상)를 서비스한다면 페이스북은 상품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더 황당한 서비스를 만들어 돈을 벌고 있는 구조이다. 사람들의 관계와 그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소식, 엄밀하게 말하면 소식이 만들어지는 관계를 콘텐츠화 하였다. 사람들이 소식을 나누는 장을 만들어서 엄청난 광고 시장을 장악하였다. 페이스북은 자신이 제작하는 콘텐츠 하나 없이 세계 최대의 미디어 회사가 되었다.

플랫폼이 또 새롭게 만든 시장은 유동화되기 어려운 부동산이나 자동차 같은 내구재를 유동화시킨 공유경제라는 시장이다. 자신의 집 일부나 방을 빌려줄 수 있도록 한 에어비앤비(AirBnB)는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았으면서도 세계 최대의 숙박업체가 되었다. 에어비앤비는 힐튼이나 쉐라톤 같은 세계적인 호텔 체인보다 더 많은 방을 공급하고 있고, 기업 가치도 더 큰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 우버는 자가용 차를 빌려 쓰는 중개 시장을 만들어, 차량을 보유하지 않은 세계 최대의 개인 운송(택시) 서비스 업체가 되었다. 사업을 확장하는데 추가의 방이나 택시가 필요하지 않다. 최근 공유 기업들의 거품이 빠진다는 얘기도 있지만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런 플랫폼 서비스의 특징은 자신들이 재화(상품)을 소유하지 않고 재화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중개하는 기능만으로 이익을 본다는 것이다. 그러면 전통적인 중개 상인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점이다. 단지 온라인상에서 중개하는 정도의 차이는 아니다. 전통적인 중개 상인은 공급자 또는 수요자를 대리하여 반대 측의 수요자 또는 공급자를 찾아 연결을 하고 상인이 중간에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역할을 한다. 공급자의 재화를 상인 소유로 하였다가 수요자에게 파는 형식이다. 그런데 플랫폼은 양측을 하나의 시스템(울타리)에 넣어 놓고 재화의 소유자인 공급자가 수요자와 직접 거래를 하도록 하는 양면 시장, 양면 네트워크(two-sided networks)라는데 차이가 있다. 물론 공급자와 수요자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절차(프로세스)와 프로토콜에 따라 직접 만나지 않고도 다양한 상호작용과 피드백이 이뤄진다.

직원 1인당 매출액
페이스북은 3800만 달러
디즈니는 100만 달러

일반적으로 경제 활동은 인풋(input) - 프로세스(process) - 아웃풋(out-put)의 과정을 거친다. 프로세스 과정을 거치면서 가치가 더해지면서 인풋의 재화보다 아웃풋의 재화 가치가 더 커지고 기업이나 상인 등 경제 활동의 주체는 이익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 프로세스를 위하여 기업은 인풋 재화를 자신의 소유로 했다가 아웃풋 하면서 재화의 소유권을 넘기며 이득을 얻게 된다. 한마디로 가치가 생기는 과정은 프로세스이며 기업 활동의 본질은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프로세스를 위해 재화를 어쩔 수 없이 소유하였는데, 플랫폼은 재화는 더 이상 소유하지 않고 핵심인 프로세스만 소유하고 인풋과 아웃풋을 자신들의 프로세스 시스템 안에 넣는 가상의 울타리를 친 기업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것이 플랫폼 기업이 재화를 소유하지 않고도 더 많은 재화를 소유한 기업보다 더 가치가 큰 기업이 된 비밀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플랫폼 기업들은 점점 더 프로세스를 개선하면서 더 효율적인 가상 기업이 되고 있다. 즉 공급자와 수요자의 방대한 데이터(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더 잘 매칭, 큐레이션 하는 효율적인 프로세스(알고리즘)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바로 기업의 본질이 프로세스(알고리즘)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세스(알고리즘) 만으로 페이스북이 사용자를 10억 명으로 늘리기까지 10년도 채 걸리지 않았고, 월 20억 명이 넘는 활발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세계 최대의 광고 매출을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직원이 1만 7,000명에 불과하지만 가치는 4,480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성공한 기업인 디즈니의 시가총액은 페이스북의 절반에 불과하고(1,810억 달러), 직원은 페이스북보다 10배 이상인 18만 5,000명에 이른다. 1인당 매출액은 페이스북이 3800만 달러, 디즈니가 100만 달러다.

