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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 군대연구 ③] 전쟁 계획조차 독자적으로 만들지 못하는 한국군 - 미군과 영어로 전술 토론할 장교도 너무 부족하다
미래 한국, 열세국가 위협과 우세국가 위협에 동시 직면
미래 한반도 안보환경의 특징은 불확실성과 복합성의 심화다. 지금까지는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북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그러나 앞으로 한국은 특수전 위주의 재래전을 수행하려는 열세국가의 위협, 우등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고비용의 첨단전을 강요하는 우세국가의 위협에 동시에 직면할 것이다. 또한 戰場은 우주 및 사이버 영역을 포함하는 비물리적 혹은 가상영역까지 확대될 것이다. 이에 따라 ‘지상·해상·공중’ 중심에서 ‘지상·해상·공중 + 우주·사이버’ 영역으로 확대하여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미래 한반도 안보환경과 경제·사회적 여건을 고려한 새로운 전쟁 패러다임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군 구조개편도 당연히 여기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
현재 한반도 안보 환경을 생각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는 지역 전체에 걸친 전략적 구조변화와 함께 우리 내부의 인구 구조 변화, 디지털로 상징되는 군사기술의 획기적 변화까지 전방위에 걸쳐 있다. 구조 변화에는 미-중 관계와 함께 한-미 동맹, 미-일 동맹, 여기에 남북관계가 포함될 수 있다. 이는 국가와 민족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군 구조를 개편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그럴수록 시야를 넓고 길게 갖고 대처해나가야 할 문제다. 따라서 당면한 군 구조 개편은 현재 준비가 진행중인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 인구 구조 문제, 군사 기술 발전 문제 등을 중점에 놓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 동시에 군 내부에 누적된 여러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연구팀은 이런 기준에 의거해 논의를 거듭한 결과, 큰 틀에서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첫째 지휘구조 측면에서는 한미동맹에 기반하고 더욱 공고히 하되, 우리 군 주도의 작전지휘체계를 구축해 전작권의 안정적 전환 여건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둘째 부대 구조는 병력집약적 구조에서 탈피, 정예화된 부대구조로 개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력구조 측면에서는 전방위 안보위협 대응은 물론, 국가·사회 요구에 부합하는 첨단과학기술 중심 전력구조로 개편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병력구조 측면에서는 상비병력 감축에도 불구하고 즉응대기 부대의 완전성 제고, 전투부대 간부 보강, 예비전력 내실화를 통해 실제 전투력은 강화되어야 한다.
한-미동맹이니까 그냥 믿고 간다고?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현장 정책부서와 야전 군인들의 목소리는 이렇게 요약된다.
첫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 작전지휘체계가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다. 戰時 한국군 합참의장은 미군 합참의장과 군사위원회(MCM)를 통해 연합사에 전략지침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공백’이나 다름없다. 한-미 동맹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잘 협조될 것이라고 믿고 유예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애매모호한 지침이 그대로 남는다면 실제 전시에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둘째 육해공군 및 해병대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전제 아래 각 군의 동시성·통합성을 강화하는 운용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개념적으로는 합동성 극대화라는 이슈에 모두 동의하지만, 실제 육해공 작전부대의 지휘통제체계 공유와 같은 핵심 과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문제의 절박성을 느끼고 해법을 얻으려면 실전 감각이 중요한데 우리 군은 이런 분야에 관심이 별로 없다. 최근 인도-파키스탄 충돌을 비롯, 러시아-우크라이나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전에 주요 군사 강국들은 앞다투어 관찰단을 파견해 실전 현장에서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러나 한국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전쟁을 치르지 않고 전훈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눈 뜨고 놓치는 셈이다.
부대 수 늘리고 줄이는 게 개혁인가
셋째 미래 한반도 안보환경의 다양한 위협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부대 개편 노력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 각기 다른 부대들을 합치고, 있던 부대를 없애는 현재의 활동을 ‘부대 개편’이라고 주장하는 군 관계자가 혹시 있을지 모르겠다. 그것은 그냥 부대를 합치고 없애는 것이지 군 구조 개편과 상관이 없다.
