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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는 지금] “손정의를 대통령 자문으로 위촉” “ETRI급 생명과학연구소 설립해야” - ‘대전환의 시대, 산업의 방아쇠를 당기자’ 1차 토론회서 신선한 제안 쏟아져
(재)여시재는 지난 4월 8일 ‘산업의 미래’ ‘미래의 산업’을 모색하기 위한 연중 대토론회를 시작했다. ‘대전환의 시대, 산업의 방아쇠를 당기자’를 큰 열쇳말로 총 8차례로 계획된 토론회의 첫 공개토론회였다.
여시재는 우리 경제와 산업이 대전환기적 위기 상황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보고 연초 ‘미래산업위원회(위원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구성해 우리 산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내부 논의를 10여차례 거듭해왔다. 결론은 ‘블루오션은 따로 있지 않다’ ‘우리만의 강점을 찾아야 한다’로 모아졌다. 기업과 금융, 국가기획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산업위’ 위원들은 ‘우리만의 강점’을 미리 정하지 않고 8차례 토론회를 통해 발굴해나가기로 했다. 다만 ‘소프트파워’를 모든 산업과 사회에 이식해야 한다는 잠정 결론을 토대로 향후 토론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또한 정부와 사회, 기업들을 대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해나가기로 했다.
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첫 토론회의 주제는 ‘소프트파워가 강한 한반도 만들기: 생명과학 입국’이었다. 1950~60년대가 외세의 원조에 의존했던 시기라면 1970~80년대는 중화학공업 집중 육성 시기, 1990~현재는 IT 산업 도약의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 기존 산업은 동력을 잃어가고 있고 디지털혁명을 특징으로 하는 새 산업의 활로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시대의 변화는 복지와 노동의 기본 틀까지 흔들기 시작했다. 전환기적 위기, 복합위기인 것이다. 미래산업위원회는 그런 상황에서 ‘생명과학 입국’이야말로 우리가 가지 않으면 안될 길이라고 보고 첫 토론회의 주제로 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료서비스(의사)가 아닌 의료산업 인재 집중 육성, 생명과학부-데이터청 신설 등 생명과학 입국을 위한 제안들이 쏟아졌다. 그 핵심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토론회는 매일경제신문과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이 공동 주최했으며 300여명의 청중이 참석했다.
<여시재 미래산업위원회> |
<1차 토론회/4월 8일> |
<제안 1> 의과학대학원 설립
윤종록 전 차관이 제안했다.
‘우리나라 의대, 약대 졸업생의 97%가 의사와 약사가 되고 오직 3%만이 의과학의 길을 가고 있다. 의과학 세계시장 규모는 8조달러다. 그중 한국 바이오 산업은 0.8%에 불과하다. 환자 치료, 임상 중심의 의과학 교육으로는 생명과학 입국을 이끌 인재 육성이 불가능하다.
의과학 인재 육성을 위해 임상병리와 의과학 트랙을 분리하는 학제가 필요하다. 이스라엘 테크니온 대학이 대표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은 1969년 순수 의학만 한다는 조건으로 의대 설립을 인가했다. 학생들은 의학, 약학 외에 1~2가지 이공계 과목에 대해서도 학위를 취득한 후 창업의 길로 간다.
우리는 대학 현실을 고려, 의대와 약대 정원을 30% 정도 늘리고 이들을 의과학으로 유도해야 한다.’
<제안 2> ETRI급 생명과학연구소 설립
윤종록 전 차관이 제안했다.
‘바이오 핵심 기술을 연구할 1조원 규모의 국책연구소를 설립해야 한다. 한국 전자 산업의 부흥을 이끈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급의 생명과학 전문연구소가 있어야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CDMA 상용화를 통해 ETRI가 한국 경제에 기여한 가치가 66조원 규모다. 생명과학연구소 필요성이 제기된 지 10년 이상 됐지만 진전이 없다. 1조원은 이들이 향후 만들어낼 부가가치에 비하면 큰 돈이 아니다. 자긍심을 가진 고급 인재들을 이 곳에 모아야 한다.’
<제안 3> 생명과학부와 데이터청 신설
전병조 전 사장과 이광재 원장이 제안했다.
‘생명과학입국을 총괄할 정책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 정보통신입국을 주도한 정보통신부 같은 부처를 만들자는 것이다. 정보통신부는 GDP의 40%를 차지하는 IT 산업을 이끌었다. 지금은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등의 생명과학 분야를 모아서 컨트롤타워를 둬야 한다.
초연결사회로 가고 있고 그 기반이 데이터다. 국가 차원의 데이터 거버넌스의 수립과 운영을 담당할 데이터청 신설이 필요하다.’
<제안 4> 4차 산업혁명 맞게 정부 설계 다시 해야
전병조 전 사장이 제안했다.