플랫폼 기업들은 독점화되고 있는가?

앞에서 기업의 본질이 인풋과 아웃풋 중간의 프로세스라고 하였다. 하지만 현실 경제 세계는 다양한 주체들이 인풋, 아웃풋 그리고 프로세스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 주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여 길고 복잡한 밸류체인(Value Chain)을 형성하고 있다. 제조기업들의 수직 계열화는 원료 단계에서 가공, 판매까지 여러 과정으로 이루어진 밸류체인을 자신의 통제 테두리 안에 넣어 구매의 불확실성을 줄이거나 프로세스 과정을 최적화하여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수직 계열화가 비용을 줄이는 측면이 있다면 여러 공급자나 여러 판매자를 흡수하는 수평적 통합은 시장의 지배력을 높여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수평적 통합은 건전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반독점법에 의하여 규제된다. 특히 표준화된 상품, 경제 활동에 필수적인 상품은 수평적 통합, 즉 독점의 유인이 크기 때문에 카르텔을 형성하여 독점화되는 경향이 있다. 회사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파괴적인 경쟁을 피하고 모두가 가치 사슬 안에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석유 왕 카네기와 철강 왕 록펠러는 바로 미국의 산업화 시기에 카르텔을 형성하여 엄청난 부를 모은 경우이다. 그래서 한때 시장의 80~90%를 장악한 스탠더드오일은 30여 개의 회사로 분할되었다. 철강 생산의 60~70%를 차지했던 유에스스틸(U. S. Steel)은 정부의 반독점 해체 시도에서 살아남았지만, 경쟁사와의 혁신 경쟁에서 뒤져 시장 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카르텔화, 자연독점화될 수 있는 상품인 물(수도), 전기, 철도 등을 정부 투자로 공급 인프라 깔고 국유화하기도 하고, 민영화하는 경우 분할하여 경쟁 구도를 만들게 된다.

한편 통신이라는 상품, 시장은 앞의 상품들에 비해 독특한 측면이 있다. 물, 전기, 철도는 최종 소비자의 이용 만으로 효용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통신은 인프라를 까는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것은 동일한데, 소비자 혼자서는 어떤 효용도 얻을 수 없다. 통화의 상대방, 연결할 수 있는 가입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통신 인프라의 가치는 커진다. 그래서 단일 통신망이 형성되어야 소비자도 이득인 구조이다. 이런 시장을 네트워크 시장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여러 지역의 전화 사업자들이 전국적인 연결 필요 때문에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AT&T 전화 회사만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하나의 전화 회사가 되었다. 그러나 독점화된 회사는 이윤 극대화를 위해 지역 통신 사업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게 됨에 따라 미국 정부는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은 AT&T를 7개로 분할하는 조치를 취하고 통신 사업자들 간의 망 연결이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하였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사진 출처: 더기어,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전 세계 검색시장의 92% 장악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 운영체제(OS·Operation System)도 시장을 95% 이상 장악하게 되면서 반독점 논란에 휩싸여 운영체제와 업무 프로그램 사업을 분리하라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으나 2심에서 MS 사는 연방정부와 합의하여 분할을 피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자사 제품 끼워팔기로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고 보고,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반독점법 위반 행위와 관련해 총 17억 유로(약2조 1880억 원)의 벌금을 납부하게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Google에 대해서도 온라인쇼핑 가격비교 시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토록 하는 것을 문제 삼아 반독점법 위반으로 24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였고, 2018년에도 Google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모바일 기기 제조사에 자사의 각종 앱 설치를 강제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43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현재 플랫폼 기업들은 엄청난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시장의 92퍼센트를 차지하며,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다. Facebook과 Google은 미국 모바일 광고시장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50%, e-북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아마존 효과(Amazon Effect, 아마존이 모든 기업과 산업을 삼키는 것을 의미)’나 ‘to be Amazoned(아마존에 당하다)’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아마존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장난감 전문점 ‘Toys“R”us’는 2018년 파산하였고 Sears, Macy’s 등 백화점들도 상점을 철수하고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모든 구매품에 30퍼센트의 수수료를 매김으로써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독점 처벌 어려운 플랫폼 기업
자사 제품 끼워팔기만 처벌 가능

