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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외교에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와 같은 주요 이슈를 놓고 국민은 불안하기만 한데 행정부와 청와대, 국회는 손발이 맞지 않고 여야도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낸다. 나라의 앞날이 달린 이슈에 우리가 외교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사이 다른 나라들은 외교 전략을 전문화하고, 행정부 중심의 정통 외교에 더해 공공·민간 외교 등 다원화된 외교를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스마트한 전략 외교, 스펙트럼을 넓히는 다각화 외교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 해외의 외교에서 해법을 찾아본다.
[與時齋 - 중앙SUNDAY 공동기획]
세계가 묻고 세계가 답하다
지역전문가를 ‘부대사’로 발탁, 인맥·경험 관리
미국-싱크탱크 인력풀 활용 브레인화
미국 행정부에서 외교를 담당하는 부처의 이름은 ‘외무부(Department of Foreign Affairs)’가 아니라 ‘국무부(Department of State)’다. 이는 건국 초기 행정부가 만들어지던 시절 국무부가 외교뿐 아니라 내무부 업무도 맡았던 데서 비롯했다. 그러나 오늘날 국무부란 이름은 ‘우리가 세계를 이끄는 특별한 국가’라는 미국의 예외주의적 세계관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세계의 평화를 지키고 정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미국은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국무부는 행정부 15개 부처 중 가장 큰 규모다. 대부분 부처는 장관 밑에 한 명의 부장관을 두는 정도이지만 국무부는 2명의 부(副)장관, 6명의 차관 및 각각의 지역·기능별 차관보들을 둔다. 장관과 부장관은 주로 정치인이, 차관부터는 외교 전문가들이 맡는다. 각국 대사관 인사 시스템에서 주목할 점은 각 지역에서 오래 거주한 지역 전문가들이 맡는 ‘부대사’ 제도다. 주한 미국대사관도 부대사를 비롯해 근무 중인 외교관 다수가 동북아시아 지역에 오랜 경험과 인맥을 가진 지역통들이다. 이런 지역 전문가들을 키움으로써 순환보직제인 외교관 시스템의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또한 경제·정치·공공외교 분야 등의 전문화 트랙으로 외교관 1만5000여 명의 전문성을 발굴하고 있다.
미국 외교는 따라서 단순한 대외정책이 아니라 전 세계 정보를 수집하고 세계 안보를 지킨다는 개념을 갖고 있다. 외교 비상시에 미국 최고안보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대통령과 부통령, 국무·국방·재무장관을 핵심 멤버로 해 즉각 소집된다. 대표적 정보기관인 중앙정보국(CIA) 역시 국무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보좌한다. CIA는 1945년 육군과 해군의 정보 주도권 갈등으로 고민하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에게 MI5와 MI6 같은 영국 정보조직을 소개받고 만든 기관이다. 이 조직은 미군과 안보기관을 아우르는 국제정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NSC와 함께 백악관이 세계 곳곳의 안보와 경제현황을 속속들이 알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유명 싱크탱크들은 미국 대외정책을 함께 만들어 가는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랜드(RAND)연구소 등 30여 개가 넘는 국제관계 전문 싱크탱크들은 주요한 국제관계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정부 요직에 진출하는 전문가 인력풀을 제공하기도 한다. 반대로 현직에서 오래 근무한 외교 전문가들이 싱크탱크에서 현장의 경륜을 바탕으로 대외정책을 연구하기도 한다. 유엔 대사를 역임한 존 볼턴,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부 장관, 제임스 켈리 전 동아태 차관보 등은 행정부와 싱크탱크를 오갔던 대표적 인물들이다.
상·하원 의원들이 벌이는 ‘의회 외교’ 혹은 ‘의원 외교’ 역시 전문가들의 지원 시스템으로 외교 수준을 높이고 있다. 특정 외교 현안이 발생하면 의회는 즉각 청문회를 열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의회 차원의 입장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미·중 경제안보위원회(USCC)처럼 지역별로 구체화된 의회 내 국제외교 전문 지원기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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