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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개성공단 재가동 전에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관리자

2018.08.23

이제 곧 8월 중에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설치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미간에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고 있지 않지만 사무소 개소 자체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개성공단 재가동은 현 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2016년 초 북의 4차 핵실험으로 한국이 철수할 때는 우리 정부의 독자적 판단의 결과였지 국제제재와는 별개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UN 및 미국 정부의 독자제재로 출구를 모색하기 어렵다. 우선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해결방안은 UN 경제제재에서 예외 지정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미간의 협상을 진전시켜서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국 정부가 북미간의 중재 역할에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반면 미국의 제재 조치 완화는 중간선거 등 정치적 일정과 맞물려 있어서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UN 제재 완화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라도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그것을 넘어서는 그랜드 플랜을 정교하게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공동연락사무소 개설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개성공단은 2000년 공업지구 개발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2003년 착공한 이후 남북한 산업 협력의 상징이었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노동력과 남한의 자본이 결합한 대표적 사례다. 앞으로 남북한의 교류 협력이 시작된다면 가장 먼저 재개해야 할 사업 중 하나이다.

베트남 삼성전자 공장이 북한에 지어졌더라면?

하나 상상을 해보자. 만약 하노이에 있는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이 베트남으로 가지 않고 북한으로 진출했더라면 어땠을까?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고용하는 인력은 16만명에 달하는데 여기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베트남 전체 GDP 의 20%, 전체 수출액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2016년 기준 베트남 GDP 규모는 2,407억 달러이며, UN이 추정한 북한의 GDP는 168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다른 조건을 배제한 채 단순히 계산해 보면 삼성전자 공장이 북한에 지어졌을 경우 북한의 GDP가 단숨에 3.8배 증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남북한 협력의 초기 단계에서는 베트남식 경제개발 모델을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북한 인력이 고용되고, 베트남보다 낮은 임금의 우수한 노동력을 활용한 한국 기업은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성장이 가속화되면 북한 경제를 선순환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북한 주민 전체의 소득을 단기간에 증대시키기 위해서라도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산업 분야의 협력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존 개성공단 협력 모델의 한계

그러나 이와 같은 협력 방식은 남북한 경제협력의 초기 단계에서는 활용할 수 있지만 지속가능성이 없다. 중국과 베트남이 개발도상국 발전 모델을 추진했던 시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간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성장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노동을 효율화하고 공정을 자동화하는 스마트 제조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도 앞장서서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하고 있으며, 앞으로 거의 모든 제조업 분야에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노동력에 의지하는 단순 임가공 형태의 제조 방식으로는 머지않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북한의 임금 경쟁력은 영원하지 않다. 노동력을 활용하는 제조기지에서 제품을 소비하는 시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임금 수준도 현실화해야 한다.

이제 남북한 경제협력 모델도 진화해야 한다. 단순히 북한의 노동력만을 활용하는 기존의 협력 방식은 그 자체로 한계가 있으며 점차 지양해야 한다.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채 근시안적으로 북한의 역량을 소진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이 자체적인 성장 동력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미래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 방식을 추진해야 한다.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여 지식 산업과 4차 산업 분야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앞으로 북한의 경제특구·개발구 계획을 세울 때에도 미래의 산업구조 변화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 2단계는 스마트시티를 구축하자

북한의 성장 방식이 당분간 기존 개발도상국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그 고정관념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기술혁명과 한반도의 미래를 결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반도에도 이러한 변화를 담아낼 새로운 도시 모델이 필요하다. 즉, 첨단 기술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4차 산업혁명의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개발된 개성공단 1단계 면적은 100만평에 불과하지만 당초 예정되었던 개성공단의 2단계 및 3단계 계획을 포함하면 전체 면적은 2천만평 규모에 육박한다. 공장부지만이 아니라 생활구역, 상업구역, 관광구역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향후 개성공단의 발전방향도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단순히 생산시설을 위주로 구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막대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배후도시의 육성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신도시 개발 경험이 풍부하고 스마트시티의 기반이 되는 IT 기술 분야의 경쟁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남한의 도시들은 이미 모든 면에서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서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해보기 어렵다. 기존의 것을 해체하지 않는 한 한국에서는 혁신적인 도시 모델을 실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북한은 현재 낙후되어 있는 인프라를 거의 모두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형편이다. 한국과 달리 토지 수용과 보상에 따른 문제가 복잡하지 않고 일단 정책이 결정되면 일사불란하게 집행할 수 있는 정치체제를 갖고 있다. 한국은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사업성을 최우선시하지만, 북한에서는 사업성은 낮아도 이상적인 도시 모델을 구현해볼 수 있다. 게다가 첨단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더라도 이해관계자나 기득권의 반대가 거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신도시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남한보다 북한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스마트시티 건설은 남북한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다. 한국의 산업은 이제 정점에 달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가 특별히 잘할 수 있는 산업, 미래 한반도를 이끌어 줄 새로운 비전과 가치가 필요하다. 개성공단의 2단계 확장은 스마트팩토리와 스마트홈으로 구성된 스마트시티의 구축을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개성 단일도시를 위주로 산업을 육성하기 보다는 주변의 여러 거점도시와 네트워크 경제를 구축하여 연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특히 해주의 경제특구와 개성을 잇는 산업벨트를 구축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여기에 남한의 인천공항과 수도권을 연계하면 남북한 경제협력의 중심지역으로 육성할 수 있다. 향후 경의선을 연결할 경우, 신경의선 고속철과 고속도로는 해주를 통과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인프라를 구축하면 해주-개성-인천을 잇는 삼각벨트는 중국의 홍콩-선전-광저우 주장 삼각주 지역에 못지않은 동북아의 대표적인 국제경제자유구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홍콩과 선전 경제특구의 협력이 광둥성 전체 지역의 발전으로 확산되었듯이 개성공단 경제특구의 협력을 확대하여 평양·남포·해주를 포함하는 서울-평양 경제권으로 확산시키는 거대한 비전도 가능하다.

한강 하구 지역은 예로부터 무역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그러나 현재는 남북한의 군사분계선이 지나고 있어, 한강 하구의 여러 섬과 강변 일대는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있다. 만약 남북한에 평화가 정착되고 철조망이 제거된다면 동북아의 물류가 활발하게 오고 가는 무역의 중심지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백령도를 비롯하여 서울과 가까운 강화도, 교동도도 해병대가 주둔하는 군사 지역이지만, 장차 경제활동의 중심지로 새롭게 변모하는 것이다. 현재 북한의 군사적 요충지인 해주 지역 또한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동북아의 중추적 항만으로 잘만 개발하면 중국의 선전 못지않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지역이다. 중국은 경제를 서서히 개방하고 오늘날의 선전을 만드는 데 30년이 걸렸지만, 북한은 남한의 도움을 받아 해주와 개성을 10년 내에 변화시킬 수도 있다.

결국 관건은 비핵화다. 북의 운명도 여기에 달렸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는 어느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다. 그 때까지 준비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 개성공단 업그레이드를 위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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