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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4) 러시아 - 러시아 입장에서 신동방정책의 의미
저자: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No.2017-055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러시아 신동방정책에 대한 각국의 입장”입니다. 지난 9월 6~7일에 있었던 동방경제포럼에 대한 각국의 반응을 살피고 최근 극동으로 진출하는 러시아에 대한 각국의 인식과 평가를 파악합니다.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은 각국에 어떤 정치적, 경제적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의 기원
공산정권이 무너진 후의 러시아는, 1990년대 초부터 미국을 비롯한 서양국가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중심 국제 질서에 들어갈 생각이 오랫동안 있었다. 1990년대 러시아의 주류에는 러시아가 어려운 과도기를 잘 극복하고, 서양처럼 발전된 민주국가로 인정받고자 하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이러한 비전에 대한 의심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서양 모델에 대한 실망을 초래한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첫째는 러시아 사람들이 서방 중심 국제질서에 들어갈 생각을 했을 때, 그냥 들어가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평등한 지위가 아니더라도 미국을 제외한 기타 국가들보다는 더 높은 지위를 얻을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 엘리트들은 러시아의 이러한 꿈을 전혀 인정하지 못 했기 때문에, 러시아 엘리트들과 서민들이 보게 된 것은 2등국가 취급을 당하는 러시아였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정신이 생각보다 많은 러시아의 여론은, 이와 같은 상황에 갈수록 불만이 커지고 있었다.
둘째로, 90년대의 과도기는 대부분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어려웠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은 서방 국가들의 상징인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불만이 많이 생겼다.
셋째는 2000년대 들어와 국제 유가가 급등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국내적으로도 과도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의 빠른 경제 성장이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러시아 엘리트들과 국민은 자부심이 많아졌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는 갈수록 대립이 심각해졌다. 이러한 대립의 첫 번째 모습은, 90년대 말 유고 공습을 러시아가 반대했던 것에서 볼 수 있지만, 푸틴 대통령의 2007년 뮌헨 연설 그리고 2008년 그루지야와의 전쟁 때부터 많이 본격화되었다.
그러나 서방과 러시아와 간의 대립은 2014년에 결정적으로 심각해졌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내 위기를 이용하여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반정부 운동을 적극 지지하였다. 이것은 2차대전 이후 유럽에서 최초로 벌어진 국경에 대한 도전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과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과의 매우 심한 갈등을 야기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는 당연히 서방과의 경제 관계를 옛날처럼 유지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따라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에 관심이 많아졌다. 2014-15년부터, 러시아 정치인이나 외교관, 공무원들, 그리고 친정부 언론 기자들은 러시아가 미국이나 서방 국가들보다 중국과 사회, 문화적으로 더 비슷한 나라라고 주장하면서, 동아시아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공식 언론이 많이 부추기는 반미, 반서방 사상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을 열심히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가 동아시아 국가들과 적극적인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이유는, 지정학 뿐만이 아니다. 극동 지역의 발전 문제도 있다. 연해주는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문제점: 극동지역의 미개발 상태 그리고 해외 투자
러시아의 지도를 보면,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인 역설을 볼 수 있다. 러시아 극동지역은 전체 국가 면적의 36%를 차지하고 있지만, 2010년 국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구는 630만 명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인구는 지속적으로 심각한 감소 추세에 있다. 1991년부터 2010년까지 극동 인구는 180,000명, 즉 22%나 감소하였다. 극동 북부지역에 위치한 축치 자치구 및 마가단 주의 인구는 91년 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이만큼 심각한 인구 위기는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인구 위기를 초래한 것은, 자연과 기후라고 할 수 있다. 극동 북부의 기후는 매우 열악하다. 마가단의 1월 평균기온은 -16.3도이며, 축치 자치구의 수도인 아나델에서는 -22.6도이다. 그러나 극동 남부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연해주 지역의 기후는 한반도 함경북도의 기후와 별 다를 바가 없고, 사할린의 기온은 홋카이도와 비슷하다. 극동 남부 지역의 경제발전이 어려운 이유는 객관적인 지리 조건보다는, 인프라 미개발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들이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2010년대 초 러시아 정부는 이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서 많은 투자를 하겠다는 대대적인 발표를 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4년에 발표된 극동 경제 개발 프로그램이다. 푸틴 대통령은 국회에 보낸 연두교서에서, “극동의 발전이 21세기 말까지 러시아 전략의 기본 방침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014-15년 이후, 우크라이나 위기를 비롯한 미-러 대립 및 서방-러시아 간 대립의 첨예화, 그리고 국제유가 급락 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2010년대 초 그들이 원했던 것만큼 투자를 유치할 희망이 없게 되었다. 결국은 정부 재정에서 투자할 수밖에 없게 되어서, 외국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신동방정책의문제점과한계성
