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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국가 R&D 예산 배정, 싱가포르는 외국인이 하고 한국은 한국인이 한다” -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조남준 교수가 말하는 한국 대학의 경쟁력
싱가포르 난양이공대는 싱가포르 정부가 한국 카이스트를 모델로 1991년 ‘설립’한 연구 중심대학이다. 이 대학이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QS의 2018년 평가에서 공과대학 분야 세계 5위에 올랐다. 1~4위는 미국의 MIT와 스탠퍼드, 영국 캠브리지, 스위스 취리히공대가 차지했다. 난양공대의 모델 카이스트는 40위였다. 물론 랭킹이 올랐다고 대학으로서 성공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난양공대가 당초 목표를 성취한 것만은 사실이다. 랭킹이 오르자 기업의 연구자금 펀딩과 외부 기부금이 늘고 이것이 다시 우수 연구인력 스카웃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트랙에 올라섰다.
여시재는 포스텍과 함께 우리 대학들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연구해왔다. 여시재와 포스텍 연구팀은 이번에 난양공대 조남준 교수를 초청해 토론회와 함께 집중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 교수의 말 속에 한국대학이 나아갈 길과 관련된 단서가 있다고 판단해 핵심 내용을 공개한다.
조 교수는 미 스탠퍼드에서 화학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스탠퍼드 의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거쳤다. 2011년부터 싱가포르국가연구재단 연구원 겸 난양이공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미 베크먼재단을 비롯한 여러 연구재단과 대학으로부터 연구자 상을 받았다. 난양공대 홈페이지는 “현재 임상시험 중인 신약을 포함해 HCV(C형 간염바이러스)에 대한 중요한 진보를 이끌어냈다”고 그를 평가하고 있다.
다음은 조 교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리콴유 총리가 직접 스웨덴에서 총장 데려와”
- 난양공대를 간단하게 소개해달라.
“정확하게는 1991년이 아니고 한참 전에 설립됐다. 원래는 티칭(teaching) 스쿨이었는데 1991년에 연구중심대학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당시 리콴유 총리가 린셰핑 Linköping University 총장을 난양이공대 총장으로 직접 리쿠르팅 했다. 스웨덴 노벨상심사위원회 화학분야 위원장을 했던 벌틸 앤더슨을 부총장으로 데려왔는데 이 사람 한 사람 데려온 게 아니고 팀으로 데려왔다. 벌틸 앤더슨은 부총장직을 하면서 개혁에 시동을 걸었고 총장은 2007년을 기점으로 300명을 은퇴시키고 순차적으로 600명이 넘는 인재를 수혈 하면서 개혁을 완성해 나아갔다. 싱가포르는 총장이 외국인이면 부총장을 싱가포르인으로, 반대로 싱가포르인이 총장이면 부총장에 외국인을 들였다.”
- 300명을 일거에 은퇴시키는 일이 가능한가.
“한국이나 다른 나라 같으면 반향이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들은 이야기로는 싱가포르도 마찬가지였지만 국가를 정점으로 한 톱다운 시스템이어서 가능했다고 한다. 싱가포르는 교수 월급이 완벽하게 차등화되어 있고 인센티브 또한 각 개인 교수의 역량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테뉴어 받은 정교수 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 부교수도 많다. 이런 것이 우리 현실에 맞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미국 대학 시스템을 따라 철처히 성과급으로 간 거다. 근데 우리나라는 포항공대 교수면 다 같은 포항공대 교수 아닌가.”
- 테뉴어 시스템은 어떤가?
“원래는 3-3-3이었는데 9년 후에 처음 테뉴어를 주고 그 비율이 50% 남짓이니 (인바이트를 안 받는 것을 포함하면 그 비율이 훨씬 밑으로 내려간다) 많은 교수들이 건의를 해서 지금은 4-2로 한다. 4년 성과 보고 안 좋으면 굿바이, 테뉴어를 못 받은 경우 한번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제도이다. 또 2년 보고 안 좋으면 굿바이 이렇게 된다. 6년을 보고 못 하면 계약을 안 하는 것이다. 물론 내부에 불만도 많다. “전통이 없다, 안정성이 없다” 이런 것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한 경쟁을 통해서 다이나믹하게 잘 하는 사람만 남는 구조다. 한마디로 말해서 대학에 테뉴어가 있다고 해서 Job Security가 있다고 생각하는 교수들은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다. 한국 대학들이 이것을 할 수 있다면 Top20에 무조건 들어갈 것 같은데 그것을 할 수 있을까?”