예를 들면 미군이 하는 것처럼 육군-공군을 아예 하나의 부대로 편조하는 정도는 되어야 개편이라 할 수 있다. 多영역임무부대(MDTF)를 창설하고 이를 운용하기 위해 기존 군대의 지휘구조를 완전히 허무는 것이 군 구조 실험이다. 이런 획기적 노력 없이 지휘관의 계급을 상하향 조정하거나 부대수를 늘리고 줄이는 안이한 길을 가는 것은 변화와 혁신에 역행하는 길이다.
넷째 4차 산업혁명시대의 정보통신기술, 나노기술, 항공우주기술 등 첨단과학기술을 군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우주 및 사이버공간을 활용한 기술의 발전은 미래 전장영역을 지상·해상·공중에서 우주 및 사이버로까지 순식간에 확대시키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일보 뒤처지면 향후 안보 경쟁에서는 오랜 시간 열세를 감내해야 한다. 소위 ‘초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가장 심각하지만 별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분야가 인구 절벽에 의한 병력 감소 문제이다. 관련 제도의 변경이 병역 수행이 가능한 남자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병역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 복무기간 단축에서 오는 숙련도 저하의 문제는 모두 ‘상황이 심각하다. 대처해야 한다’는 경고만 내고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병력 위주의 양적 부대구조를 정보·기술형의 질적 부대구조로 개편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는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군 장교가 미군 장교에게 영어로 지시 내릴 능력이 중요
지금까지 전한 현장의 문제 인식은 하나하나가 군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해결할 수 있는 대과제다. 따라서 전체에 대한 대안을 여기에서 제시하긴 어렵다. 하지만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방안은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군 지휘 체계, 구조, 편제 등의 문제는 더 이상 높이고 낮추고 더하고 빼는 숫자 놀음을 그만두고 실제로 군사력 향상에 기여하는 구체적 조치를 중심으로 과제를 선정하여 추진해야 한다. 전시 작전권 전환의 문제도 ‘해야 한다’ vs ‘시기상조다’, ‘빨리해야 한다’ vs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의 소모적 논쟁을 그만두고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우리가 전시에 작전 지휘권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지 연구분석해야 한다.
둘째 합동성을 위한 규모의 예산, 제도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합동성은 육해공군 장교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한다고 해서, 업무 절차를 배운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땅에 있는 군대, 하늘에 있는 군대, 바다에 있는 군대가 힘을 합치려면 각 군이 사용하는 것만큼의 큰 예산, 그 정도 규모의 예산을 지속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문화나 절차는 그 다음이다.
셋째 한미동맹, 전작권 전환과 같은 거대한 구호만 얘기하지 말고 그것을 가능하게 할 가장 현실적인 장애물이 무엇인지 찾아서 제거해야 한다. 현재 한국군이 미군과 연합작전을 하거나, 전작권 전환을 위한 토의를 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언어다. 영어가 되는 장교가 극히 드물다. 그냥 잘 지냈냐고 묻고 밥 먹는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국제 정세에 대한 토론을 하고, 전문적 군사 문제에 대해 미군을 설득할 정도의 영어를 하는 장교는 거의 없다. 정치권도, 언론도, 군도 ‘우리 군이 주도해야 한다’고 수십년 째 말하고 있는데 그게 안 되는 이유는 영어가 안 되어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방부, 합참, 연합사에 미국, 미군과 협조하는 부서 혹은 그 관련 지원부서에는 영어 능통자를 배치해야 한다. ‘그걸 알지만, 영어를 그 정도로 잘하는 장교가 없다’는 변명을 한다면 어불성설이다. 사관학교의 영어 강의 비중을 높이고 외국어 능통자를 우대해서라도 연합 작전에서 즉각 활동할 수 있는 장교 숫자를 늘려야 한다. 현대전에서, 특히 한반도 주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연합작전, 다국적작전은 필수다.
