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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프] 러시아 에너지 수급 구조와 에너지산업의 발전 전망

성원용 (인천대)

2017.11.07

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각국의 에너지 정책 (4) 러시아 - 러시아 에너지 수급 구조와 에너지산업의 발전 전망
저자: 성원용 (인천대)
No.2017-060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각국의 에너지 소비·수요 전망 분석 및 에너지 수급 방안’입니다. 우선 각국의 에너지 수요·공급 현황과 전망을 알아봅니다. 이를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탈원전 바람 등에 따른 각국의 주요 에너지 정책 방향을 살펴봅니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요와 생산 구조

2013년 EIA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1차 에너지 소비구조는 가스가 53%, 석유와 석탄이 각각 22%, 14%였으며, 원자력을 포함하여 재생 및 기타 에너지원이 11%였다.

[그림 1] 2013년 러시아의 1차 에너지 소비구조
(출처: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앞으로 개정될 ‘러시아 에너지전략-2035’ 초안은 에너지 소비에서 석유와 석탄의 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가스의 비중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르면, 2035년 1차 에너지 소비에서 가스 소비는 53~54%, 석유 소비는 17~18%, 비화석에너지 소비는 14~15%가 된다. 한편 1차 에너지 생산은 석유 생산이 현재 40% 수준에서 33%대로 감소하고, 가스 생산이 현재(2014년 기준) 39.2%에서 45~46%로 증대된다.

[그림 2] 2035년까지 1차 에너지 소비구조 추이(단위: 백만toe) (출처: 러시아 에너지부)

국제유가 하락과 러시아 에너지산업의 변화

현재 러시아 경제가 직면한 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 증대 및 에너지 산업의 구조 조정이다.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가 러시아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대러 제재가 에너지 탐사와 개발에 필요한 설비 및 기술수출 제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석유 및 가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서방의 대러 제재가 에너지산업에 미친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는 않았다고 본다. 그들은 서방의 투자자금 및 기술수출 제한보다는 국제유가의 하락이 위기의 보다 직접적인 원인이며, 러시아의 대륙붕 개발 시 국가의 지분을 설립자본금의 50% 이상을 요구하는 법령 때문에 외국인투자 유치가 부진했던 것으로 본다. 외국기업들 입장에서는 높은 투자 위험 때문에 운영권 획득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법률적으로 현지 국영기업이 운영권자가 되면 정부의 조세·에너지정책의 변동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개발이익을 침해받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투자를 주저했다.

물론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러 관계 악화 등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도 러시아의 에너지산업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재 미국이 전개하는 정책, 즉 러시아를 북한, 이란과 동일 선상에서 ‘악의 제국’으로 현화시키려는 전략이 유지되는 한 당분간 미-러 갈등 관계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러한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 조치는 어떠한 형태로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주지하다시피 대러 제재는 러시아 주요 에너지기업들의 투자 기회를 위축시키고, 에너지 생산 감소를 초래하여 결국 러시아 연방정부의 재정수입 감소 사태를 낳았다. 러시아 GDP의 약 1/4을 차지하고, 러시아연방 재정 수입의 40% 이상이 발생하는 에너지산업의 침체는 러시아 경제 전체의 위기를 심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로로 사태가 확대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존재한다.

이러한 모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에너지 생산을 감소시킨 결정적 요인은 국제유가의 하락이다. 2014년 배럴당 98.95불이던 브렌트유 가격이 2016년에는 43불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 심해저 및 북극 대륙붕 등과 같이 개발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서의 석유 탐사 및 채굴은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개발 중단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따라서 러시아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러시아의 석유 채굴 증대를 막으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향후 어떻게 관철될 것인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투자부 족에 따른 러시아의 석유생산 감소가 국제유가의 상승을 초래하고, 미국의 셰일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제고하며, EU 국가들의 미국 셰일가스 구매를 촉진함으로써 이들 국가의 대러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적 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석유 생산에 어떠한 변화가 발생했는지 살펴보자. 아래의 <그림 3>에서 보듯이 러시아의 석유 생산은 최근 2008년 이래로 계속 증가하였고, 향후 2020년까지는 미세하나마 이와 같은 증가세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서시베리아 대규모 매장지의 생산 감소세 둔화와 일련의 유망 광구의 개발 및 생산목표 초과 달성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유국들이 생산 동결에 합의하거나 러시아의 조세체계를 바꾸지 않는 한 2020년 생산은 1987~88년 최대 실적에 근접한 5억 6,000~5억 6,200만 톤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림 3]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 및 수출량(1991~2016) (단위: 백만 톤) (출처: RIAC)

