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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인사이트] 미-중 ‘무역전쟁’ ‘기술전쟁’, 그 이면엔 ‘해군력 전쟁’ - 한반도 死活적 상황으로 가고 있다

김연규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2018.12.07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은 ‘무역 그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제적 타격을 중국에 가해 군사비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며칠 전엔 중국 최대 기술기업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 정부 요청에 따라 캐나다 공항에서 체포됐다. 무역전쟁이 기술전쟁으로 옮겨붙은 모양새지만 이는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중국의 ‘제조 2025’를 주목해왔다. 앞으로 어디까지 번질지 모른다. 미-중의 패권경쟁은 야구로 치면 이제 2, 3회에 와 있을 뿐이다.

미국과의 해군력 경쟁이 소련 붕괴 배경

중국을 향한 미국의 전략은 1980년대 초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을 상대로 했던 전략을 상기시킨다. 1970~80년대는 미-소 패권경쟁 시기였다. 주로 군사 분야였지만 그 배경에는 여러 경제적 수단들이 존재했다. 소련 붕괴는 미국과 미사일 방어체제 및 해군력 경쟁의 결과였다. 미국과의 경쟁에서 막대한 군사비를 투입하게 된 소련 정부가 갑작스런 유가 하락으로 미국과의 해군 군사경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데 기인한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미사일 방어체제 경쟁에 소련을 끌어들인 사람이 레이건이었다. 소련 붕괴는 갑자기 찾아왔지만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기도 했다.

소련은 원래 대륙 국가로서 바다보다는 육지가 더 중요한 국가였다. 소련 해군은 해안과 연안 방어를 위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1960년대 쿠바 미사일 위기와 이집트 수에즈운하 위기에서 소련해군의 무력함이 드러나면서 大洋 작전을 위한 해군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한다. 1970년대 소련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과 함께 북해와 발트·흑해·태평양의 4개 함대 강화를 통해 북해 대서양과 태평양에 진출해 양대 해양 제해권 장악을 목표로 하였다.

당시 소련은 베트남 전쟁 실패와 달러 위기 등에 처한 미국을 상대로 본격적인 해군력 경쟁을 촉발했다. 1980년대 초 4개 함대의 총 톤수가 766만 톤을 기록해 466만 톤인 미국의 1.5배가 넘었고 함정숫자가 1,500척에 달해 419척인 미 해군의 세 배가 넘었다. 소련 해군이 갖추지 못했던 유일한 전략자산이 항공모함이었다. 미 해군은 총 11척의 항공모함과 항모전단을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의 전반적인 양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소련의 패권경쟁이 결국 미국의 우세로 결론이 난 것은 결국 미국이 항공모함을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해 대서양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해양패권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소련 와해, 그리고 냉전 붕괴 후 20년 동안 러시아의 군사 안보 차원 힘의 위축은 놀라울 만 했다. 1991-2005년 기간 군사비와 무기 수출량의 급감에 잘 드러나 있다. 이 기간에 러시아는 미국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코소보 등지에서 선보이는 신무기와 새로운 전쟁 수행 방식을 패배감과 불안감을 가지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1970년대 세계무기 수출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하던 러시아는 미국에 그 자리를 내어주고 주로 중국으로의 무기 수출에 의존하게 되었다. 냉전 붕괴 후 러시아 함정 숫자는 150여 척으로 급감하였으며 전략 원잠 숫자도 13척으로 추락하였다.

