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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프] 아베 정권의 농업개혁

이정환 (서울대 일본연구소)

2017.12.27

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농업 정책 (2) 일본 - 아베 정권의 농업개혁
저자: 이정환 (서울대 일본연구소)
No.2017-069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각국의 농업 정책’입니다. 각국이 중시하는 농업정책의 우선 수위와 주요 현안에 대해 살펴봅니다. 빈곤, 식량 수급, 식품안전, 고부가가치 농업 개발 등 주요 이슈들에 대한 각국의 입장 중 주목할 만한 정책 및 논의를 알아볼 것입니다. 또한 신성장동력으로써 농업 육성을 둘러싼 각국의 정책들을 비교하고자 합니다.

사양가속화 상태의 일본 농업

일본 농업의 현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농업종사자의 고령화 현상이다. 일본에서 농업종사자의 고령화 현상은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최근 그 가속화 속도가 빠르다. 1995년 256만 명이었던 기간적 농업종사자의 평균연령은 이미 그 당시에도 59.6세였다. 그로부터 20년 지난 2015년에 175만 명으로 줄어든 기간적 농업종사자의 평균연령은 67세가 되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다보니 최근 농업종사자 수의 감소도 매우 빠르다. 2016년에 기간적 농업종사자 수는 전년에 비해 10% 가량 크게 줄어들어 159만 명에 머물렀다. 국제비교에서 일본 농업종사자의 고령화 현상은 매우 두드러진다. 2015년 기준 농업종사자 중 65세 이상의 점유비율은 영국 19.8%, 프랑스 3%, 독일 9.2%, 미국 28.2%, 일본 64.6%이다. 예외적으로 높은 수준에 올라있는 일본 농업종사자의 고령화 비율은 두 가지를 암시한다. 첫째, 노동가능인구 중에서 새로이 농업에 유입되는 층이 아주 극소수인 상황이고 이는 일본 농업의 낮은 생산성과 경쟁력 부족을 의미한다. 둘째, 고령자가 은퇴하지 않고 농업생산 활동에 오랫동안 남아있게 하는 제도적 유인이 존재한다. 농업종사자의 고령화를 유인하는 농업정책 상의 제도설계와 청년층을 농업분야로 유인하지 못하는 경쟁력 부족은 별개 현상이 아니고 맞물려있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는 원인의 중심에 일본 농업협동조합農業協同組合(농협, JA)와 자민당 농림족族 의원 사이의 이익유도정치가 존재한다. 일본 농정사에서 농업에 대한 대부분의 재정지원은 명목상으로는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었지만, 실질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한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자민당의 농림족 의원들이 농업 분야를 보호하는 법제와 예산조치에 힘쓰는 대신 농업 분야는 농협을 매개로 하여 농림족 의원들에게 안정적 정치기반을 제공하여왔다. 농업에 대한 보조금은 농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못했고, 쌀 재배 중심의 고령자 겸업농에게 주로 혜택이 돌아갔으며, 농협은 특수한 법적 위상을 인정받으면서 농업과 관련된 모든 사업 분야 – 구매, 판매, 신용, 공제 –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농업개혁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사회에서 화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러한 농업개혁을 거부하는 농업 분야의 정치적 힘은 대단했다. 농촌에서의 조직적 집표능력을 무기로 하여, 지방권에 지역구를 둔 자민당 정치인들과 특수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자민당 정권에서 농업보호의 기존 법제와 예산조치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변화를 차단하여 왔다. 때로 변화가 불가피할 경우에는 이에 필적하거나 혹은 더 큰 수준의 보상을 정부로부터 얻어냈다. GATT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을 통해 쌀시장의 일부 개방되었던 1993년도 이후 6조 엔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정부보조금이 농업 분야로 흘러들어간 것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농업 부분의 강력한 정치적 힘은 농업개혁의 실현을 어렵게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하에서 매우 큰 폭의 농업개혁이 실현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전후일본정치사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신자유주의 노선을 택했다고 일컬어지며 비성장분야에 대한 다양한 정부보호를 과감하게 축소했던 2000년대 초반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정권에서도 농업개혁은 크게 진척되지 않았었다. 성장을 위한 구조개혁을 주장해온 아베 정권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현실화되었던 것으로 법인세 인하와 더불어 농업개혁을 손꼽을 수 있다.

