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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지능이 두 개인 사회 - 미래는 누가 지배하는가

이명호

2018.08.09

지식 패러다임의 변화가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거가 한 말이다. 문자의 사용과 인쇄술에 의한 책의 보급은 인간의 머리에만 있던 지식을 외부에 저장하는 시대를 열었다. 외부 저장은 지식의 이동과 대규모 확산, 그리고 학문의 발전과 법체계에 의한 국가 사회의 형성에도 기여하였다. 산업혁명은 인쇄술의 지식 패러다임 위에 탄생하였고, 산업혁명은 근대 국가가 형성되는 국민경제라는 물적 토대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지식 패러다임의 변화가 지식과 산업, 인간 생활의 전면적 변화로 연결된 것이다.

이후 정보와 지식을 좀 더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전파와 방송통신이 등장하였고, 이제는 모바일 인터넷을 통하여 언제 어디서나 세상에 있는 정보와 지식을 핸드폰으로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IoT(사물인터넷), Big Data(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 핵심적인 디지털 기술이 지식 활동의 주체를 인간과 인간의 두뇌에서 사물과 사물의 지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IoT, Big Data, AI는 한마디로 분산 인지, 분산 저장, 분산 지능을 가능하게 한다. 인류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지식과 지능의 전면적 외화(外化)로 나아가고 있다. 즉 인간은 인지-저장-지능의 기능을 갖춘 또 하나의 인공적인 지능을 하나 더 갖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인지적인 지능을 가진 알고리즘은 외부에서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 인간의 두뇌로는 처리할 수 없는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자신의 알고리즘(논리)을 바꾸어, 마치 학습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재구성, 자기 조직화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자기 보다 더 자기를 이해하고 맞춤형 음악, 뉴스를 추천하고, 필요한 것을 미리 예견하여 제시하는 개인 비서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런 데이터 기반 지식혁명은 앞으로 인간과 사물의 관계까지도 변화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인간을 중심으로 한 사물이라는 전통적 시각이 아니라 인간과 사물이 동등한 지위에 놓이게 되는 존재론적, 인식론적 대변환이다. 인간이 사물의 지위로 낮아지는 것인지, 아니면 사물이 인간의 지위로 올라서는 것인지 조차 혼돈스러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새로운 물질철학 시대의 도래다. 이 근본적 변화를 먼저 감지하는 쪽이 미래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산업 구조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구조의 변화 속에 기회가 존재하기도 하고 위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스마트 시티와 하우스, 스마트 의료, 스마트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차원이 다른 혁명적 변화들이 현실이 될 것이다. 이미 미 다우 시가총액 상위권을 IT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추세는 더 강화될 것이다.

산업혁명 시대 동력을 가진 기계가 인간의 육체적 노동력을 대체하고 보강해 주었다면, 이러한 지능화된 기계, 로봇은 의사보다 더 정확히 질병을 판독하고, 변호사 보다 더 많은 판례를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는 등 전문가의 영역에서 전문가들을 위협하고 있다.

남은 문제는 많다. 우선 현재의 AI가 블랙박스와 같아서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연구기관들이 설명 가능한 AI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 문제가 해결이 되면 AI는 본격적으로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로봇, 스마트 팩토리 등은 인간의 노동이 필요 없도록 하면서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대량 실업을 불러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주면서, 인간을 실업자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라는 모순적 상황이 예상되는 현실이다. 이것은 피할 수 없다. 저출산이 오히려 축복이라는 역설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인류는 미지의 영역 문턱을 들어서고 있다고 본다. 당신은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는가.


이 글은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여시재에서 진행한 “디지털과 지식 패러다임의 전환” 세미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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