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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는 지금] “민노총 설득해 원격 의료 할 때 됐다” “나눠먹기 전락한 20조 R&D, ‘제로’에서 재설계 필요” - 여시재 ‘미래산업 3차 토론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6일 바이오-헬스를 제 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며, 연구개발(R&D) 개편 및 규제 혁파 방안을 곧 발표하겠다고 했다. 바로 이날 (재)여시재는 ‘생명과학 입국 실현을 위한 에코 시스템’ 구축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핵심 내용도 R&D와 규제 혁신 방안이었다.
토론회에는 기업과 금융, 병원, 대학에 몸담고 있는 다양한 현장 전문가들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석해 현장 경험을 토대로 정부-기업-대학이 각기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논의했다. 위기감, 반성과 자조의 목소리도 많이 나왔다. 정부의 스마트시티위원회, 창조혁신센터에서 나온 전문가들도 즉석에서 토론에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는 여시재가 ‘대전환의 시대, 산업의 방아쇠를 당기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진행하고 있는 연중 토론회의 3차 토론회였다.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교수와 유승준 티피헬스케어 부사장이 발제를 맡았고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이철희 중앙대새병원건립추진단장(전 분당 서울대병원장), 신상철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대표,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전무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경태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총장이 좌장을 맡았고, 여시재 이사인 김도연 포항공대 총장과 이광재 여시재 원장이 행사 전체를 주관했다. 매일경제신문과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이 공동 주최했다.
토론 내용을 핵심 주제별로 정리한다.
<원격의료>
“중국 인터넷 병원에 붙어서 일해서야 되겠나 자괴감”
이철희 단장은 분당 서울대병원장이던 2014년 자체 개발한 의료정보시스템을 사우디아라비아에 700억원에 수출했던 사람이다. 미국과 러시아에도 시스템 수출에 성공했다. 분당 병원 인근에 헬스케어 혁신파크도 만들었다. 현재 중앙대새병원건립추진단장을 맡아 대형병원 혁신을 이끌고 있다.
그는 “중국 인터넷병원 가입자가 1억8000만명을 돌파했고 이제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면서 “그래서 우리가 중국에 가서 같이 하자고 했다”고 했다. 중국 네트워크에 한국 솔루션을 얹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는 “국내에서 안되니 중국에 붙어서 한다는 게 슬프다”고 했다.
이 단장은 원격의료는 산업이라는 관점에서도 필요하지만 급증하는 노인의료비에 대한 대책으로도 당장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17년 우리나라 의료보험 예산 전체가 69조원이었는데 노인의료비가 2025년에 57조원, 2040년에 163조원으로 폭증한다”며 “감당이 안되는 일을 폭탄으로 안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인의료비라는 시한폭탄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기반이 원격의료이고 그 다음이 산업적 측면에서 일자리 창출 등”이라고 했다.
전병조 KB증권 사장은 “원격의료를 결단하면 산업 임팩트가 굉장할 것”이라며 “의사들의 창업도 활발해질 것이고 일자리도 많이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라 걱정한다면 지금이라도 움직여야 한다”며 “미국이나 일본이 개인정보 보호에 우리보다 인식이 뒤떨어져 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은 정치적 판단을 한다고 하더라도 행정부는 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의 힘으로 어려운 일을 결단하라는 것 아니냐”며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안하고 있는 것이냐”고 했다.
이철희 단장은 “원격의료를 막고 있는 이유가 민노총과 개인 병원들의 반대”라며 “강제로는 안되고 설득해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원격의료는 이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며 “문제는 그것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미뤄왔다는 데 있다”고 했다.
김도연 포항공대 총장은 포항이 인구 50만인데도 대형병원이 없다며 포항에 시범사업이라도 시작하자고 했다. 그는 “원격의료가 되면 굉장히 많은 것이 풀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데이터, 창업 등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단장은 이날 발표를 통해 4년 전 썼다는 칼럼을 소개했다. 그는 “그 칼럼을 날짜만 바꾸면 지금도 그대로 실어도 된다”며 “또 4년 후 똑같은 얘기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원격의료 시행 필요성에 반대하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국가 20조원 R&D 개편>
“연구비를 부처별, 과별, 심지어 사무관별로 나눠먹고 있지 않은가”
많은 참석자들이 20조원 규모 국가 R&D 예산이 나눠먹기로 전락했다고 했다. 이에 대한 지적이 10년 이상 나오고 있는데도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교수는 지난 3월 22일 여시재와의 인터뷰(링크)에서 한국의 R&D 예산 20조원이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닌데도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데는 ‘평가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싱가포르는 평가를 외국 전문가들이 하는데 한국은 기획부터 평가까지 같은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표현은 완곡했지만 결국 ‘정실주의’ 문제르 지적한 것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동의했다. 청중석에 앉아 있던 문일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장으로 연구비를 다룬 적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정부 연구비 나눠주는 것은 정말 처음부터 ‘0’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각 분야별로 섹터를 반들어 연구비를 분배하는데 초창기엔 도움이 되지만 성숙기에 가면 바이오와 IT가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융합이 안되더라”고 했다. 그는 “지금 부처별, 과별, 심지어는 사무관별로 나눠먹기식으로 하지 않은가”라고 했다.
