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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프 특별판] 일본의 해양정책

박영준 (국방대)

2018.01.30

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각국의 해양정책 (1) 일본 - 일본의 해양정책
저자: 박영준 (국방대)
2018-010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판의 주제는 ‘각국의 해양정책’ 입니다. 이번 주제에서는 일본과 러시아 해양정책의 주요 목표 및 해양에 대한 인식을 알아볼 것입니다. 일본과 러시아가 해양정책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거버넌스를 집행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일본의 해양국가(海國) 정체성

일본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이나 조선에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사방(四方)”으로 표현한데 비해, 일본에서는 “사해(四海)”라는 개념이 널리 쓰여져왔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일본인들이 스스로를 대륙국가가 아닌 해양국가의 정체성을 가졌다고 생각해온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도쿠가와 막부 시대 네덜란드 상관을 통해 유입된 난학(蘭學)을 연구해온 하야시 시헤이(林子平)는 1792년에 저술한 『해국병담(海國兵談)』이라는 책에서 대륙국가를 의미하는 “산국(山國)”에 대비하여, 일본을 “해국(海國)”이라고 지칭하였다. 이 책에서 그는 해양국가인 일본이 대륙국가와 달리, 소규모의 함선을 많이 갖춰 해양방어의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해방론(海防論)을 주장하였다.

근대화 이전 시기부터 형성된 해양국가의 정체성은 메이지유신 이후에도 이어졌다. 1890년대 미국에서 출간된 해양전략가 알프레드 마한 제독의 저서 『해양력이 역사에 미친 영향』은 어느 국가보다도 빨리 1900년에 『해상권력사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판되었다. 1910년대 해군대학 교관으로 재직하던 엘리트 해군장교 사토 테츠타로(佐藤鐵太郞)는 『帝國國防史論』의 저술을 통해 일본이 영국과 같은 해양국가라고 재확인하였다. 그러면서 영국이 해양력을 사용하여 무역 확장을 기하고 이를 통해 제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듯이, 일본의 국가전략도 대륙에 식민지를 갖기 보다는 해양국가로서의 발전의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영일동맹을 버리고, 독일, 이탈리아 등 대륙국가들과 동맹을 맺으며 도발한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이후, 일본에서는 더욱 해양국가 정체성이 강화되었다. 패전 직후인 1946년에 수상을 지낸 요시다 시게루(吉田茂)는 일본은 해양국가이며, 같은 해양국가인 영국 및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 일본이 발전할 수 있는 외교전략이라고 갈파하였다. 최근에 이르러서도 일본 위정자들의 해양국가 정체성은 변함이 없다. 2013년 12월에 아베 내각에 의해 공표된 「국가안보전략서」는 일본의 정체성을 평화국가, 경제대국, 그리고 해양국가로 규정하였다. 이같이 일본인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스스로에 대해 “해양국가”로 인식하는 정체성을 연면히 견지해 왔다.

2. 일본을 둘러싼 해양질서

일본의 해양국가 정체성은 일본의 지리적 조건 및 그를 둘러싼 해양질서를 볼 때 충분히 수긍이 간다. 1982년 국제사회가 합의한 유엔해양법협약은 12해리의 영해, 24해리의 접속수역, 200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 그리고 350해리의 대륙붕 등 개별국가를 둘러싼 해양질서를 규정한 바 있다. 한국 및 중국과 마찬가지로 1996년 유엔해양법협약을 비준한 일본도 이같은 질서의 적용을 받고 있다.

혼슈, 시코쿠, 큐슈, 그리고 홋카이도 등 주요 4개 도서를 필두로 크고 작은 도서들로 이루어진 일본의 영토 면적은 37만 평방킬로미터로서 결코 큰 나라가 아니다. 그러나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일본이 주장하는 최동단의 미나미도리시마(南鳥島), 최남단의 오키노도리시마(沖ノ鳥島), 최서단의 센가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최북단의 남쿠릴열도에서 200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설정할 경우, 그 해역 면적은 아래 그림과 같이 총 447만 평방킬로미터에 이르게 된다. 그 규모는 세계 6위에 해당하여, 일본이 해양국가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자연적 여건이 되고 있다.

