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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각국의 신안보이슈 (5) 유럽 - 유럽연합의 신안보 전략: 주요 내용과 쟁점
저자: 배병인 (국민대)
No.2017-066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군축을 포함한 신안보이슈’입니다. 먼저 각국이 채택하고 있는 국방전략의 우선순위를 살펴봅니다. 이를 위해 각국의 국방전략과 무기 감축 및 첨단 무기 체제 도입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테러, 사이버 안보, 우주 안보와 같은 비전통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전략도 다룹니다.
주요 내용
2016년 6월 유럽연합은 1년여에 걸친 논의 끝에 유럽연합이 직면한 대내외적인 안보 도전과 대응 방향을 정리한 신 안보전략을 발표하였다. 유럽연합이 공동외교안보정책의 틀 안에서 최초로 발표한 2003년 유럽안보전략 이후 13년만의 일이었다. 2003년의 유럽안보전략과 구별하여 “Global Strategy”라 명명된 이 전략은 당시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유럽연합이 안보 분야에서 경주해 온 그동안의 노력을 종합하고 유럽연합의 안보는 물론 국제안보를 위해 유럽연합이 추구할 정책 목표와 방향성을 천명하는 종합 지침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 안보전략의 주요 내용들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기존에 이미 추진해 오던 내용들을 다시 반복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유럽연합의 신 안보전략은 (1) 유럽연합의 안보 (2) 유럽연합 주변국들의 회복탄력성(resilience) (3) 분쟁과 위기에 대한 통합적 접근 (4) 협력적 지역질서 (5) 21세기 글로벌 거버넌스 등 총 5개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EU 2016). 가장 핵심적인 영역인 “유럽연합의 안보”와 관련해서 신 전략은 유럽연합이 직면한 주요 안보 위협 요인으로 테러리즘, 혼합 위협 (hybrid threats), 사이버 안보,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자체적인 역량 강화와 국제 협력을 통해 유럽연합의 안보 능력을 향상시킬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특히 신 전략은 회원국의 방어 능력 향상과 전략적 자율성 확대를 위해 방위산업 및 국방 정책에서의 공동 협력을 통해 유럽연합이 ‘안보 공동체’(security community)로 발전해 나갈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2009년 리스본 조약에서 회원국의 상호 군사 원조를 규정한 ‘집단 방어’(collective defense) 조항과 ‘연대’ (solidarity) 조항이 채택된 이후 사실상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던 유럽연합의 공동방위정책(CSDP: Common Security and Defense Policy) 구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체화할 것임을 천명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Arteaga 2017).
특기할만한 점은 유럽연합의 안보 역량 강화와 관련하여 신 전략이 NATO와의 긴밀한 협조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의 집단 방어 능력 향상은 물론 사이버 안보와 유럽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협력적 지역 질서 등의 모든 영역에서 NATO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강조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 회원국의 대부분이 NATO 회원국이기도 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지만, 신 전략이 유럽연합의 독자적인 방위 능력과 전략적 자율성의 확대를 천명하면서도 NATO를 유럽연합 집단 방어의 핵심 준거틀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모순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Bendiek 2016).
테러리즘과 사이버 안보는 최근 유럽연합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문제이다. 테러리즘 문제와 관련하여 신 전략은 유럽연합 회원국 사이의 정보 공유와 협력은 물론, 아프리카와 중동, 발칸반도 서부 국가들과 터키 등과 반테러리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임을 천명하고, 테러리즘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번영이라는 유럽적 가치의 대내외적 확산을 제시하고 있다. 사이버 안보 문제와 관련하여 유럽연합은 이미 2014년 ‘사이버안보 정책틀’(Cyber Defnse Policy Frame)을 채택하고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 능력 향상 훈련과 인력 양성 등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사이버 방어 능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정보통신산업의 육성과 연구개발을 위한 공동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를 반영하여 신 전략은 정보통신기술과 산업 발전을 위한 공동 노력을 사이버 안보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Fiott 2017).
