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상단으로이동

[중앙SUNDAY] 트럼프 외교안보 라인 해부: 상인·무인 혼성팀, 협상력·작전력 최대로 키우는 ‘투트랙’ 행보 예고

관리자

2017.01.12

軍産複合<군산복합> 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풍부한 글로벌 경영 경험과 화려한 군사 경력을 두루 망라한 ‘군산(軍産)복합형’ 외교안보 라인을 구성, 공식 발표했다. ‘세력 전이’ 시대 미국의 세계 경영을 위한 ‘상인’과 ‘무인’의 기묘한 혼성팀 구성은 앞으로 어떤 대외 정책을 낳게 될지, 특히 북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 민감한 외교적 현안을 목전에 두고 있는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이번 트럼프 외교안보 라인 인선 결과를 토대로 전망해 본다.


사업가적 기질 풍부한 트럼프
재임 중 위험한 결정 내릴 수도

군인이 무력사용에 더 신중하지만
일단 결정되면 강한 무력제재 예상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함께 세계는 그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불안해했다. 최근 트럼프 진영의 외교안보 라인 인선이 거의 완료되면서 이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는 국무장관에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 렉스 틸러슨(64)을 발탁하면서 ‘협상가 라인’을 구축했다. 국방장관에는 ‘미친개(Mad Dog)’로 불리는 4성 장군의 전 중부군사령관 제임스 매티스(66),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전 국방정보국 국장을 지낸 3성 장군 마이클 플린(58)을 지명해 ‘베테랑 군인 라인’을 선보였다.

미국의 향후 5년간 외교안보 노선과 정책은 이제 이 분야의 경험이 전무한 대통령과 국무장관,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쟁 참전 등 실전 경험이 풍부한 국방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손에 맡겨졌다. 각기 다른 분야의 경험 유무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어떻게 연결될지에 대해 ‘경험’이라는 키워드로 퍼즐 맞추기를 시도해봤다.

기업 경영인과 협상가로서의 풍부한 경험은 앞으로의 미국 외교전략과 의사결정 방식에 어떻게 드러나게 될까.

트럼프는 2000년대 중반 스코틀랜드 애버딘시의 반대를 뚫고 메니 에스테이트 지역을 골프장으로 개발하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밀어붙여 관철시켰다. 3년이 넘는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는 때로 상대방을 조롱까지 하는 거친 스타일로 토지 소유주와 주민들을 지치게 해 결국 골프장 사업에 유리한 계약을 성사시켰다. “러시아는 법치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없다”고 공개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던 틸러슨도 태도를 180도 바꿔 러시아 원유 채굴사업을 따냈다. 이념과 가치, 노선에 구애받지 않고 이익을 위해서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는 사업가적 기질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와 틸러슨이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최근의 분석은 그들이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협상가적 기질이 낳은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들이 기업경영을 하며 체득한 세계관과 스타일,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는 2017년 1월 20일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과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는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도구적 합리성과 이익의 극대화, 그리고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유연한 적응과 대처 등의 기업가적 덕목을 체화하는 데 성공한 CEO 출신들답게 대통령과 국무장관 자리가 부여하는 고유의 역할과 타인의 기대, 그리고 새롭게 축적되는 경험에 의해 자신들의 눈높이와 행보를 맞춰갈 가능성 역시 상당히 크다.

이 때문에 이들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처음으로 어떠한 성공 사례를 거두느냐가 향후 집권 시기 전반의 대외정책 의사결정 스타일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당선 직후 ‘하나의 중국’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는 것 역시 아직은 비즈니스 마인드의 협상가로서의 ‘거래 성향’을 드러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하기 전에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작은 상태에서 최대 경쟁국인 중국을 테스트해 보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런 자극을 통한 거래로 대중국 협상 스타일을 발견할 경우 재임 동안 지속적으로 이를 채택할 수 있다.

