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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각국의 북극 전략 (4) 러시아 - 러시아의 북극전략과 최근 정책방향 전망
저자: 김정기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No.2017-039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각국의 북극 전략과 관련된 최근의 논의와 정책 방향 전망” 이다. 북극을 둘러싼 각국의 주요 현안 및 주력분야는 무엇인지를 알아보며 각국의 북극전략을 개관한다. 또한 각국의 북극 전략이 주변국가와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북극을 둘러싼 주요 국가들과의 협력 추진 상황을 점검한다.
푸틴 대통령의 북극전략 추진 관련 최근 행보와 의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29일 총리와 국방장관을 대동하고 북극해의 프란츠-요셉 제도의 트레포일(Trefoil) 군사기지를 방문했다. 이곳은 러시아가 북극권에 구축하는 군사기지 중 가장 북쪽에 위치(위도 80도)해 있는 기지로 150명의 병사가 18개월 동안 외부의 지원 없이도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리고 기지 시설의 외관은 러시아 국기의 백, 청, 홍 3색으로 도장되어 있다. 푸틴 대통령은 시설과 주변의 빙하를 둘러보면서 러시아 경제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집중되어 있는 북극지대의 경제와 안보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어 다음날인 3월 30일에는 “북극-대화의 땅” 주제로 러시아 북단의 도시 아르항겔스크에서 개최된 북극개발 관련 국제 포럼에 참석하였다. 연설을 통해 러시아는 북극지역의 1/3을 소유하고 있어 특별한 책임이 있으며, 안정적으로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미국에게 서로 협력하여 북극 석유자원을 개발하고 양국관계를 개선하자고 제의하는 등 협력과 제재해제를 촉구하였다.
이는 북극에 대한 러시아의 자부심과 존재감을 피력함과 동시 북극지역에 잘 정비된 러시아 군사력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것이다. 사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등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게 되자 북극 개발 협력을 내세워 고립국면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하였다. 당시 북극연구 보고서나 전문가 토론 등을 통해 서방과의 북극개발 협력이 고조된 신냉전 분위기 또는 핵전쟁 우려를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분석하거나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2013년 승인한 북극 독트린에 맞추어, 그리고 로고진(Dmitry Rogojin) 부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가북극개발위원회’를 내세워 러시아 북극지역 인프라를 정비하고 에너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방문한 트레포일 군사기지 건설도 2013년 9월 북해함대가 원거리 탐사를 시작하고 그해 12월 북극 상주 부대 창설을 지시함에 따라 2014년부터 북극해 지역에서 군사력 강화 조치가 이어진데 따른 결과였다. 바로 북극해 일대의 군사인프라 발전과 함께 지상군의 안보태세 유지, 그리고 북해 함대 증강 등 해군 전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북극지역을 군사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 일환으로 북해함대를 모체로 하는 북극통합전략사령부를 설치하고 북극해에서의 신속전개 훈련 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 그리고 노바야 제믈랴, 프란츠-요셉 제도, 브란겔랴 섬, 알렉산드르 제믈랴, 시미트 곶 등에는 군사도시 건설, 비행장 복구, 북극해 지역 상황 센터 등 현대적 군사 인프라를 건설했거나 건설 중에 있다. 북극해 항로 보호를 위해 브란겔랴 섬과 시미트 곶에 전자전 부대와 항공부대가 배치되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방공역량 강화를 위해 함재기 연대, 대공미사일연대, 공군 및 방공 연합부대도 창설되었다. 2015년부터는 북극해 조건에 부합하는 잠수함 활동계획도 작성하고 있다.
한편 지난 5월 30일에는 북극해의 야말반도 사베타(Sabetta)항에서 한국 대우조선 해양이 수주(15척, 총 48억불)하여 세계 최초로 건조한 쇄빙액화천연가스운반선(쇄빙LNG선)의 입항식이 거행되었다. 이 선박은 길이 299m, 폭 50m로 최대 2.1미터 두께의 얼음을 깨며 나갈 수 있으며, 한국 전체가 이틀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인 17만 3600㎥의 LNG를 운반할 수 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화상 전화로 출연해 ‘쇄빙LNG선 입항은 북극권 개발에 큰 진전’이라며 축하하였다. 이어 6월 3일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가한 가운데 이 배의 명명식이 거행되었다. 선명은 야말 LNG프로젝트의 기반을 닦은 전 프랑스 토탈사 회장(2014년 모스크바에서 비행기 사고로 사망)의 이름을 따서 ‘크리스토프 드 마르주리’호로 명명되었다. 푸틴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야말 프로젝트는 막연하게 여겨지던 북극항로의 가능성을 활짝 연 것으로 러시아, 아시아, 유럽뿐 만 아니라 전 세계 에너지 산업발전 큰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언급하였다.
