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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경제 위기와 각국의 대응 (5) 유럽 - 경제위기와 유럽의 통화 및 재정정책
저자: 김득갑 (연세대 쟝 모네 EU 센터)
No.2017-045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경제 위기와 각국의 통화, 재정 정책” 입니다. 경제위기의 원인을 둘러싼 각국의 논의들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세계 각국은 경제위기의 대응책으로 어떠한 통화, 재정 정책들을 사용하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또한 각국의 경제성장 전략과 통화정책, 재정정책의 연계성에 대해서도 분석할 것입니다.
유럽경제 현황과 경제위기 현주소
유럽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들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유로존 경제를 짓눌러 왔던 위기감도 크게 완화되었다. 이는 경기 회복세가 탄력을 받아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유로존 경제는 전기 대비 각각 0.5%와 0.6% 성장했으며,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각각 1.8%, 1.9% 성장하였다. 고용 사정도 꾸준히 개선되어 유로존의 실업률은 현재 한 자릿수로 하락한 상태다. 유럽 금융시장도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독일의 DAX 지수는 6월 22일 현재 1년 전에 비해 27% 상승했으며, 경제위기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그리스(5.6%), 이탈리아(1.9%), 스페인(1.3%) 모두 위기 당시에 비해 크게 하락해 있다.
현재의 경기 회복세는 내수부문 특히, 민간소비가 견인하고 있다. 초저금리와 낮은 물가, 고용 증가로 인해 실질가처분소득이 증가하여 민간소비가 꾸준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1.6∼2.0%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정부지출은 난민 유입 감소로 인해 증가율 둔화가 예상되나, 확장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투자(총고정자본형성)의 향방이다. 현재 투자는 전반적인 경제 흐름에 비추어 성장 기여도가 저조한 편이다. 초저금리의 유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경제심리와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그동안 기업투자가 회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소비 호조세도 지속되고 있어 기업투자도 본격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기회복에 힘입어 추가 고용창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한때 12%에 달했던 유로존의 실업률은 4월 현재 9.3%로 낮아졌으며, 연말에는 9%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 상승과 일부 국가의 구조개혁 지연, 그리고 브렉시트 협상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재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고 있어 현재의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ECB(유럽중앙은행)는 올해 유로존 경제가 작년(성장률 1.7%) 보다 높은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듯 유럽경제가 본격 회복되고 경제위기가 진정된 데는 무엇보다 ECB의 적극적인 통화팽창정책과 각국 정부의 유연한 재정정책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ECB의 통화정책
유로존의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ECB는 그동안 미 연준이나 일본중앙은행, 영란은행에 비해 통화정책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제성장보다 물가안정을 우선시하는 정책목표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되자 ECB는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선회하였다. 경기침체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는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ECB가 최종대부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에 나선 것이다. 1.5%였던 기준금리를 2011년 11월부터 여덟 차례 인하해 제로 금리로 낮췄고, 시중은행들의 중앙은행 예치금(deposit facility)에 적용하는 금리도 일곱 차례 인하함으로써 2014년 6월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기에 이르렀다. 2016년 3월 이래 기준금리 0%, 예치금리 -0.4%의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한편 ECB는 저금리정책뿐만 아니라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비전통적 통화정책도 적극 시행하였다. 시중은행들을 위한 초저금리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시행하는가 하면 2015년 3월부터는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시중의 채권을 매입하는 자산매입프로그램 즉, 양적완화(QE)정책도 도입하였다. 이는 금융권의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유로화 약세를 유도하여 경기 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당초 ECB는 2016년 9월까지 19개월간 월 600억 유로씩 총 1조 1,400억 유로의 자산(국채, 커버드본드 등 우량 채권 위주)을 매입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2016년 3월에 ECB는 채권 매입 규모를 1년간 한시적으로 월 800억 유로로 확대했으며, 금년 4월부터 다시 매입 규모를 600억 유로로 축소하였다. ECB의 자산매입프로그램은 금년 말까지 지속될 예정이며, 경제 상황과 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연장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ECB는 자산매입프로그램을 통해 2017년 6월 중순까지 총 2조 450억 유로의 자금을 공급하였다. ECB가 통화정책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국채만 해도 6월 중순 현재 1조 5,925억 유로에 이른다. 이러한 ECB의 자산매입프로그램 덕분에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금리가 크게 낮아졌다.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수익률은 2016년 8월에 역사상 최저수준으로 하락했으며, 현재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로존 국가 중 재정이 가장 취약한 그리스마저도 국가부도 위험이 낮아져 국채금리(10년 만기)가 5∼6%로 하락한 상태다.
