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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한진해운 파산 3년, 해운업 이대로는 안 된다 - 물류 기업 M&A로 규모 키우고 해운 클러스터 조성해야
해운은 우리나라 수출산업 상위 10위권 중 유일한 서비스업이다. 그러나 해운의 2015년 매출은 39조 원이었으나 2016년에 29조 원으로 순식간에 10조 원이 증발했다. 세계 8위 해운선사 한진해운의 파산이 결정적이었다. 2016년은 우리나라 서비스업 중 국부창출 기여도가 가장 높았던 해운업이 대마(大馬)를 잃고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변곡점이었다.
한진해운 파산 때 그 심각성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물류업계는 그것을 내다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과 업계에서는 파산 결정이 정부의 중대한 정책 실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한진해운 파산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해운업계, 특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경우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로 정부가 정한 부채비율 200%에 맞추는 과정에서 수익성 높은 자사선을 헐값으로 매각하면서 선복량이 대폭 감소했다.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운업의 활황기인 2001년~2005년 사이 비싼 선박을 발주하고 장기 용선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경영수익이 악화됐다. 이는 결국 현재의 선박 운항 고정비용의 상승을 초래하는 부메랑이 되었다. 한진해운의 경우 이러한 힘든 와중에도 40여 년 축적된 글로벌 마케팅 능력과 영업망을 통해 아시아-미주 항로의 강자로 그 능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결국 경영 실패, 정부와의 협력체계 미작동 등으로 파산하고 말았다. 금융권의 해운업 이해도 부족했다.
현 정부는 한진해운 파산 사태를 거친 후 한국해양진흥공사라는 해운업 전담지원 공공금융기관을 2018년에 설립했다. 그리고 ‘해운재건 5개년계획’ 발표와 함께 2022년까지 매출액 51조 원, 원양항로 선복량(선박 보유 총량) 113만 TEU를 회복해서 세계 5위의 해운 강국으로 위상을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 2020년까지 200척 이상의 선박을 발주하고 친환경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공사는 2018년에 이미 20척의 대형선박을 현대상선이 발주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2020년, 내년은 세계 해운업계에 큰 변화가 예고된 해이다. 2020년은 지구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기존 저렴한 고유황유가 아니라 비싼 저유황유를 연료로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국제법이 발효되는 시점이다. 또 세계 3대 글로벌 선사들의 얼라이언스 체제가 계약 종료됨에 따라 대규모 이합집산이 예고된 해다. 세계 해운업계 전체에 큰 도전이 예상된다. 이런 새로운 환경 속에서 싱가포르, 중국, 영국, 노르웨이, 덴마크, 일본 등 주요 해운 국가들은 정부와 업계가 손을 잡고 도전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해운업계는 여전히 힘겹게 버텨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해운진흥공사를 통한 선복량 확보만이 한국 해운선사들의 생존과 국제경쟁력 제고를 담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선복량 확대를 통한 규모와 범위의 경제 추구는 유럽계 선사들로부터 시작된 치킨게임이다. 해운경제학에서 수요는 크게 무역량의 증가이고 공급은 이를 수송하는 선박의 용량, 즉 선복량의 크기이다. 그런데 2000년 이후 수요는 연평균 6.1% 증가하고 있는 반면 공급은 7.5%에 이르고 있다. 공급에 해당하는 선박은 한번 건조되면 20~30년 사용되므로 그 영향은 생각보다 길게 미치게 된다.
선복량 확대에만 매달려선 毒杯로 돌아올 수도
정부가 선사들의 선복량 확대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해당 선복량을 채울 수 있는 마케팅 능력, 영업망과 서비스망이 갖춰지지 않으면 오히려 부실로 직결된다. 현대상선의 경우 정부가 선복량 지원을 해 줄 경우 자체 마케팅, 영업망과 서비스망을 기반으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분야 전문가들은 모두 고개를 흔들 것이다. 현대상선은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알짜배기 터미널 자산을 싼값에 매각했다. 마케팅과 영업 인력, 영업망도 축소되거나 사라졌다. 어쩌면 지금 현대상선의 선복량 확대는 공급이 넘쳐나는 글로벌 시장에서 독배가 될 수 있다.
해운업 재건을 위해선 마케팅과 영업망 확대, 전문인력 확보, 미래지향적 포트폴리오 구축 등 여러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운영비 절감이 가능한 스마트 기술의 접목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글로벌 선사들은 이미 블록체인, 빅데이터, 무인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게 되면 결국 고비용 구조에서 우리 선사들이 생존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해운은 단기 호황과 장기 불황을 반복하는 업종이다. 이 업종 특성에 기반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산적한 과제들을 동시에 수용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대형물류기업 혹은 화주기업이 우리 선사들을 M&A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전문 물류기업과의 통합을 통해 수익루트 다양화, 사업구조 안정화, 경영능력 고도화 등이 가능할 것이고 화주기업과의 통합은 안정적인 화물 확보도 가능하게 한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런 M&A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유도해야 한다.
“시간 많지 않아”
또 단순한 기업 차원의 통합을 넘어 해운업을 런던, 뉴욕, 싱가포르, 홍콩 등과 같은 글로벌 금융비즈니스 허브 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해운업 융합 클러스터가 필요하다. 해운업은 금융, 법률, 보험, 유통, 물류, 제조, IT 등의 융합산업이다. 정부는 해운업과 연계된 산업군들이 동시에 입지해서 집적과 융합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클러스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자랑했던 해운 강국의 시대가 과거의 빛바랜 사진이 아니라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의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업계, 금융기관 간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해운업과 연결되어 있는 조선, 철강, 에너지 산업의 공생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현재 분리되어 있는 정부의 거버넌스 체계를 효과적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해운업은 국가의 서비스 기간산업으로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민들의 체감도는 낮다. B2B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의 중요성과 관계없이 결정적인 순간에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것부터 경계해야 한다. 해운 전문가들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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