한편 트럼프와 틸러슨의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적인 마인드와 ‘거래 해결사(deal-maker)적 성향’은 문제 해결을 중시하고, 비공식적인 채널을 선호하는 리더십 스타일과 자문 시스템을 운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틸러슨은 내전과 테러, 온갖 암투와 권모술수, 그리고 부정부패가 횡행하는 국제분쟁 지역에서 오일머니를 위해 대담하면서도 내밀한 거래를 성사시킨 인물이자 사업상의 이권을 위해 친러 성향까지 보인 인물이다. 두사람의 이런 특징을 감안할 때, 공식적 관료 조직과 관련 전문가들을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하는 역할로만 한정시키는 리더십 스타일을 보일 확률이 높다. 그들의 의견은 참고로만 하고 자신들이 직접 실행 가능한 해결책 모색에 집중하며 옵션을 구상하고 결과를 고려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런 리더십을 보여준 바 있다.

반대로 트럼프 본인이 선호하는 결과를 지속적으로 얻지 못할 경우 직무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도가 낮아지고 이로 인해 투입하는 에너지와 노력도 작아지면서 캘빈 쿨리지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등이 보인 부정적이며 소극적인 대통령 캐릭터를 형성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트럼프는 대외정책 의사결정 과정의 많은 권한을 자신과 스타일이 비슷한 틸러슨에게 이양할 수 있고, 틸러슨 역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부보좌관 등에게 의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외교안보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은 또 어떤 전망을 가능케 하는가.

미국의 정치심리학자 마거릿 허먼의 연구에 의하면 통상적으로 외교와 관련된 경험이 풍부한 대통령일수록 독자적인 판단 기준에 따라 대외정책의 성패를 예측하고, 구체적인 문제의 성질과 국가 정책 목표에 따라 전략을 수정한다고 한다. 즉 경험이 풍부할수록 개인적 성향이 대외정책 의사결정에서 미치는 영향이 작아진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의사결정 방식과 정책은 역설적으로 외교나 행정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 개인의 성격과 스타일이 많이 반영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댄 맥애덤스 노스웨스턴대 심리학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트럼프는 외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친화성은 매우 낮다고 한다. 트럼프는 또 강한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으며 공격적인 ‘자기 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개인적 심리 상태는 그가 가지고 있는 확실한 ‘거래’라는 ‘핵심 신념’과 함께 작용해 대통령 재임 동안 ‘위험한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다고 그는 예상한다.

실전 경험과 안보 지식이 풍부한 매티스와 플린 두 군인 출신의 중용이 안보 정책의 강경 노선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다르게 해석해볼 수 있다.

실제로 냉전 시기 ‘국가 간 군사분쟁’을 살펴보면 미국은 연평균 3.93번으로 빈도수가 가장 높은 국가였으며 냉전 후에도 2001년까지 연평균 4.55번으로 오히려 빈도수가 늘어났다. 즉 국방장관의 출신 성분과 강경 노선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리처드 배츠 컬럼비아대 교수의 ‘냉전 시기 위기 상황에서의 미국 지도자들의 태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무력 사용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군 지도자들이 문민 지도자보다 더욱 신중했고 덜 강경했다. 군인들이 상대적으로 더욱 보수적이고 신중하다는 점은 새뮤얼 헌팅턴의 연구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이 때문에 매티스와 플린의 풍부한 실전 경험과 안보 지식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는 무력 사용 의사결정 과정에서 오히려 더욱 신중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군사령부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군인 출신이 많이 내정됐다. 물론 무력 사용이 결정될 경우 그 어느 행정부 때보다 강한 무력제재를 가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군인들은 무력 사용에 신중하지만 한번 결정되면 그 어떤 사람들보다 강경해진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활용한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을 외교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처럼 친화성이 떨어졌던 닉슨이 현실주의 대가인 헨리 키신저와 짝을 이뤄 1970년대 데탕트시대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는 획기적인 협상력으로 얽힐 대로 얽힌 중동과 북핵 문제들의 실타래를 풀어줄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그 어느 때보다 외교력이 중요해졌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개인 외교관의 역할과 인적 네트워크보다는 국력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 외교에 치중해왔다. 이런 미국의 외교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개인의 인맥과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말로 강력한 국력의 시스템 외교에 풍부한 인맥과 색다른 경험의 날개를 달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의사결정 방식과 전략은 여전히 트럼프 손에 달려 있다. 맥애덤스 교수의 분석대로 트럼프의 외향적이고 강한 나르시시즘적인 성향과 공격적인 자기 관념 등으로 인해 ‘위험한 결정’을 내릴지, 아니면 초강대국 미국에 걸맞은 ‘국가 역할 관념’을 형성할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태재미래전략연구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콘텐츠 연재물:

연관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