‘지금 정부 조직은 외교-국방-재무 등 기능 중심으로 되어 있다. 보건복지부, 농림축산부, 해양수산부 등 보라.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 구조 아닌가. 행정을 하시는 분들도 ICT가 나와 상관 없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가치 체계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2차산업 시대에 맞는 정부 조직으로 4차 산업혁명을 맞고 있다. 바이오도 레드바이오(제약-의료) 얘기만 하는데 그린바이오(식자재-식량자원)까지 시야를 넓혀 바라보아야 한다.’
<제안 5> 회사 내 AI 디그리(학위) 제도 도입
전병조 전 사장이 제안했다.
‘우리 나라에서 AI 타이틀을 건 학과가 13개다. 중국의 경우 AI 전공 과를 둔 대학이 220개다. 우리나라 4년제 대학이 200개 정도인데 중국 AI 학과 수와 같다. 중국은 연구논문 수와 인용도에서 2017년에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1%급 최고급 논문도 2020년에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거칠게 말하면 우리나라가 AI에서 중국의 종속국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한다. 우리나라는 인력 공급 구조가 경직적이다. 아직도 AI 대학 증설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교육부가 2020년에 ‘Mini Degree’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공대 기초지식이 있는 학생에 대해 AI 관련 대여섯 과목 들으면 학위를 주는 거다.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AI 기술 수준이 세계 5위로 되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빼면 별 볼 일 없다. AI 미니 디그리 취득자를 기업들이 채용을 해줘서 리스크를 분담할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하면 AI 공부하는 학생이 많이 늘어날 것이다. 또 실수요자가 교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니 디그리 정도는 회사 내 대학으로 해줘도 되는 것 아닌가.’
<제안 6> 지방정부 사회협약 사후 지원 제도 바꿔야
김윤식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이 제안했다.
‘지금 17개 시도가 전부 바이오를 하겠다고 한다. 지원의 총량도 부족하고 법제도적 장치도 부족한데도 그렇다. 큰 문제다.
상생형 미래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민-정 협약이다. 지금은 협약이 이뤄지고 나면 지방정부가 신청하고 중앙정부가 선정해 보조한다. 중앙정부 보조가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협약이 이뤄지기 어렵다. 지방정부가 만든 사회협약 계획단계에서 중앙정부가 심사하고 지원은 성사 이후 하는 것으로 개편해야 한다.’
<제안 7> 손정의 마윈 대통령 자문위원으로 위촉
이광재 원장이 제안했다.
‘디지털 혁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손정의, 마윈, 피터 티에르 같은 세계적 기업가를 포함하는 대통령 자문기구를 둘 필요가 있다. 장-차관들 모아놓고 이들이 강의하는 모습 상상해보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 기술위원회도 별도로 둘 필요가 있다. 그 곳에서 첨단 미래기술과 세계를 보는 안목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의 전략적 가치가 기술에 있다는 점을 천명하고 그 우선순위를 대통령실이 결정해야 한다.’
<제안 8> 휴전선 AI와 드론 경계로 전환해야
여러 사람이 제안했다.
‘20만명이 남방한계선 경계를 서고 있는데 그럴 필요가 있는가. 사슴이 지나가는지 노루가 지나가는지 AI와 드론이 더 정확하다. AI와 드론을 이용한 경계로 가고 병력은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부대 구조 재편 문제가 따르겠지만 그 방향으로 빨리 가야 한다. 병역자원이 부족하다는데 이해되지 않는다.’
<제안 9> 자유스타트업협정(FSA) 추진해야
윤종록 전 차관이 제안했다.
‘기술에는 국경이 없다. 글로벌 기업에도 국경이 없다. 자유무역협정(FTA)와 별개로 스타트업들의 자유로운 국경이동, 국가 차원의 상호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FSA가 필요하다.’
<제안 10> 혁신신약 플랫폼 개발
장승기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장이 제안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보스턴 지역의 ‘바이오 클러스터’는 우수 대학과 기업이 연결되고 아이디어가 상용화되는 바이오 생태계의 좋은 모델이다. 신약은 세계적 바이오 기업들이 이미 장악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 엄청난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구조 신약 쪽으로 집중해야 하고 그것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토론회에서는 이 외에도 규제개혁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됐다. 김창경 교수는 미국의 소비자 의뢰 유전자 분석업체인 ‘23앤드미’를 예로 들며 “한국에서 디지털을 통해 170달러면 23앤드미에 자신의 유전자 분석을 의뢰할 수 있는데 현재의 국내법으로 불법”이라며 “막을 방법도 없으면서 막고 있는 이상한 규제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 분야의 과도한 규제를 해결하는 것이 생명과학 소프트파워 강국을 만드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첨부>
이헌재 여시재 이사장 "지금은 폭·깊이 다른 총체적 위기"
"IT강국 이끌어준 정통부처럼…생명과학부 세워 바이오 총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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