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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프] 도시문제 현황과 대응 방향-일본

김은혜 (히토쓰바시대 사회학연구과)

2018.01.03

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도시 문제 (3) 일본 - 도시문제 현황과 대응 방향-일본
저자: 김은혜 (히토쓰바시대 사회학연구과)
No.2018-003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각국의 도시문제 현황 및 대응방향’ 입니다. 이번 주제에서는 국가별 도시들이 당면한 상황과 과제들, 구체적으로 고속성장과 과밀집, 고령화에 따른 공동화 현상 등에 대해 알아봅니다. 또 각국이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도시 정책을 진행 중인지 살펴볼 것입니다.

일본의 도시문제: 인구감소와 경제의 세계화

일반적으로 지리학 및 도시연구(urban studies)에서 사용하는 용어인 스케일(scale)이란 어떤 사회적 활동의 일종으로서 플랫폼(platform) 혹은 용기(container)로서 사회적으로 생산된 것을 의미한다(Smith, 1995). 과거 세계화나 세계도시 논의들이 과도하게 세계화를 강조한 나머지 국가의 역할 축소론이나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가져오는 여러 문제들을 등한시하는 한계를 보여왔다. 그러나 21세기 현재 오히려 국가는 자본의 축적 위기와 사회통합의 위기에 직면해서, 통치의 단위로서 공간 재편을 적극 주도해 나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Brenner, 2004). ‘도시문제’는 단순히 개발과 지역산업 등과 같은 한 국가의 경제정책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글로벌한 산업구조의 전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①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조사 및 입법고사국(調査及び立法考查局)’의 월간 조사논문집『레퍼런스(レファレンス, The Reference)』, ② ‘일본지역개발센터’의 월간『지역개발(地域開発)』, ③ ‘고토(後藤)·야스다(安田)기념 도쿄도시연구소(1922년 설립)’의『도시문제(都市問題)』에 주목했다. 이 기관들의 발간 자료의 최근 특집 이슈들 중 공통 내용은 1) 글로벌 스케일은 세계화의 변용과 지역경제, 2) 내셔널 스케일은 인구감소와 소멸가능성, 3) 로컬 스케일은 지방창생과 로컬 지향이었다. 스케일이란 서로 상호적이면서 배타적 논리로서 때로는 연합하거나 갈등하는 양상을 나타낸다. 따라서 우리는 글로벌-내셔널-로컬 스케일이 서로 교차되는 ‘공간’으로서 일본의 ‘도시문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스케일: 세계화의 변용과 지역경제

그동안 일본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고도성장의 과정에서 국제적인 교류의 진전과 세계화의 혜택을 향유해왔다. 재화와 서비스, 그리고 자본의 이동의 자유가 높아졌지만, 비교적 값싸고 풍부한 우수한 자국의 노동력을 통해 물건을 만들어 수출입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산거점의 국제적 최적 배치에 의한 효율성을 도모하는 이른바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을 구축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Plaza Accord)에 의한 엔고가 계기가 되어 지방권의 기업들이 해외로 유출되면서 지역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21세기인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리먼 쇼크가 있던 해를 제외하고는, 일본은 국내외 교역은 장기적으로 보면 5-15% 사이를 오르내리면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본의 <해외사업활동기본조사>에 의하면 일본 제조업의 해외생산비율과 대외직접투자액도 증가하고 있다. 일본과 동아시아와 중국 등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량과 수출량 모두 많을뿐더러, 중간재의 수출입을 통해 중국과의 수평분업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경제 전반과 일본계 다국적 기업으로서는 세계화를 통해 많은 혜택을 받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최근 영국 EU 이탈(Brexit)을 비롯해서 미국 트럼프 정권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기존 정치경제의 세계질서에는 커다란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고도성장기 가공무역을 통해 이룩했지만, 이러한 경제발전은 1980년대 이후 제조업의 해외 진출로 인한 산업 공동화와 무역자유화로 인한 농림수산업의 쇠퇴 등을 경험했다. 21세기 일본경제도 역시 세계경제질서의 변화에 다양한 형태로 많은 영향 하에 놓이게 되었다. 따라서 지역경제와 지역산업론도 지역 내 생산구조와 지역의 위상뿐만 아니라,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세계화가 지역 기업들과 고용의 영향관계에 대해 구조적 접근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서 21세기 세계화가 다양하게 변형되는 가운데 지정학적인 영향에서 일본의 지방경제도 절대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瀬田史彦, 2017).