아베 정권 하 농업개혁의 내용

그렇다면 아베 정권의 농업개혁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아베 정권의 농업개혁은 일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분산되어 실시되었다. 그 과정에서 아베 정권은 농업보호에 사용되는 정부보조금에 대한 제도를 개혁하였고, 농업과 관련된 거버넌스 구조의 개혁 차원에서 농협에 대한 두 단계의 개혁을 이루어냈다. 물론 농업의 복합화와 IT활용(6차산업화), 농업인재양성, 기업화 촉진 등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 프로그램들은 아베 정권만의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일본 농업정책의 연속선상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제한된 지면의 본 이슈브리핑에서는 아베 정권의 변화에 보다 초점을 두어 보조금개혁과 농협개혁을 다루고자 한다.

1. 보조금개혁

아베 정권의 농업 보조금개혁은 호별소득보상제도戸別所得補償制度의 폐지에 중점이 있다. 정권 교체 후 2013년 회계년도까지는 호별소득보상제도의 명칭이 사용되었지만, 2014년도 이후에 경영소득안정대책제도経営所得安定対策制度로 명칭이 바뀌었다. 아베 정권의 농업 보조금개혁은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 구상의 핵심 무대 중 하나인 산업경쟁력회의에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2013년 10월 24일 산업경쟁력회의産業競争力会議 농업분과회에서 논의된 개혁안은 ‘미곡 재배 농가에 10아르(100m2)당 1만5천 엔을 지급하는 보조금을 2014년도에 폐지하고, 미곡 생산조정 정책을 2016년도부터 폐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였다. 전자는 2010년도부터 실시된 호별소득보상제도의 폐지를 의미하며, 후자는 호별소득보상제도가 기반을 두고 있는 감반減反 정책의 근본적 방향전환을 의미한다. 한 달 후 11월 22일 개최된 산업경쟁력회의 과제별 회의에 참석한 아베 총리는 1970년부터 지속되어온 감반 정책의 근본적 방향전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이후 11월 26일 농림수산업·지역활력창조본부農林水産業・地域の活力創造本部에서 호별소득보상제도에 입각한 미곡에 대한 직접지불교부금을 2014년부터 반감하고 2018년에 폐지하는 한편, 2018년 이후에 정부가 미곡 생산량 목표 배분을 하지 않고 현, 시정촌, 지역농협 등이 주체가 되어 수요를 고려해 생산량을 결정하는 것으로의 제도변화를 결정하였다. 이 내용과 관련된 법안은 2014년도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미디어에서 이러한 변화가 ‘감반 폐지’로 불려졌다. 1970년에 시작된 감반 정책은 쌀 소비 감소에 대응하여 쌀 공급조절을 통해 가격안정화와 농가의 소득보장을 목표로 도입되었다. 쌀 생산목표량을 농가에 배분하고 배분된 목표량보다 농가 쌀 생산량이 넘지 않으면 이에 대한 보상으로 정부보조금이 지급되는 것이 감반 정책이다. 아베 정권이 기존의 감반 정책 중에 개혁을 추구한 내용은 두 가지이다. 첫째, 쌀 생산목표량을 농가에 배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내용이 미디어에서 ‘감반 폐지’로 주로 불렸다. 둘째는 생산목표량 달성(생산 축소)이 교부조건으로 되어있는 호별소득보상제도의 폐지이다. 하지만, 주식용 쌀 대신 비주식용(사료용) 쌀이나 콩 등의 대체곡물을 재배할 때 지급되는 교부금은 유지, 확충되었기 때문에 개념적으로 감반 ‘폐지’는 아니다. 보조금 전체 규모가 대폭적으로 축소되는 개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1970년 이래로 유지되어왔던 정부에 의한 개별 농가에 쌀 생산량을 배분해온 관행이 없었진다는 점에서 분명 의의가 있다.