플랫폼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보면 앞서 살펴본 전통적인 석유, 철강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넘어 독점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기업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독점의 기준을 달리하고 있다. 전통적인 상품은 유한성을 가진 물질로 공급을 통제하면 희소성으로 인하여 가격이 등락하는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독점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산업자본주의는 물리적 자원 기반의 독점은 제품 공급을 조정하여 경쟁자를 도태시키고,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고, 기업의 혁신활동을 저해(기업이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음) 하기 때문에 독점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은 무형의 재화로 한계비용이 제로에 수렴하기 때문에 무한 공급이 가능하고, 전화와 같이 이용자의 네트워크 효과로 인하여 가치가 발생하기 때문에 독점력을 행사할 수 없는 재화로 보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전력회사 처럼 경쟁자가 현실적으로 등장하기 어려운 ‘자연 독점’이 아니고, 누구나 오픈된 네트워크 상에 서비스를 만들 수 있고, 이용자(소비자)도 쉽게 다른 서비스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독점의 폐단이 생기기 어렵다고 본다. 단지 시장 점유율을 이용하여 자사의 다른 제품을 끼워 팔거나 공급하여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는 경우에 한하여 반독점 행위로 처벌하고 있는 상태이다. 또한 플랫폼 안에서 공급자와 이용자는 플랫폼에 종속된 관계라고 볼 수 없고 계약을 통하여 자유롭게 진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 내의 공급자는 종속적 관계가 아닌 독립적 관계로 보고 있고 플랫폼을 카르텔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결합추세
결국 반독점법 대상 될 가능성 커

그럼 앞으로도 플랫폼 기업들은 반독점이라는 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서 필자는 상황이 바뀌고 있어 플랫폼 기업들도 독점력을 행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상황의 변화는 바로 온라인 중심의 플랫폼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하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 모델,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무한의 온라인과 유한의 오프라인이 결합됨으로써 유한의 오프라인 시장에서까지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배달 앱은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수수료 인상 등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배달 앱들 간의 담합으로 온라인 프로세스가 오프라인 재화를 통제하는 힘이 강해질수록 독점화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우버와 같은 자동차 공유 서비스도 비슷하다. 유한한 자동차의 가입률, 점유율이 증가할수록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는 가입자를 늘려서 네트워크 효과를 보는 단계를 넘어서면 수수료를 통제하면서 독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O2O 플랫폼이나 물건을 취급하는 쇼핑 플랫폼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하여 치열하게 출혈 경쟁을 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독점을 하기 위해서다.

플랫폼 기업들이 가치 창출의 원천으로서 데이터를 장악하고, 오프라인 시장을 통제하면 과거 소비자들이 누린 편의(저렴한 비용 등)는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플랫폼 참여자인 소비자와 공급자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통제, 플랫폼 기업의 경영 참여 보장 등이 앞으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120만 명이 모인 플랫폼까지

플랫폼은 혁신과 성장의 유용한 도구로 확대돼야 한다. 플랫폼 기업이 경제에 기여한 가장 큰 점은 공급자와 수요자 간 긴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된 밸류체인을 해체하여 공급자와 수요자가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통합된 양면시장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플랫폼 안에서 공급자는 직접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순식간에 수만, 수백만의 소비자에게 앱과 같은 디지털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있다. 공급자들은 플랫폼 안에서 다른 공급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공정한 경쟁과 혁신이 가능하게 되었다. 막대형의 밸류체인이 원형으로 변하면서 제품의 개발과 공급이 빨라지고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의 등장과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플랫폼의 개설자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룰을 만들어 공급자의 혁신 경쟁을 유도했다. 이는 플랫폼 생태계, 플랫폼 경제, 플랫폼 정책(제도)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플랫폼은 다른 구성 요소 간의 연결을 강화하여 다양성과 진화를 지원하는 일련의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산업은 공급자와 소비자의 긴 단계로 구성되어 있고 진입이 강력하게 통제된다. 그러나 플랫폼 생태계는 개방적으로 공급자와 소비자가 쉽게 진입할 수 있고, 쉽게 상호 식별하고 작용할 수 있고, 동시에 소비자이면서 공급자, 공급자이면서 소비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단계의 주체들이 동시에 서로를 만나고 협력하는 길을 만들었다. 파이프라인 생태계가 단선적 발전을 지향한다면 플랫폼 생태계는 복잡한 융합과 창발적 진화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문제를 다루는 온라인 플랫폼 탑코더(Topcoder)는 전 세계에서 약 120만 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모인 플랫폼으로 진화하였다. 개방성과 최소 범위의 표준화된 룰 기반의 다양한 시도의 허용과 협력이 플랫폼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주고 있다. 그래서 독일은 산업계 중심의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다가 산업계뿐만이 아니라 과학기술계, 연구계, 소비자, 정책 전문가, 관료 등이 참여하여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는 인더스트리 4.0 플랫폼이라는 발전된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전자정부도 포털을 넘어
플랫폼으로 진화

