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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카이스트-중앙일보는 <난제위원회>를 구성하고 ‘인류 10대 난제’를 선정했습니다. 선정된 난제는 핵융합발전, 암 극복, 뇌의 비밀, 우주 개발 등 인류가 풀고자 하고 풀어야 하고 난제들입니다. <난제위원회>는 중앙일보 창간특집 기획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를 통해 끊임없이 난제에 도전하며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인류의 현장을 찾고, 한국의 위기와 도전을 점검합니다.
<중앙일보 난제위원회 프로젝트> 시리즈 순서 |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 ⑥우주개발
한국의 우주산업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고 말한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우주항공 평가기관인 퓨트론에 따르면 한국의 위성 기술은 세계 8위다. 이 중 광학위성 등 지구관측위성은 세계 정상급이다.
발사체 가져야 ‘우주 탐사국’ 대열
2020년 독자 로켓 목표 세웠지만
일각 낭비 지적에 올 예산 8% 깎여
“연 7% 성장 우주산업 뛰어들어야”
문제는 발사체다. 발사체란 위성·우주선 등을 궤도에 쏘아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로켓이다. 달에 가든 화성에 가든 우주탐사의 진정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전략본부장은 “자동차나 조선은 외국 기술을 배워오면 됐지만 발사체 기술은 기술 통제 탓에 배울 선생님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서방 7개국은 발사체를 핵무기 운반수단으로 보고 1987년 ‘미사일기술통제 체제’를 발효시켜 발사체 기술이전을 금지했다. 항우연은 89년에야 설립돼 그 불이익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한국은 이미 2013년에 첫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를 개발했다. 하지만 기술의 핵심인 1단 로켓엔진을 러시아가 개발해 진정한 ‘한국형’이라 부를 수 없었다. 당시 연구원들은 러시아의 통제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1단을 ‘블랙박스’라 부르며 안타까워했다.
항우연은 앞으로 약 2년 뒤인 2020년 순수 국내기술로만 개발하는 ‘한국형발사체(KSLV-Ⅱ)’ 성공을 확신한다. 최근 애를 먹이던 엔진의 연소 불안정 문제도 해결해 연구원들은 자신감에 차 있다.
발사체 개발과 맞물려 있는 것이 달 탐사 프로젝트다. 한국형발사체를 활용해 달에 궤도선과 무인탐사선을 쏘아올리는 것이다. 미국·유럽 등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지만 한국의 첫 우주 탐사로서 의미가 크다.
달 탐사는 ‘시험용 달 궤도선-달 궤도선-달 착륙선’으로 구성된다. 항우연은 현재 시험용 달 궤도선 사업을 미국 NASA와 협력하고 있다. 목표는 2020년으로 총 1978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황 본부장은 “어느 정도 국력이 되는 나라치고 발사체 없는 나라가 없다”며 “발사체 기술, 우주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현해야 국제적인 우주탐사 프로젝트에도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NASA 측은 달 탐사 프로젝트 협력을 계기로 화성 탐사에 한국도 참여해주길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해 온 상태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서 나오는 ‘달탐사·한국형발사체 무기연기’설이 우주탐사 열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달 국가우주위원회를 열고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을 확정하는데, 여기에 한국형발사체와 달 탐사 개발 일정이 2030년까지 대폭 연기되거나 명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국회의원도 우주 프로젝트가 ‘혈세 낭비’라고까지 지적한다. 이미 올해 한국의 우주개발 예산은 670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9% 줄었다. 지난해 미국 우주예산인 393억 달러(약 42조6994억원)의 65분의 1 수준이다. 중국(61억 달러)이나 일본(36억 달러)에 비해서도 크게 낮다.
이태식 한양대 건설환경플랜트공학과 교수는 “한국 우주 개발의 최대 난제는 정치논리 개입과 규제”라며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일본까지 세계가 모두 달에 집 짓고 탐사하는 걸 확정지었는데 한국만 뒤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우주 문제는 (주로 5년 프로젝트라) 5년 전에 정해놓지 않으면 실행은 10년 뒤에나 가능한데 시간까지 기한이 없다면 심각한 상황”이라며 “2030년이면 이미 미국은 물론 중국·일본인들이 수년 이상 살고 있는 달 기지에, 갓 쓰고 도포 입고 탐사하겠다고 내려가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우주전문가들은 달 탐사가 단순한 탐사계획에 그치지 않고, 거대한 우주경제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페이스 리포트 ’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2005년 1767억 달러였으나 2016년 3290억 달러(약 373조원) 규모가 됐다. 연평균 7% 이상의 성장세다.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달 탐사를 통해 우주항행·심우주통신·달착륙기술 등을 확보하고 우리의 우주운송수단인 우주발사체 기술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며 “결국 달로 갈 것인가 아닌가는 지도자의 결정과 국민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미래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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