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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2) 중국 - 러시아 신동방정책에 대한 중국의 인식
저자: 양철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No.2017-053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러시아 신동방정책에 대한 각국의 입장”입니다. 지난 9월 6~7일에 있었던 동방경제포럼에 대한 각국의 반응을 살피고 최근 극동으로 진출하는 러시아에 대한 각국의 인식과 평가를 파악합니다.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은 각국에 어떤 정치적, 경제적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러시아 극동개발에 대한 중국의 관심
중국과 러시아의 4,300km에 이르는 접경지역 가운데 대부분은 중국의 동북지역과 러시아의 극동지역에 맞닿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은 스스로를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의 이상적인 협력 파트너임을 강조한다. 중국은 자국 기업들이 극동지역에 투자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으며 제조, 자원개발, 인프라, 농업, 관광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밖에도 중국은 1,000억 위안 규모의 중·러 지역협력발전투자기금 조성도 준비하고 있다. 제3회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왕양(汪洋) 부총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극동개발 협력이 하나의 거대한 배라면 기업은 선원이다. 이 거대한 선박의 안정적인 항해는 기업의 노력에 달려 있다. 기업 간 협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있다면 정부가 이를 해소해주기 위해 양호한 시장 환경과 정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러시아 극동·바이칼 지역과 중국 동북지역의 발전 협력을 위한 정부 간 협력위원회가 설립된 목적”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미 러시아 극동지역의 최대 수입국이자 2대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 2016년도 극동지역의 대중국 무역액은 극동지역 전체의 1/4에 해당하는 60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2017년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33.6% 증가한 36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특히 중국은 2017년 8월까지, 극동지역의 농림, 건자재, 경공업, 광산, 에너지 등 총 26개 프로젝트에 약 30억 달러를 투자하였다. 중국과 러시아 극동지역은 이미 10여 개의 항구를 개통하였고, 헤이룽장(黑龍江)성의 경우 러시아 극동지역과 32개의 여객노선이 운영 중이다.
신동방정책에 대한 중국의 다양한 인식
러시아가 신동방정책을 통해 극동지역의 개발을 추진하고 동북아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진행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여전히 유럽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엘리트들의 서방에 치우친 인식은 본능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표트르 대제 시대 이후로 러시아는 정치, 군사, 과학기술은 물론 심지어 풍습까지도 서방의 문물을 받아들였으며 유럽대륙에서 발생하는 주요 이슈들에 적극 참여해 왔다. 러시아에게 유럽은 문명의 귀속이요, 역사적 숙명이자 문화적 유대감을 가진 지역이다. 푸틴 대통령 역시 철저한 ‘유럽주의자’로, 집권 초기부터 유럽에 융합되기를 적극 시도하였다. 비록 크림반도 강제합병 이후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경기 침체로 인해 시선을 극동지역으로 돌렸으나 푸틴의 눈은 여전히 유럽을 향하고 있다. 유럽과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푸틴은 “러시아의 가치관과 유럽의 가치관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우리는 여전히 동일한 문명에 속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신동방정책이 러시아의 전략이 전환되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서방과의 관계 악화가 동양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시아 국가, 특히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서방의 제재에 대한 압박을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시도이기 때문에 러시아의 발전노선이 전환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기뻐할 필요도, 기대할 필요도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동방정책이 광범위하게 전개되는 국면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신동방정책의 주요 대상이 중국만이 아니라 CIS 국가는 물론, 인도와 베트남까지 확대되어 있다. 즉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일한 전략적 관계로 인식하지만 러시아는 다원화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석유나 천연가스를 구입하는 방법으로 러시아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며, 설사 도움을 준다 하더라도 러시아가 과연 기뻐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국면에서 중국이 ‘러시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투기자’가 된다고 해서 중국에 어떠한 국가적 이익이 있는지, 러시아가 이에 대한 보답을 할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러시아가 자국의 이익 앞에서는 중국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견해와 달리, 러시아와의 협력이 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동부 변경지역의 안정이 확보되어야만 서부 지역의 발전과 코카서스의 분리·독립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구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의 전반적인 국력이 약화되면서 극동지역에 투입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고, 이로 인해 동북아에서의 영향력과 존재감이 약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국경이 가장 많이 맞닿아 있는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구축은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양국의 안보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협력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견해이다.