1980년대 ‘제4차 전국총합개발계획(통칭, 제4전총, 1987~2000년까지)’에서부터 확산된 ‘도쿄일극집중’(東京一極集中, uni-polarization in Tokyo, Waley, 2013: 543) 논쟁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국내외의 도시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세계화와 함께 금융과 고차원적 기능을 중심으로 발전을 계속해 오면서 여러 경제 분야들이 하나의 극점에 집중하는 ‘도쿄일극집중’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반면 그러한 기능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방 도시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쇠퇴와 소멸마저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도시규모를 중심으로 한 대도시권과 지방도시의 이해관계가 대립된다는 측면만이 아니다. 예컨대 ‘자동차산업’을 통한 견실한 경제 기반을 가지고 있는 중경권(中京圏)인 나고야(名古屋) 지역마저도 산업공동화에 대한 실제적 우려로부터 그다지 자유롭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내셔널 스케일: 인구감소와 소멸가능성 우려의 시대

일본에서는 2005년 출생자수와 사망자수가 역전했으며, 2008년에는 인구가 정점을 찍고 감소하고 시작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추계에 의하면, 향후 일본의 인구는 2050년에는 9,805만 명, 2100년에는 5,227명이 되어 메이지(明治)시대(1868~1912년) 수준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이렇듯 일본사회가 인구감소를 겪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적게 낳고 많이 사망하는 이른바 ‘소산다사화’(少産多死化), 특히 ‘저출산’ 문제가 인구감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설령 일본이 인구감소 시대에 접어들었다 해도, 전 국토의 모든 공간의 인구가 일률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지방 농산어촌과 중소도시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일본 대도시권 인구는 지방 도시들의 인구를 흡수해서 점차 비대해지고 있다. 특히 대도시권(특히 도심부)의 집적은 더욱 강화되는 한편, 중소 지방도시들과 농산어촌은 소멸가능성에 직면한 것이 냉정한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소멸가능성이 높다’는 정의는 해당 지역의 인구가 1만 명을 밑돌고 20~39세의 여성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만약 대도시권의 인구이동이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30년 후에는 일본 내 523여 개 ‘시정촌’(市町村, 한국의 ‘기초자치체’에 해당) 중 29%가 소멸한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1. 지방소멸론의 허와 실

마스다 히로야(増田寛也)를 좌장으로 하는 ‘일본창성회의 인구감소문제검토분과회’가 발표한 제언인구감소문제연구소의 보고 등 이른바 통칭 「마스다 리포트」는 월간지 『중앙공론(中央公論)』에 연속 게재되면서 일본 사회를 큰 충격에 몰아넣었다. 마스다는 이제껏 일본 정부가 전개해 온 ‘저출산대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함께 총력전을 펼쳐서 지방과 도시의 연쇄 붕괴를 봉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최대 과제를 인구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서 장기적으로 인구감소를 멈출 수 있는 강력한 해법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므로 일본의 지방창생 정책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는 반드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인구 감소 문제와 지역 경제정책을 살펴보면 21세기 현재 일본이 직면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제2차 대전 이후(‘전후(戦後)’로 총칭) 일본이 국정 수준에서 진행한 지역경제정책이 가진 실질적인 핵심은 기업 본사의 지방분산 및 공공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지역별로 각종 인프라를 정비하고 지방에 공장을 유치해서 고용을 창출하는 메커니즘을 통해서 전개되었다. 1990년대 버블경제가 붕괴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도시권에 불필요한 공공투자를 반복했던 것은 국가와 지자체의 재정 문제를 불러왔다. 그 결과 2000년대 들어서는 더 이상 국가와 지자체가 과거의 메커니즘은 재정적으로도 한계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경제의 세계화’라는 거대한 구조적 변동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전후 일본 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기존의 메커니즘인 ‘공공사업-경제활성화’라는 ‘토건국가 프레임’만으로 더 이상 지역경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井手英策, 2014).