석유 수출에서도 2017~21년에 러시아의 위상은 국제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규모는 대략 연간 2억4,000~2억9,000만 톤에서 안정적으로 조절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 수출량은 국제유가가 가장 큰 변동 요인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러시아 경제가 위축되면서 석유 및 석유제품의 수요가 감소하고, 반대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채굴이 어려운 매장지 개발과 그 비중이 증가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수출량이 확보된다.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와 유가 하락이 러시아의 에너지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했지만, 기실 러시아 경제에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갖는 근본적 위기는 화석연료의 종말을 예고한 ‘에너지혁명’의 도래이다. 즉, 에너지 믹스 변화에 따른 에너지 산업의 구조 조정이다. 향후‘에너지혁명’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도와 그 속에서 러시아의 입지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주지하듯이 과거 중동과 러시아가 지배하던 세계 천연가스와 원유생산 체제는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신흥생산국의 진입으로 다원화된 체제로 재편되고, 파리협정 합의를 전기로 출범한 新기후체제 하에서 점차 화석 에너지 생산 및 소비 구조는 석유에서 가스로 그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와는 달리 러시아에서 가스 생산은 지난 25년간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지 않았다. 최근 3년간 가스 생산이 정체 상황이기는 하지만, 러시아는 세계 가스 생산국 1위를 넘보는 위치에 올라와 있다. 야말반도, 동시베리아, 극동, 해상 대륙붕에서의 신규 가스전 개발에 따라 향후 러시아의 가스 생산은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러시아 에너지전략-2035’초안은 2035년 1차 에너지 생산구조에서 가스의 비중이 39.2%에서 45~46%로 증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 에너지부는 2035년에 이르러 가스 생산량이 878Bcm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러한 가스 생산 증대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에 의해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 가스프롬이 보바넨콥스코에 가스전에서 최대치로 가스를 생산하고, 2018년에는 차얀딘스코에 가스전, 2019년에는 하라사베이스코에, 유즈노쿠릴스코에 가스전 등 대규모 신규 가스전 건설을 할 예정이다. 둘째, 로스네프티와 노바텍 등 여타 회사들의 가스 생산 설비 증대가 생산 증대를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글로벌 LNG 시장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가스 생산 증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2017년 ‘야말 LNG’ 프로젝트 1단계(연간 550만 톤), 2020년 ‘발트 LNG’ 프로젝트(연간 1천만 톤), 2021년에 ‘사할린-2’프로젝트 3단계(연간 5백만 톤)가 실행될 계획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2016년에 세계 LNG 시장의 4%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가 얼마나 공세적으로 LNG 프로젝트들을 추진해갈지는 모르겠으나 현재의 비호의적인 지정학적 갈등 관계와 가격조건 등을 고려할 경우에 일부 프로젝트는 2020년대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그림 4] 러시아의 가스 생산량 및 수출량(1991~2016) (단위: Bcm) (출처: RIAC)

천연가스로 그 중심이 이동하는 에너지 믹스의 변화는 2020년 이후 천연가스 사용의 급격한 증대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국 등의 셰일가스 생산 및 LNG 수출 확대는 러시아 가스의 시장지배력에 중대한 위협요인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미국과 카타르의 LNG 물량 증대 등 글로벌 LNG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는 그동안 PNG를 통한 가스 시장에서 러시아가 누려왔던 독점적 지위를 흔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장은 낮은 생산단가 및 최근 루블화 가치하락 등의 요인으로 다른 LNG 공급자들이 경합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가격을 낮출 수는 있지만, 유럽 가스 시장에서 약 40%까지 러시아 가스 수출의 비중을 제고한다는 계획은 2020년대 후반기나 되어야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러시아의 아태지역으로의 가스 수출 증대는 러시아연방 반독점청의 가스 가격 및 수출 자유화 정책과 보조를 맞추어 진행될 것이다. 2018년 이후에나 로스네프티, 노바텍의 글로벌 가스 시장 진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로써 향후 러시아의 에너지 정책에 중대한 의미가 있는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향후 ‘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 파이프라인이 연결되고, 2024년 아무르 가스 가공공장이 완공될 경우에 가스정제 및 가스 화학 분야에서 새로운 진전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스 외에도 아무르 가스 가공공장은 헬륨의 주요 생산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수출 다각화 전략과 중-러 에너지협력 강화