이는 한국이 기술력으로 청정연료인 액화천연가스의 본격적인 북극해 운송 시대를 열었고, 북극권 에너지 개발을 본격화하는 데 있어 촉매제 역할을 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러시아로서도 북극에너지 개발과 북극 항로를 통한 운반에 큰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실 야말 LNG 프로젝트 성공 평가는 러시아 단독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한국,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외국의 참여와 지원의 힘이 컸으며,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제재 하에서도 이루어졌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제 하나의 성공 사례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북극개발 전략 추진은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겼고 한국도 북극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되었다.
러시아의 ‘북극’ 인식: 미래 국익 확보와 부활의 상징
그렇다면 북극은 과연 러시아인에게 있어 무엇이고 미래에 무엇으로 다가오고 있는가? 이는 러시아인들에게 새삼스러운 질문은 아닌 것 같다. 러시아에게 있어 북극은 Ekaterina Klimenko(SIPRI Policy Paper No. 42.)의 언급처럼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언제나 미래의 국익을 위한 하나의 ‘새로운 보물 상자’(treasure chest)로 간주되어온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제질서의 흐름과 시대가 변하면서, 그리고 국가의 위상이 달라지면서 북극이라는 존재는 러시아에게 새로운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 러시아로서는 21세기 탈냉전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면서 16세기부터 지속되어 온 ‘팽창의 역사’라는 궤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축소의 역사’위에 놓여있다. 북극과 면해있는 시베리아 지역이 4세기 이상 러시아제국의 팽창의 역사를 쓰게 한 공간이자, 기반이었다면 러시아에게 ‘축소의 역사’를 종식시키고 극복할 수 있게 해줄 존재가 바로 북극(北極)이라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북극이 21세기의 자원 공급 거점이라는 단순한 경제적 관점을 넘어서는 그 이상이며, 국가안보를 비롯하여 정치, 군사, 기술, 환경 등 모든 범위를 포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에게 있어 북극은 미래를 향해 러시아의 존재감을 제대로 인식시켜줄 수 있는 구원의 대상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북극 정책에는 러시아인들의 소박한 꿈과 두려움, 러시아 정치인들의 야망, 러시아 전략가·사상가들의 이상이 모두 어우러져 있다. 이 어우러짐 속에는 북극이 러시아를 존속하게 해줄 마지막 보루라는 다급함과 우선적인 개발의식도 있지만, 미래를 향해 계속 나아가게 할 자기영역이라는 의식과 다자와의 협력·상생이라는 인식이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다. 즉 지경학적, 지정학적, 전략적 야심이 아주 크게 자리하고 있지만, 이와 더불어 국제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적절하게 정치적, 경제적 국익을 지켜 나간다는 온건함도 배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북극지역의 발전에 전략적 우위를 부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북극에서의 국익 극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강대국 러시아 부활의 축포를 쏘고자 한다. 그러한 경향은 푸틴 대통령의 3기 집권이후 러시아 엘리트들이 러시아를 북극의 리더로 부각시켜 보려는 의도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깊어진 서방과의 갈등의 골을 북극이라는 유리한 지정학적 요소를 이용하여 메우려는 의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는 북극 군사기지 공개 등 북극 개발 전략을 이행해 나가는 최근 러시아의 행보와 연계되고 있다.
러시아의 북극전략 목표와 정책 추진 방향
푸틴 대통령은 2013년 2월 ‘2013-북극 독트린: 2020년까지의 러시아 북극지역 발전 및 국가안보 대비 전략’을 승인하고 2015년 4월에는 북극지역 특별 경제발전 프로그램을 확정하였다. 여기에는 북극을 2020년까지 러시아의 국익을 창출하기 위한 최대 전략적 자원기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으며, 이전에 발표된 여러 북극개발 전략 문서들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이 전략문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러시아의 북극개발 목표는 1) 북극의 풍부한 자원 개발과 경제 발전, 2) 북극해 항로의 국제무역루트로의 개발 및 병참선 활용, 3) 평화와 협력 확대에 기여하는 수단으로의 이용, 4) 북극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안보 확립으로 집약할 수 있다. 또한 전략 문서는 러시아 북극지대의 개발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책적 차원에서 뒷받침하고, 특히 북극 자원 개발에 필요한 외국인 투자 및 첨단 기술 확보의 중요성, 북극지역 출입국 관리 기능 강화 및 북극해 항로상의 하구·강·해협 등에 대한 통제방안 수립, 국제적인 차원의 협력 확보 필요 등도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는 상기 전략문서에 맞추어 대륙붕 영토 분쟁, 북극해 항로, 기후 및 환경, 에너지 개발, 북극 군사력, 토착민 생활환경, 국제협력 확보 등의 현안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북극전략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먼저 북극 국가들과 대륙붕 등 북극영토 분쟁 해결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러시아가 야심차게 대륙붕 확장을 주장하는 데 있다. 