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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빗물 요금제 시급히 도입해야 -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 땅이 말라 물과 대기순환 불균형 초래
우리나라는 지난 20~30여 년간 물의 경제적·생태적 중요성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높아지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한 제도들이 정비되면서 물 관리에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 공공 수역 수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수량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통합 물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어느 정도 갖춰졌다 할 수 있다.
빗물 不透水 면적 ‘대구 중구’ 95%로 전국 최고
그러나 ‘물순환의 불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문제가 많고, 앞으로 이 불균형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불투수(不透水) 면적’ 증가다. 1970년대 이후 급속한 개발로 도시 지역이 아스팔트, 콘크리트로 덮여 비가 와도 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지표면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기준 전국 불투수면적률은 평균 7.9%로 1970년대 3% 대비 2.6배 증가하였다. 이 수치만 보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투수 면적이 집중된 도시 지역은 심각하다. 서울시의 경우 1962년 7.8%였으나 2013년에는 7배가량인 54.5%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강우 시 땅에 흡수되지 못하고 지표로 바로 유출되는 빗물이 5배나 증가하였다. 일부 기초지자체는 더욱 심각하다. 대구 중구 95%, 인천 동구 92%, 부산 중구 90%, 서울 동대문구 85% 등으로 물순환 건전성이 극도로 훼손되어 있다.
불투수면 비율이 10%를 넘으면 민감한 어종이 사라지는 등 수생태 건강성에 문제가 발생되며 25%가 넘으면 수질이 악화되고 하천 내 생물 서식환경이 급격히 나빠진다. 특히 도로에 쌓인 먼지나 오물 등 비점(非點)오염물질(도시, 도로, 농지, 산지 등 불특정 지역에서 발생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어려운 오염물질)을 빗물 유출수가 하천으로 쓸고 내려가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도시 열섬, 열대야에도 물순환 파괴가 영향
비가 내리면 그 빗물의 일부는 하천으로 바로 흘러나가지만 대부분은 땅에 흡수되어야 한다. 땅에 흡수된 빗물은 저장되었다가 시간을 두고 기체화(증발)하거나 식물을 통해 기화(발산)된다. 이 대기 순환 구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공기가 맑아지고 기온도 관리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대기순환에 악영향을 미쳐 열섬현상이나 열대야 등을 야기한다. 또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하지 못하면 강우 시 지표유출량이 증가하여 도시 내 침수를 일으키고 한편으로는 지하수 함량이 줄어들어 가뭄 시에는 하천에 물이 없는 건천화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도시하천의 유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은 그 반증이라 할 수 있다. 도시 지역의 불투수율 증가는 도시가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줄어드는 것으로 증발산에 의한 온도조절이 곤란함을 의미한다.
도시개발로 인한 불투수면 증가로 왜곡된 물순환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되고 있는 기법이 저영향개발(LID·Low Impact Development)이다. LID는 불투수면에서 발생하는 강우 유출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법으로 유역의 수문학적 또는 생태적 기능을 유지, 복원해 도시 물 순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법이다. LID기법은 물순환 과정에서의 증·발산 및 강우 유출 현상을 개발 이전 자연상태로 회복하고 강우 유출수 내 오염물질을 적절하게 관리하여 하천 생태계의 건강성 회복, 기저유량 확보 및 하천 건천화 방지, 열섬현상 완화, 미세먼지 저감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환경부는 물순환 건전화를 위해 핵심 전략으로 LID 관련 법령 및 제도의 개선, 불투수면 관리목표 설정, 물순환 체계 개선 모범 사례 도출, 최적 LID 요소 기술 개발 및 설계·운영 기술의 선진화, LID의 필요성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1970년대에 이미 빗물 요금제 도입