물론 이러한 분석과 과감한 주장과 위기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농촌공학연구소를 거쳐 현재 전국정촌회(全国町村会) 조사실장 사카모토 마코토(坂本誠, 2014)는 ‘마스다 리포트’로 총칭되는 인구소멸사회 논의의 의미와 문제점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는 월간『세카이(世界)』에 게재한 「‘인구감소시대’의 함정」라는 제목의 글에서 마스다로 대표되는 경제중심적 정책 제언이 미치는 영향력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마스다 리포트’의 데이터가 가진 엄밀성의 문제를 비롯해서 일종의 ‘쇼크 독트린(shock doctrine)’적 효과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 질문한다. 즉 현지 농산어촌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실질적 정책과 대안으로 연결될 것인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사카모토(坂本誠, 2017)는 구체적으로 인구감소와 고령자가 현저한 중산간지역 등에서 생활지원 서비스 수요가 증대하고 있는 한편, 민간(시장), 공(共, 취락), 공(公, 행정)에 의한 서비스 제공 기능이 저하되는 이른바 수급구조에 ‘간극’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간극을 메우고 지역에서 계속 생활하려는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원하는 절실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할 ‘지역운영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봤다. 즉 인구감소와 농림지 황폐화, 그리고 취락 기능의 취약화로 전개되는 지역사회의 쇠퇴를 둘러싼 프로세스에 대한 보다 엄밀한 분석과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지역자치기구와 지역운영조직을 둘러싼 혼란을 줄이는 방안과 함께 지역사회의 자발성과 자주성과 복지대책을 조화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2. 도쿄일극집중과 지방 이전

마스다 히로야는 도쿄가 지방의 인구를 빨아들여 재생산은 못하는 ‘인구의 블랙홀’이라면서 강도 높게 비판한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와 같은 쇠퇴가 가속화되고 도쿄일극집중이 강화되다 보면, 결국에는 지방에서 유입되는 인구도 감소하여 “결국 도쿄도 축소되고, 일본은 파멸한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일본의 경쟁력은 바로 도쿄의 경쟁력 강화라는 주장을 계속해 왔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慎太郎) 도지사와 그의 정치적 후계자들이 압도적으로 도지사에 당선되었다. 최근에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는 ‘도민 퍼스트(都民ファースト)’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도쿄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표방했고, 이제는 지방 정치 수준을 넘어 국정 수준까지 정치적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도쿄의 도시경쟁력을 강조하는 우편향 정치인들이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연이어 당선된 결과, 도심 위주의 신자유주의적인 도시정책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도쿄의 공간적-문화적 집적 현상은 에도(江戸) 시대부터 지속되어 왔으며, 도쿄가 가진 도시문화가 가진 매력과 경쟁력이 일본을 새롭게 하는 기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市川宏雄, 2007). 여기에 도쿄의 경쟁력 담론을 주도하고 있는 ‘모리(森)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이다. 2008년 설립 당시부터 ‘세계도시 총합력 랭킹’(Global Power City Index, GPCI)」을 연구활동의 기초로 삼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시와 도시권 레벨에서 각종 정책 과제를 추출하고, 도쿄를 비롯해서 세계도시의 미래상과 도시전략과 정책을 연구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정책과제로서 도쿄일극집중 문제의 핵심은 신자유주의적 정치지도자와 경쟁력 담론을 지지하는 학자들도 있는 반면, 많은 도시 전문가와 정책결정자들은 도쿄일극집중 문제를 어떻게 시정할 것이며 심화되는 공간적 격차를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예컨대 1990년대 말까지 진행된 ‘수도(首都) 이전 논의’를 둘러싼 엄청난 논란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에 고이즈미(小泉純一郞) 정권과 이시하라 도지사 시절에 논의 자체가 동결되고 말았다. 물론 대표성을 지닌 ‘수도 자체’의 이전이 아닌, ‘수도의 일부 기능’을 이전하자는 논의는 지금까지도 계속되었다.