정부도 플랫폼 정부로 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청은 ‘도시혁신실(Mayor’s Office of Civic Innovation)’에서 2009년 오픈데이터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시의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개방된 오픈액세스 포털을 통한 데이터공유, 시민과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가치창출 도구 개발을 위한 민관협력,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과 그 주변에 사는 모든 이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데이터 기반 이니셔티브를 목적으로 수립되었다. 정부만이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것에서 정부가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여 시민들이 이를 활용하여 정책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는 정부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후 많은 시정부와 중앙정부는 공공 데이터를 오픈하면서 시민들이 시정에 참여하고, 직접 서비스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챌린지’라는 플랫폼을 활용하여 연방정부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해결하면서, 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4년부터 ‘스마트 네이션 플랫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자정부나 정책 포털을 넘어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가치 상위기업
미국은 플랫폼기업이 점령
한국은 아직도 전통 제조업체

한국도 카카오톡이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으로 급성장하면서 포털 중심의 네이버도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쿠팡, 배달의 민족 등 다양한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플랫폼 기업은 여전히 글로벌 규모에 비하여 미약하다. 미국의 경우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들(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이 모두 창업한지 20년 내외의 플랫폼 기업이고 중국도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가 글로벌 수준의 플랫폼 기업이 되었으나, 한국은 여전히 전통 제조 산업 기업이 대기업군에 포진해 있다.

한국의 플랫폼 생태계가 취약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정부 정책의 실패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인터넷 붐 때 다양한 서비스가 백가쟁명 했다. 급속히 팽창한 인터넷 붐이 닷컴 버블로 이어지자 한국 정부는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다양한 규제 정책을 만들었는데, 이는 버블이 꺼지는 시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미국의 경우 붕괴된 버블 속에서 자연스럽게 옥석이 가려지고, 시장의 자정기능이 살아나면서 구글 같은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성장하고, 수년 후에 나스닥 지수가 회복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불씨가 다시 살아나지 못하고 2010년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붐이 일 때도 기회를 살리지 못하였다. 여전히 우리는 사전 규제의 틀 속에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사업 모델의 경우 규제 대상이 되면서 성장의 기회를 놓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와 관료조직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정부는 플랫폼 경제를 부르짖고 있지만, 좋은 정책을 만들어 내는 플랫폼 정부인가를 되묻게 한다. 파이프라인형 정부가 정책의 일방적인 공급과 추진에 집중하는 정부라면, 플랫폼 정부는 정책의 공급자(정부, 정당)와 소비자(국민, 이해관계자)가 만나 새로운 정책이 생산되고 확산되는 플랫폼에 기반한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정부 내로 좁혀보면 각 부처가 통계와 자료를 공유하고, 정책을 조율하고 창출하는 플랫폼이 마련되어 있는지도 의문이다.

현재 국민의 모든 생활과 경제활동 등에 영향을 미치는 법정계획으로 정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정책이 330여 개, 종합 계획은 120여 개가 된다. 그러나 인터넷 어디에서도 이런 자료를 한곳에서 찾을 수 없다. 수많은 정책에 관련된 데이터나 정책의 변천, 성과를 분석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은 당연히 없다. 플랫폼 시대에 정책 플랫폼이 없는 것이다. 이래서야 유능한 정부를 기대할 수 있을까? 정부와 국민, 공공과 민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정책의 생산과 실행에 참여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플랫폼 시대에 정부도 플랫폼 정부가 되어야 한다.

[참고 문헌]

마셜 밴 앨스타인 외, 플랫폼 레볼루션, 부키, 2017
앤드루 맥아피, 에릭 브린욜프슨,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 청림출판, 2018
스콧 갤러웨이, 플랫폼 제국의 미래, 비즈니스북스, 2018
아룬 순다라라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유 경제, 교보문고, 2018
이언 골딘, 크리스 쿠타나, 발견의 시대, 21세기북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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