- 문제는 3-3-3 시스템, 4-2 시스템이 과연 질 높은 연구 결과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연결되는가일 것이다. 부정적인 측면은 없나?
“학교 입장에서는 매우 효율적이지만 교수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안해 한다. 경쟁이 너무 심하다 보니 학풍이 발전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한국 대학에서 그렇게 하면 많은 불만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런데 싱가포르는 그렇게 했기 때문에 랭킹이 올라간 것은 맞다. 한국 대학에도 테뉴어 시스템이 있다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운영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싱가포르도 테뉴어 시스템을 정착시키기가 무척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시아적 문화 같은 게 있어서. 그래도 모빌리티(유동성)가 더 높아져야 한다고 본다.”
“연구결과 평가에 싱가포르교수 아예 참여 봉쇄”
- 난양이공대가 가장 잘 하는 분야가 무엇인가?
“에너지와 재료 연구. 지금은 많은 리소스를 AI와 머신러닝에 퍼붓고 있다.”
- 지금 전세계가 하는 분야 아닌가?
“그렇지 않다. 전세계 대학에서 AI센터가 있는 곳은 MIT와 난양이공대를 기점으로 시작을 했고 많은 대학들이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한국, 중국이나 일본 대학들은 MIT를 기점으로 벤치마킹을 통해서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싶다. MIT와 난양이공대는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들여서 하고 있다. 서울대도 최근에 시작할 것이라는 뉴스를 봤다.”
- 현실적으로 세계적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원이 늘어나야 하는데 난양이공대는 어땠나.
“정부 지원금이 굉장히 많았다.싱가포르는 대학이 몇 개 안되기 때문에 집중이 가능했던 것 같다. 우리 나라에는 적용하기 어려울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또 난양이공대는 캠퍼스 자체를 산업에 오픈했다고 보면 된다. 연구 내용 뿐 아니라 토픽 자체도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한다. 우리 대학들도 삼성과 SK와 협업하지 않나. 난양이공대에는 BMW, 알리바바와 같은 다양한 다국적 대기업들이 들어와 있다. 기업이 1을 대고 학교가 인프라와 인력으로 1을 대면 정부가 1을 현금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로 나오는 특허를 기업과 대학이 나눠 갖는다. 한국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싱가포르는 탑 다운이니까 극복 가능했다.”
- 한국도 정부의 R&D 재원이 20조원 가량 된다. 그런데 연구역량 강화로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싱가포르에서도 그런 얘기는 많다. ‘많은 돈을 집행하는데 왜 구글이나 페이스북, 알리바바가 안나오느냐’ ‘국민 세금으로 연구를 하면서 왜 Innovation이 없나’ 등등. 싱가포르 연구 재단에서도 R&D 재원에 대한 효과를 높이기 위한 시도를 많이 한다. 한 가지 결정적으로 한국과 다른 점은 R&D 재원을 나눠 줄 때의 평가 시스템이다. 연구 결과를 평가하는데 싱가포르에 있는 교수들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다국적 위원회에서 전문가를 초빙해 평가하기 때문에 Global Standard에 맞는 분야, 싱가포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포커스를 맞추어 R&D 재원의 분배를 결정한다. 정부의 위원회가 30명 가량 되는데 노벨상 수상자, 각 나라의 총장단, 각국의 리더들, 산업계의 리더들로 구성된다. 이 구성원들이 직접 Proposal을 쓴 교수들을 일주일의 시간에 걸쳐서 인터뷰를 하고 결정을 하기 때문에 잡음이 없다. 물론 그에 따른 평가서도 공개가 된다. 한국은 연구의 기획에서부터 평가까지 같은 집단에서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을 것이다.”
-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심하게 말하면 마피아식, 서로 나눠 가지는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변화가 없을 것이다. 연구비가 많다, 적다의 문제가 아니다.”
- 미국 대학들은 기부금이 많이 들어온다. 난양이공대도 그런가?
