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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러스트벨트와 월스트리트의 연합전선’이 美·中 무역전쟁 본질이다 - 여시재·성균중국연구소 공동연구 [중국의 변화] ⑤

성균중국연구소

2019.03.15

작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은 미국이 공격하고 중국이 방어하는 모양새이다. 단기적으로 볼 때 중국은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미국에는 역대 최대 무역적자부메랑으로 돌아갔다. 이런 현상이 왜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바로 이 시점에 일어나게 됐을까?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장과 월스트리트 증권가 (사진: 한국일보)

경제학에서는 세계화를 선진국의 숙련노동(skilled labor)과 후진국의 숙련노동의 결합으로 해석하려는 견해가 있다. 2007년 노벨상을 받은 에릭 머스킨(Eric Maskin)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 틀을 통해 왜 세계화가 불평등을 확대하는지 설명한다. 즉 선진국의 숙련노동이 자국의 비숙련노동(unskilled labor)과의 결합을 버리고 더 값싼 노동력을 찾아 후진국의 후진국의 숙련노동과 결합하게 되고, 그 구조가 선진국과 후진국 모두에게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화 구도에서 최대 피해자는 선진국의 비숙련노동자이다. 이들은 일자리가 줄어 실업에 빠지게 되고 직접적인 소득 감소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반면 후진국의 비숙련노동자는 원래 저소득 상태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더 나빠지지는 않는다. 즉 후진국과 선진국 모두 양극화가 나타나긴 하지만 후진국의 양극화는 일부 계층이 더 잘 살게 되는 양극화(중국)이고, 선진국의 양극화는 중산층이 붕괴한 양극화(미국)라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르다.

러스트벨트는 세계화의 최대 피해지역

이러한 선ㆍ후진국 세계화 모형을 미국과 중국에도 적용할 수 있다. 즉 미국의 월 스트리트(Wall Street)와 실리콘벨리(Silicon Valley)가 중국 동부연안의 생산 인프라와 결합한 사건이 지난 20~30년간 진행된 세계화이다. 중국은 급속도의 경제성장에 성공해 세계의 공장 지위에 올라섰다. 반면 이 모형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의 러스트 벨트(Rust Belt)와 중국 내륙 서부이다. 그 중에서도 러스트 벨트야 말로 세계화의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는 세계화의 최대 수혜지역이지만 러스트벨트는 최대 피해자가 됐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Autor, Dorn, Hanson의 “China Shock(2016)”에 따르면 중국이라는 단일국가로 인한 미국의 직접적 일자리 감소(job loss)가 56만개로 추산된다.

美 민주당 주류는 왜 트럼프의 무역전쟁에 올라탔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 러스트 벨트를 대변하고 나선 사실상 첫 번째 대통령이다. 그동안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주류 정치인들은 모두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벨리의 대변자였다.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벨리는 모두 중국과 공생관계를 구축하고 있었고, 이들을 대변하는 미국 주류 정치인들은 중국과 소규모 충돌은 겪을지언정 세계화로 맺어진 글로벌밸류체인(GVC)을 끊어내려고 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중국 경제공세가 세계 경제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트럼프는 ‘미치광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러스트 벨트를 정확히 선택하여 대변했다는 점에서 천재이다. 심지어 대변해야 할 계층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민주적 대통령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중국 공격이 미국 내에서 뜻밖의 호응으로 연결되고 있다. 트럼프의 다른 정책들과 달리 중국에 대한 견제에는 민주당 주류 정치인들도 적극 가담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팰로시 하원 대표가 2018년 3월 “미국의 노동자와 상품을 수호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하라”고 트럼프에게 주문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중국 산업의 급속한 고부가가치화, 실리콘밸리까지 위협

대중국 전선에서 범미국적 단결이 이뤄진 이유는 중국의 숙련노동이 생각보다 빠르게 고부가가치화 됐기 때문이다. 더이상 실리콘벨리의 하청 제조기지가 아니라 자체적 플랫폼과 기술을 갖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기 때문이다. 인공위성 GPS를 대체할 베어떠우(北斗), 국제결제 시스템인 SWIFT를 대체할 CIPS(Cross Border Interbank Payments System), 아마존을 중국에서 축출한 알리바바 등 위기의 징후는 진작 나타나고 있었다. 최근엔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하면서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기술과 표준에서 독립한다면 미국 제조업은 그야말로 갈 곳이 없어진다. 이러한 중국의 부상이 ‘중국제조 2025’라는 노골적 산업정책에 바탕을 두고 있고, 조용히 사라질 줄 알았던 국유기업이 국가의 보호와 육성에 힘입어 시장에서 활보하면서 미국의 위기의식은 논리적 명분을 얻게 되었다. 더 이상 실리콘벨리와 월스트리트가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이나 글로벌밸류체인에 의존해 여유를 부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렇게 오랜 피해자였던 러스트벨트와 앞으로 피해자가 될지도 모를 실리콘밸리 및 월스트리트가 연합전선을 형성한 것이 오늘날 미중 무역전쟁의 주요 동력이다. 그렇다면 이 연합전선은 얼마나 튼튼한가? 연합전선의 가장 불안한 고리는 월스트리트이다. 이제 금리를 올려서 세계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그것이 가져올 개도국의 자산 가격 하락과 달러 강세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준비를 하고 있던 월스트리트는 트럼프의 금리인상 반대에 불만이다. 신흥국의 주식과 부동산을 쇼핑하려는 월스트리트의 이익과 미국 제조업을 살리려는 트럼프의 이익은 직접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도 대중국 전선을 이탈할 유인이 있다. 생각보다 중국과의 공생 관계가 깊다. 화웨이 CFO를 체포하자 인텔의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이를 잘 대변해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과 퀄컴이 2018년 화웨이에 판매한 반도체가 1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ZTE를 때려서 얻은 벌금 10억 달러의 10배에 해당한다. 이미 미중 첨단 기업들이 특허와 기술로 엮여 있는 상태인 것이다.

중국 시장을 잃는다는 것은 더욱 무섭다.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이 일어나도 그것이 구현될 최적의 무대는 14억 명에 달하는 중국 시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자동차 업계의 최대 시장은 중국이 된 지 오래다. 통신설비와 발전설비도 그렇다. 애플이 중국 시장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테슬러가 무역전쟁의 와중에 미국이 아닌 상하이에 공장을 건설하며, GM이 중국 공장은 축소하지 않으면서 미국 공장은 구조조정 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3월 5일 중국 전인대에서 리커창 발언

中은 美 내부 분열 기대하며 장기전 돌입

중국은 미국의 공격을 소극적으로 회피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맞은 만큼 때리는 전략(tit for tat)은 중국이 기존 구도의 수혜자였으므로 끝까지 밀고나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기술종속은 상당 시간 계속될 것이지만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시장 종속은 중국의 소득과 구매력 증가에 따라 점점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경제적 도광양회(韜光養晦)로 돌아서서 목소리를 낮추고 충돌을 피하려는 이유는 이러한 시간 전략을 계산에 넣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진핑 체제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은 미 내부의 분열구도의 가시화를 염두에 두고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은 중국 생각대로 중국 편일까? 이것은 말그대로 중국의 생각일 뿐이다. 이것을 아는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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