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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인사이트] 기술은 ‘민족대이동’도 바꾸고 있다

이명호

2018.09.21

<교통> 18년 전 내비게이션, 1년 전 드론 이어 차세대 교통 총아 곧 등장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다. 1989년 추석 연휴가 3일로 길어지면서 명절 이동인구가 이 2,000만 명을 돌파한 후 매년 증가하여 2010년도 추석에는 역대 최대인 4,949만 명이동하였다. 이후 이동인구가 감소하여 3,00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가 2017년 추석에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시행되면서 다시 증가하여 3,700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매년 이동인구의 수는 그해 경제 성장률과 비례하여 등락을 하고 있다.

추석 이동인구가 2000만 명이던 30년 전 서울에서 부산 24시간, 서울에서 광주 18시간이 걸렸다. 대부분 고속버스나 기차 이동이었다. 버스들이 주차장처럼 변한 고속도로에 차를 세우고 승객들이 도로변 길 아래로 내려가 용변을 보던 진풍경이 명절 때면 나타났다. 교통경찰들의 위세는 지금과 비교할 수도 없었다. 단속에 걸린 운전자가 지폐를 동그랗게 말아서 건네던 시절이었다. 20~30대는 상상도 못할 이런 모습들이 사라진 것은 도로 확충과 함께 기술 발전 덕분이다. 이 기술 발전 속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더 빨라질 것이다. 앞으로 20~30년 후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또한 상상하기 어렵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3,700만 명이 이동할 경우 고속도로 교통량은 하루 평균 447만대에 달한다. 30년 전의 두배 가까이 된다. 교통 당국은 여러 가지 첨단 IT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실시간 교통 정보를 제공하고 우회도로를 지정해 교통량을 분산하고 있다. 2000년에 내비게이션이 등장한 이후 교통량 기반의 실시간 대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 제작 업체들(완성차 업계 포함)은 특정 시간대에 차량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시간대별, 구간별 예상 시간을 실시간으로 수집된 데이터와 누적된 빅데이터를 특정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정체 시간을 피할 수 있도록 차량 이동을 안내하고 있다.

첨단 IT 기술을 활용한 또 하나의 교통관리는 드론(Drone)을 이용한 교통단속이다. 작년 설 명절에 처음 도입한 후 이번 추석 명절에 본격 투입될 예정이다. 고성능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어 차량 번호는 물론이고 탑승자가 안전띠를 맸는지, 차 안에 몇 명이 탔는지도 식별할 수 있다. 드론은 반경 7km까지 배터리 교체 없이 40분간 비행할 수 있다. 고속도로 30m 위에서 버스전용차로 위반, 지정차로 위반, 갓길주행, 끼어들기 위반 등을 단속할 예정이다.

빈번한 차선 변경과 끼어들기는 차량 정체의 원인이다. 끼어들기로 뒤차가 속도를 줄이면 그 뒤차가 더 속도를 줄이면서 줄줄이 멈춰서는 연쇄 나비효과(반응 시간 지체)를 만들어 ‘유령정체’를 일으킨다. 드론이 얌체운전을 다 막을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이런 현상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차량-사물통신(V2X, Vehicle to Everything communication)까지 완벽히 구현된다면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주행 차선을 따라 모든 차량이 대열을 이루어 운전하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를 타고 고향에 가면 이전에는 운전하던 아빠(또는 엄마)가 자녀들과 오락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고향 가는 길이 멀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얌체운전이 없어져 정체시간도 훨씬 단축될 것이다.

드론은 교통감시 만이 아니라 교통사고나 긴급한 상황에 대응하는 용도로도 개발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인근 경찰차에 탑재돼 있다가 바로 이륙하여 막힌 도로가 아닌 공중으로 날아와 현장을 통제하게 된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벌어지는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하여 2차 사고를 방지하고, 현장 상황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전달하여 대응력을 높여줄 것이다.

8월에 정부는 드론을 혁신성장 8대 선도사업(초연결 지능화,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에너지신산업, 스마트시티, 드론, 미래 자동차)의 하나로 선정했다. 지도반출 허용 여부와 항공법 개정 등의 선결 과제들이 있지만, 정부는 드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공공차원에서 3차원 공간정보 구축, 시설물 및 설비 점검, 대기 환경 모니터링, 산불예방 등 다양한 용도에서 선도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민간분야에서는 물류용으로 우편배송과 해상선박 물품 배송, 농업용으로 농약 살포 이외에 인공수분 및 농작물 생산·출하량 조사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다수 드론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시대에 대비하여 원격·자율비행을 지원하는 미래형 드론 전용 교통관리체계도 개발되고 있다.