넷째 지금까지 언급한 모든 문제들이 배태된 한국군의 문제는 한국군이 만든 군사교리, 야전교범, 전쟁계획의 부족에서 온다. 군 지휘체계, 구조, 편제의 문제는 한국군이 만든 군사전략, 군사교리로부터 탑다운식으로 해법이 나와야 한다. 그것이 없기 때문에 수십 년간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합동도 전작권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야전교범과 한국군이 스스로 만든 전쟁계획이 있다면 그 구현 방법이자 절차인 합동, 전작권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것이 없기 때문에 매년 심각한 갈등이 반복되는 것이다.
신속 전환 가능한 ‘레고형 부대’로 가야
다섯째 실험정신, 도전정신을 말로만 강조하지 말고 실행해야 한다. 리스크를 감내하고 한계까지 자신을 내몰지 않는 집단은 퇴보하고 낙오한다. 한국군이 병력집약적 구조에서 탈피하여 모듈화된 부대구조로 가기 위해서는 실제 모듈화 부대를 만들어서 다양한 실험을 해보아야 한다. 그것도 아주 과감한 시도로 말이다.
처음 미군이 모듈화 부대, 스트라이커 여단을 출범할 때 모두가 우려하고 많이 이들이 섣부르다고 비판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부대를 신속대응군 체제로 전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에 대대전투단을 투입할 때도 그랬다. 그러나 이런 시도들이 지금은 전 세계적인 기준이 되고 있다.
인구 절벽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의 인구 변화 추이는 매우 심각하다. (2017년→2025년 20세 남성 35만 명→22만 명 추산) 그러므로 지금까지와는 파격적으로 다른 부대 구조가 아니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심각하다고 말만 하지 말고 실험 부대를 두어 극소 병력으로 임무와 기능이 유지되는지 운용을 해보아야 한다.
규제 완화는 군에도 필요하다
여섯째 국가 차원의 지원과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은 간단한 대안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실행되려면 국가 차원의 관심, 지원이 필요하다. 벤처·스타트업이 개발한 최신 과학기술, IT기업 신제품, AI 관련 기술이 장벽, 중간 검토나 규제 없이 즉각 현장에서 운용되려면 국가의 조정이 필요하다. 기존의 법과 규정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제공하는 것과 같은 규제 철폐 완화 지원이 반드시 요구된다.
전작권 전환 대비 미 전문가 초빙 콜로키엄 필요
이런 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안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전작권 전환에 관한 미군 측 전문가를 초빙하여 콜로키엄을 개최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머릿속에서만 고민해서는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이를 미 대사관, 미8군에 협조를 얻어 현장에 있는 미군의 전문가적 식견을 청취하고 군 전문가, 현직 군인, 전문연구자 등을 초빙하여 토론을 실시한다면 현실적 실행 방안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첨단 과학기술 중심 전력구조 개편을 위한 육해공군 전력구조, 편제 담당자를 초빙하여 간담회를 개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군 전력구조 개편을 위한 국가, 정부 차원의 조치가 무엇인지 정책담당자들이 경청한다면 국방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의 장이 마련될 것이다.
군에서는 미래 안보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 가능한 합동군 운용개념 및 새로운 연합·합동훈련을 개발해야 한다. 차제에 특정 군 중심이 아닌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한 합동군 운용개념을 개발하고 미래에 합동군 운용능력을 극대화 위한 전투발전요소를 뽑아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제 연합 및 합동훈련에 활용함으로써 조기에 적절성을 실험해 보아야 한다.
민간 전문가-예비역에 군 주요 보직도 문호 열어야
육해공 작전수행체계의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고 교환 보직 운영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이때 군만 생각하지 말고 외부전문가(통신 전문가, 암호 전문가, 수사 전문가, 우주공학 및 해양공학 전문가)를 초빙하여 미래 합동군의 다영역 작전 수행에 대한 검증을 의뢰하면 좋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민간 전문가들을 군에 대대적으로 수혈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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