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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인사이트 / 북한변화 / 경제·금융 1] 북의 달러·위안화·유로화 의존 80~90%로 위험 수준 - 체제 전환에 큰 부담, 북 거시경제에 대한 대책 필요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

2019.10.04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됐다.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준비는 필요하다. (재)여시재는 북 거시경제 상황, 제도 변화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세 번에 걸쳐 북 경제-금융에 대한 분석 및 대책을 모색하는 글을 쓴다.

1. 북 달러라이제이션 상황 및 대책
2. 북 주민의 금융접근성 제고
3. 남북교역 재개 시 대금 결제의 다양화 방안

북한 장마당 모습 (출처: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달러라이제이션’에 대한 이해 없이는
제재 효과 분석도 불가능

2000년대 이후 북한 경제의 변화는 시장화, 사금융화, 달러라이제이션 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북한 경제의 시장화는 2,000여 개가 넘는 장마당 활동을 넘어서 당·군 권력층의 지원을 받는 무역회사의 외화벌이 사업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그 결과 북한의 시장화 수준(가계소득 중 시장경제활동으로부터의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40~90%로 추정되고 있으며, 시장경제활동의 생존 수단인 휴대폰 사용 인구가 2008년 1,600명에서 현재는 600만 명을 넘어섰다.

동시에 사금융업자인 ‘돈주’가 신흥자본가로 성장하고 있다. 5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돈주가 50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고리대금업뿐 아니라 주택 건설, 운송업, 식당업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80여 층 아파트가 들어선 평양 여명 거리의 전체 건설자금 중 80%를 돈주들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버스나 화물트럭을 구입해 여객운송이나 택배업인 ‘서비차(서비스+자동차의 합성어)’를 운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 경제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북한 원화 대신 달러화나 위안화 등 외화가 상당 수준 통용되는 현상인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원화가 수행하여야 할 지불수단, 가치저장, 회계단위의 기능을 외화가 보완·대체함으로써 비공식·공식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고 시장화와 사금융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 달러라이제이션은 북한 경제의 변화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되었다. 달러라이제이션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북한의 거시경제 안정의 원인과 대북 제재의 영향을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달러라이제이션은
체제 전환국에서 거의 예외없이 발생

또한 달러라이제이션은 북한의 화폐와 금융 시스템의 문제점이 투영된 것이므로 이에 대한 해법은 북한의 화폐와 금융 시스템의 정상화를 의미한다. 달러라이제이션은 북한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다. 과거 러시아, 중동부 유럽, 동남아시아의 체제전환국이나 남미,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발전과정에서도 흔히 관찰되었던 현상이다. 북한의 상황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지만 그동안의 달러라이제이션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해외 사례와 비교해 보면 북한의 상황을 좀 더 정확히 진단할 수 있고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어떠한 대응이 필요한지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평양제1백화점 내부 모습 (출처: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적정 달러라이제이션은 긍정적
지나치게 높다면 경제 위기 초래

달러라이제이션은 한 국가가 국제화되고 세계경제에 통합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므로 적정 수준의 달러라이제이션은 긍정적인 측면을 가진다. 외국인 투자자의 환 위험을 감소시켜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주체들의 자산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또한 경제가 일시적으로 불안정하더라도 외화 예금으로 금융기관에 자금이 공급되면 자본유출 우려를 줄이고 금융시장의 중개 기능을 보완해 준다.

달러라이제이션의 적정 수준은 그 국가의 경제 규모, 개방 정도, 발전 상황 등 구조적·제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IMF가 추정한 적정 수준은 국가마다 5~45% 사이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우리나라의 적정 수준은 15% 수준이다(그림). 그러나 적정 수준을 넘어서 높은 수준의 달러라이제이션이 진행되고 있다면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등 거시경제 상황이 구조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다는 의미이다. 또한 화폐 발행 이익(seigniorage) 축소, 통화정책의 유효성 감소, 경제주체들의 대차대조표 위험(balance sheet risk)과 유동성 위험(liquidity risk)을 증가시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1982년 멕시코, 1994년 터키, 1995년과 2001년 아르헨티나, 1998년 러시아, 2003년 볼리비아의 위기가 그 사례이다.