지난 3-4년 동안 러시아 공식 언론에서 신동방정책에 관한 주장이 너무 많다. 비판적인 목소리가 없지 않지만, 정부의 의견을 대리하는 공식 언론은 반미, 반서방 공격을 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을 높이 평가하는데, 러시아는 동아시아 국가들과 유사한 가치관 및 유사한 국가이익이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동방정책을 보면,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가 매우 많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첫째,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은 말로는 넓은 유라시아를 겨냥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정책의 대상은 중국을 비롯한 몇 개 국가일 뿐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강화할 것 같은 일본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 특히, 북방 영토 문제 때문에 이러한 특징이 더욱 심하다. 중국을 억제하려는 일본은, 가까워진 러중 관계에 대해서도 우려감이 없지 않다. 남한과 경제 교류를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고, 투자를 많이 늘리고 싶은 희망이 있지만, 북핵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많아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동남아 국가들은 러시아와 멀리 떨어져 있고, 경제적인 이해관계도 약하다. 그래서, 신동방정책은 말로는 아태지역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사실상 중국과의 협력을 발전시키겠다는 러시아의 희망이나 다름없다.
둘째, 중국과의 경제 교류 개발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중-러 무역 구조를 보면, 러시아는 중국에서 기계와 공업 제품을 수업하고, 중국으로 석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한 광물 및 자연자원을 수출한다. 이것은 러시아 엘리트 계층이 희망하는 협력의 방법이 결코 아니다.
셋째, 중국과 동아시아와의 교류 이야기가 많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당연히 서양 문화를 모범으로 생각한다. 러시아 정치인이나 사업가들은 신동방정책을 극찬할 때조차 자신의 자녀들을 중국 인민대학이나 푸단대학에 보내지 않고 하버드나 옥스포드로 보내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제일 시끄럽게 반미, 반서방 선언을 주장하는 고급 간부들의 자녀들이 서방의 명문 대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물론 러시아 사람들은 여전히 중국 영화가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를 보고 있고, 한자보다 영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엘리트 계층은 러시아 국내 은행의 신용을 믿지 않는데, 중국 은행 대신에 서방 은행에 비자금 계좌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없다.
넷째, 중국측이 서방에 대해 가진 입장도 매우 비슷하다. 중국은 러시아와 더 가까운 관계를 좋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기회주의적인 태도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 엘리트 계층처럼, 중국 엘리트 계층은 러시아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고, 미국과 유럽을 매우 중요시하는 경향이 심하다. 시진핑 주석의 딸은 모스크바국립대 대신에 하버드대학에서 유학 중이다. 아마 시진핑 주석은 딸을 모스크바국립대에 보낼 생각이 아예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섯째, 중국과 경제 교류 및 무역 개발이 생각만큼 성공적인 것이 아니다. 신동방정책을 선언한 2014년의 러-중 무역량은 880억 달러였지만, 선언 이후인 2016년에의 무역량은 700억달러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것은 중-미 무역량의 1/8에 불과하다.중국의 FDI는 매년 1200억 달러이지만 중국의 대러시아 FDI는 10억 달러뿐이다. 2014-15년 많이 희망했던 인프라 개발과 투자 대부분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고속 철도 건설, Altai 천연 가스관 건설, 공동 여객기 개발 등은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여섯째, 새로운 중-러 우호관계에 대한 주장이 많지만, 양측은 드러내지 안는 불신감이 매우 많다. 러시아가 중국 이민자들을 의심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그 불신감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의 지정학적인 대립은 여전히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면, 푸틴시대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지역을 러시아 영향권으로 보고, 제3국의 중앙아시아 진출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난 15년동안 중국은 타지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지역에 침투하는 경향이 심하다.
결론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은, 러시아의 자발적인 선택보다는 강요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본 이유는 러시아가 미국과 서방에게 원래 희망했던 대우를 받지도 못했고, 우크라이나 위기 때문에 서방과 장기적인 대립에 빠진 상태이다. 아태 국가들과 관계를 발전시킬 필요성이 많지만, 이것에 대한 희망이 지나치게 많다. 신동방정책의 핵심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지만, 러시아측도, 특히 중국측도 이와 같은 관계개선을 기회주의적으로 보고 있다. 양측 모두 외교의 기본 대상은 미국을 비롯한 발전된 서방 국가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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