유럽연합의 신 안보전략을 특징짓는 핵심 개념은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 할 수 있다. 대내외적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사회를 복구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되는 이 개념은 유럽연합의 안보는 물론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신 전략이 추구해야 할 핵심 목표로 제시되고 있다. 신 전략의 두 번째 영역이 “유럽연합 주변국들의 회복탄력성”이라 명명된 것은 이를 반영한다. 이 영역에서 신 전략은 그동안 유럽연합이 추진해 온 ‘확장 정책’ (Enlargement Policy)과 ‘근린 정책’(ENP: European Neighborhood Policy)의 지속적인 추진을 재확인하고, 특히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이민자 문제와 관련하여 보다 효율적인 이민 정책의 수립을 천명하고 있다. 근린 정책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등 유럽연합의 동부 국가들과 지중해 연안의 북아프리카 국가 등 유럽연합의 남부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이들 국가들에서의 민주주의와 정치 안정, 경제 성장의 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근린 정책은 그 대상 국가들이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장 정책과 구별된다. 신 전략은 주변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불안정이 중요한 안보 위협임을 재확인하고, 기존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효율적인 이민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 특기할 만한데, 이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이민자 문제의 심각성과 이를 둘러싼 유럽연합 내부의 갈등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신 전략의 세 번째 영역인 “분쟁과 위기에 대한 통합적 접근” 또한 회복탄력성 개념을 골자로 하고 있다. 분쟁과 위기의 근원적 해결책으로서 분쟁 당사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회복탄력성의 회복과 증진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특기할만한 점은 분쟁과 갈등의 해결책으로 “예방적 평화”(preemptive peace)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유럽연합이 분쟁과 갈등 상황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과 조기경보체제의 구축, 그리고 예방 외교에 주력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네 번째 “협력적 지역 질서” 영역에서 주목할 만한 사항은 러시아와 터키 문제가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과 NATO와의 협력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전후하여 악화되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 문제를 유럽연합이 직면한 핵심적인 전략적 도전으로 적시하고, 국제법에 근거하여 이를 해결해 나갈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회원국 가입 협상을 앞두고 있는 터키에서는 최근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신 전략이 러시아와 더불어 터키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것은 이를 반영한 것이다.
마지막 “21세기 글로벌 거버넌스” 영역에서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신장, 개방 경제체제의 확산, 기후 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과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의 구축,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억제 등의 분야에서 유럽연합이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특히 국제법에 기초한 국제관계의 발전과 시민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쟁점
유럽연합의 신 안보전략의 핵심은 리스본 조약에서 천명한 공동방위정책(CSDP) 구상을 구체화할 것을 천명한데 있다. 그러나 신 전략이 유럽연합의 공동방위정책에 대해 전혀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는 점과 유럽연합의 독자적 방위능력 향상을 위한 구상이라기보다는 NATO와의 협력을 통한 일종의 분업 체제의 확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유럽연합의 신 안보전략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는 비판은 공동방위능력의 향상과 관련하여 신 전략이 제시하고 있는 핵심 방안인 유럽 방위산업의 육성은 이미 쟝-클로드 융커(Jean-Claude Juncker) 집행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천명한 역점 사업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Bendiek 2016; Drent 2017). 신 전략이 기존에 추진해 오던 사업을 명문화하는데 그칠 뿐 세부적인 전략과 실행 방안을 제시하는 데로는 나아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Fiott 2016).
물론 신 전략과 그 후속 조치에 전혀 새로운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위산업 육성과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유럽방위기금(European Defense Fund)을 조성하고, 군사 작전계획 수립과 집행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국방 관련 정보 교환을 정례화하기로 한 것 등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진전이라 할 수 있다(Drent 2017). 그러나 방위산업 육성 이외에 군사작전과 지휘체계 등의 영역에서는 아직 뚜렷한 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유럽연합의 공동방위정책은 회원국의 자율성 원칙에 기초해 왔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의 공동방위정책이 발전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는데(Drent and Zandee 2916), 신 전략 또한 안보 공동체로의 발전을 역설하면서도 방위정책과 예산의 집행이 일차적으로 회원국의 관할 하에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유럽연합 단위에서 추진되는 명실상부한 공동방위정책의 수립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제도 개선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Arteaga 2017; Bendiek 2016).
이는 신 전략이 회원국들은 물론 주변국들의 안보 증진을 위해 유럽연합이 적극적인 노력을 개진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천명했지만, 그 핵심은 결국 NATO와의 분업적 협력 관계 구축에 있다는 해석의 기초가 된다. 어떤 면에서 신 전략에서 유일하게 새로운 점은 유럽의 안보와 방위능력 향상에 NATO와의 협력 관계가 절대적임을 재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유럽연합과 NATO가 유지해 온 전통적인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는 것을 넘어 아직 유럽연합이 NATO와 구별되는 독자적인 방위체제 구축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군사작전과 지휘체계의 문제에 있어서 그러한데, 2016년 신 안보전략의 논의 과정에서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이 NATO와 구별되는 어떠한 형태의 독자적인 군사작전 및 지휘체계도 반대한다고 천명한 것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Arteaga 2017).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신 전략이 강조하는 NATO와의 협력 강화는 결국 군사 영역은 NATO가 담당하고 민간 영역은 유럽연합이 담당하는 일종의 분업 체제의 구축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Bendiek 2016). 신 전략이 제시한 안보 위협 요인의 해소와 전략적 목표의 달성은 다양한 형태의 군사적 개입을 일정 정도 전제로 한다. 방위산업 육성을 넘어 군사작전 분야에서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신 전략은 유럽연합의 공동방위정책이 아직 군사적인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지 못했고 향후 상당 기간 동안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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