러시아는 2007년 티타늄 국기를 북극점 해저 4,200m에 설치한 데 이어 시베리아의 대륙붕이 북극점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북극 대륙붕 확장 주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어 신 냉전을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러시아는 북극 영유권 주장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고, 북극해 인접 국가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분쟁화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러시아가 UN CLCS(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를 통해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필요한 제반 증거 확보에 진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극단적 행동 은 서로 자제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계속해서 보내고 있는 것은 협의를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음으로는 북극해 항로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독점적 관할로 간주해온 북극해 항로(NSR)가 부분적이나마 북빙양의 해빙 지속으로 서유럽-일본·중국 간 거리 및 시간 단축, 운송비 20%40% 절감 등 경제성이 높아지면서 국제무역 통로로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 일본, 중국 등이 큰 수혜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북극항로는 항해 위험 상존, 운항 노하우 필요, 안내인 사용, 높은 보험료, 구조센터 부족 등 아직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북극해 항로에 대한 공동이용 요구 등 러시아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발도 문제이다. 그러나 북극해 항로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면서도 국제 운송 시스템의 통합과 국제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북극 군사력 정비 및 군 활동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는 냉전 이후 북극에서 자국의 군사력 규모가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축소되었고 NATO에 비해 해군과 공군력이 열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1) 러시아 주권 확립 2) 러시아의 경제적 이익 보호 3) 글로벌 수준의 군사적 능력 보유 및 이를 통한 러시아의 강대국 위상 과시 등을 위해 제한적이나마 군사력 투사가 가능한 수준을 북극지역 군사정책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략 폭격기·전략 핵잠수함 이용, 해군의 함정 순시 및 훈련 강화, 군사기지 건설 등에 나서고 북극 통합전략사령부를 설치하는 등 군사적 힘을 과시하고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기후 변화 및 환경문제에 대한 철저한 대처이다. 러시아 정부는 북극의 기후 변화가 국제관계와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파급효과가 크고 북극 지역 불안정의 주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즉 북극지역의 어업, 석유·가스 자원 생산 및 교통 시스템, 관광, 지역 안보 등이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러시아는 최근 기후변화를 북극 전략에 포함시켜 적극 대응해 나가야한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표명하고 있다. 그리고 에너지 개발은 생산방식에 따라 환경에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개발 방식에 대한 의견 수렴과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극 토착민족의 생활여건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 북극지역에는 27개 토착민족 20여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북극 개발로 인해 현재 토착민들의 생활난과 사회적 부적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원주민의 생활여건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이들의 생활수준을 러시아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연방헌법에 명시된 대로 토착민에 대한 특별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북극전략과 관련 눈여겨 볼 것은 대외협력 관계를 강화하려는 자세이다.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극해 연안 국가들과의 상호 이해의 폭을 확대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비 북극국가들인 한국, 중국, 일본, 인도, 싱가포르, 이탈리아 등 북극이사회(AC) 영구옵서버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자국의 세력을 확대하고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려 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로부터 첨단 기술과 투자 유치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중에서도 중국과의 협력이 두드러지고 있어 주목된다. 이에 대해 비 북극 국가들은 천연자원, 물류, 교통 등 경제적 측면에서 북극에 공세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즉, 중국 등 수출 주도 국가들은 북극해를 통과하는 상업적 교통수단의 이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원의 탐사와 새로운 북극 항로의 개발은 북극에서 자신들의 지정학적, 군사적, 전략적 연계성을 강화시켜 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EU, NATO는 러시아의 북극정책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 등의 이러한 반응을 도전적인 요소로 보고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의 북극 정책 개입이 심화된 이후인 2000년대 중반부터 북극은 미국 군부와 NATO의 주요 관심사로 부상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쇄빙선도 노후화된 1척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며, 북극 예산 규모도 빈약한 실정이어서 북극 파워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로서는 미국이 북극지역을 군사, 정치, 경제적 측면에서 탐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 하에 북극해 항로를 국제적 차원에서 다루려 한다고 보고 있다. 즉 북극해 항로이용 비용 지불 문제에 대한 이의 제기, 북극이사회를 단순한 토론의 장으로 폄하하고 NATO의 북극 내 역할 강화에 대한 지지 등으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는 미국과 북극 에너지 개발 및 환경 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공조를 모색하는 등 협력과 견제의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 본 대로 러시아의 북극전략 추진은 북극에서 러시아의 권위를 세우되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북극은 러시아가 강대국으로 부활하는 탄탄한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익을 중시하되 대외협력 활성화를 통해 북극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북극정책은 전반적으로 러시아 부분에 대한 주권과 군사적 존재를 단호하게 과시하면서도 협력과 협상의 원칙을 현안 해결에 적용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대응 방향: 북극 진출과 신정부의 유라시아 대륙 협력 정책과의 연계 강화
