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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외교에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와 같은 주요 이슈를 놓고 국민은 불안하기만 한데 행정부와 청와대, 국회는 손발이 맞지 않고 여야도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낸다. 나라의 앞날이 달린 이슈에 우리가 외교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사이 다른 나라들은 외교 전략을 전문화하고, 행정부 중심의 정통 외교에 더해 공공·민간 외교 등 다원화된 외교를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스마트한 전략 외교, 스펙트럼을 넓히는 다각화 외교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 해외의 외교에서 해법을 찾아본다.
[與時齋 - 중앙SUNDAY 공동기획]
세계가 묻고 세계가 답하다
한국 외교 업그레이드하려면
의회에 ‘국제전략 연구기구’ 세워 전진기지로 활용을
의회외교는 행정력과 재정적 자원이 아닌 대화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이 때문에 의회외교는 정부 간 풀리지 않는 외교 현안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오늘날 의회외교의 역할이 커져 가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다.
유엔 기구와 국제의원연맹(Inter-Parliamentary Union) 간의 다자간 외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57개 회원국 의회들 간의 안보외교, 세계은행 회원국 의원들 간 국제금융에 관한 의회금융네트워크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한국의 주도하에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를 창설한 것도 의회외교의 좋은 예다.
하지만 국제외교는 고도의 전문적인 안목이 필요한 분야다. 의회외교 또한 국회의원들이 외교적·전문적인 전략을 가져야 성공적인 의회외교를 감당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민감한 국제 이슈들에 관해 전문적이고도 객관적인 분석과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외교 브레인 기구가 필요하다.
의회외교에서 가장 앞서 있는 미국에서 이런 모델을 찾을 수 있다. 바로 미·중 경제안보위원회(USCC)다. USCC는 2000년 설립됐으며 미 의회에 중국에 대한 정책 제안을 전담하는 기구다. 초당적으로 임명된 12명의 위원과 15명 안팎의 전문가로 이뤄진 소규모 위원회지만 이곳의 보고서와 의견은 미·중 관계에 관한 가장 신뢰도 높고 의미 있는 정보로 학계와 정계에서 평가받는다. 참여 전문가들은 현안이 있을 때마다 중국 현지 조사를 통한 연구보고서를 내놓는다.
이들은 남중국해 위기 고조,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보유 통화 바스켓 포함 등 주요 현안마다 즉시 관련 싱크탱크·대학연구소 전문가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고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의회에 판단 근거를 제시해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의회의 ‘대외정책부’를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캐나다·오스트리아·호주 등 12개국 이상에서 의회 내 외교 브레인 기구를 통해 전문적으로 의회외교를 지원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의회 내 ‘국제전략연구기구’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과 같은 국제외교 현안에 관해 전문적인 분석과 세미나 등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범국회 차원의 정책 제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또한 학계와 연구소뿐 아니라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주요국 대사를 지낸 외교 실무전문가들도 의회외교 브레인의 중요한 일부로 위촉해 의회외교 역량의 극대화를 도모해야 한다. 대한민국도 이제 의회를 외교의 전진기지로 탄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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