예를 들면 일본 ‘문화청(文化庁)’은 2021년까지 교토시(京都市)로 ‘전면 이전’을 결정했는데, 정부의 관계 성청 중에서 ‘유일한 전면 이전’ 부서인 셈이다. 현재 직원의 약 70%(약 250명 이상)의 인원을 배치할 방침으로, 정관 직속의 기획 부분 외에 일본문화의 전략적 발신과 문화를 살리는 지방창생을 담당할 부서를 배치할 예정이다. 다만 국회 대응과 관계 성청과의 연계 등의 업무는 계속해서 도쿄에서 실시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 이전 준비를 담당하는 선행 조직으로서 ‘지역문화창생본부’가 2017년 4월 교토시 내에 설치되게 되었다.

도쿠시마현(徳島県)이 요청한 소비자청은 2017년 7월에 도쿠시마현청에 약 50명 규모의 사무소를 개설했으며, 와카야마현(和歌山県)이 요청한 총무성 통계국은 산관학(産官学) 연계를 통한 통계 데이터의 이용 및 활용 거점을 두는 것에 그쳤다. 한편 특허청, 중소기업청, 관광청, 기상청에 대해서도 자치체의 요망과 달리 이전은 보류되면서 지방 파견기관의 기능 강화 수준에 그친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올해 10월 23일 국가 기관의 지방 이전에 관한 전문가회의(좌장 마스다 히로야)의 회합을 통해 문화청 이전 상황을 확인하고, 향후 방향성을 논의하는 등 ‘성청 이전’이라는 커다란 정책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3. 빈집 문제: 단독주택, 한계맨션, 빈집뱅크의 전국판

현재 일본에서 빈 집(空き家, 단독주택)은 커다란 사회문제의 하나이다. 총무성 통계국이 2013년에 실시한 ‘주택․토지통계조사’에 의하면, 일본 전국에 빈 집은 820만 호이며 전체 주택의 13.5%이며 5년 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63만 호가 증가했다고 한다. 물론 전국적으로 일본 내 빈 집이 증가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복합적이다. 도심부 등 지가가 높은 지역은 ‘도로에 접하는 않은 토지’(未接道地)라서 매각이 곤란한 장소인 반면, 지방․농촌부 등 지가가 낮은 지역은 빈 집을 해체해도 토지를 매각할 전망이 없는 ‘마이너스 자산’이 대부분이다. 또한 기존 주택을 해체하면 고정자산세(한국의 종합부동산세, 재산세에 해당)의 ‘주택용지특례’(지방세법 제349조 3의 2)가 적용되지 않아 세금 부담이 증가하는 원인이 크다. 더욱이 ‘맨션’(한국의 ‘아파트’에 해당)의 빈 집 문제는 개발업자의 도산과 설비 불량, 건물의 노후화와 부지 내 잡초 등 위생상의 문제나 방범․방재상의 문제가 있다.

이미 일본의 여러 지자체들이 빈집 문제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관련 법률의 제정과 정비를 상당히 진전시켰다. 위험한 빈 집에 대한 권고․명령․대리 집행이나 즉시 집행에 의한 대응부터 해체 비용의 보조, 주택용지특례의 고장자산세에 대한 경감조치 등 2014년 10월 시점에 401여 개의 조례들이 제정되었다. 또한 2014년 의원 입법으로서 ‘빈집 등 대책의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2014년 법률 제127호)’도 제정되었다. 지방세법 제22조 특례로서 고정자산세 정보를 이용하는 빈 집의 소유자 등을 규명하는 한편,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유보되는 행정상의 의무이행강제의 영역에서 대집행(완화 혹은 간이)의 특례를 설정하고 있다. 더불어서 빈 집 등에 대한 조언과 지도, 권고․명령․대집행이라는 행정과정 중에 권고단계에서 주택용지특례를 적용하지 않는 지방세법 개정도 함께 추진되었다(原田大樹, 2016).

