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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여름 휴가철은 정치적 의미에 있어서 중요하다.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열기 때문이다. 공산당 정치국 위원을 위시로 한 현직 최고위 관료들과 전직 지도자들이 모여 중국의 국가 현안을 공유하고 토론하고 결정한다. 비공개로 열리는 탓에 회의 시기를 전후로 누가 참석했는지,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를 둘러싼 많은 추측과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올해는 미중 무역전쟁을 둘러싼 평가와 점검, 그리고 2기로 접어든 시진핑 노선에 대한 토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이다이허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이 향후 어떠한 대내외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예측하게 된다. 베이다이허가 ‘중국의 여름 수도’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유다.
전현직 최고위 관료들이 모든 공식일정을 멈추고 열흘 넘게 국가 중대사를 논의하는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정치 지도자 학습의 궁극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약 9000만 명(2017년 12월 31일 기준, 중국 공산당 통계)의 당원 중 900만 명에 달하는 국가 공무원을 선발한다(표 참조). 공무원으로 선발된 당원들은 공산당이 관리, 학습하여 당이 요구하는 정치 지도자로 양성해낸다. 그 중 미래의 지도자 후보로 중점 관리하는 영도 간부의 선발과 임용에는 까다로운 감독 제도를 설치하여 부정을 방지해 왔다. 간부 선발 과정 등에 본인이 관여하지 않는 본인회피제도, 자신의 신상 정보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의무화한 보고제도, 임용과 관련한 기관이 참가하는 연석회의의 실시 등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당 최고 교육기관인 중앙당교(中央黨校)를 통한 간부 교육, 정치국원을 대상으로 한 집체학습 등을 통해 공산당이 요구하는 사상과 정책을 재교육하고 공산당의 통치이념을 체화시킨다. 집체 학습의 경우, 시진핑 1기 기간인 2013년에서 2017년 사이에만 총 43회가 실시되었다. 집체 학습의 의제가 그 시기 공산당의 핵심 관심사를 가늠하는 지표다. 정치지도자 간 집중 토론은 학습의 장이기도 하고 공산당의 정책과 통치이념을 결정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간부 양성과정에서 지속되어 온 공산당의 집단 학습과 토론 문화가 은퇴한 원로와 현직 관료 사이에도 중요한 매개체가 되고 있음을 확인 시켜 준다.
<표: 중국의 정치지도자 선출 과정>
여시재가 개최하고 있는 각국의 정치지도자 양성 시스템 비교 세미나에서 중국 사례를 발제한 양갑용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은 공산당 간부가 과원에서 출발하여 성부급(省部級) 지도자로 진출하는 8단계의 성장 경로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성과, 업적, 주변의 평가, 기층 경험과 같은 절대적 승진 요건 등이 1차적으로 적용된다. 더불어 젊음과 학력, 직무 경험, 동료 평가, 지도자와의 네트워킹, 그리고 우연한 기회와 같은 상대적 요건도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양갑용 실장은 시진핑이 이러한 단계별 성장을 거친 전형적인 케이스이며 우연한 기회를 잡아 성장하는 신진 세력은 매우 드물다고 설명하였다.
여시재 석좌 연구원인 조호길(趙虎吉) 전 중국공산당교 교수는 그의 저서 [중국의 정치권력은 어떻게 유지되는가]에서 중국의 성공적인 국가 성장을 가능하게 한 요소로 강력한 ‘당-국가체제’와 ‘국가 엘리트’의 존재를 지적한 바 있다. 조 교수는 엄격하게 선발하고, 까다롭게 능력을 검증하며, 체계화된 권력의 이양을 통해 양성된 정치지도자들이 중국 발전의 동력으로 기능한다고 평가했다. 양갑용 연구실장은 이러한 조 교수의 분석에서 더 나아가 제도화된 중국의 정치지도자 선발과정이 차기 지도자의 예측도 가능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7상8하(七上八下, 당대회 시점에서 만 67세면 유임, 68세 이상은 은퇴), 성부급 직무경험, 영도간부의 인사를 관리하는 중앙조직부에 의해 청년 간부로 발탁된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면 다음 정치국원이나 상무위원으로 올라갈 사람들이 대체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지방정부에도 적용된다. 중국 공산당은 당내 경쟁과 검정을 핵심으로 하는 이런 국가 정치엘리트 양성 시스템이 오히려 영미의 선거제도 보다 우월하다는 주장까지 한다.
하지만 그림자도 물론 넓고 깊다. 지난한 단계별 성장과정은 지도부의 고령화를 낳았다. 올해 3월, 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폐지하는 개헌안을 추인함에 따라 시진핑의 장기집권이 공식화 되었다. 덩샤오핑 이래 지속되어 왔던 중국 공산당의 집단지도체제가 막을 내리고 권력의 정점에 시진핑이 홀로 서는 시대를 ‘뉴 노멀’로 받아 들이게 된 것이다. 시진핑의 장기집권은 다음 세대 지도자의 성장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하였다.
더욱이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사회에서 젊은이들은 정부 관료가 되기보다는 창업 등을 통해 자신들의 성공 신화에 도전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험난한 정치 지도자 코스를 경험하는 것보다는 사회와 시장의 경쟁 속에서 기회를 잡는 것이 더욱 매력적인 사다리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뛰어난 인재들이 더 이상 공산당의 당내 경쟁시스템에 갇혀 있지 않고 민간으로 나가려는 상황은 점점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공산당원과 관료들이 2류, 3류 얘기를 들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마오쩌둥이 1954년 민주집중제를 당의 원칙으로 규정한 이래, 격렬한 토론을 통해 도출된 결정에 절대 복종하는 중국 공산당의 통치 방식은 중국을 G2로 부상시키는 등 나름의 효율과 성과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부패, 야당과 언론의 부재라는 근본적 한계를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은 점점 커진다.
참고: 중국전문가 포럼: 최근 중국의 간부 이동 추세와 함의 (양갑용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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