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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각국의 북극 전략 (5) 유럽 - 유럽의 북극전략 논의와 정책 방향
저자: 서현교 (극지연구소 미래전략실)
No.2017-040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각국의 북극 전략과 관련된 최근의 논의와 정책 방향 전망” 이다. 북극을 둘러싼 각국의 주요 현안 및 주력분야는 무엇인지를 알아보며 각국의 북극전략을 개관한다. 또한 각국의 북극 전략이 주변국가와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북극을 둘러싼 주요 국가들과의 협력 추진 상황을 점검한다.
유럽의 북극전략 개관
유럽은 북극 이슈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라 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북극 이슈를 주도하는 가장 큰 규모의 정부간 포럼으로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가 있다. 북극에 영토를 가지고 있는 8개국(미국,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그린란드, 핀란드, 스웨덴, 아이슬란드)이 북극이사회의 회원국인데, 28개 EU회원국 중 3개국(덴마크, 핀란드, 스웨덴)이 동 회원국에 포함되어 있다. 또한 북극에 영토는 없지만 북극이사회 내에서 북극 이슈에 협력하는 ‘북극이사회 옵저버(Observer)’로 13개국이 등록되어 있는데 프랑스, 독일, 이태리, 네덜란드, 폴란드, 스페인, 영국이 옵저버에 속해 있다. 더욱이 유럽경제지역(European Economic Area)에 非EU회원국이면서 북극이사회 회원국인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가 가입되어 있다. 이처럼 EU 회원국들이 북극 거버넌스를 주도하는 조직에 참여하고 있으며, 또한 EU에 속해 있지 않는 북극권 국가들도 유럽경제지역과 같은 활동에 참여하어 EU와 상호 협력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런 관계 속에서 EU는 북극전략을 수립·실천하고 있으며, EU회원국에게도 회원국 정책과 EU북극정책 간의 조화를 요청하고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등이 2016년 4월 27일 유럽연합정상회의(European Council)와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에 보고한 “북극의 통합EU정책”(An integrated European Union policy for the Arctic)에는 EU의 3대 북극전략, 즉 △기후변화와 북극환경 보호, △북극과 그 주변지역에 대한 지속가능개발, △북극이슈에 대한 국제사회 협력이 제시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1996년 출범한 북극이사회의 목표가 “북극의 환경보호와 지속가능개발”으로, EU의 3대 북극전략이 북극이사회의 목표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EU는 3대 북극전략 중 첫째 ‘기후변화와 북극환경보호’를 위해 2016-2017년 기간 총 4,000만 유로를 연구비로 책정하여 북극통합관측, 북극기후변화 및 그에 따른 사회·경제·환경 충격, 북극으로의 오염물질 유입 및 외래종 침입 대응, 석유가스개발의 환경충격 대응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연구인프라 공동활용 및 과학데이터 공유 등도 주요 활동 목표다. 둘째 ‘북극 및 그 주변지역에서 지속가능개발’은 북극의 전통(문화, 언어, 경제활동 등)을 보호하고, 북극 경제개발이 북극환경에 주는 충격의 대응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특히 EU는 자체 경제활동과 정책결정이 북극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북극권 국가들이 생산하는 에너지 및 수산업에 대해 EU가 주요 소비국으로 자리잡고 있어, 북극 개발/산업활동의 도의적 책임자로서 EU가 북극의 지속가능개발에 기여해야 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다. 그래서 북극 사회(Arctic Society)에 대한 경제, 사회, 환경의 회복(Resilience)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셋째 국제협력이다. EU는 북극이사회 활동에 적극적인 참여 및 협력을 지속하고, 유럽 바렌츠 지역 국가간 포럼인 바렌츠유로북극이사회(the Barents Euro-Arctic Council: BEAC: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러시아, 스웨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같은 지역협력기구의 활동도 강화하며, ‘월경성 장거리이동 대기오염 물질에 관한 협약(CLRTAP)’ 등 북극 환경보호에 적용되는 국제협정에도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도 북극이사회 관련 회의에서 EU는 각 대표를 보내 각 이슈를 파악하고 대응하고 있다.