2. 농협개혁

아베 정권 농업개혁의 하이라이트는 농협개혁이다. 농협개혁과 관련된 결정적 두 장면이 있다. 2015년 2월 9일 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회全国農業協同組合中央会(JA전중)의 반자이 아키라萬歳章 회장이 자민당 농림의원간부들과 회담 후에 정부·여당의 농협개혁안을 받아들인 것이 첫 번째 장면이다. 이날 반자이 회장은 농협법 개정을 통해 JA전중이 갖고 있던 지역단위 농협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없애고 JA전중을 일반사단법인화하는 것을 수용하였다. 두 번째 장면은 2016년 11월 25일 자민당 본부에서 자민당 의원들과 JA그룹 관계자등의 1년여 동안 논의한 개혁안을 승인하는 농림관계합동회의이다. 이날 JA전농은 자기개혁을 실시하는 한편 수치목표를 포함한 연차계획을 공표하고 정부·여당은 그 진행상황을 정기적으로 팔로우업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농협개혁안이 발표되었다.

정부·여당과 JA그룹 관계자 사이의 이 두 번의 합의는 일본 농정사에서 농협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가장 큰 폭의 변화를 가져왔다. 전전시기 농업관련 생산물을 일괄적으로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던 농업회農業会가 전후 개편을 통해 농업협동조합으로 재탄생한 후, 농협은 농업관련 다양한 사업을 독점하는 한편, 농업 분야의 이해를 정치에 반영하는 창구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다. 기본적으로 지역별 협동조합의 연합체로 분권적 조직체계 성격을 지녀야하지만, 중앙조직에 의한 지역단위농협에 대한 영향력이 강하다. 농협의 중앙조직은 단위 농협과 각종 연합회에 대한 감독 기능과 농업정책 제언 역할을 수행하는 JA전중, 농업관련 구매와 판매를 독점하는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全国農業協同組合連合会(JA전농), 신용업무를 담당하는 농림중앙금고農林中央金庫, 공제업무를 담당하는 전국공제농업협동조합연합회全国共済農業協同組合連合会(JA공제련), 의료 등의 후생사업을 담당하는 전국후생농업협동조합연합회全国厚生農業協同組合連合会(JA후생련) 등으로 구성된다. 지역 단위 농협이 조합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인 구매·판매, 신용, 공제는 각각 중앙단위의 JA전농, 농림중앙금고, JA공제련으로 연결되어 있다. 한편, 지역 단위농협은 경영일반 전체에 대해서 JA전중의 감독을 받아왔다.

2015년 2월에 합의된 사항은 JA전중의 지도감독권을 농협법에서 삭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산업경쟁력회의와 함께 아베 정권의 성장전략 구체화의 핵심 기관이었던 규제개혁회의規制改革会議는 2014년 5월 JA전중의 지도감독권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정책제언을 내놓았다. 이 제언은 JA전중에 의한 지도권이 지역 단위농협의 독자성 발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졌다. JA전중의 반발과 자민당 농림족 의원들에 의한 중재 노력이 2014년 내내 진행되었다. 2014년 11월에 정부가 비농가 준조합원에 의한 농협서비스 사용 제한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일변했다. 정부 입장은 준조합원의 서비스 사용 비율이 높은 금융 사업을 담당하는 농림중앙금고와 JA공제련 등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결국 JA그룹 전체 수익에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이에 JA전중이 농협법에 명시되어 있는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한편, 농협법 부칙에 JA전중이 JA그룹의 종합조정, 대표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을 명시하는 것으로 정부와 타협을 보았다.