그런데 더 큰 문제는 2016년 말 현재 국토교통성은 분양맨션의 주택 스톡이 약 634만 호에 이른다고 봤다. 건축 40년이 넘은 맨션은 2016년 말 현재 63만 호이지만, 10년 후에는 약 3배인 173만 호, 20년 후에는 약 6배인 334만 호가 되는 등 향후 맨션 노후화는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본래 전후 일본에서 생애과정(Life Cycle(course)) 중에 주택 구입은 마치 ‘주사위 놀이’와 같이 변화되어왔다. 예컨대 학생 시절에는 ‘작은 아파트(アパート)’에 거주하고, 결혼해서 아이가 태어날 무렵 조금 넓은 임대 맨션(賃貸マンション)으로 이사한다. 이후 분양 맨션을 일종의 경과적(経過的) 주거형태로서 구입하고, 마지막에 교외에 정원 딸린 단독주택(一戸建て)을 구입해서 주택 구입을 종료하는 사이클이었다. 그러나 2016년 11월 국토교통성이 관리조합 대상 조사에 의하면 맨션의 건축 연한이 경과되는 한편, 고령화와 임대화, 공실화, 자가주거 비율 저하가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맨션 주거의 위치는 ‘생애를 마칠 주택’(終のすみか)인 영주(永住) 주택으로 전환되는 추세대로라면, 맨션 노후화와 거주자 고령화는 서로 직결되고 만다. ‘맨션의 노후화’ 현상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성인데, 맨션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물론 건물 내 여러 장애물 제거(높은 계단 등)와 같은 물리적 개선은 이뤄지고 있지만, 관리조합의 임원 부재나 기능 저하 등 주택 전반에 대한 적절한 유지보수 관리가 원활하지 않다. 거주자가 사망했을 당시 상속자가 없어 빈집이 되는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더욱이 기존 공동체적인 맨션의 분위기가 최근 프라이버시나 익명성을 중시하는 등 맨션 커뮤니티의 분위기가 점차 변화되고 있기 때문에, 독거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등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다(土堤内昭雄, 2016).

역사적인 관점에서 일본의 주택정책의 변화를 살펴보면, ‘분양맨션(分譲マンション)’은 전후 1950년대 후반부터 건설되기 시작해서 몇 차례에 걸친 맨션 붐(Mansion Boom), 즉 대량 공급의 시대를 통해서 분양 맨션이 전국적으로 보급된 결과, 현재는 도시 지역의 전형적인 거주 형태로서 정착되어 있다. 원래 전전(戦前) 일본의 주택 대부분은 차가(借家) 주택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전후(戦後) 일본 사회에서는 차가주택 부족 등으로 국민들이 자력으로 주택소유가 점점 어려웠다. 이에 일본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한 대량 공급 위주의 ‘맨션 붐’과 지속적인 지가 상승 현상이 연동된 결과, 일본 내 ‘마이 홈(My Home, 주택 소유)’ 지향이 강했던 원인들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다(米山秀隆, 2015: 56-61).

지금까지 일본에서 맨션 노후화 대책으로는 주로 ‘재건축’을 상정해 왔고, 재건축은 관리조합의 의결 등을 통해 거주자 전체의 의사로서 결정되어 실시할 수 있다. 맨션 재건축 의결은 특별다수결(4/5 이상)을 통해 진행되며, 의결을 위한 합의 형성은 재건축에 따른 비용 부담 문제와 거주자의 고령화가 진전되는 등 여러 곤란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맨션 재건축 의결을 위한 객관적 요건의 폐지부터 맨션 재건축 활성화법 제정 등처럼 재건축을 위한 법제도의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맨션 재건축이 진행된 것은 2016년 4월 1일 현재 227건에 불과한 상황이다. 향후 이 문제와 관련해서 새로운 제도의 창설 등과 같은 주택 관련 전문가들의 제안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小澤 隆, 2017).