“그것은 총장의 일이다. 연구자들이 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싱가포르 대학은 재정 비율을 공개하지 않는다. 기부금이 많이 들어오고 있고 증가추세라는 정도만 알고 있다. 크기로만 보면 정부에서 들어오는 돈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기업에서 들어오는 돈, 그 다음이 기부금이다.”
- 기부금은 왜 늘고 있다고 보나?
“그거야 당연히 랭킹이 올라가기 때문일 것이다. 선순환 구조라 할 수 있다.”
“나는 동경대와는 일을 안한다”
- 조 교수 개인적으로 왜 난양이공대를 선택했나?
“나는 한국과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이고 싱가포르는 잘 몰랐다. 그런데 스웨덴에 초청받아 갔을 때, 노벨재단에서 하는 프로그램의 위원장으로 계신 분이 난양이공대 한번 가보라고 추천했다. 생판 모르는 분이 가라고 한다고 해서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싱가포르 NRF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Fellowship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듣게 되었고 펀딩을 신청했는데 그 때 당시 3.7 million Singapore dollars(34억원 가량)이었고, 학교 매칭이 10억원+alpha였다. 연봉도 학교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 정부에서 5년 동안 주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학교가 교수를 인터뷰 해서 뽑는 것이 아니라 NRF Fellow에 뽑히면 싱가포르 내의 학교를 인터뷰해서 교수가 학교를 고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월급도 보통 교수들과 차등을 두었다. 그 때 고민하다가 한국의 선배 교수들에게 상의했는데 전원이 미국 대학으로 가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연구비가 많으면 내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8년이 지나 결과적으로 내 판단이 맞은 것 같다. 이런 얘기 하기는 좀 그렇지만 한국에는 한국의 트랙이 있다. 독특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한국은 대학 교수가 되면 그 이후는 대부분 동등하게 올라간다. 그렇게 하면 그 그룹은 살겠지만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전 세계와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데 지금의 방식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 난양이공대엔 고민이 없나.
“아니다. 최근 홍콩에서 많은 교수들을 좋은 조건으로 데려갔다. 중국 대학들이 따라오는데 난양이공대의 위상이 유지될 수 있을까? 중국은 25개 대학을 선정해서 집중적으로 투자를 했고, 지금은 100개 대학을 지원한다. 글로벌 인재 흡수 등을 통해서 랭킹이 올라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미국 대학 교수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랭킹이 뭐가 중요하냐, 퀄리티가 중요하지’. 미국 교수들은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룰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고 룰을 바꾸면 랭킹이 올라가니까. 달러 부족하면 달러 찍으면 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그럴 상황이 아니다. 룰이 바뀌었을 때 유탄을 맞는 쪽은 싱가포르 같은 곳이다. 한국도 이 점에 대해서는 대학에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들었고 같은 걱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일본 대학은 어떤가?
“일본은 굉장한 과학 강국이다. 하지만 지금 어떤가. 노벨상을 받지만 대부분 1960~80년대 연구 결과들이다. 많은 일본 대학들이 이러한 우려 속에 개혁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싱가포르에도 많이 방문을 해서 벤치마킹을 하려고 하지만 시스템의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 우리도 일본을 똑같이 따라간다. 일본 대학들은 지금 랭킹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나는 동경대랑 일 안 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중국이 훨씬 잘 하는데 일본 가서 할 필요가 없는 거다. 그런 상황이 우리나라에 오기 시작하면 문제가 많이 생길 것이다. 한 가지 다행스런 것은 한국은 교수 개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고, 재원을 많이 쏟아 붓는다는 거다. 단지 아이 많이 낳으라고 저출산 예산 많이 투입하고도 성과가 없는 것과 비슷한 R&D 저효율의 문제만 해결한다면, 제가 봤을 때 한국의 R&D는 재정 규모나 능력 자체는 충분하다고 본다.”
“싱가포르에선 강의는 없고 토론만 한다”
- 난양이공대의 경우 4차 디지털 산업혁명과 관련해 교육방식을 바꾸는 게 있나.