‘러시아의 에너지전략-2035’는 에너지 수출 다각화 차원에서 아태지역을 주요 전략 대상지로 설정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과의 에너지협력을 전면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2014년 러시아 전체 원유 수출에서 아시아 시장으로의 수출 비중은 약 25%를 차지하였고, 이 중 15%는 대중국 수출이었다. ‘러시아 에너지전략-2035’ 초안에 따르면, 향후 2035년 러시아는 아태지역으로의 석유 수출을 연간 1억1,000만 톤(220만b/d)까지 증대시키며, 러시아 전체 석유 수출에서 아태지역 비중이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협력은 현재 중-러 전략적 협력관계를 견인하는 핵심적 구성 요소이다. 장기적 전망에서 향후 40년 이내에 에너지 소비 감소를 초래할 원인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 러시아는 중국에 중요한 에너지원 수출국으로 남게 될 것이며, 따라서 향후 십여 년에 걸쳐 중-러 에너지협력 관계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저유가 기조 및 에너지원 구조 변화 등은 중-러 에너지협력 구도에도 중대한 도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의 저유가 기조가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양면적이다. 과거 높은 가격에 구매 계약을 체결한 해외 에너지원 자산의 가치 하락은 부정적이지만, 반대로 저유가 기조는 계약 체결 시 중국의 구매 협상력을 강화하기도 한다.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러시아 기업들이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함에 따라 중-러 양자 간 합의되었던 대규모 에너지 관련 신규 투자프로젝트의 실행이 불확실해지는 부정적 사태가 초래되고 있으며, 시장의 불안정성을 배경으로 제품 공급에 대한 장기 상호보장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에너지원의 단순 거래를 넘어 산업 전반의 수직적 통합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향후 에너지 수요 증가가 전망되는 아태지역의 시장 확대를 고려하고, 청정에너지원과 천연가스에 대한 소비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에너지 믹스의 거대한 변화를 고려할 때 아태지역을 대상으로 한 러시아 동시베리아 및 극동지역 가스 공급망 건설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에너지부는 러시아 전체 가스 수출구조에서 아태지역 비중을 2014년의 7%에서 2035년경 41%까지 증대시키고, 전체 가스 수출량에서 LNG 비중을 23%까지 증대할 전망이다.

[그림 5] 러시아 가스 수출에서 아태지역 국가의 비중(2014~2035) (출처: 러시아 에너지부)

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을 위한 투자

한편 최근 들어 러시아는 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일단 ‘러시아 에너지전략-2035’초안에서는, 시기적으로 1단계(2015~2020)에서는 주요 과제로 에너지 생산품목 및 수출구조의 다변화, 국내 에너지공급 및 수출의 안정적 증대를 위한 연료에너지 자원의 소비구조 다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기타 에너지원의 효율적 이용과 신기술 개발 및 도입 등을 통한 차세대 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과제는 2단계(2021~2035) 과제로 설정되어 전략적으로 후순위에 배치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최근 에너지전략 2035 수립 관련 협의회 회의(2016년 12월)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연료에너지복합체의 해외기술·장비 의존도 축소 다음으로 재생에너지 개발 빛 보급을 중요 과제로 언급했다. 그는 현대의 에너지산업은 첨단기술산업이고, 미래에 경쟁력 있는 에너지산업을 갖기 위해서는 혁신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분야에서도 일정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USA TODAY는 러시아가 에너지 저장(energy storage)을 포함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2017년 현재 풍력 발전 시설의 40%를 자국에서 생산하고 있고, 세계 최대 풍력 발전기 제조업체인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가 터빈용 날개를 러시아에서 만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이 언론은 러시아 정부가 2024년까지 전체 전력의 4.5%를 재생 에너지를 통해 얻는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이것은 5.5 GW 재생 에너지 생산 능력 및 에너지 저장체계를 갖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석유 가스 등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러시아도 예외 없이 재생 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분야의 발전이 최우선과제(top priority)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추가적인 지질학적 탐사가 이루어진다면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매장량은 증대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거대한 에너지 믹스의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2020년 후반기에 들어서면 러시아의 석유 생산은 하락할 것이고, 자동차 부문의 선진적인 생산기술 덕분에 연료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석유 시장에서의 위상도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대로 청정에너지원으로의 에너지 소비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가스 생산량은 계속 증대될 것이고, 글로벌 장기 추세로서 재생에너지의 비중도 함께 증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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