북극이사회 신임 의장국 ‘핀란드’
한편 북극이사회는 지난 5월 11일 회원국 8개국 간 각료회의에서 2년 임기의 의장국이 미국에서 EU 회원국인 핀란드로 바뀌었다. 사실 북극이사회는 1991년 핀란드 북극도시인 로바니에미에서 열린 북극 장관회의를 기점으로 북극권 국가 정부 차원의 협력이 시작되었다. 당시 북극권 8개국은 어느 특정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북극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불가하고, 특히 8개국 중 어느 한 나라의 환경오염 충격이 나머지 7개국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위 ‘환경운명공동체’ 성격을 띠고 있어 북극의 환경보호와 지속가능개발이라는 공동의 이해관계 속에 핀란드에서 처음으로 모인 북극 장관회의는 수차례 회의를 거쳐 결국 1996년 북극이사회 출범으로 이어졌다.
북극이사회 의장국은 8개국이 순번으로 맡는데 의장국이 되면 2년 임기 중에 주도할 수 있는 의장국 사업을 제안한다. 핀란드는 올해 새 의장국이 되면서 기후변화 감축 및 적응과 지속가능발전을 모토로 하여 △“환경보호”, △“연결성(통신인프라)”, △“기상협력”, △“교육” 등 4개 사업을 제안하고 추진하게 됐다. 먼저 환경보호 사업에서는 생물다양성 보존 및 환경오염 방지, 기후변화 감축 및 적응이 주 대상이고, 둘째, ‘연결성’에서는 북극 취락지구의 고립성 및 거주지역 간 원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인프라 구축을 통해 원격교육, 원격의료 및 사회 네트워크 강화, 관광수요 충족 등에 대응할 계획이다(동 사업은 직전 의장국인 미국의 의장국 사업을 핀란드가 이어받은 계속 사업이다). 또한 기상협력에서는 해운 및 항공 운항에서 공동안전 확보는 물론 북극 기후과학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목표로 회원국 간 기상학-해양학 분야 협력 및 세계기상기구(WMO)와의 협력강화 추진을 하고 북극권 육지/해양/대기/우주 모니터링 강화 및 정보교류 등을 추진한다. 교육 부문에서는 북극의 문화적 다양성, 다양한 원주민 언어, 다양한 문화전통 등을 고려하여 교육을 통해 북극 커뮤니티의 지속가능 발전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교육 컨텐츠의 디지털화 및 교육전문가 간 네트워크, 교수법 개발 등을 할 계획이다.
이러한 핀란드의 의장국 4개 사업 중 환경보호와 기상협력 등 2개 과제는 핀란드 극지연구 싱크탱크 거점기관인 핀란드기상연구소(FMI)가 중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1838년 출범한 핀란드기상연구소는 기상관측/연구만 하는 게 아니다. 핀란드 전역을 포함하여 남·북극의 기상관측, 기후변화 및 대기연구 외에 우주/태양계, 해양물리, 해빙 등 관측·연구 범위가 폭넓고, 핀란드 남극 아보아(Aboa) 과학기지 운영 및 보급지원 책임, 핀란드 국가남극연구프로그램(FINNARP: Finish Antarctic Research Program) 수행 등 우리나라 극지연구소(KOPRI)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EU은 28개 회원국 국가연구소 간 네트워크에 기반한 인프라 공동활용 및 데이터 공유, 연구협력, 인력교류 등 협력이 활발하여 핀란드가 환경보호, 기상협력, 교육 사업에서 협력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며, 통신인프라 사업도 기존 노키아의 통신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더욱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의 북극연구 선도국 ‘노르웨이’
한편 세계 5위의 북극연구 실적을 내고 있는 유럽권 북극연구 선도국인 노르웨이는 EU회원국은 아니지만 북극정책에서 EU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공식 표방하고 있다. 노르웨이 모든 부처의 R&D사업을 관장하며 우리나라 기획재정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정부 R&D사업관리기관인 ‘노르웨이연구회(Research Council of Norway; 이하 연구회)’는 노르웨이의 국가 극지연구정책 및 과제 공모/평가도 관장한다. 연구회는 10년 단위 노르웨이 극지연구전략 수립 및 전략에 맞는 과제 개발/공모 등을 하는데, 2013년 10월 “Norwegian Polar Research 2014-2023”이란 국가 극지연구전략을 수립하였다. 동 전략은 △환경과 기후변화, △자연자원과 산업활동, △국제협력 및 연구인프라 등 3개 주제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 등의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면서도, 북극권 국가로서 석유 및 지하자원 수산자원(어업, 양식업) 등의 산업화 연구, 그리고 관련 인프라 구축 및 국제협력에서는 EU의 국제 남북극 연구프로그램 참여, 데이터 공개, 친환경 모니터링 기술/인프라 개발 등이 주요 사업들이다. 연구회는 또 동 10년 전략을 과업제안요청(RFP) 형식으로 구체화한 “POLARPROG 2015~”라는 극지 장기연구프로그램 전략을 제시했다. 이 프로그램에 의해 연구회는 세부 과제를 공모한다. 한편 공모과제 선정 및 평가에서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연구회는 공무원을 배제하고 노르웨이 자국내 극지분야 싱크탱크 기관 전문가 8인, EU회원국인 덴마크와 스웨덴의 유명 대학인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과 스웨덴 룬드대학의 전문가 각 1인을 포함한 총 10인으로 선정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과제 선정 및 평가를 한다.