(그림) 국가별 달러라이제이션의 실제 수준과 적정 수준 비교(IMF)

(가로축은 적정 달러라이제이션 비율, 세로축은 실제 달러라이제이션 비율이다. 실선 아래 쪽 국가는 적정 선 보다 낮은 경우, 위 쪽 국가는 적정선 보다 높은 경우다. 한국의 적정 비율은 15%로 평가되지만 실제는 5% 밖에 되지 않는다. 국제화가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달러라이제이션은 1970년대 남미에서 시작
1990년대 전 세계로 확대

현재 외화를 법정통화로 채택한 국가는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짐바브웨, 파나마 등 13개국이다. 외화가 법정 통화는 아니지만 자국 통화와 병행하여 통용되는 국가 중 달러라이제이션 비율이 30% 이상인 국가도 35개국이 넘는다. 지역적으로는 동유럽과 중앙아시아(46%), 남미(27%)와 남아프리카(32%) 국가들이 아시아 태평양(18%), 중동과 북아프리카(12%) 등 다른 지역보다 대체적으로 높다. 달러라이제이션은 1970년대 남미에서 대규모 재정적자와 하이퍼인플레이션에 기인하여 시작되었다. 그 후 금융 국제화가 진전되면서 199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러시아와 중동부 유럽 체제 전환국도 1990년대 초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달러라이제이션이 심화되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물가 안정 등 경제 상황의 호전으로 전 세계적으로 달러라이제이션이 축소되는 탈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이 진행되었다. 동유럽은 2001년과 2014년 달러라이제이션 비율이 평균 60%대에서 30%대로, 남미는 평균 40%대에서 30%대로 감소하였다. 이스라엘, 폴란드, 페루, 볼리비아, 앙골라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탈달러라이제이션은 정체 또는 역전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북 달러라이제이션 2009년 화폐개혁으로 본격화
교환 환도 넘어선 현금 몰수당했기 때문

북한의 달러라이제이션은 1990년대 경제 위기 이후 대외무역 확대와 시장 합법화를 추진하면서 시작되었다. 무역과 시장에 참여하는 경제주체들이 늘면서 외화를 보유하게 되었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소비재의 대부분이 수입품이므로 외화는 교환 수단으로도 사용되었다. 2000년대 들어 평양, 청진, 신의주 등 대도시에서 아파트 등 대규모 주택 거래가 외화로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광산물 수출, 비공식 무역, 해외 송금 등을 통한 외화 현금 유입도 여건 조성에 기여하였다.

그러다 북한 원화가 결정적으로 신뢰를 잃게 된 계기는 2009년 화폐개혁이다. 교환 한도를 초과한 원화 보유분을 사실상 몰수당하였기 때문이다. 1980년대 말 동유럽의 달러라이제이션이 몰수형 화폐개혁의 부작용으로 심화되었던 사례와 같다. 이때부터 북한 주민들은 현금은 최대한 외화로 보유하기 시작했고, 주택·TV·냉장고 등 거액 거래는 물론 식량·생필품 등 소액거래도 외화현금의 직접 사용이 확산되었다. 지역별 선호 외화는 중국과 접경 지역에서는 위안화가, 기타 지역은 달러화가 많이 통용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보유 현금 중 중국과 접경 지역은 위안화가 78%, 달러화가 5%이며, 기타 지역은 달러화가 50%, 위안화가 2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이후 물가 안정
달러라이제이션의 역설

달러라이제이션은 과거 체제전환국과 개발도상국의 사례와 같이 북한에도 부정적·긍정적 영향을 동시에 미친다. 부정적 영향은 화폐 발행 이익의 축소, 외화 자산이나 소득이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 격차 확대 등이다. 반면에 위축된 북한 원화의 기능을 외화가 보완하여 경제활동을 부분적으로 정상화하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면 아파트 신축에 민간의 외화 자금이 투입되어 투자 자금화하는 등 경제 위기 이후 붕괴된 자금순환구조가 일부 복원되고 있다. 화폐개혁 이후 급등했던 북한의 물가가 2013년 이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원인으로 달러라이제이션 심화가 기여했을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과거 달러라이제이션이 상당히 진행된 국가에서 자국 통화의 공급 억제와 국제 가격의 영향 등으로 물가 안정이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물가 안정의 다른 원인으로 식량 수급 상황 개선, 시장화 정책의 효과 등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북 달러라이제이션은
예금이 아닌 현금 중심
부작용 심각 가능성 커

