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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2019] ④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 ‘중국식 세계화’가 중국의 종국적 목표, AI 집중은 ‘게임 체인저’ 찾기 위한 움직임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2019.01.17

1979년 1월 1일 미국과 중국이 수교했고 2019년으로 40주년을 맞았다. 중국이 경제특구를 설치해 해외직접투자를 유치하고, 국제통화기금의 회원국 지위를 회복하는 등 개혁개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의 전략적 지원에 힘입은 바 컸다. 그러나 이러한 미중관계가 수교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왜냐하면 현재의 미중 무역갈등이 실제로는 금융전, 기술전, 여론전을 포괄하는 복합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여기서 밀리면 앞으로도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이에는 이, 눈에는 눈(tit for tat)’이라는 결기를 세우기도 했다. 특히 중국은 개혁개방 40주년을 결산하고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 시진핑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 위해서라도 중국정신(中國氣派)을 대내외에 과시할 필요도 있었다. 그러나 미중갈등은 취약한 중국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민간소비와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지식인을 중심으로 “우리가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잘못 보았다”는 성찰이 나타났다. 중국정부도 대화와 협상 모드로 전환했다. 실제로 미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때 중국정부는 ‘무역전쟁’이라고 표현했지만, 9월 18일 국무원이『미중무역마찰백서』를 발표하는 등 수위를 낮추었다.

향후 미중관계는 수교 40주년을 맞아 발표한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사설처럼 좀 더 장기적으로는 주기적으로 협력과 갈등을 반복하는 ‘뉴노멀(new normal)’ 상태로 진입할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갈등보다 협력과 발전추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중국은 미국 주도의 패권 질서에 균열을 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고, 중국경제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체제에 대한 신념의 위기의 악화도 고려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20년 후 ‘중국이 최강국’ 20%p나 하락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무엇보다 중국의 국력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에 기인한다. 중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정례적으로 <중국이미지조사>를 실시한다. 2017년 조사 결과 향후 20년 후 세계 최강국으로 미국과 중국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48.3%, 33.6%였다. 이것은 미국의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조사결과인 27.6%, 53.5%와는 큰 차이가 있다. 중국이 최강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8년만에 20%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미중 무역마찰이 본격화된 지금은 당분간 미국의 현실권력(default power)을 중국이 따라가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비관론이 더욱 팽배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 수정주의국가로 규정했으며, 역사적으로 도전 국가가 미국 무역적자의 절반에 달할 경우 강력한 보복수단을 시용해 왔다. 1930년대에 영국, 1980년대에 일본이었다면 지금은 중국이 그 대상이 되었다. 실제로 미국은 자국의 첨단기술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탈궤(break off), 규제와 제한, 압박전술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규칙제정권이 없고 담론권력도 취약한 중국은 여기에 순응하거나 적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즉 국력이 부상하면서 외교 행위가 적극성(assertiveness)을 띠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중국위협론으로 보는 미국의 대중국 인식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국제정치의 권력게임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왕치산 “새로운 현실에 적응”

그러나 향후 미중관계가 현재의 경로에 의존해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 협상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순응할 의지가 크지 않다. 왜냐하면 민족적 자부심으로 무장한 여론의 압력이 높아졌고, 중국지도부도 공산당 창당 100년과 건국 100년을 계기로 현대국가로 진입하겠다는 역사의식이 강하며, 구체적으로 중국식 세계화(Sinic globalization)를 향한 대안의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고 현재의 미중 간 국력 차이를 일거에 만회하고 전통적 패권 패러다임을 전복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를 찾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그 일환으로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빅데이터, 군사드론을 결합한 전략산업 육성에 총력전을 펴고 있고 일부 성과도 거두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10월 말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10차 정치국 집체학습 주제를 인공지능으로 삼은 데 이어 12월에 개최된 11차 집체학습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국가전략을 논의한 것도 중국의 전략목표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중국은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즉 자국의 핵심이익인 영토와 주권 그리고 발전에 대한 권리가 현저히 침해되지 않는 한, 안정적인 미중관계 속에서 이익균형을 찾고자 한다. 왕치산(王岐山)국가부주석이 미중 국교수립 40주년 기념식에서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하며, 이익의 공통점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적도 친구도 아닌(非敵非友)’ 미중관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미중 경제 관계의 균형추는 더욱 크게 흔들릴 것이고, 상위정치(high politics)를 보완하는 인문교류의 지체도 나타날 수 있으며, 샤프파워(sharp power)를 가지고 중국이 미국의 과학기술을 절취하고 지적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의심도 깊어질 것이다.

과거 미중관계는 문제가 발생해도 바깥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메커니즘이 효율적으로 작동했으나, 지금은 문제가 발생하면 쉽게 정치화, 전략화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패턴이 나타났다. 특히 미중 간 국력이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변화하면서 상호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신냉전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의 우려처럼 미중갈등이 신냉전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신냉전은 이데올로기 경쟁, 군사대결, 경제적 상호독립이 작동해야 하는데, 과거와 달리 핵무기 출현으로 공포의 균형을 달성했고 전지구화가 가져다주는 경제이익은 크며, 무엇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반전운동도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중 양국은 무역마찰을 거치면서 상호이해를 높여가고 있는 상태다. 국제문제와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 문제에서도 공동 협력의 공간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해법도 미중 양국의 전략적 타협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살리는 한편 국제사회의 넓은 동의를 구하는 기민한 복합외교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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