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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는 지금] “농·축·수산업은 선진국의 상징” 뒤쳐진 농·수·축산업, 천연물질·種子 그리고 양식·개펄에 길이 있다 - 여시재 ‘미래산업’ 4차 토론회

황세희

2019.05.30

세계 食品시장 규모 IT의 6배, 자동차의 5배

“식품은 인간사회의 절대적 출발점(조승목 부경대 교수)”이다. 다른 산업이 아무리 규모를 키워도 식품을 따라잡지 못한다. 통계가 보여준다. 특정 시대에 가장 큰 어떤 산업도 식품산업의 5분의 1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2018년 기준 세계 식품시장 규모는 6조 6690억달러였던데 비해 자동차는 1조 4780억달러, IT는 1조 450억달러였다. 디지털 혁명이 가속화되면서 AI와 5G 시대가 되더라도 식품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농·축·수산업은 ‘선진국의 상징’이다. 선진국일수록 제조업 기술과 생명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농·축·수산업이 발달했고, 역으로 농·축·수산업 생산량이 많은 나라일수록 제조업과 생명공학 선진국 명단과 정확히 일치한다.

한국은 물론 아니다. 전자, 자동차, 철강, 화학, 조선 같은 핵심 제조업은 물론 IT와 바이오산업까지 모두 하고 모두 잘 하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그러나 1차 산업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권이다. 농·축·수산물 생산은 물론 가공과 유통을 포함한 식품산업 전체로 넓혀도 똑같다. 수출도 미미하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해야 할까?

(재)여시재가 진행하고 있는 ‘대전환의 시대, 산업의 방아쇠를 당기자’ 4차 토론회에는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3차 토론회에서 바이오 헬스, 헬스 케어 등 이른바 ‘레드 바이오’ 분야를 집중 논의한 데 이어 4차 토론회에서는 농·수·축산업 혁신과 천연물질을 활용한 ‘그린바이오’ 산업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은 김윤식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이 맡았고, 임용표 충남대 원예학과 교수 겸 GSP채소종자사업단장, 조승목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강호진 주한네델란드대사관 농무관, 이동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 윤종록 가천대 석좌교수, 류정곤 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양근석 전라남도 해양수산국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여시재 이사인 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와 이광재 여시재 원장이 행사 전체를 주관했다. 연세대 미래도시와사회연구원, 매일경제신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곧 닥쳐올 세계적 수준의 식량 부족 사태, 디지털-바이오혁명 기술의 결합에 따른 식품산업 차제의 혁명 등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한 뒤 우리는 천연물질과 種子산업에 주목해야 하며, 양식산업과 개펄을 전략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는 데 전체적 합의가 이뤄졌다.

토론회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계 식품산업 상황>
“글로벌 표준 맞추지 못하면 도태”

연세대 이동우 생명공학부 교수는 “세계 농식품산업은 글로벌 차원에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기술과 인력을 총동원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76억명이던 인구는 2024년 80억명에 이르고 자손 세대에 이르면 90억명이 된다. 이른바 선진국은 인구가 줄고 저개발 국가 중심으로 인구가 폭증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27년 214조 칼로리가 부족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한다. 이는 맥도날드가 지금까지 팔아온 빅맥 전체를 합친 양 보다도 많다. 이 교수는 “이런 폭발적 식량 수요는 식품 산업 형태를 조금 바꾸는 수준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런 추세 속에서 세계 식품산업의 핵심 키워드가 ‘Health’와 ‘Wellness’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이것이 첫째 생산에서 유통까지 전 과정에 걸친 투명성, 둘째 소비자 신뢰를 받는 지역 식품, 셋째 다양성, 넷째 개인 맞춤형 등 네가지로 다시 나뉠 수 있다며 이 흐름을 거부하면 어떤 생산자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동우 교수는 “먹고 살기 위해서, 혹은 다른 나라들이 하고 있으니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는 수준으로는 농식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파악하고 거기에 대응하기 위한 R&D와 정책적 지원을 통해 한국형 미래 바이오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고 했다.

<식품산업의 반도체 種子>
“개인별 맞춤 식단으로 병을 예방하는 단계로 가는 씨앗이 種子”

임용표 충남대 원예학과 교수는 정부의 ‘골든시드프로젝트 채소종자산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임 교수는 배추 종자 한 알이 3~5원에 불과하지만 이게 배추가 되면 생산지에서 300~500원, 시장에 나오면 1500~2000원이 되고 다시 김치를 만들면 5000원이 된다고 했다. 하기에 따라 1000배의 부가가치가 나오는 분야라는 것이다.

<임용표 교수 발표 자료>

그는 종자를 식품산업의 반도체에 비유했다. 임 교수는 “최근에는 기능성 식품, 식물 유래 의약품 등 종자를 활용한 제품의 응용범위가 무한대로 확대되면서 식품산업과 제약산업이 융복합화하는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며 “인간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개개인의 건강정보 및 체질 정보에 맞는 맞춤형 품종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종자 산업은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로 영세하기 짝이 없다. 세계 시장 규모가 700억달러인데 국내 시장은 2016년 기준 5408억원에 불과하다. 1%도 안되는 것이다. 또 제약회사 바이엘이 세계적 종자회사 몬산토를 인수하고 중국 화공그룹이 스위스 종자기업 신젠타를 인수하는 등 융복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등록업체만 1490개가 난립하고 그 중 10인 이상 업체는 31개에 불과하다. 세계 시장에 나갈만한 기업은 거의 없다.

