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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사이트 / 군대연구 ④] 安保는 십년대계이자 백년대계다 - 中∙日 첨단무기개발에 과연 대비하고 있는가
문제는 ‘얼마나 사활적인가’에 있다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과거에 비해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북 비핵화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주변국의 정치적·군사적 위험요소는 오히려 증대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주변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과 일본은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이어도 및 독도에 대한 영토분쟁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 침범도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한 한일간의 초계기 갈등에서 보듯이 자국의 국내여론에 따라 무력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견되고 있다. 최근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의 귀환’에 대한 우려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무기체계 개발은 북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주변국을 상대할 수 있는 차세대 무기개발은 미흡한 실정이다. 당장이야 당연히 북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지만 미래를 내다본다면 앞으로는 북한만이 아니라 북한을 포함한 주변국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방산수출에도 기여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우리 군은 주변국 전체를 시야에 넣고 군사 전략을 짜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얼마나 사활적인가에 있다. 투입할 수 있는 역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북을 중심으로 집중과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젠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中·日, 차세대 무기개발에 역량 집중
차세대 무기로는 극초음속 무기, 레이저 무기, 레일건(화약 대신 전자기력을 이용해 탄환을 발사하는 무기), 6세대 전투기 등이 꼽힌다. 무기체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향후 10년 뒤 전력화 될 이들 무기들의 특징으로는, 기존 무기체계들에 비해 속도와 위력이 차원을 달리한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戰場의 게임체인저들이다. 특히 레이저나 레일건의 경우 가성비가 뛰어나다. 레이저는 가격 면에서 한 발에 1∼10달러(1200원∼1만 2000원)로 알려지고 있다. 레일건에 사용되는 극초음속탄은 1억원 미만으로 기존 미사일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특히 중국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우리 주변국 가운데 차세대 무기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해 8월 중국은 극초음속 비행체 싱쿵(星空)-2호 로켓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중국산 극초음속 비행체는 3만m 고도에서 마하 5.5∼6의 속도를 기록했다. 일본 역시 지난해 방위대강을 통해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는 유도탄 겸 공격형 무기인 고속활공탄(高速滑空彈) 도입 계획을 밝힌바 있다.
중국은 또 ZKZM-500으로 명명된 세계최초의 레이저 소총을 개발했다. 중국과학원 산하 시안광학정밀기계연구소가 개발한 ZKZM-500은 약 3kg의 무게와 15mm 구경으로 800m의 유효사거리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회 충전으로 1,000회 발사가 가능한 이 무기는 고출력의 레이저를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사람이라면 화상을 입을 수 있고 무인기나 차량의 부품을 파괴할 수 있다.
지난 1월 중국 후베이성 우창(武昌) 조선소에서 선보인 071급 상륙함 하이양산(海洋山) 선상에 레일건이 설치된 모습이 포착돼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중국은 2011년 레일건 연구에 착수해 2014년 원형 측정시험을 실시했으며 올해 2월 궤도 실험에 성공한 것으로 공표됐다. 한편 일본도 2017년부터 레일건의 독자 개발에 들어갔다. 방위성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내외 레일건 관련 기술의 개발 상황을 조사하는 동시에 기초기술에 관해 연구해왔다.
레이저총·레일건, 연구 파생효과 크다
레이저총이나 레일건 같은 경우는 실전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런 신형 무기체계들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파생 효과는 엄청나다. 정밀 거리 측정이나 광학 발달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또 일종의 군사 기술 도약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도 손을 놓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규모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예산을 투입하고 있느냐다. 우리는 이것이 아니라 실험적 시도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해 미래 전장에 대비한다는 사활적 의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거대 항공기 제작사인 중국항공공업집단(AVIC) 고위 관계자는 최근 2035년쯤 국산 6세대 전투기가 등장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이와 별개로 현재 실전 배치되고 있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J-20의 개량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도 5세대 전투기의 기술 수준을 확인하는 심신(心神) 프로젝트를 종료하고 5.5세대 혹은 6세대로 분류될 F-3라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준비 중이다. 우리의 경우는 연습기를 개발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이 정도도 세계적으로는 대단한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가 대비해야 할 것은 세계 몇 위라는 수자가 아니라 주변의 중·일·러 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北은 숙명, 그러나 그것으론 충분치 않다
우리의 군사전략은 불가피하게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 개념 위주로 발전되다보니 전력증강 역시 맞대응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일례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 무인기 침투가 발생했을 때 전력증강 또한 이에 대한 대응 전력을 갖추는데 집중되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재래식 전력의 상당부분을 따라잡거나 추월했지만 단기적 처방만으로 전력증강을 진행하다보니 전장의 판도를 바꿀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중·일·러에 대한 대응 체계는 허술할수 밖에 없다.
