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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는 지금] “대기업에 스타트업 숨통 열어주게 해야” “구글에 M&A 당하면 만세 부르고 삼성에 M&A 당하면 문제가 되는 상황”… ‘여시재’ 2차 토론회서 ‘M&A 지원센터 설립’ 등 혁신적 제안 쏟아져
(재)여시재는 지난 4월 17일 국회에서 8차례로 계획된 ‘대전환의 시대, 산업의 방아쇠를 당기자’ 대토론회의 2차 토론회를 열었다. ‘M&A를 통한 개방형 혁신’이 주제였다. R&D(연구·개발)라는 기업 내부 혁신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외부의 기술혁신 성과를 끌어당기는 M&A야말로 미래 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라고 봤기 때문이다. M&A는 특히 장기간 버티기 힘든 창업벤처들의 신기술에 출구를 열어주고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른바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이 생태계 시스템이 곳곳에서 병목현상 또는 동맥경화를 일으켜 고장나 있다. 2000년대 1차 벤처 붐 때는 상장을 통해 자본을 끌어모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다. 더러는 우리 산업의 활력이 떨어져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법률적 제도적 한계 때문이다. 이번 토론회는 그 활로를 모색하자는 차원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 발제는 전병조 전 KB 증권 사장이 맡았다. 현장에서 투자 업무를 총괄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이다. 핵심은 기업에 벤처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벤처 생태계를 정상화시키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벤처가 상장을 하려면 평균 13년 정도 걸리는데 벤처캐피탈 입장에선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다”며 “그런데도 M&A를 통해 돈이 회수되는 비율이 단 3%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M&A 활성화로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여시재 이광재 원장은 ‘개방형 혁신 체제’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구글에 M&A 당했다고 하면 만세를 부르고 삼성이나 SK에 M&A 당했다고 하면 왜 물음표가 달리겠느냐”며 이 문제를 돌아보는 데서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업들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수천억원씩 투자하는데 그 일은 정부가 하고 기업들은 그 돈을 벤처 육성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벤처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주도벤처캐피탈 허용’, ‘M&A 지원센터와 중재원 신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 한국 자금 출자’ 등 혁신적 제안들이 많이 나왔다.
토론회는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토론자로는 이 원장 외에 벤처창업가 출신의 김병관 의원(민주당),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아시아 지역 투자를 책임지고 있는 문규학 매니징파트너,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문승욱 경남 경제부지사, 김윤식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여시재는 한국 산업이 대전환의 위기에 들어가고 있다고 보고 연초 ‘미래산업위원회(위원장·이헌재)’를 구성해 내부 논의를 10여차례 계속해왔다. 그 논의 결과를 담아 지난 4월 8일 ‘생명과학 입국’을 주제로 첫 토론회를 열어 ‘ETRI(전기통신연구소)급 생명과학연구소 설립’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토론회는 1차 토론회의 문제의식을 이어 벤처 스타트업 육성 방안, 그 중에서도 세계적 대세로 자리잡은 ‘M&A를 통한 개방형 혁신’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3차 토론회는 5월 15일 열 계획이다.
<여시재 미래산업위원회> |
<2차 토론회/4월 17일> |
<제안 1>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 활성화와 은산분리 재검토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과 김병관 의원이 제안했다.
‘투자→성장→회수→재투자’라는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구조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벤처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CVC)이다. 그러나 CVC는 벤처캐피탈로 분류되어 있고 벤처캐피탈은 금융회사로 분류가 되어 있어서 상업자본이 금융회사를 갖지 못한다는 금산분리에 막혀 있다. 금산분리는 재벌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과 시스템 독점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우리 벤처 생태계는 시장이 협소해 대기업, 중견기업이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ICT에 한정해서라도 허용해야 한다.
<제안 2>M&A 지원센터와 ‘M&A 중재원’ 설립
전병조 전 사장이 제안했다.
전 전 사장은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M&A에 특화된 전국 조직의 전문중개회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사,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증권사, 벤처캐피탈 등이 모두 참여하는 공동출자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전국적 조직망을 갖춰 중개 지원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스타트업 M&A가 부진한 대표적 이유 중 하나가 ‘기술유출 우려’(매도자 입장)와 ‘기술 탈취 누명 우려’(매수자 입장)에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중재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지원센터를 통해 관련 실무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해 스타트업을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토론자 중 반대하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제안 3> 글로벌 펀드에 한국 자금 출자
이광재 원장이 제안했다.
그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 한국의 국부펀드가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같은 글로벌 펀드 출자를 하는 것이 세계 시장에 합류하는 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문규학 파트너는 이른바 ‘특이점(singularity)’이 손 펀드의 투자 기준이라고 했다. 블랙홀이 대폭발하는 바로 그 지점, 기술의 대변곡점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손 회장이 알리바바에 200억원을 투자해 지금 150조원이 된 것이 그런 지점이었다며 지금은 AI(인공지능)가 그것이라고 했다.
이원장은 이 기회를 잡으로 글로벌 투자시장으로 나가자고 했다.
<제안 4> 글로벌 수준 벤처 전시회 개최
이광재 원장이 제안했다.
이 원장은 손정의 회장이 마윈을 소개한 제리양을 만난 것이 전시회 자리였다며 그런 전시회야말로 사람과 기술이 만나는 ‘플랫폼’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은행과 기업, 정부가 힘을 합쳐 대규모 전시회를 열어 글로벌 기업인들과 스타트업을 모은다면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플랫폼은 기술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제안 5> 국회 4차산업혁명특위에 심의권 부여
김윤식 사무총장이 제안했다.
김 총장은 4차산업혁명위에 일정 기간 심의권을 부여해 진보적 법안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수요를 반영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계류되어 있는 관련 법률 100여건만 보더라도 여러 상임위에 걸쳐 있어 조정이 안 되고 언제 처리될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속도감 있게 가야 한다”며 “결국 법령이 달라져야 현장이 달라진다”고 했다.
<제안 6> 금융권에 이공계 인력 대거 채용
이광재 원장이 제안했다.
이 원장은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어야 투자가 이뤄지는데 금융 쪽에 기술을 이해하는 이공계 출신이 거의 없다”며 “기술신보 정도에 이공계 인력이 있고 이름 있는 금융사는 전산직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통계도 제시했다. “중소기업은행의 경우 2010년부터 10년 동안 신규채용 3197명 중 이공계가 437명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전산직이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부산시 공개채용자 중 46.7%가 기술직이지만 대부분 9급이다. 5급 기술직은 7명에 불과하다. 기술을 몰라 결정을 못하는 상황 아닌가.”
<문승욱 경남 경제부지사의 하소연> |
참고기사: "IT강국 이끌어준 정통부처럼…생명과학부 세워 바이오 총괄을"
발표자료: 전병조_기술혁신형 M&A 활성화 방안.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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