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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6만명의 작은 기초자치단체에 승강기만을 전문으로 하는 산업단지가 있고 R&D센터가 있으며 이 일만을 전담하는 공무원이 있다. 심지어 한국승강기대학까지 유치했다. 경남 거창 이야기다.
거창은 인구 6만 2000명인 작은 군 단위 지역으로 경남 북부 내륙에 위치해 제조업과는 거리가 있다. 이곳에 건설된 22만평의 전문산업단지에 현재 약 33개의 승강기 제조 및 관련 부품업체가 입주해 있다. 상시고용인구만 700명이 넘는다. 진주의 실크, 풍기의 인견 같은 경우는 그 지역 고유의 전통 산업을 성장시켜 온 것인데 비해, 거창의 승강기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 해낸 사례다.
지난 8월 13일 인천대 이윤 교수, 산업연구원 홍진기 연구위원과 함께 거창을 찾았다. 여시재의 중점 연구영역중 하나인 ‘市産學(시산학)’의 현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행은 담당 공무원, 승강기 업체 대표 등을 만나 ‘거창 승강기 밸리’의 발전 과정을 들었다.
승강기 밸리의 분수령은 2008년 한국승강기대학 설립이었다. 이 지역에 있던 폴리텍대학이 폐교 위기에 처하자 위기감을 느낀 지방정부와 지역 단체들이 나서 활로를 모색했다. 마침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이 폴리텍을 승강기대학으로 변모시키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두가지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거창군이 입지보조금, 금융보조, R&D센터, 기업체 유치 등 모든 지원수단을 동원하면서 결국 대학 설립에 이르렀다.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기업 유치로 기업가적 정신을 가진 몇몇 선도적 기업들이 합류하고 기술력은 있지만 자본이 없는 많은 업체가 거창으로 들어왔다. 수요가 크고 물류 편의에서 매우 좋은 입지를 가진 대구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한 업체는 과감한 결단으로 거창으로 이전해 온 대표적 사례이다. 장치산업인 승강기산업은 넓은 생산시설이 필요한데 대구에서 공장을 확장하는 것 보다 거창으로 이전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한다. 최근 이 기업은 조달품질원에서 직접생산업체로 성능인증을 받았고 우수제품 등록도 시도중이다. 중소기업체가 등록되면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의 수주가 비교적 쉽고 이런 과정을 거쳐 성능에 대한 신뢰가 시장에 형성되면 민간 건설업체에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선도기업체가 나오면 밸리 전체가 성장하게 된다.
어려움은 여전히 많다. 국내 승강기 시장은 대기업과 외국기업 점유율이 80%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 중심의 거창 기업들이 생존하는 것은 힘들다. 승강기대학 졸업자의 상당수가 대도시에 있는 대기업으로 유출된다. 이런 난관을 하나씩 해결해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거창 승강기 밸리의 미래를 낙관할 정도는 못된다. 지역 업체들은 그래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역 브랜드(G-elevator) 도입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지방정부 지원으로 해외 엑스포 참여도 추진하고 있다.
창조생태계의 핵심인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승강기 산업도 앞으로 ‘지능화된 제조업’이라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과 융합될 가능성도 크다. 해외 개발도상국의 승강기 교체 수요 급증 등으로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고 고령층 증가로 인한 ‘홈엘리베이터’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승강기와 아무 관련 없는 거창은 10년이 안되는 기간 동안 승강기 제조가 대표적 산업이 되었다. 여시재는 중소 규모 자치단체와 특정 산업을 결합시키는 ‘시산학’의 한국적 모델을 찾기 위한 작업을 계속 해왔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사례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머지않아 종합적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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