2016년 11월에 합의된 개혁안은 농림수산업·지역활력창조본부의 농업경쟁력강화프로그램農業競争力強化プログラム에 담겨졌다. 13개 항목을 담고 있는 농업경쟁력강화프로그램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항목은 JA전농이 독점금지법에 해당되지 않는 가운데 실질적 독점적 지위를 향유해왔던 농협조합원에 대한 생산자재 판매와 생산물의 구매유통 전반적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오는 내용이다. 이러한 개혁 내용의 배경에는 비료, 농약, 기계, 종자, 사료, 동물용 의약품 등의 생산자재 공급 과정에서 JA전농의 독점이 이들 생산자재의 가격을 부풀렸다는 정부·여당의 시각이 존재한다. 또한, 정부·여당은 같은 맥락에서 JA전농의 농산물 유통구조에 대한 역할도 부정적으로 보았다. 농업경쟁력강화프로그램의 초안을 내놓은 규제개혁추진회의規制改革推進会議(규제개혁회의의 후속기관), 자민당 농림관계 의원들, JA그룹 지도부 사이의 논의 결과, 정부에 의한 프로그램 강제가 아닌 JA전농의 자기개혁으로 귀결되었다. 하지만, 정부·여당에 의한 진행상황의 정기적 팔로우업은 JA전농의 사업 전체의 변화에 대한 정부·여당의 개입이 적극적일 것을 의미하였다. 실제로 2017년 1월에 JA전농의 경영관리위원회가 결정한 자기개혁안은 구체적 수치목표 제시에 부족한 것으로 자민당 의원들로부터 비판받으면서 큰 폭으로 수정되는 과정을 거쳤다.

농업개혁의 정치과정

그렇다면 아베 정권은 어떻게 농업개혁을 실행할 수 있었을까. 아베 정권의 농업개혁은 고이즈미 정권의 우정개혁과 유사한 면이 많다. 여당 자민당이 기반을 두고 있는 특수이익집단에 대한 개혁이라는 점과 그 과정에서 총리 관저의 지도력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고이즈미 정권의 우정개혁에 비해서 아베 정권은 비교적 큰 저항 없이 농업개혁을 추진해냈다. 우정개혁과 비교해볼 때 아베 정권의 농업개혁은 자민당 내부 반발이 크지 않았다.

1. 민주당 정책 뒤집기

아베 정권의 농업개혁 각 국면에서 농업 분야와 자민당 내 관계 의원들의 반응과 역할은 달랐다. 그 중에서 2013-2014년에 보조금개혁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큰 반발은 찾아보기 어렵다. 농업에 대한 정부 예산조치의 상징적 제도였던 감반의 ‘폐지’로 미디어에 보도되었던 것에 비해서 제도 변화에 대해 매우 조용한 반응이었다. 앞서 보았듯이 ‘감반’의 폐지가 아니라 감반 정책과 연동되어 민주당 정권이 설계하였던 호별소득보상제도만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자민당 정권은 야당 시절에도 호별소득보상제도를 비판해왔으며, 정권교체 후에 호별소득보상제도의 폐지를 공약해왔다. 하지만, 자민당은 감반과 연동된 호별소득보상제도를 폐지하는 대신에 주식용 쌀 때신 비주식용(사료용) 쌀로 생산대체하는데 지급하는 보조금(10아르 당 8만 엔)을 유지하고, 사료용 쌀 생산의 양에 따라 그 보조금을 가산하는 안을 설계하였으며, 실제로 이에 입각한 보조금 변화를 입법화하였다. 따라서 ‘감반 폐지’의 보조금개혁이 발표되었을 때, 농민들은 호별소득보상제도에 입각한 직불금 폐지 그 자체보다 비주식용 쌀 생산대체에 대한 보조금의 유지, 확충에 대한 공약이 지켜지는지에 대한 관심이 보다 컸다.