“난양이공대에서는 7년 전 부터 REP(르네상스 엔지니어링 프로그램)라는 특화된 프로그램을 선 보였다. 많은 과목을 미리 녹음해서 학생들이 사전에 듣고 오도록 한다. 수업시간에는 토론만 한다. 러닝 베이스 강의라고 해서 학생들에게 2WAY를 제공한다. 앞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강의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한다. 예컨대 화학을 잘 가르치는 교수가 MIT에 있으면 온라인 등을 통해 이 사람 강의를 그냥 들으면 된다. 다른 분야도 다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고 우리는 매일 강조하는 것이 ‘토론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의대 교육도 3D 홀로그램 등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렇게 한지 4~5년 밖에 되지 않아 아직 정확한 평가를 하기는 이르다. 교수의 역할이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연구실이나 실험실에서 직접 겪은 경험을 나누고 케이스 스터디를 안내하는 것으로 변경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대학은 학생들의 창업, 취업까지도 고민해야 한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에 대학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내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싱가포르는 아시다시피 국가가 정점에 있는 톱다운 시스템이기 때문에 졸업생 취업 문제도 정부가 큰 틀을 조율한다. 취업률 90 몇 퍼센트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한국과는 다르다.”
“우리가 잘 하는 것이 제조 공정이다. 삼성바이오나 하이닉스를 봐라. 우리 민족에게는 제조 공정 분석, 정밀 기기 이런 것들을 잘 할 수 있는 DNA가 있으니 이런 것들을 특화시키는 길로 가야 한다고 본다. 돈 투자한다고 다른 시스템의 뒷받침 없이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하루 아침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미국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대학이 특성화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야 일자리도 창출되지 않겠나.”
-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대학이나 정부 차원에서 고민하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굉장히 많다. 예를 들어 대학 재학 중 6개월은 산업계에 나가 있어야 한다. 학교 차원에서 관리하고 학생들은 자기에 맞는 곳을 골라서 가면 된다. 또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3개월씩 외국에 나가야 한다. 학교가 절반 대고 학생이 나머지를 부담한다. 한국에는 미국에서 공부한 분들이 많아서인지 대학도 너무 미국화 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교수들의 개인 역량은 세계 톱 클래스에 가깝다. 그러면 정부와 학교가 그 역량을 활용하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글로벌 협업 프로그램이 학교 차원에서 있나.
“그것도 많다. 예를 들어보겠다. 펀딩을 못하는 교수들은 펀딩을 못 따면 랩(실험실)을 닫아야 하지 않나. 그렇지만 닫을 수는 없다. 지금 난양공대 총장이 HP Inc (HPi) 의 Independent Director를 겸임 하고 있다. 2015년 11월 1일, 기존 휴렛 팩커드 컴퍼니는 해체되고, 클라우드 사업 분야와 컴퓨터 사업이 HPi 와 휴렛 팩커드 엔터프라이즈로 각각 분할하여 신설되었다. HPi는 3D printing solution 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총장이 이 회사를 난양이공대에 데리고 와서 센터를 만들어 그 쪽 분야 전문 50명의 교수 및 연구원들이 같이 협업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자기 프로젝트, 자기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 대학을 위해서 연구가 돌아간다. 학교가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프로젝트 같은 느낌? 아니면 더 Centralize된 프로젝트라고 해야하나? 그런데 한국 시스템에서 교수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하면 몇 명이나 할까. 나한테 이익이 안되는데. 제가 한국 대학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겉으로 봐서는 굉장히 힘든 구조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 교수들, 국내에선 해피, 글로벌 나가면 낫 해피”
- 난양공대, 카이스트, 포스텍의 결정적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렇게 말씀 드리겠다. 난양이공대에 계신 한국 출신의 교수님들이 제가 있는 동안 한국으로 많이 복귀했다. 공대만 해도 30명 넘게 있었다고 들었는데 ~ 20명 넘게 한국으로 여러가지 이유에서 돌아갔다. 왜 그랬을까? 난양공대가 돈도 많이 주고 연구 여건도 좋은데. 한국으로 복귀한 교수들을 최근에 만나면 “I’m so happy. 여긴 천국”이라고 해요. 돈도 적게 주고 연구 여건도 안 좋은데 싱가포르에서와 같은 스트레스는 없다고 한다. 오히려 연구하기 편하고 각광을 받는다고들 하신다. 나에게도 늦기 전에 빨리 돌아오라는 권유와 함께. 내부에서는 해피, 글로벌로 나가면 낫 해피. 이것으로 답을 대신하겠다.”