최근 국토교통성이 전국 단위의 조사와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2017년에 국토교통성이 실시한 지자체의 빈 집 대책 등에 관한 조사에 의하면, 전국 지자체의 약 40%(763개)가 이미 빈 집 뱅크를 설치했고, 약 20%(276개)의 지자체가 준비 중 또는 향후 설치 예정이다. 그동안 지자체 별로 빈 집 뱅크에 대해 다양하게 대처해 왔으나, 지자체별로 제각각 설치되어 개시 정보를 한눈에 알기 어려운 맹점이 있었다. 국토교통성은 2017년도 국가 모델 사업으로서 빈집 정보의 표준화를 도모하면서, 각 지자체가 구축해 왔던 빈 집 등의 정보를 집약해서, 전국 어디서라도 간단히 접근해서 검색 가능하도록 “전국판 빈 집·공터 뱅크”를 시작했다. 먼저 공모를 통해 선정된 두 사업자(㈜ LIFULL, At Home㈜)를 통해서 “전국판 빈 집·공터 뱅크”의 시행 운용을 개시하고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

로컬 스케일: 지방창생 정책과 로컬 지향

1. ‘지방창생’ 정책의 안팎에서

물론 「마스다 리포트」와 비판 논의는 인구감소의 극복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에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정책 과제로 이어진 것은 사실이다. 지역 쇠퇴에 대한 우려와 함께 행정 공백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지방창생’(地方創生)이 중대한 국가적 수준의 정책 과제로 떠올랐다. 인구 및 고용감소로 고통받은 지방자치체의 활성화를 목표로 해서 제2차 아베 (安倍晋三) 내각에서 2014년 9월 제2차 아베 내각은 ‘마을․사람․일자리 창생본부’를 설치, 지방창생 담당 대신과 내각관방장관을 부본부장으로 하는 모두 국무대신을 부원으로 하는 조직을 창설했다. 같은 해 11월 국회에서「마을․사람․일자리창생법(まち・ひと・しごと創生法)과「지역재생법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로 구성된 ‘지방창생 관련2법’이 가결되어 성립되었다.

이처럼 2000년대 일본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방향성을 다시금 새롭게 재설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방의 특산품의 보급을 촉진하는 ‘고향특산물(名物)응원제도’를 창설했으며, 중소기업지역자원활용촉진법의 개정 등을 검토했다. 이는 경제회복의 혜택이 도시부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지방도시의 불만을 유화시키는 조치의 일환이기도 했다. 지역경제에 참여하는 주체로서 ‘기업’과 ‘지역 밖의 인재’를 포함하고, 해외를 포함한 시장을 상정해서 시장성(수익성)을 추구하는 대담한 전환이 요구된다. 혁신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열쇠’라 할 수 있는데, 지역 안팎에서 찾아든 인재들이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기 위한 규제개혁도 필요하다. 또한 지역에 적합한 산업의 집적에 의한 클러스터(Cluster)를 형성하려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전국 각지의 지역 자원을 활용해서 지역경제의 자율성과 지속성을 중시하는 ‘내발적 발전’을 기본으로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일본의 ‘지방창생’ 정책은 2016년부터 실행단계에 진입했는데 자립성, 장래성, 지역성을 정책적 원칙으로 삼고 있는데, 실제로 일본 국내 지역 중 최근 인구 유입과 고용 증가를 보이는 긍정적 사례들도 다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①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상징하는 시마네현(島根県) 아마쵸(海士町), ② 국제 리조트가 있는 홋카이도(北海道) 니세코(ニセコ), ③ 소프트웨어 산업이 집적한 시마네현(島根県) 마쓰에시(松江市)를 들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사례들의 공통점으로는 ① 지역 자원의 발견, ② 강한 리더십을 가진 핵심 인물, ③ 인재의 집결과 산업의 집적, ④ 지역 밖 인재와의 제휴에 의한 혁신(innovation), ⑤ 도시 지역을 포함하는 전국 시장과 해외시장에 전개 등을 들 수 있다(小池拓自, 2016).