그간 한국은 과거 북방정책의 끈을 이어서 역대 정부 모두 극동지역과의 철도·에너지 망 연결을 도모해 왔으며, 이를 통해 대륙으로 진출하는 정책을 추구해 왔다. 이중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이니셔티브 구상도 유라시아 대륙과의 협력 확대를 지향함으로써 ① 북한 개혁·개방 유도 ② 유라시아 대륙 내 경제 공간 확장·교류협력 촉진·평화번영 기여 ③ 북한과의 협력 확대 → 통일기반 구축 → 통일한국의 국가정책으로의 연계 등을 도모하는 장기 국가발전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었다. 다만 유라시아이니셔티브는 원대한 비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북한 핵·미사일 도발 등 여러 국내외 요인과 실행력 부재에 의해 진전되지 못한데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으로 다소 소원화 되면서 정책 추진이 한계에 봉착했고, 결국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운명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 유라시아이니셔티브 구상에는 당연히 북극해 항로 개발이 주축이 되는 우리의 북극진출 정책도 연계되어 있었고, 5회에 걸쳐 북극해 항로 시험운항은 물론 쇄빙선 아라온 호 건조에 이어 러시아의 발주로 북극해 항로를 운항할 쇄빙LNG선을 건조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본격적으로 북극해 항로에서 LNG를 운송하는 시대를 열게 됨으로써 북극권에서 에너지 자원 개발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향후 한국의 북극지역 진출 정책을 활성화시키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한국의 북극진출 정책은 우리가 가진 전략적 자산의 한계와 비 북극 국가라는 제약 요인으로 인해 그리 활발하지 못했다. 때문에 자원분야 업스트림(upstream) 진출은 생각지도 못한 채 다운스트림(downstream) 분야인 북극해 항로 개척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의 여건상 북극진출에서 다운스트림(downstream) 분야 위주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나 다운스트림 분야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진출분야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과 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비 북극권 국가이고 북극이사회(AC) 영구옵저버 국가이지만 보유 전략적 자산과 북극에 대한 정책적 수단 측면에서는 우리보다 매우 유리한 입지에 처해 있다. 거기에다 중국, 일본 모두 북극개발 진출 관련 러시아와의 협력을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중국은 비 북극 국가라는 한계를 의식하여 ‘중국은 북극에서 멀지않은 가까운 곳에 있는 나라’라고 하면서 중국도 북극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거기에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다 북극해 항로를 겨냥한 일도(一道)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일대일로 + 일도(一帶一路 + 一道)’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최근 아베 총리가 중국의 적극적인 북극 개발 참여와 북극 관련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강화되는 것에 자극을 받아 북극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선박의 항행을 조정하는 국제법 제정과 북극해의 유용광물 자원 채굴을 주장하고. 북극에서 미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간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등 북극에서의 일본의 정치, 경제적 영향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은 북극 진출과 관련 어찌해야 하는가? 그것은 ‘지피지기+한걸음 빠른 선점 노력+연계성 강화’를 융합하여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데 달려있다고 본다. 그래야만 북극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각축전에서 나름대로 우리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2일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시 “한반도와 국경을 맞댄 이웃나라 러시아는 유라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북극항로 공동 개척과 에너지 협력 등 신성장 분야에서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양국이 극동 지역 개발에 협력 할 수 있길 희망한다.”는 정책 방향을 밝힌 것처럼 신정부가 유라시아 대륙 진출 정책을 지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극해 항로 개척 활성화 등 북극지역 진출 정책과 유라시아 대륙 진출 정책을 입체적으로 연계시켜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키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종합적인 컨트롤타워를 설립하여 업무를 꾸려나가야 한다. 그리고 무조건 이전 정권의 정책이라고 폐기하기 보다는 시간낭비 하지 말고 유용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정책을 보완하여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정책 성공의 주요 요소이다. 앞에서 열거한 러시아의 북극개발 전략과 대외협력 방향을 고려하여 우리의 북극진출 전략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북극이라는 거대한 존재에 위축되기 보다는 확고한 돌파 의지를 갖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북극을 영토와 위치라는 물리적 공간으로 인식해서는 우리가 절대 나아갈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영토와 위치가 아니라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 우리의 역량에 유리한 기술적 파워와 새로운 국제관계시스템으로 연결해 나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의 시대가 치밀하게 연결된 ‘네트워크-커넥션 시대’ 라는 점에서 영토의 소유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누가 어떻게 이용하는 지가 더 중요하고 실속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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