<그림: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 범위>

3. 일본의 해양전략 모색과 해양정책 추진체제

전통적으로 해양국가 정체성을 견지해 왔고, 현실적으로 방대한 배타적 경제수역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2000년대 이전까지 해양을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국가전략을 책정하지 않았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2004년 1월8일, 일본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던 아사히신문(朝日新聞)사의 주필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가 동 신문의 칼럼을 통해 “사해개국(四海開國)”의 해양전략을 제창하였다. 이 칼럼에서 그는 일본이 유엔해양법질서를 활용하여 일본이 ①바다를 개발하는 해양자원 개발전략, ②바다를 지키는 해양의 안전보장 전략, ③바다를 연결하는 해양을 통한 국제협력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같은 여론에 추동되어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은 이후 해양관련 법률 제정과 정책 부서 설치에 힘을 기울였다. 2007년 4월, 여당 자민당과 다른 야당들은 초당파 입법으로 해양기본법과 해양구축물 안전수역설정법을 제정하였다. 이러한 법안을 바탕으로 일본 정부는 수상 직속으로 해양정책을 입안하는 종합해양정책본부와 해양정책 담당대신 직제를 신설하여 보다 체계적인 해양정책 추진 체계를 갖추었다. 다음 해인 2008년 3월, 종합해양정책본부는 일본이 추진해야 할 해양정책의 기본 방향을 담은 “해양기본계획”을 책정하였다. 그 주요 내용으로는 해양자원개발과 해양환경보전과의 조화, 해양의 안전보장 확보, 해상운송 확보, 해양관련 과학지식의 조사연구와 축적, 해양산업 발전, 해양에 관한 국제적 협조, 낙도 보전 방안 등이 포함되었다.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정부는 2013년 4월, “제2차 해양기본계획”을 공표하여 해양과 관련하여 추진해야 할 중점적인 정책 방향을 재확인하였다. 그 주요 내용으로는 ①해양자원의 개발 및 이용 추진, ②해양환경 보전, ③배타적 경제수역 개발 추진과 동중국해 해상에서의 중국과의 배타적 경제수역 중복 해역에 대한 국제법적 해결 추진, ④해상수송 확보, 특히 북극해 항로 이용을 위한 관계국가와 협의 추진, ⑤해양안전 확보, 특히 해상자위대와 해상보안청의 협력 강화 및 소말리아 해적대책 지속 추진, ⑥해양조사 추진, 특히 위성을 활용한 해양환경 모니터링 강화 및 세계기상기구들과의 협력 추진, ⑦위성 정보 등을 활용한 해양과학기술에 관한 연구개발 추진, ⑧해양산업 진흥 및 국제경쟁력 강화, ⑨연안해역 의 종합적 관리, ⑩낙도 보전, 즉 안전보장 및 해양질서 유지 관점에서 낙도 해역 에 대한 경계와 감시의 강화, ⑪ 국제적 제휴 확보 및 국제협력 추진, 그 방편으로 국제사법기관 및 국제해양법재판소의 적극 활용, 아세안지역포럼과 북극해 평의회에서 적극 활동, 그리고 “일본해(한국의 독도)” 명칭 홍보 적극화, ⑫해양에 관한 국민 이해 증진과 인재육성, 그를 위해 중고교 교육과정에서 해양관련 교육 강화 및 국제해양기구에서 활동 가능한 인재의 적극적 양성 등 다양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같이 일본은 21세기 접어들어, 해양관련 전략 개발과 관련 법률 및 정부 기구 재편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해양국가 정체성을 재확인한 현 아베 정부가 이전 시기에 비해 공세적으로 해양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4. 일본의 주요 해양정책 추진

2008년과 2013년에 걸쳐 책정된 제1차 및 제2차의 해양기본계획 등에 따라 일본 정부가 실제 추진하고 있는 주요 해양정책은 해양자원개발과 대륙붕 연장, 해양안보 강화, 국제해양협력 강화 등 크게 3가지로 대별할 수 있을 듯 하다. 첫째, 해양자원개발과 대륙붕 연장 추진이다. 2009년 1월, 경제산업성이 해양에너지 및 광물자원개발 계획안을 작성한 이래 일본은 영해 및 배타적 경제수역을 대상으로 해저자원을 조사, 발굴하는 계획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9년 이후 2012년까지 오키나와, 이즈, 오가사와라 해역에서 해저에 부존된 광물자원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으며, 2012년도에서 2015년도 사이에는 시즈오카, 와카야마 등의 해저에서 광물자원 조사를 실시했다. 그 이후 2018년까지는 배타적 경제수역 범위내의 해저 자원 조사 및 개발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은 영해 및 배타적 경제수역 범위를 넘어 남태평양 해역에 대한 해저자원조사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는 2008년 10월부터, 종합해양정책본부가 중심이 되어 최남단 및 최동단의 도서를 감싸고 있는 배타적 경제수역 외곽의 74만 평방킬로미터 해역을 대륙붕으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도 실시하고 있다. 이 결과 2012년 4월, 유엔 대륙붕 한계위원회로부터 31만 평방킬로미터를 대륙붕으로 추가 인정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둘째, 해양안보 강화에 관련하여 해상자위대의 능력 및 활동범위 확대가 두드러진다. 1981년 당시 스즈키 수상이 일본열도에 대한 1000해리의 시레인 방어론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런데 2004년 7월, 방위청의 사무차관을 역임하고 해양정책연구재단 이사장을 지낸 아키야마 마사히로(靑山昌廣)가 2000해리 시레인 방어론을 새롭게 내세웠다. 이같은 주장과 병행하여 일본 해상자위대의 활동범위가 확대되었다. 2001년 9월 이후 미국의 대테러 전쟁이 개시되자, 해상자위대는 인도양까지 파견되어 미군 함정에 대한 급유작전 등을 담당하였다. 2009년 7월에는 해상자위대 함정들이 소말리아 해상까지 파견되어 현지의 해적행위에 대한 대처작전을 실시하였고, 그 일환으로 아프리카 지부티에 전후 처음으로 자위대 해외기지가 설치되기도 하였다.