- 우수한 연구 인력 스카웃은 어떤가.
“한국도 중국 인도 연구자들 데려오지만 싱가포르에 있는 중국 인도 사람들에 비해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고 들었다. 싱가포르는 시스템 상 절반은 싱가포르 사람, 절반은 외국 사람이 사회전반에 걸쳐 같이 일하고 공유하면서 경제를 유지한다. 그렇게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포커스는 지금 외국에 있는 한국인을 데려오는 것 인데 그 뿐 아니라 글로벌 톱 클래스의 외국인 연구자들을 어떻게 데려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중국, 일본도 이와 같은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국을 포함해 여러 곳에 밀릴 거다.”
- 일본 대학 시스템을 개괄적으로 평가해달라.
“일본 대학은 아직도 도제 시스템이다. 젊은 교수들이 교수 시작을 할 때 연구비로 2000만원, 3000만원 준다. 2000~3000만원 가지고 독립적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그게 안되니까 기존 시스템 안에 들어가서 선배한테 부탁해서 이름 집어넣는 식이다.”
- 중국은 어떤가.
“전세계에 있는 중국 연구자들 흡수하고 거기에 플러스로 외국의 유능한 연구자들 영입하는 거다. 연구소 차리면 100억 줄게, 이런 식이다. 세계 유명한 교수들은 1년에 1~2개월은 중국에 가 있는다고 보면 된다. 싱가포르도 한국에 비하면 외국 유명 연구자들에게 10배를 더 주는데 이 돈을 개인에게 주는 게 아니라 랩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돌아보면 그 돈을 싱가포르에서 쓰게끔 되어 있다. 개인에게는 이익이 별로 없다. 랩만 남는 구조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스마트한 구조다. 제가 봤을 때 한국도 변화할 수 있다.”
“난양이공대도 위기감 많이 느껴”
- 한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은 인재다. 한국 사람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데리고 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총장이 왜 한국인이어야만 하나. 1910년대 스탠퍼드가 신흥 학교 였을때도 명문학교였을까? 지금은 엄청 좋은 대학인데 앞으로도 그럴까? 글쎄요. 저희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 때 동경대 하면 와우 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어떤가? 저만 해도 ‘동경대?’ 아무 느낌이 없다. 내가 건방져서가 아니라 세계 연구자들이 그렇게 반응한다는 거다. 노벨상 아무리 타도 옛날 것들이고 일본 대학들이 지금 하는 연구 자체가 Innovative하다는 생각을 하는 글로벌 리더가 있을까?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10년, 20년이면 순식간에 변한다는 거다. 우리나라도 지금 서울대가 국내에서 넘버원이지만 밖에서는 아니다.”
“우리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가 됐다. 기득권을 치우자는 차원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한 다음, 책임을 지게 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내부에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상황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사람 데려오고 해야 한다. 톱 탤런트를 모셔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 리더들이 그런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재가 모여야 랭킹도 올라간다. 딱 한 곳만 나와도 다른 대학은 따라갈 것이다. 한국 여자 골프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박세리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순간 완전히 여자 골프는 한국판이다. 한국 연구자들 중에는 역량 있는 사람이 상당히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분들이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Playground만 조성이 된다고 하면 글로벌에서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
- 난양이공대는 성공했다고 보나?.
“지금까지는 성공한 것이 맞지만 위기감을 느낀다. 현재의 총장이 오면서 랭킹보다는 질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랭킹 경쟁을 해야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랭킹을 올리기 위한 사이언스를 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퀄리티를 높이자는 방향으로 조정해가는 중이다. 얼마 전 홍콩 대학에서 난양공대 많은 교수를 빼갔다. 중국계니까 갔겠지만. 어쨌든 빼갔다는 것은 그 사람이 그냥 빠진 게 아니고 경쟁력이 사라졌다는 의미가 된다. 다른 사람들도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것이고 어느 순간 도미노가 되면 심각해질 수 있다. 랭킹이 지금은 5위권이라고 하지만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것은 순식간이다. 수퍼 인재들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한 명을 잡으면 혼자 오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 팀이 온다. 한 명이 1000명의 임팩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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