2. 로컬 지향과 고향납세

국가적 차원에서 ‘지방창생’과 같은 정책은 지방의 세 가지 과제를 고용 창출, 인구 유입, 결혼․출산․육아를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과 같은 각종 경제적 수치들에 중점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개인의 사생활과 중첩된 노동, 결혼, 출산, 양육에 대해서 정부 차원의 과도한 개입이 뒤섞인 이러한 대책은 실제로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지방창성 정책의 실질적인 내용은 주로 결혼 장려나 지역 상품권 염가 판매 등과 같은 일시적이고 즉물적인 지원이 많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인구 감소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국가나 지자체 차원의 정책과 전략들이 과도하게 목적지향형 계획에 편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지방의 삶을 살아가는 개개인의 내면적 변화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파악해서 사회의 변화와 조화를 이루게 할 것인가에 대해 보다 성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실제로 2014년 일본 정부가 도쿄에 거주하는 1,20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약 4%가 지방 이주를 예정하거나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성별․세대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이주를 결심한 계기는 30대 남성이 ‘조기퇴직>전직’ 순이었다면, 여성은 자녀 ‘양육>결혼’ 순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즉 더 여유로운 삶과 슬로 라이프(slow life)를 희망하면서, 커리어 체인지(career change)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다. 말하자면 사람들과의 완만한 연결과 안심감처럼 화폐로 환원할 수 없는 가치들이 부상하면서, 지금까지 다른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가치관, 직업, 귀속의식이 형성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세대에서는 ‘로컬 지향’은 ‘지역’을 기초로 하는 경제와 소비, 산업의 영역에서 개인과 사회의 일종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새로운 스타일의 자영업과 작은 상점이 가진 의미 진화하는 도시의 만들기뿐만 아니라, 지방 특색 산업, 지역 경영, 크라우드 펀딩 등이 대표적이다(松永桂子, 2017=2015).

예컨대 최근 일본에서는 전국 지자체별로 ‘고향납세(ふるさと納税)’가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다. 고향납세란 응원하려는 지자체에 기부한 금액에서 2천 엔(약 2만원)을 뺀 만큼을 소득세와 주민세 산정 시 공제하는 방식의 납세로서 고향만이 아니라 타 지역에도 기부하는 ‘지역 기부’이다. 본래 2006년 제1차 아베 정권에서 ‘지방 중시’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출발했다. 당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무대신은 2007년 도시생활자가 주민세의 10% 정도를 태어난 고향에 지불하는 ‘고향납세’를 제창했던 것이다. 그러나 ‘고향납세’가 제창된 배경에는 2004년 11월 결정된 삼위일체개혁이 자리 잡고 있다. 삼위일체개혁은 1) 지방에 대한 정부 보조금의 삭감, 2) 지방 교부세 교부금의 삭감, (3) 국가의 지방에 대한 세원 이양으로 구성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지방 재정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향납세는 2007년부터 제도 설계에 착수해서 2008년부터 실시되어 거의 10년째에 이르렀다. 이 제도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2016년 구마모토(熊本) 대지진과 같은 재해 복구 지원에서 큰 힘을 발휘했으며, 재정 사정이 어려운 지자체의 많은 기부를 낳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크게 부각되었다. 그러나 총무성 발표에 의하면 2015년도 고향납세액은 1,650억 엔으로 전년도에 비해서 한꺼번에 4배가 증가하는 일종의 버블현상을 보이고 있다. ‘고향납세’ 제도가 답례품을 주는 지역에 주로 기부가 몰리는 쏠림현상이 발생했는데, 지자체들이 호화 답례품(소고기, 해산물, 여행권, 가전제품 등)을 내걸면서 답례품 가격의 비율이 50-80%에 이르기는 과열 경쟁을 번지고 있다. 즉 납세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세금을 납부하는 것보다는, 답례품까지 덤으로 챙기는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서 다수의 ‘고향납세 답례품 랭킹 사이트’는 주간별로 순위 정보마저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고향납세 이용자는 아직까지 전 국민의 1~2% 수준이지만, 지자체의 세입 부족분 전부를 ‘고향납세’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지방의 재정 수입의 부족분을 보충해서 지방교부세와 국고 부담금을 지불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지방간의 역할 및 재정 분배의 본질을 오히려 흐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어느 한 곳의 기부(납세)가 늘어난다는 것은 원래 납부처의 세금이 줄어드는 일종의 ‘제로섬(zero sum) 게임’에 가깝게 된다. 즉 세수가 줄어드는 지역(대개는 대도시) 입장에서 거주지에 대한 주민세 납부를 촉구하는 한편, 대도시와 중소 지자체 간의 경쟁처럼 지역이기주의를 낳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다시 말해서 ‘고향납세’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인구가 많은 대도시권의 세수는 감소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은 수입 감소폭이 매우 커지면서 학교 1개소의 건설을 단념할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이다. 더욱이 ‘고향납세’의 구조를 살펴보면 주로 고액 소득자가 이득을 보는 제도라는 문제점이 있다. 연수입이 300만 엔 정도의 사람과 연수입이 1천 만 엔을 넘는 사람이 받는 혜택 금액이 전혀 다를뿐더러, 실제로 일정액 이상의 과세 누락도 발생해서 ‘부유층 우대책’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에 창설된 지 벌써 10여 년이 된 ‘고향납세’ 제도는 각 지자체 차원의 대응과 정부 차원의 재검토가 불가결한 상황이기도 하다(水田健一, 2017).