ECB의 이러한 통화팽창정책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미국은 역사상 최저수준의 실업률(2017년 5월 4.2%)을 기록하는 등 경제여건이 양호해 금리 정상화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따라서 미 연준은 이미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금년 중 연방기금금리를 한두 차례 더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연말 이전에 4조 5천억 달러에 이르는 보유자산을 점차 축소하는 테이퍼링(tapering)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미 연준에 이어 ECB도 조만간 통화긴축정책에 나설 것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ECB의 정책기조 변화를 요구해온 독일을 비롯한 매파들의 압력이 거세다. 독일의 경우 GDP 갭이 거의 사라져 물가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유럽 국가들의 주택가격도 심상치 않다.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버블을 알리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ECB는 정책 변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달리 유로존의 전체 실업률이 여전히 높고 유휴 노동력(slack)도 풍부해 아직은 금리인상을 고려할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나름 근거가 있다. 우선, 미 연준은 세 차례의 양적완화프로그램을 통해 보유자산 규모를 4배 이상 늘린 반면, ECB의 자산 규모는 단지 3배 증가했을 뿐이다. 또한 그동안의 유동성 공급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당초 기대했던 은행들의 민간대출은 완만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모기지 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증가율은 2017년 5월 현재 2% 중반까지 회복했으나, 기업대출 증가율은 1%대 중반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역사적인 초저금리와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을 고려한다면 ECB로서는 은행의 완만한 대출증가 속도가 불만이다. 따라서 ECB는 금년 말 물가 추이와 자금시장 등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통화정책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정책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수지는 계속 개선되어 적자 규모가 2016년에 GDP 대비 1.5%로 낮아졌다. 2016년 국가별 재정수지를 살펴보면, 스페인(GDP 대비 4.5%), 프랑스(GDP 대비 3.4%)를 제외한 나머지 유로존 국가들은 모두 재정적자 규모가 GDP 대비 3% 이내로 줄어들었다. 회원국들의 재정수지 개선은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 증가와 지출 감소, 그리고 ECB의 자산매입프로그램에 따른 정부의 이자비용 지출 감소에 기인한다. 이러한 요인들을 제외한다면 유로존의 구조적 기초수지(structural primary balance)는 오히려 소폭 악화되었다. EU집행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2016년 유로존의 재정지출은 잠재GDP 대비 0.2%p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스페인(1.1%p), 오스트리아(0.8%p), 이탈리아(0.4%p)에서 재정지출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독일도 기초수지 흑자가 0.4%p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는 난민위기로 인해 추가 지출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경제규모에 비해 높은 부채수준을 지닌 국가들은 재정지출 여력이 없을 텐데도 재정지출이 늘었다. 이들 국가의 재정지출 확대는 국채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 감소와 EU집행위원회의 재정준칙 위반국가에 대한 관대한 조치로 인해 가능했다. 이는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1∼2013년에 재정건전화 강화를 위해 EU 차원에서 여러 제도적 장치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회원국들의 준수 노력은 그다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뜻한다. 정부부채를 줄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원국 정부는 여론 악화를 우려해 긴축정책을 펼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GDP 대비 60%의 정부부채 비율과 GDP 대비 최대 0.5%의 구조적 기초수지 적자’를 규정하고 있는 새로운 재정협약(Fiscal Compact)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를 제외한 나머지 유로존 국가들은 2017년에도 재정정책을 작년보다 더 확대 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전체적으로 재정지출 규모는 GDP 대비 0.2%p 증가할 전망이다.
유로존 국가들의 유연한 재정정책은 ECB의 통화팽창정책에 비해 그 파급효과가 작더라도 단기적으로 경제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회원국들의 구조개혁과 재정건전화 노력이 없다면 경제상황 악화 시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일은 회원국들의 구조개혁과 재정건전화 의지가 약화될 것을 우려하여 ECB의 자산매입프로그램(양적완화정책)을 반대해왔다. 만약 ECB의 국채 매입이 중단된 상황에서 국채금리가 상승할 경우 정부부채가 많은 국가들은 ‘국채금리 상승 → 이자비용 증가 → 재정수지 악화 → 국가 신용도 하락 → 국채금리 상승’의 악순환 고리에 빠져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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