미국도 미국해군과 맞먹는 해군력을 보유한 국가가 없는 상황에서 지상전 중심의 이라크戰 아프가니스탄戰을 수행하는 사이 해군력의 축소가 불가피했다. 함정 숫자도 250여 척으로 줄었으며 항모 숫자도 감축하는 계획이 세워졌다. 미-소 패권전쟁의 각축장이었던 대서양을 관장하던 미국 해군 제2함대의 축소가 가장 두드러졌다. 오바마 정부下 제2함대는 마침내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중 경쟁은 미-소 경쟁의 초기와 닮은 꼴이다. 과거 소련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원래 대륙 국가로서 바다 보다는 육지가 더 중요한 국가였다. 냉전 기간 대륙지향의 고립국가로서 북쪽의 러시아와 서쪽의 중앙아시아 국경으로부터의 위협에 주로 치중하던 중국이 냉전 이후 20년 동안 동남쪽의 해안을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과 해양무역을 하면서 해양국가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중국의 경제발전과 무역 패턴 변화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와 국경위협이 없어지면서 중국이 이제 본격적으로 무역과 자원수입을 위해 인도양과 태평양에 진출하기 위한 해군력 강화로 이어지게 되었다.

美 금융위기 파고든 中의 해군력 강화

소련이 1970년대에 그러했듯이 미국이 2000년대와 2010년대 고유가와 금융위기를 겪는 동안 중국은 잠수함과 항모구축 등을 통해 태평양 지역에서의 해군력을 월등히 강화했으며, 급기야 2016년 함정 숫자에서 미국을 추월하게 되었다. 2011년이 되어서야 미국은 부랴부랴 전 세계미 해군 자산의 거의 60%를 태평양함대사령부로 이관하여 함정 200척, 항공기 1180대, 민·군 승조원 14만여 명을 배속하였다.

미국의 전략은 4척의 핵항모를 전개하여 중국 해안 접근 전략을 펼치는 것에 기반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이 ‘둥펑-21’과 ‘둥펑-26’ 등 ‘항모 킬러’로 알려진 장거리 대함(對艦) 미사일을 실전 배치함에 따라 미 해군의 항모전단의 생존성에 붉은 신호가 들어왔다. 이와 같은 괌까지를 사정거리로 둔 미사일은 중국의 내륙에 약 800기가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반접근(Anti-Access)·지역거부(Area-Denial)’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접근 거부를 국방의 핵심과제로 상정하고 이런 맥락에서 제1열도라인과 제2열도라인 등 미국 접근 저지선을 구축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는 ‘둥펑’과 같이 미국의 항공모함을 공격할 수 있는 탄도탄 등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미군이 유사시 이러한 탄도탄에 신속히 타격을 가할 경우 중국의 반접근 역량은 무력화될 수 있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북 미사일을 겨냥한 것이라는 공식적 이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중 견제전략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한편 2018년 5월 미국 국방부는 북대서양을 관할하던 미국 해군 제2함대가 7년 만에 재편성된다고 발표하였다. 미국의 이러한 결정은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추진됐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일부 수정해 최근 새롭게 강화되고 있는 러시아의 위협 등 전통적인 강대국 경쟁 정책으로 회귀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흑해, 지중해, 북대서양에서의 러시아 잠수함 전력이 매우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미 정부와 나토 당국자들의 우려가 증가해왔다. 최근 사상 최초로 중국해군이 발트해에서 러시아 해군과 합동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은 러시아의 유일한 부동항 출구인 흑해를 장악해 러시아 흑해 함대의 지중해로의 출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미국이 중동에서 아시아로 이동하자 러시아는 즉각 중동의 시리아의 항구를 점령해 교두보를 확보한다. 최근 빠른 북극 해빙으로 자원개발과 항로 활동이 활발해 지면서 북극해에서의 러시아 해군 전략이 급속히 강화되고 있다.

21세기 미국 패권의 향배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다양한 경로가 열려있다고 말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미국의 패권은 여전히 해양 주도권 유지 여부에 달려 있으며 현재로서는 중국의 인도-태평양에서의 도전이 거세지만 최근 러시아의 강대국 복귀를 고려할 때 미국의 해양 패권에 대한 도전이 때로는 중국에 의해, 때로는 러시아와 중국의 연합에 의해 여러 군데 바다에서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어떻게 이러한 도전들에 대처할지 한반도는 이러한 강대국들의 해양쟁탈전의 틈바구니에서 어떤 전략으로 임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에겐 사활적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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