여러 국가에서는 불투수면의 부정적인 영향을 인지하고, 이의 확대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도시 빗물 관리를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 관리로 전환하고 있으며, 기존에는 고려되지 않았던 휴양과 어메니티, 생물 다양성, 자원 보호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에서는 도시에서의 불투수면을 억제하고 물순환 훼손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LID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물순환 도시(water cycle city)구현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다양한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녹색 인프라(GI, green infrastructure)를 활용한 ‘물에 민감한 도시(water sensitive city)’의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각국에서는 도시지역 물순환 관리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에 따라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그 지역에서 발생한 빗물을 그 지역 내에서 관리하는 분산형 빗물 관리 기술이 강조되고 있다. 미국의 LID 및 그린 인프라, 영국의 지속 가능한 빗물 관리 시스템(SuDS, sustainable drainage system), 오스트레일리아의 물에 민감한 지속 가능 도시계획(WSUD, water sensitive urban design), 독일의 분산식 도시계획(DUD, decentralized urban design), 중국의 스폰지 시티(sponge city) 등 이름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도시 개발 시 자연 상태의 물 순환을 모방해 보유 및 저류, 침투, 증발이라는 기본적인 물 순환 시스템을 바탕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대부분 국가에서 도시지역에서의 물순환 관리를 위한 신규 재원으로 빗물관리요금(stormwater management service charge)을 징수하여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미 1970년대에 시작해 지금은 1491개의 지자체에서 빗물요금제를 도입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10년에 ‘국가 기준(National Standard)’을 도입해 모든 시설물의 설계·시공·관리·운영에 적용하고 있다.
불투수면 많은 건물주가 더 부담토록 해야
도시에서의 물순환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도시는 물순환 체계 회복, 신규 개발지는 기존의 자연적 물순환 체계를 유지 및 개선하는 방안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이 강우유출수 허가제도와 빗물요금제도 도입이다.
강우유출수 허가제도는 도시 내 신규 및 재개발 사업에 적용하는 것으로 개발로 인해 증가한 표면 유출수 관리를 위한 제도이다. 선진국의 각 도시는 빗물관리 목표량을 제시하고 이에 부응하기 위한 강우유출수 허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도 2014년부터 일정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에 ‘빗물분담량’을 제시해 저감토록 하는 저영향개발 사전협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대전, 광주, 울산, 안동, 김해 등 5개 물순환 선도도시에서도 물순환 관리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강우유출수 허가제도를 도입토록 환경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신규 및 재개발사업에 대한 강우 유출수 허가제도는 전국의 모든 도시로 조속히 확대 시행되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도시에서의 물순환 관리를 위한 빗물 요금제 도입이다. 이 제도도 해외사례에서 보듯이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이미 적용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2012년 ‘하수도 비전 공청회’에서 빗물관리 재원조달을 위한 ‘빗물요금’의 도입방안에 대해 제시한 바 있으나 시민들의 이해 부족으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서울시의 하수도 요금에는 빗물 관리 비용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하수도 요금은 상수도 사용량의 일정 비율로 부과함에 따라, 실제 빗물 유출 및 도시물순환 악화에 기여하는 영향이 반영되어 있지 못하다. 외국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투수면 기반으로 빗물요금을 징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기존에 납부하는 하수도 요금을 ‘우수(雨水)관리’와 ‘오수(汚水)관리’ 비용으로 구분하고, 오수관리 비용은 ‘하수도요금’으로, 우수관리 비용은 ‘빗물요금’으로 분리해 부과해야 한다. 그리고 점차 자기부담 원칙을 적용해 빗물요금을 불투수면 기반으로 산정토록 추진해야 한다. 빗물요금제도는 빗물 관리를 위한 재원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고, 물순환에 기여한 정도를 기반으로 하므로 요금제도 자체가 공평성을 지닌다.
물은 과거 개발시대에는 용수 공급과 홍수 방어 등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그러나 이제는 생태 순환, 물순환 건전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물이 인간에게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압축 성장을 거듭해온 우리의 경우는 이런 인식적 전환이 더 절실하다. 이미 상당 부분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혁명으로 도시의 스마트화가 진행된다면 물관리는 스마트 도시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물은 지금도, 미래에도 생태적·순환적 관점에서 상시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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