2. 자민당 농림족과 고이즈미 신지로

하지만, 농협개혁은 성격이 다르다. 농업 분야 이해관계를 독점화하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그 자체가 거대집단화된 농협의 핵심인 JA전중과 JA전농의 기본적 존재형태와 핵심역할에 대한 변화를 추구하는 내용의 농협개혁이었다. 2014년 봄 규제개혁회의에서 JA전중의 개혁안이 나왔을 때 반자이 당시 JA전중 회장의 반발이나, 2016년 JA전농 사업개혁에 대한 나가노 요시미(中野吉実) 당시 JA전농 회장의 반발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오히려 2015년 8월부터 2년간 JA전중 회장을 역임하면서 아베 정권의 농업개혁 노선에 협조노선을 보여주었던 오쿠노 쵸우에(奥野長衛)가 농협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입장을 보여주는 예외적인 경우에 가깝다. 농협개혁에서 정부의 규제개혁 관련 기구가 JA와 대립하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아베 총리는 ‘공격적 농업’을 정권의 농업 목표로 내세우면서 이 용어는 자신의 아버지(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郎)가 농림대신 때 처음 사용한 것이라면서 농업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규제개혁회의와 규제개혁추진회의에서는 가네마루 야스후미金丸恭文가 아베의 후원 속에서 농업개혁을 주도하면서 정부 안을 설계하였다.

과거에 자민당 농림족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주로 JA 측의 편에 서 있었다. 농업개혁의 과제에서 개혁을 주도하는 자당의 지도부보다는 농협의 이해를 반영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아베 정권에서 자민당 농림족 의원들은 농협의 이해를 대변하기보다 정부 개혁안의 내용을 농협 측이 수용할 것을 설득하는 한편, 농협 측에 명분을 줄 수 있는 형태(JA전중의 종합감독 기능 문구, JA전농의 ‘자기개혁’)가 합의에 포함되도록 노력하였다. 자민당 농림족 의원들의 이러한 행위 패턴 자체가 이익유도정치가 과거와 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편 2016년 11월에 농업경쟁력강화프로그램에 대해 JA 측이 합의하게 된 과정에서 2015년 10월에 자민당 농림부회장으로 취임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의 역할이 컸다. 그는 2015년 10월 5일 TPP 합의 이후 국내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큰 저항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 분야에 대한 대책 수립의 과정에 차출되었다. 고이즈미는 1년여의 시간 동안 소통과 이해, 또한 비판과 위협의 양면적 면모를 보이면서 농업경쟁력강화프로그램이 비교적 원만하게 합의되도록 이끌었다. 자민당 농림족의 지도적 위치에 있던 니시카와 고야西川公也 전 농림대신이 JA전농 개혁에 대해서 고이즈미 신지로에게 전적으로 일임하는 결정을 내렸던 2016년 11월 21일의 결정은 JA전농 개혁안이 논의되고 합의되는 전체 과정에서 주목되는 지점이다. 이것은 고이즈미가 내용적 측면에서 당내에 농업개혁에 대해 소극적인 농림족 의원들부터도 꽤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 출신의 청년정치인으로 생소한 농업 분야에서 치열한 이해관계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원만하게 수행해 낸 고이즈미 신지로가 아베 정권 농업개혁의 최대의 정치적 수혜자일 것이다.

3. 개혁 담론 속의 농업개혁

2017년 8월 10일 JA전중 총회에서 오쿠노 회장 후임으로 나카이에 도루中家徹가 당선되었다. 2015년 회장선거에서 오쿠노와 경쟁했던 나카이에는 오쿠노에 비해 아베 정권의 농업개혁에 대해 덜 수용적이다. 농협에 대한 개혁이 실행되면서 이에 대한 농협관계자들의 피로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농협개혁을 중심으로 하는 농업개혁을 되돌릴만한 농업 분야의 힘은 더 이상 강력해 보이지 않는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농업 분야 자체의 정치적 영향력을 저하시켰다. 농촌의 과소지역권 유권자가 과대대표되던 선거제도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정책결정과정에서도 당내 족의원보다 총리 관저의 영향력이 강하다. 또한 농업 보호에 대한 사회적 합의 담론도 과거와는 달리 일본사회에서 축소되었다. 반대로 개혁 담론에 대한 피상적이지만 높은 사회적 지지가 존재한다. 고이즈미 정권의 우정개혁과 마찬가지로 지금 아베 정권의 농업개혁도 이러한 개혁 담론에 대한 지지에 기반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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