북한 달러라이제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북한 원화를 대체하는 외화의 형태가 예금이 아닌 외화 현금인 ‘현금(cash) 달러라이제이션’이라는 점이다. 예금(deposit) 달러라이제이션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현금 달러라이제이션은 외화에 대한 선호와 함께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현금 선호(cash preference)가 함께 나타나는 복합적인 현상이다. 외화에 대한 선호는 자국 통화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지만 과도한 현금 선호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활발한 비공식 경제 활동에 기인한다. 북한은 2000년대 초부터 외화예금이 제도적으로 허용되었지만, 북한 주민들은 자금 출처를 추궁당하거나 인출이 불가능할 것을 우려하는 등 제도권 금융에 대한 불신으로 외화예금을 기피하고 있다. 현금 달러라이제이션은 예금 달러라이제이션보다 부작용이 더욱 심각할 수 있다. 금융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정책당국의 통제 밖에서 외화 현금이 통용되고 보유되기 때문이다. 해외송금과 밀수 등 비공식 경제를 확대시키고 북한 당국의 경제 전반에 대한 관리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현금 달러라이제이션은 사금융과 함께 공식 금융 시스템 붕괴의 한 단면이면서 서로 증폭시킨다. 북한의 사금융 시장은 주로 외화를 매개로 움직인다. 돈주들이 고수익의 외화벌이 사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의 달러라이제이션 비율은 80~90%로 추정되므로 캄보디아, 니카라과 등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국가들과 비슷하다. 특히 통용 외화의 대부분이 현금으로 추정되므로 1990년대 러시아, 2000년대 초 캄보디아 등 역사적으로 가장 높았던 수준의 현금 달러라이제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소매거래까지 달러·위안화 등 외화로 통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북한의 현금 달러라이제이션이 이력현상(hysteresis)이 우려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이력현상은 경제주체들이 외화를 편리한 지불수단으로 인식을 하게 되어 자국 통화로 대체하기가 어려워져 경제가 성공적으로 안정된 후에도 달러라이제이션이 계속 유지되는 현상으로 1990년대 초 아르헨티나와 1990년대 중반 러시아 등에서 관찰되었다.

현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아

현재 북한 당국은 공식적으로는 민간의 외화사용을 제한하면서 비공식 시장의 외화를 흡수하기 위해 전자카드, 휴대전화, 온라인 거래, 외식·레저·오락 서비스 시설을 통한 국내 외화벌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의 현금과 외화 특별계좌 허용 등 제도 변화 시도도 관찰된다. 또한 달러라이제이션 현상을 북한 경제가 세계경제 특히 중국 경제와 통합되는 긍정적인 구조 변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과거 외국의 경험을 볼 때 과도한 수준의 현금 달러라이제이션이나 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큰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북한의 비공식 경제를 확산시켜 법·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와 북한 당국의 관리 능력을 더욱 약화시킬 뿐이다. 북한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화폐와 금융 시스템의 정상화가 시급하므로 현금 달러라이제이션은 반드시 해결하여야 할 과제이다.

북한의 달러라이제이션에 대한 대응 방안의 하나로 최근에 확대되고 있는 위안화 통용 공식화를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은 단일 화폐에 적합한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으로 보기 어렵다. 최적통화지역이 되기 위해서는 노동·자본 등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과 가격의 신축성, 경기변동의 유사성, 금융시장의 통합 등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가 간에 대외불균형이 발생하여도 실업, 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해소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위안화를 공식 통화로 사용하게 될 경우 북한 경제의 안정과 지속적인 발전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유로지역의 후발국가에서 나타나는 경제적·사회적 문제가 반면교사라 할 수 있다. 또한 국가적 상징인 북한 원화를 포기하는 것이므로 북한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은 대안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달러라이제이션을 공식화하는 방안 모두 바람직하지 않으며 현재 북한 당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 대안은 탈달러라이제이션이다.