중국의 장기적인 발전을 고려하면 양국의 상호 지지와 협력은 양국 외교의 전략적 선택이자 가장 우선시되는 협력 파트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양국 관계가 복잡한 문제가 존재했지만 중국은 현실적인 이익을 고려해 보면, 중국은 러시아의 위기를 하나의 기회로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러시아의 위기로 인해 중국과의 무역이 더욱 활발해졌을 뿐만 아니라 민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러시아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중국의 극동개발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이유는 러시아의 인적, 물적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극동지역에 시급히 필요한 도로, 주거시설, 농업 및 공업 인프라 건설에 중국 기업의 자본, 기술, 설비와 인력이 투입된다면 양국 모두에 이익이다. 러시아는 중국의 투자 유치와 극동지역 개발에 대한 의지가 강한 동시에, 극동지역에서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를 원하고 있다. 중국은 에너지와 자원 협력을 기반으로 투자개발 비중을 더욱 확대할 뿐만 아니라 양국 협력의 지속가능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중국 기업의 종합적인 역량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양국의 협력이 윈윈의 결과를 창출한다는 견해이다.
물론 중국 내부에서는 러시아가 중국기업의 극동지역 투자를 환영하지만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우려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2013년 1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약 150만 명의 중국인이 비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극동지역에 진출하면서 극동지역에 “황색 위협”이라는 인식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인식은 중국과의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중국이 극동지역을 중국의 것으로 만든다는 우려에서 비롯되었다. 중국에서는 극동지역에서의 자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었지만 향후에는 영향력이 더욱 증가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요한 점은 극동지역 개발이 중국과 러시아의 공통된 이익에 부합함으로써 생성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불과 수년전까지만 하더라도 러시아는 중국이 극동지역의 가장 가치 있는 산업에 직접적으로 진입하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서방의 경제 제재 국면에서 현실적으로 러시아는 중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신동방정책이 중국에 미치는 영향
안보적인 측면에서 중국은 러시아와의 공조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핵 문제에서 러시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을 주장한다. 비록 러시아와 북한의 국경이 17km에 불과하지만 북한의 불안정은 극동지역의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동북아 안보를 통제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안정과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한국 내 사드 배치 역시 극동지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X밴드 레이더를 통해 극동지역이 미국의 전략적 공격 범위에 포함됨은 물론, 극동지역의 군사 전술이 미국의 통제 하에 들어가는 상황에 직면하는 바, 사드 배치 문제 해결에 중국과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하다는 견해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러시아의 석유 수출은 중국의 경제발전에 새로운 선택지가 된다. 이와 함께 중국에서 생산하는 소비제품은 러시아의 시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러시아 국민들에게 양질의 저렴한 생활용품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기 때문에 중국은 물론 러시아에게도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의 풍부한 자본은 러시아에 도움이 되지만, 러시아가 중국기업의 투자를 활짝 열어놓은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의 투자환경은 좋은 편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의 투자, 특히 외국 국유기업의 투자에 법률적인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진출하는 중국기업의 대부분이 국유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도 일정한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민영기업의 러시아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난 9월, 중국의 화신에너지(華信能源, CEFC CHINA)는 러시아 국영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Rosneft)의 지분 14.2%를 91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민영기업이 러시아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러시아 극동지역과의 경제협력이 동북3성의 경제 활성화에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인식한다. 2009년 중·러 양국이 ‘중국 동북지방과 러시아 극동 및 동시베리아지역 협력계획 요강(2009-2018)’에 합의한 이후, 동북3성의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협력이 미진하였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동북3성 전면 진흥에 관한 의견’(2016)을 통해 2030년까지 동북지방의 발전에 1.6조 위안을 투자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중·몽·러 경제회랑 구축은 물론, (러시아의 동의만 있다면) 극동지역과의 협력사업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지속되며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3성의 대북 교역 자제와 경제 활성화 지원이라는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러시아 극동지역과의 교류 확대가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거너번스의 측면에서 양국이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러시아가 중국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사실도 중국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2013년 이후로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5년 동안 16회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와 함께 각기 다른 분야의 각기 다른 층위에서 각기 다른 협력 메커니즘을 운용함으로써 양국은 상호 인식 격차를 지속적으로 축소해 왔다. 이와 함께 ‘브릭스’라는 공동체를 통해 글로벌 경제성장 촉진,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 국제관계 민주화 등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대일로 구상과 유라시아 경제연합(EEU)을 연계하여 아시아와 동유럽에서 지정학적·지경학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합컨대, 중국은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을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러시아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중국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극동지역의 중국 잠식을 우려하는 인식이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다각적인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자 한다. 이러한 러시아의 태도는 안보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중국과 함께 미국의 아·태 전략을 견제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동시에 미국, 일본 등과 우호적인 관계를 조성하고 있는 인도를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결국 중국의 극동지역 진출은 러시아가 중국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협력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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