임 교수는 “맞춤의학과 친인간 농업에 접목해 의약품이 아닌 식품으로 처방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며 “우리는 유전체, 유전자편집기술 등을 종자 생산과 연계해 기초연구가 바로 산업화에 직결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무한한 가능성 養殖>
“미래 첨단양식 시스템 만들면 수출도 할 수 있다”

소는 1kg의 살을 찌우기 위해 8kg의 사료를 먹여야 한다. 그러나 물고기는 0.9kg을 먹이면 1kg을 불릴 수 있다. 지구 온난화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는 가축의 배출가스(메탄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수산업이 더 각광받을 수 밖에 없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세계 정부와 식품기업들이 바다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특히 양식이야 말로 한국이 전세계적 경쟁력을 가질만한 분야라고 했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자연산이 9200만톤인데 비해 양식이 1억1000만 톤으로역전됐다”며 “2030년에는 수산물이 9200만톤 부족할 전망”이라고 했다.

현재 내륙 담수어 양식 1위는 중국, 바닷물 양식 1위는 노르웨이다. 노르웨이 산 연어가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우리 광어 양식이 고비를 맞을 정도다.

그는 그러나 3면이 바다이고 섬이 많은 한국이야말로 양식업의 적지라고 했다. 그는 I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양식으로 가야 하며 한발 더 나아가 육지에 빌딩형 양식 시스템을 구축하면 중동 국가들에 플랜트 수출도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윤종록 가천대 교수(전 미래창조부 차관)는 우리바다에 제곱km 격자망 단위로 구획해 ‘해양 ICT 인프라’ ‘해양 센서 네트워크’를 구축해 실시간으로 수온 파고 녹조 유속 등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양 물질은행 및 수산식품연구소 설립>
인삼 한뿌리 나지 않는 스위스가 최대 수출국

조승목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가 제안했다. 그는 “농산물에 비해 해양 기능성 소재는 인증 성공 사례가 전체의 4% 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래서 2차 활용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해양 바이오 기업이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바이오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해양 물질 은행 설립이 필요하다”며 “인삼 한뿌리 나지 않는 스위스는 주요 성분인 사포닌을 세계 최초로 표준화해 인삼 기능성 식품의 최대 수출국이 됐다”고 했다. 그는 “물질 은행을 설립하면 상업적으로 바로 활용할 수 있고 다른 연구개발 기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해양 바이오식품 개발이 중간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대부분이 중금속과 비소 검출 때문”이라며 “해조류의 경우 비소를 제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 필요한데 이것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임상실험에 3억원이 들기 때문에 대학 등에서 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수산식품 연구소를 작게나마 만들면 수산업 전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이와 함께 한국 건강식품 백서, 건강식품 맵을 만들어 기록으로 남기고 DB화해서 국민들에게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개펄 상품화>
“개펄의 가치 과학적 검증 시작해야”

윤종록 교수는 우리 개펄이 면적 기준으로나 단위 면적당 머드 함량 기준으로나 압도적 세계 1위라며 개펄 연구를 본격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학적 검증을 해내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자산가치가 인정되고 수산물의 품질까지 보증하는 원천으로 인식을 확대시킬 수 있다면 우리 개펄이 글로벌 자산으로 대우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조기는 맛있고 중국 조기는 맛이 없는 이유도 개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의 가치>
김, 인삼 대비 수출은 4배, 연구는 15분의 1

우리 수산업의 대표적 수출상품은 김이다. 2007년 6000만달러에서 2018년 5억 2533만달러까지 늘었다. 일반인들이 대표적 수출상품으로 생각하는 인삼은 1억 8774만달러였다. 인삼의 3배를 수출하고 있는 김이지만 최근 10년간 김과 관련된 정부의 연구사업은 30개에도 미치지 못했다. 인삼은 500건을 넘었다.

<조승목 교수 발표 자료>

김은 지금 건강식품, 기능성식품으로 세계적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시장에 동남아 국가들은 물론 유럽 국가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이 외에도 감태를 비롯한 해조류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김을 비롯한 해조류의 건강기능성에 대한 연구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수산자원을 기능성 식품으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 지원에 나서야 한다. 참석자들은 물론 인삼에 대한 연구지원을 게을리 하자는 얘기는 아니라고 했다.

“국토자원 자체에서 미래산업 나와야”

여시재 이광재 원장은 “국토의 70%가 산지이고 3면이 바다인 나라인데 이 자연적인 조건에서 미래산업이 나오지 않고 농촌이나 어촌이 보조금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국토자원 자체에서 미래산업이 나와야 한다는 절실한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헌법에 경자유전의 원칙이 있고 어촌에 가면 어촌계가 있는데 이게 2차, 3차 산업으로 결합되고 나아가 바이오산업까지 나가려면 대기업과 생산자, 유통업자들이 어떻게 이익을 나눌지, 이익분배 모델을 만드는 것이 숙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이 원장은 “우리는 미국이 아니다”며 “우리의 무엇이 강점인지 전략 지도를 만들어 컨센서스를 찾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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