이후 시간이 더 많이 흐르면 운전자가 없는 드론 자가용이나 택시를 타고 고향을 가는 드론 대열을 보게 될 것이다. 그때는 고향이 서울이거나 수도권인 사람들이 많아 민족 대이동이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도시는 지금과 매우 다를 것이다. 드론 배달이 일상화되면서 자율주행차 도로 옆에 드론 주행로가 생기고, 자율주행 소형 버스가 근거리 교통을 담당하고 장거리 이동에는 하이퍼루프(Hyperloop, 진공관을 통해 이동하는 초고속 열차로 비행기와 같은 마하 1로 이동)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 이동 수단으로는 전동 킥보드나 1인용 운송수단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의 도로 시스템은 지금의 도로와 매우 다를 것이다. 또한 매연을 내뿜는 내연 기관은 사라지고 동력으로 배터리나 연료 전지를 이용하면서 도시는 더 쾌적해질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10년 만에 버스 귀성 9% 줄고 승용차 10% 늘어났다

이동은 곧 에너지 소비를 의미한다. 추석 귀성과 귀경에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과 소비패턴도 변한다.

10년가량의 추이를 볼 때 버스는 지속해서 줄고 승용차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08년 추석 기간 승용차 이용은 79.4%이었으나 2017년에는 89.3%로 치솟았다. 명절 때마다 부족한 고속버스를 벌충하고자 투입된 전세버스 비중을 합산하더라도 버스 이용은 2008년의 15.2%에서 2013년 11.8%로 그리고 다시 2017년에 6.0%까지 감소하였다. 3분의 1토막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2013~2017년의 고속버스와 전세버스 이용객 감소분이 그대로 승용차 이용객 증가분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버스 이용의 감소와 다른 교통수단 이용이 정체된 상태에서, 오직 승용차 이용만 증가하였다.

보통 추석 연휴 해당 월의 수송부문 에너지 소비는 바로 전 달이나 그다음 달보다 확연히 줄어든다. 대개 9~10%포인트 정도다. 소위 ‘민족의 대이동’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공장의 휴무로 인한 소비량 감소가 주요인일 듯하다. 그런데 최근 들면서 그 감소 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2013년에 추석 월 소비량이 평 월의 90.8%에서 2016년엔 98.1%까지 치솟았고 2017년엔 96.9%를 기록했다.

90.8%에서 98.1%로의 증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결국 ‘연휴 기간의 교통수단을 이용한 수송 및 이동의 증가’를 반증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기업과 공장의 휴무로 인해 소비되지 않았던 에너지가 추석 연휴 기간 내에 이동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증가했다는 의미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체휴일제 등으로 연휴 기간이 길어진 점이나 2014년 말과 2015년 초까지 이어지던 고유가 기조가 2015년 중반을 넘어서면서 저유가로 변화된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고속버스 등의 다른 교통수단의 비중은 증가하지 않은 채 승용차의 비중만 증가했을까? 매년 도로 정체의 완화, 에너지 절약 그리고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버스 전용차선제 등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왜 추석 연휴 이동량 증가분이 오로지 승용차 이용증가에만 반영될까?

아마도 명절의 전통적 의미가 퇴색되고 추석이 또 다른 휴가 기간으로 인식되기 때문일 것이다. 수치상으로 보건대, 더 귀성 버스와 기차의 승차권을 구매하지 못했기 때문에 승용차를 이용한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추석은 이제 승용차로 떠나는 가족여행을 위한 시간이 된 듯하다. 이를 반증하듯, 명절을 고향에서 짧게 보낸 뒤 관광지 등에서 남은 휴일을 보내고 귀경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들의 이동 경로가 알파벳 D와 비슷하다 하여 ‘디턴족(D-Turn族)’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하였다. 새로운 생활 방식의 등장과 세태의 변화가 에너지소비량과 소비패턴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런 추세엔 시사점이 있다. 먼저 승용차에 집중되어있는 에너지 소비패턴으로 볼 때, 내연기관 승용차에 대한 전기차 도입만으로도 단기간에 예상외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전기차의 도입으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에 대한 대응책 모색 또한 당연히 필요하다. 또 이제 명절 연휴 기간의 에너지 절약과 차량정체와 같은 문제는 귀성/귀경의 측면에서 다룰 것이 아니라, 지방 여행지의 접근성 제고와 숙박 시설 개선 등과 같은 새로운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변화된 생활 방식이 반영된 새로운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 에너지의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도 결국은 사회적 변화와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사회 시스템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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