이는 북이라는 적을 둔 숙명인 측면이 크다. 하지만 군사 혁신에 대한 이해와 의지 부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통렬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쟁에서 승리한 국가들은 혁신적인 전쟁수행 개념을 선도적으로 채택했다. 무기체계와 장비들을 개발하고 新개념 부대를 편성해 전장의 판도를 바꾸어 나갔다. 수많은 전쟁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경우를 조사해보면 혁신적 개념과 첨단기술의 융합을 통해 달성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83년 3월 23일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 발표한 전략방위구상(SDI·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은 혁신적 개념과 첨단기술이 융합되어 냉전종식을 앞당긴 군사혁신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략방위구상은 핵무기를 탑재한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우주공간에서 요격하는 ‘별들의 전쟁’이었다. 전략방위구상에 대해 주목할 점은 냉전 시절 미소간 공포의 균형을 무너뜨리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비록 700억 달러의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된 채 실행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이를 통해 미사일 방어기술의 향상과 레이저 무기 및 레일건의 기초연구가 이루어졌고 지금 압도적인 우위에 서게 된 기반이 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될 부분이다.
국방과학연구소, 방산 발전 주역
그러나 이제 한계에 봉착
1970년 우리나라는 국방과학연구소를 설립하여 첨단 국방기술 및 무기체계 개발을 위한 지원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국방과학연구소는 단시간 내에 북한과의 전력격차를 줄이고 방위산업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지상군의 무기체계를 몇단계 끌어올린 주역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군과 과학기술계 전체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수십년의 기여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국내의 기초기술과 산업기술이 크게 발전했다. 국내 방산기업들의 기술력은 크데 올라갔다. 반면 국방과학연구소 중심의 개발정책은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기술주도형 연구개발 보다는 당면한 무기체계 개발에 몰두하다 보니 차세대 무기개발에 있어 성과가 적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국방과학연구소 중심의 무기체계개발로 생기는 폐해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문제점을 여러 가지 열거할 수도 있지만 결국 군사기술 개발은 국방연 중심으로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번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동력을 국방연에 모아줘야 한다.
한편 우리나라 방위산업 기업체들의 무기체계 개발능력은 크게 향상되어 2011년 기준으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수행하던 13개의 무기체계 개발사업 중 11개 사업을 업체 주관 개발로 전환한 바 있다. 향후 국방과학연구소의 역할은 방위산업체가 하기 어려운 기술주도형 연구 및 차세대 무기 기반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무기체계개발은 방위산업체로 과감한 이관이 필요하다.
국내 방산업체들 인수·합병 유도해야
우리나라의 방위산업은 남북 간의 군비경쟁을 토대로 만들어졌으나, 해가 가면 갈수록 군이 요구하는 재래식 무기들의 소요는 줄어들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또한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무기들은 내부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해외 구매로 진행되고 있다.
방위산업 업체들은 기술력은 높아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해외 시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9 자주포와 T-50 고등훈련기가 가격경쟁력과 뛰어난 성능으로 해외시장에서 환영을 받고 있지만, 중국 터키 등이 새로운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고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국내 방위산업은 기본적인 골격이 여전히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방위산업 구조와 관련 2005년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폐지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기본 구조는 사실상 특정업체 전담 시스템이다.
해외의 경우 냉전종식 이후 국방비에 대한 큰 삭감이 있었고 수요 위축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의 치열한 내수경쟁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방위산업 선진국들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에 주력함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앞으로 전시작전통제권이 전환되면 우리 군이 전장을 주도하고 미군이 이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맞춰 북한 및 주변국을 아우를 수 있는 군사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며, 현재 진행 중인 ‘핵·WMD 대응체계’를 패키지 단위로 발전시켜 차세대 무기들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우리 군에서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방위산업 수준은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지상 장비 및 항공 그리고 방산전자를 포함한 방산대기업이 탄생했다. 하지만 국제적인 방산대기업, 예를 들어 록히드마틴 보잉 에어버스와 비교했을 때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 방위산업체 간의 인수합병을 활성화시켜야한다. 필요하다면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도 검토해볼만 하다.
또한 우리 군의 재래식 무기 소요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방위산업체들은 몇 년 후 심각한 경영악화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여기에 더해 향후 차세대 무기체계들이 세계방산시장에 주요 상품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금이라도 정부차원에서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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