노르웨이 극지연구 싱크탱크 기관인 노르웨이극지연구소(NPI)도 EU와 협력하여 기관운영을 한다. NPI는 정부출연금이 아닌 연구회 R&D과제를 수주해 사업을 수행할 경우, 자국뿐만 아니라 EU회원국을 대상으로 박사과정 연구원 또는 박사후과정 연구원 등의 젊은 연구원을 선발하여 단위 사업에 참여시킨다. 이 젊은 계약직 연구원의 연봉은 연구회 규정에 의거하여 1억원에 가깝다. 그래서 동유럽 등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유럽국가는 물론 서유럽 국가 의 대학원생/포닥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그리고 이 젊은 연구원들이 사업참여 기간 중 국제저널에 1저자 논문 등 탁월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경우 NPI는 정규직 연구원으로 채용한다. 그래서 현재 NPI는 23개국 국적의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고, 연구부장의 국적도 터키이다. 또한 연구데이터 공개에도 적극적이다. 국내에서는 데이터/시료를 획득 장소 등 설명데이터 성격의 ‘메타데이터’ 공개가 일반적인데 반해, NPI는 수치데이터 구축 후 2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웹사이트에 직접 공개하여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유럽 북극전략의 미래 방향
지금까지 EU의 북극전략을 통해 북극 이슈에 직간접적인 참여 형태 및 북극이사회에서의 활동 현황을 살펴보았다. 또한 EU회원국이자 북극이사회 새 의장국이 된 핀란드의 의장국 프로그램을 통해 북극에서의 핀란드의 관심사와 대표 정책, 그리고 EU회원국은 아니지만 유럽에서 북극연구 선도국인 노르웨이의 극지연구정책 및 연구기관 활동에서 EU와의 협력 관계를 통한 연구경쟁력 확보 현황을 살펴보았다.
EU는 2009년 각료회의에서 우리나라와 함께 북극이사회 옵저버 가입을 신청했으나 우리나라와 함께 가입이 유보되었고, 2013년 각료회의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이 옵저버가 되었으나 EU는 승인 결정이 다시 최종 연기(Defer)되었다. 이처럼 EU 각 회원국들이 북극이사회 회원국 또는 옵저버로 활동하고 있으나, EU차원에서도 직접 참여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아직 북극이사회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재 북극이사회 산하 워킹그룹이나 TF, 전문가작업반 등에 EU본부 차원에서 대표를 파견하여 각 이슈에 대응·협력하고 있다.
더욱이 향후 EU의 북극 이슈 참여 및 활동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북극전략이 북극이사회의 목표인 (기후)환경보호와 지속가능개발이라는 큰 틀에서의 목표와 일치하고 있고, 북극이사회 의장국 핀란드도 관련 의장국 사업을 수행하면서 EU와 북극이사회 간 협력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북극 자원에 대한 접근성 향상 및 북극항로 상용화 등 북극 및 유럽의 경제가 북극권을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그로 인해 환경이슈가 현재보다 더 부각된다면, 북극이사회와 EU가 공동으로 표방하는 ‘국제협력’을 기반으로 북극현안 대응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유럽극지위원회(European Polar Board)라는 유럽의 국가 극지프로그램 운영자간 네트워크가 1995년 결성되어 현재 유럽 19개국 관련 기관들이 참여 중이고, 이 기구를 중심으로 북극 이슈 해결을 위한 각 연구사업 간 코디네이션(중복방지), 인프라 공동활용, 국가 간 연구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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