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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인사이트] 중국, 중∙고교 이어 초등학교용 AI 교과서 낸다 - 알고리즘까지 체험 학습, 올해 1000개 학교 채택
유니콘 스타트업 ‘센스타임’ 창업자가 교재 집필
세계 최초 ‘AI(인공지능) 교과서’ 발간 소식이 전해진 것이 작년 4월 말 중국에서였다. 칭화대 부속고교 등 상하이 지역 40개 고교가 첫 ‘인공지능 실험학교’로 지정돼 AI 교과서로 체계적 교육을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인공지능 기초’라는 170여 쪽 짜리 교과서도 공개됐다. 안면인식 기술 등으로 세계적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도약한 ‘센스타임’ 창업자 탕샤오오우가 책임 집필자로 참여했다고 해서 더 화제가 됐다. 이 책은 10만 권 이상 팔렸고 현재 100만 권 이상의 예약 주문이 기다리고 있다 한다.
센스타임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작년 말 중학교용 교과서를 내더니 올해 6월에는 초등학교용 교과서를 낼 예정이라고 한다. 시범학교도 상하이와 산둥성을 중심으로 100개 학교를 넘어섰고 올해 1000개 학교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상하이와 산둥성 지역에서는 AI가 이미 초·중·고 필수과목이 되어가고 있고 점차 중국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직립보행이 ‘손 해방’이었다면 AI는 ‘뇌 해방’”
탕샤오오우를 비롯한 집필자들은 머리말에서 직립보행으로 인류가 ‘손 해방’의 길을 걸었다면 AI는 ‘뇌 해방’의 길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교재의 목적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과학자들처럼 사고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교재의 특징으로는 ‘손과 뇌의 결합’을 꼽았다. 필수 기초지식을 습득한 후 직접 실험을 하게 하며 고등학교 시절이라는 한정된 시간 내에 완성할 수 있는 AI 프로젝트를 수행해나가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이 세계최초의 AI 교과서 내용을 보면 AI의 기초이론과 실생활에서의 유용성을 쉽게 설명해 놓았다. 인공지능의 역사에서 시작해 인공지능이 여러 산업에 어떻게 응용되고 있는지가 구체적 사례 중심으로 서술돼 있다. 사물 인식, 음악과 문자 식별 및 판단, 무인자동차, 심지어는 예술 창조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의 무한한 가능성이 교과서에 들어 있다.
무인자동차 알고리즘 80~90% 완성
교육은 교실수업과 랩(Lab) 실습으로 구성된다. 먼저 선생님과 함께 기초 지식을 배운 뒤, 인공지능 교과서의 여러 주제를 각각 인공지능랩에서 체득한다. 예를 들면 무인자동차에 관한 인공지능의 기본원리를 교실에서 배우고 인공지능랩에서 컴퓨터가 제시하는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그리고 무인자동차에 들어갈 작은 알고리즘을 만든다. 처음에는 이 알고리즘의 완성도가 20%가 된다. 하지만 선생님과의 소통 그리고 컴퓨터가 주는 문제해결 과정을 통해서 80~90%까지 무인자동차에 대한 알고리즘을 완성시킨다. 그리고 그 알고리즘을 작은 자동차 기기에 넣어 실험을 한다. 사물 인식, 가령 AI가 꽃을 인식하는 방법도 이런 식으로 체득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듣고, 보고, 직접 실험하고, 다시 피드백을 받으면서 지식이 진화한다. 교육과정 자체를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비슷하게 설계했다 한다. 교재 개발을 주도한 센스타임 측은 단계별 알고리즘을 교육실험 플랫폼에 개방해 학생들이 실험 때 조작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AI의 인간 감정인지 과정, 학생이 스스로 확인
센스타임이 세계 최고기술을 확보했다고 평가되는 ‘안면인식’도 학습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AI가 교실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하고, 더 나아가서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정 상태(행복, 차분함, 부정적, 스트레스, 화남, 깜짝 놀람 등)를 인식하는 과정을 체험적으로 학습하고 공유한다. AI가 특정 학생의 말하기, 칠판응시, 서있기, 앉아있기, 스트레칭, 노트테이킹 같은 것을 인식해가면서 어떻게 그 학생의 감정 상태를 인지하는지, 바로 그 학생은 스스로를 학습대상으로 삼아 실시간 확인해간다. 알고리즘 설계와 작동까지도 들여다보게 된다.
중국 공산당은 작년 10월 시진핑 주석 등 지도부 대부분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정치국 집단학습의 주제로 AI를 선택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AI는 경제발전, 사회진보, 국제정치경제 구조 등 방면에서 중대하고 심대한 영향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 생존이 달린 전략 분야로 본다는 얘기이고, 자원과 인력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얘기다. 중국 국무원은 앞서 2017년 7월 ‘신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문건에는 초∙중∙고 학생용 AI 교과서 개발이 포함됐다. AI 교과서도 이런 흐름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주도하자 민간 기업이 나서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교과서를 만들고 학교 현장에 보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상하이를 찾아 AI 시범학교를 방문하고 상하이교육위원장과 AI 교재 공동개발, 학생∙교사 교류 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은 이제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디지털과 AI 혁명의 시대에는 6개월 전도 과거라고 한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AI 교과서를 개발해 보급을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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