일본 도시문제의 시사점과 전망

21세기 일본사회가 직면한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공간적으로 각기 다르게 분포되면서 격차를 드러내게 된다. 더욱이 일본사회가 직면한 문제는 ‘출생률 저하’ 자체보다는, 젊은 여성이 감소하면서 출생자가 수가 향후 대폭 감소할 것이라 예상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의 위기 상황은 젊은층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일과 삶의 조화(Work and Life Balance)가 악화되는 한편, 지금까지 이민 인구를 억제해 왔던 정책적 산물이 빚어낸 복합적 결과이다. 프랑스나 독일 등과 같은 유럽 여러 나라들이 해외에서 유입되는 이민을 수용함으로써, 출생자수가 일정 수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정책적 차원에서는 ‘일본’만큼 급격한 인구 감소를 상정하고 있지 않다. 본래 인구대책은 모든 국가 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고용과 소득의 항상적인 증가 등과 같은 경제적 기반 없이 실질적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활성화 정책은 일본 전체의 경제적 효율성과 인구대책의 실효성의 관점에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일본사회가 세계화·효율화와 같은 흐름만이 지배적인 것 같지만, 지방 및 지역을 둘러싼 환경과 가치관도 크게 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는 지역은 얼굴을 마주 대하는 사는 사회, 대면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구성된 사회이며, 지역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행위는 개인과 사회의 가치관을 다시 질문하는 것과 연결되는 일이다. 어쩌면 경제성장과 풍요를 추구해 온 일본이 잃어버린 것들을 되돌리려고 하는 힘이 일본사회의 저류에서 서서히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로컬 지향과 관련된 논의가 우리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것은 개개인들 마음에 진행되는 심층적 변화의 흐름에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고향납세’의 정책 사례와 같이 국가-지방 사이 역할 및 재정 배분 문제의 본질을 오히려 가리고, 대도시권과 지방의 대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에 주의해야만 한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일본사회를 모델로 해서 많은 정책을 참고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근대 이후 일본사회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강한 충격요법과 같은 도시정책 제언을 공개한 뒤, 그러한 사회문제들을 다시 공론장에서 찬반 논의를 거치면서 새로운 정책들을 만들어갔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사회가 직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다른 국가와 사회에 대한 여러 사례들에 대해서 ‘비교연구’의 관점을 통해서 다양한 정책들을 참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본의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와 각종 도시문제 대책들에 대해서 단순히 수입하는 데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한국이 일본보다 빠른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있을뿐더러, 이민 및 다문화정책도 여전히 완고한 측면이 많다는 현실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국사회는 ‘일본사회의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해서, 관련 도시문제를 둘러싼 논쟁의 지형과 정책적 대응에 대해 보다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참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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