성공적인 脫달러라이제이션을 위한 전략
- 1단계, 비정상적인 현금 선호 축소
- 2단계, 원화 금융접근성 제고

탈달러라이제이션은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이력현상을 극복하는 지난한 과정이므로 최고 권력층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명확한 정책방향과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포함한 종합전략 제시가 매우 중요하다. 이스라엘, 폴란드 등은 거시와 미시정책을 망라한 종합 프로그램을 추진하여 탈달러라이제이션에 성공하였으며, 1980년대 실패를 경험했던 페루도 2000년대 초 종합전략을 다시 추진하여 성공하였다. 현금 달러라이제이션은 과도한 현금 선호와 달러라이제이션의 복합적인 현상이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접근이 효과적이다. 1단계는 비정상적인 현금 선호를 줄여 현금 달러라이제이션을 축소하고 예금 달러라이제이션으로 전환하는 데 역점을 두고, 2단계는 예금 달러라이제이션을 축소해 나가는 방안이다. 베트남의 경우에도 가계부문의 예금 달러라이제이션 비율이 1995년까지 10%대였으나 1998년 40%로 상승하는 등 제도권 밖의 외화 현금이 외화 예금의 형태로 먼저 제도권으로 흡수되고, 외화 예금이 베트남 동화 예금으로 전환되는 경로를 거쳤다.

1단계 추진 과제는 금융과 외환관리 시스템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한 국유상업은행의 설립, 외국계 상업은행과의 경쟁 구도 형성, 환율과 외환제도 개혁 등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선중앙은행의 저금소와 대출 부서를 분리하여 전국에 영업망을 갖는 국유상업은행 설립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중국도 개방 초기인 1979년에 국유상업은행을 설립하였다. 이와 함께 책임 경영 체제 확립, 예금의 비밀과 인출권의 보장, 실질 금리의 보장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1962년 화폐개혁으로 은행에 대한 신뢰가 실추되자 1965년 금리현실화 조치로 극복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외국계 상업은행의 진출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외국계 상업은행이 예금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합리적인 이자를 지급하는 모범사례를 만들어 경쟁구도를 형성한다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선 특구 시가지 모습 (출처: 연합뉴스)

현재 북한의 나선 특구 내 합영은행의 경우 안정적으로 입출금이 가능하고, 자산 소재를 추적하지 않음에 따라 공식적인 금융기관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환율의 경우 공식 환율과 시장환율 간의 괴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일시에 현실화를 추진하는 것보다 환율의 부분 현실화와 예금 유치를 먼저 도모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접근이다. 1950년대 우리나라의 사례와 같이 모든 개인과 기업의 취득 외화에 대해 외화예금을 전면 허용하고 예치한 외화의 환전에 대해서는 시장환율을 적용하는 복수환율의 한시적 실시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私 금융 양성화 대책 마련 필요

2단계는 1단계에서 증가한 예금 달러라이제이션을 본격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시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의 탈달러라이제이션 사례와 같이 거시안정 정책과 원화 사용의 수익률과 외화 사용의 비용을 높이는 미시 수단의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거시안정 정책의 경우 북한은 당장 인플레이션 타기팅(inflation targeting) 정책을 도입할 여건이 성숙되지 못하므로 환율 변동성 확대와 맞추어 통화량 목표제를 채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또한 이스라엘, 폴란드, 페루, 베트남 등에서 자국 통화 거래의 촉진에 효과가 있었던 미시 수단의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해외 차관·재정지출 등 공공부문에서의 원화 사용 확대, 은행 계좌를 통한 원화 급여 지급 확대, 외화 가치의 변동에 연동되는 원화 예금 개설, 원화 예금을 외화예금보다 금리와 규제에서 우대하는 방안 등이다. 또한 북한 주민들의 원화 금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중국의 촌진은행(村镇银行) 사례와 같이 농촌 등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지점 수를 확대하여 금융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더 나아가 협동농장 신용부를 지역 협동조합으로 확대 전환하고 사금융의 돈주를 제도권으로 양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72년 단기금융업법, 상호신용금고법 제정 등으로 사금융 양성화를 적극 추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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