해상자위대의 전력증강도 현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07년 이후 해상자위대의 이지스 함정 4척에 탄도미사일 방어체제가 탑재되기 시작했고, 배수량 1만4천톤을 상회하는 휴가, 이세, 아타고 등 헬기탑재형 경항모 전력이 증강되고 있다. 디젤급이 주축이 된 잠수함 전력도 기존 18척 태세에서 22척 태세로 증강되고 있으며, 2018년에는 해병대격인 수륙양용부대도 신편될 예정이다. 이같은 해상 전력 증강이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 등 해양과 관련한 일본의 국가이익 방어태세를 강화하는 의미를 갖고 있음은 분명하다.

셋째, 일본은 미국 등 우방국가 및 국제기구들과의 해양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상자위대는 미국의 태평양함대 전력들과 수시로 연합해군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도 포함한 해군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필리핀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해군력 증강을 지원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아베 정부는 기존에 사용되던 아시아-태평양 개념 대신에 “인도-태평양 전략”을 주창하며, 미국, 인도, 오스트레일리아와의 해양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일본은 1997년 이래 피지, 사모아, 통가 등 14개 남태평양 국가들과의 정상회담을 3년 단위로 개최하면서, 동 지역의 해양자원 개발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2013년 한국 및 중국 등과 북극이사회에 가입한 이후에는 러시아, 노르웨이 등과의 협력을 확대하면서, 북극해 항로 개발에 참가하려는 적극적인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의 적극적인 해양정책은 중첩된 해양질서를 갖는 주변국들과 갈등도 빚고 있다. 동중국해 상의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와 센가쿠 제도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일본은 중국과 대립하고 있고, 이러한 갈등은 쉽사리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 및 중간 수역 경계문제로 한국과도 갈등을 빚고 있으며, 이 또한 양국간에 쉽게 해결될 전망이 보이질 않는다. 일본의 해양전략이 적극화되면 될수록, 주변국들과의 해양갈등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5. 한국 해양정책의 방향과 가능성

해양을 둘러싸고 우리와 갈등 요인도 있지만, 21세기 접어들어 비교적 일관되게 해양전략을 책정하고 관련 부서를 정비하면서, 다양한 해양정책을 추진해 가는 일본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반면 교사가 될 수 있다. 한국은 대륙에의 접근을 가로 막는 휴전선의 존재 때문에 실은 해양국가의 속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해양과 관련한 국가이익을 재정의하고, 그를 살려 나가기 위한 적극적인 해양전략을 수립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해양수산부나 해양경찰의 위상이 정권에 따라 동요되었던 점이 이를 여실히 말해준다.

한국으로서는 자연적 조건이나 국가적 목표에 비추어 해양을 통해 얻는 국가이익이 적지 않음을 인식하고, 이와 관련한 포괄적인 국가전략을 책정하려는 노력을 우선 경주해야 한다. 전임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의 국가전략에는 그러한 관점이 미흡한 점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책정하려는 국가안보전략서에는 해양전략의 요소들이 포함되기를 기대한다.

해양전략이 책정되었다면, 정부의 관련 부처 간에는 구체적인 해양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가려는 정책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해양수산부 및 국방부 등 관련 부처에 해양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것으로 보이나, 범 정부 차원의 정책조정 및 협력 체계가 보다 필요하다.

또한 일본도 해양기본계획에 밝혔듯이 해양정책 및 국제해양협력을 추진해 가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인재 양성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마침 해양문제와 관련한 중요한 국제기구인 국제해양법재판소와 국제해사기구의 수장에 한국인이 선출된 점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 이러한 인적자원을 활용하면서, 국제해양질서의 규범 확립과 관리에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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