같은 대학 같은 과 이창하 교수도 “선택과 집중에 따라 연구비를 분배했을 때 인정을 안하는 것이 우리사회”라며 “그것을 알고 한발짝 더 나간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철학적 응용을 생각해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연구비 지급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철희 단장도 정부 연구비 배분에 참여했던 경험을 얘기하며 “잘하는 곳에 더 밀어주는 것이 안되고 공평하게 나눠주는 문화”라며 “선택과 집중이 안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같은 연구과제를 부처별로 똑같이 하는 상황도 너무 심하더라”고 했다.
<초기 벤처 지원 방안>
“한국 벤처 금융은 ‘벤처 지원’이 아니다”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TIPS)’ 담당 이철환 실장은 청중석에서 발언권을 얻어 “한국에는 좋은 기술과 좋은 교수들이 많은데 비어 있는 곳이 있다”며 “초기 단계에서 기술만 가지고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이 기능이 우리 나라에 크게 부족하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공공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며 “그 많은 돈들 중 정말 일부만 초기 단계에 투입할 수 있어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병조 전 사장은 그래서 CVC(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증권사 CEO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벤처캐피탈은 대부분이 리스크를 지지 않기 위해 창업 후 7년 지난 회사에 투자한다”며 “1~7년 사이를 맡을 곳은 대기업 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한국에선 금산분리에 막혀 이게 제도적으로 안된다. 전 전 사장은 “증권사에서 일할 때 직원들에게 ‘사고 치지 마라’ ‘돈 빌려주지 마라’고 말하곤 했다”고 했다. 그는 사고 칠 수 있도록, 사고 쳐도 그 책임을 분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철환 실장은 “샌디에이고를 가서 물어봤더니 바이오 분야의 벤처 초기와 그 바로 다음 단계를 대형 제약회사들이 하고 있다 하더라”며 “우리나라에는 그게 없는 상태”라고 했다.
<컨트롤타워 신설>
“당연히 필요하지만 관료주의 경계해야”
정보통신부가 IT 산업 부흥을 이끌었듯이 바이오 헬스 산업을 이끌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신약개발 분야에 30년간 종사해온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조합 전무는 “바이오 헬스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전체 설계’가 함께 가야 분절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병원은 연구 능력이 많고 기업도 성공적이진 않지만 많이 가지고 있다”며 “이것들을 모두 분석해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컨트롤타워 신설에는 유념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지만 지배하려 하거나 관료주의형 칸막이 구조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혁신>
“대형병원을 미래 산업 창출기지로 만들어야”
분당 서울대병원을 바꿔본 경험이 있는 이철희 단장은 “현재 한국 대형병원들은 의사들이 환자를 많이 보고 식당을 만들어 밥 팔고 장례식장 장사 하지 않으면 월급을 주기 힘든 구조”라며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형병원은 미래의료와 산업을 창출하는 곳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가지고 의료공공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원격의료도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 단장은 교수 평가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논문 써서 학술지에 많이 게재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고 산업으로 연결되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며 평가 기준을 ‘논문 위주’에서 ‘성과 위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정밀의료>
“우리는 기술은 되는데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
유승준 티피헬스케어 부사장은 “향후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은 빅데이터, 유전체정보, 인공지능을 이용한 정밀의료가 주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의 경우 기술력은 어느 정도 되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는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 빅데이터 구축이 중요하다며 “바이오 산업이 차세대 먹거리라고 정말 생각한다면 정부도 규제개혁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동남아와 중남미로 시선을 분산해야 한다고 했다.
유전체 분석 업체를 이끌고 있는 신상철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대표는 “우리는 유전체 정보가 통합 관리되지 못하고 활용이 제한돼 있는데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산업화 및 고용창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왜 하는가?>
“‘어떤 가치를 위해 일하는가?’ 고민 없으면 다른 것도 안돼”
조남준 교수는 외국의 ‘톱 탤런트’를 한국 대학이 흡수해야 한다고 했다. 한명만 데려올 것이 아니라 그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팀 단위로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급여, 연구비, 주거여건 같은 것도 갖춰야 하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연구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싱가포르 시니어 교수들이 ‘연구 역량은 한국 교수들이 이스라엘 교수들보다 뛰어나다’고 말한다”며 “문제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 스마트시티위원회 위원인 차인혁 SK텔레콤 고문은 “정부가 시범도시를 만들어 스마트시티를 전략상품으로 만들려 하는데 막상 해보니 스마트시티에 필요한 클라우드, AI, 에너지 인프라스터럭처 등 모든 역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어떻게 하자’는 얘기는 많은데 ‘왜 하느냐’ 부분이 취약하다”고 했다. 그는 “국가 자원을 쏟아붓기 전에 왜 해야 하는지, 어떤 가치를 위해 해야 하는지, 그것이 인류공영인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그런 것이 있어야 외국의 고급 브레인도 데려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시재 미래산업위원회>
위원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위원: 정재승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윤종록 가천대 석좌교수(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 김윤식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총괄전무,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교수, 이광재 여시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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