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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인구변화와 사회변동 (5) 유럽 - 인구변화와 유럽 사회의 전망
저자: 김인춘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No.2017-32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인구 변화와 사회변동” 이다. 저출산 고령화, 다인종 다문화 사회, 이민 수용, 도시와 지방의 격차 심화, 여성의 정치 참여 등 인구 변화가 가져온 사회 현상과 각국의 핵심 쟁점을 소개한다. 또한 인구 변화에 대응하기위한 국가 정책(고용 및 복지, 산업전략, 성장 정책, 여성정책, 지방발전전략 등)의 각국별 특징을 분석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노년학 교수인 사라 하퍼(Sarah Harper)의 ‘인구변화가 세상을 어떻게 전환시킬 것인가’(How Population Change Will Transform Our World, 2016)라는 책에 의하면 향후 몇 십 년 간 인구변화가 심각한 문제들을 초래할 것이라고 한다. 이민, 사회복지, 불평등 등의 문제와 이에 대한 논란이 심화될 것이라고 한다. EU는 노령화와 출산력 저하로 2015년 사상 첫 인구 자연 감소를 경험했지만 이민 및 난민 유입으로 인구는 증가했다. 인구(노동력)이동을 촉진하는 세계화와 지구적 노령화로 인한 인구변화의 임팩트는 이미 개인적, 사회적, 일국적, 지구적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7년 1월 무슬림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제한 조치는 유럽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일부 유럽의 지도자들은 이를 비판한 반면, 유럽의 포퓰리스트 우파 지도자들은 이를 크게 환영했다.
유럽지역의 인구 노령화, 아시아의 풍부한 노동력에 의한 ‘인구배당(demographic dividend)’효과, 중동지역의 높은 청년인구 비중, 아프리카의 급속한 인구증가와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 등 지구적 인구변화는 각 지역에 큰 기회와 도전이 되고 있다. 전 세계 국가 중 2/3는 인구대체율 수준이거나 그 이하의 출산율을 갖고 있으며, 사망률 하락과 65세 이상 인구의 기대수명 연장으로 글로벌 노령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유럽지역의 인구변화와 인구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2013년 1월 26일자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유럽의 인구(European demography)’ 기사에서 노동인구의 감소로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한다. 2013년은 EU 전체가 노동인구(20-64세 기준)의 감소가 시작되는 장기 인구변동 추세에 접어드는 첫해였다. 2012년 3억 820만명인 노동인구가 2060년에는 2억 6천5백만이 될 것으로 추계되었다. 반면, 노령인구의 증가세 지속과 출생률의 하락으로 노령인구 부양비율은 2010년 28%에서 2060년 58%로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2020년 초반부터 급증할 유럽의 노령인구는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될 것이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향후 50년간 EU 전체에서 매년 GDP 대비 4%포인트의 노령화 관련 재정지출 증가를 전망하고 있다. 끝없는 긴축이 예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저출산과 노령화라는 유럽의 인구변동이 초래하는 비용과 임팩트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출산율 증대 외에 더 오래 일하거나 젊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방안이 있다. 실제로 유럽에는 매년 백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순 노동이민(대부분 젊은층) 인구의 순유입이 노령화의 부작용을 완화하고 있다. 유럽 인구의 급속한 자연 감소에도 동유럽 출신 이민자와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난민 및 이민자의 유입으로 유럽의 총인구는 2015-16년 오히려 증가했다. 유럽에서 인구 1위인 독일은 물론 2위인 프랑스와도 인구격차가 컸던 영국은 2004년, 2007년 EU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 출신 이민자들로 인구가 증가하였다. 최근 2~3년 영국 유입 이민자는 동유럽은 물론 중동지역의 이민 및 난민 등으로 년간 3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독일, 스웨덴 등 일부 국가는 난민 및 이민자를 적극 수용해 인구를 늘리고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 그러나 인구를 늘리고 노동력 부족 해소 등을 위해 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이민 및 난민을 수용하고 있지만 복지비용 등 이로 인한 사회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동유럽 국가들은 인구 자연 감소와 함께 자국민의 이민으로 심각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유럽에서 인구변화로 인한 정치·사회적, 경제적 임팩트가 가장 큰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이민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이다. 2015년 유로스타트(eurostat, EU 통계기구) 자료에 의하면 2030년 영국 인구는 프랑스를 추월하고 2050년에는 독일도 추월하여 EU에서 인구 1위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영국은 노동이민이 많아 자녀 출산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인구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민 및 난민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불만은 커져왔다. 2010년 총선 이후 보수당 정부는 이민 유입 제한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고 이는 2016년 6월 가결된 브렉시트 국민투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5월 18일 영국 메이 총리는 6월 8일 조기총선을 앞두고 년간 10만명의 순이민 상한선을 발표했다. 이는 현재의 1/3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으로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이러한 영국의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민의 경제적 측면과 정치사회적 대응의 차이는 영국과 독일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영국과 달리 독일은 이민의 경제적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으며 다수 정치인들은 이민 및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다. 이민자들이 영국을 선호하는 것은 영어라는 언어적 이점과 함께 실업률이 낮고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민을 엄격히 제한하려는 영국은 앞으로 경제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런던에 위치한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2016년 10월 ‘이민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Migration”)’ 세미나를 개최하여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이민문제를 제기했다. 국제이민은 지난 몇 십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는데 이는 주로 더 많은 소득과 일자리 등 경제적 요인과 선진국의 인구변화에 의한 이민 수요 요인 때문이다. 유럽에서 이민은 정치사회적으로 큰 논란과 이슈가 되었고 경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동력 증가와 경제성장 등 경제적으로 기여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차지하고 이로 인해 영국 중·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감소 효과가 그것이다. 인구변화와 이민문제는 영국에 경제적으로, 정치사회적으로 큰 도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유럽에는 수많은 난민 및 이민자들이 유입되었다. 이들의 다수는 중동 및 아프리카지역 출신의 젊은이들이다. 또한 이들 중에는 다수의 무슬림이 포함되어 있다. 런던에 위치한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2017년 2월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한 유럽인들의 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럽의 일반 대중은 무슬림 이민을 어떻게 생각할까?(“What Do Europeans Think About Muslim Immigration?”)’라는 이 조사는 유럽 10개국, 1만 명을 대상으로 하였고 트럼프의 이민제한 행정명령 발표 전에 실시되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의 급진우파 정당의 입장은 저변에 깔려있는 유럽 대중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무슬림 출신의 이민자들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놀랍고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모든 추가적인 무슬림 이민은 멈추어져야 한다(‘All further migration from mainly Muslim countries should be stopped’)’라는 질문에 전체의 55%가 동의한 것이다. 20%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25%는 동의도 비동의도 하지 않았다(neither agreed nor disagreed). 동의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폴란드 71%, 오스트리아 65%, 독일 53%, 이태리 51%, 영국 47%, 스페인 41%로 나타났다. 무슬림 이민 반대 여론은 오스트리아, 폴란드, 헝가리, 프랑스, 벨지움에서 특히 높았는데 이들 나라는 상대적으로 급진 우파가 강한 나라로 반이민 정서를 정치적으로 동원하고 있다.
조사 대상 전체적으로 30세 이하에 비해 은퇴자 및 노령인구 중에서 반대가 강했고 교육수준에 따른 차이도 컸다. 고졸 이하에서는 59%가 반대했다. 농어촌·소도시지역 거주자의 58%가 추가 이민에 반대하여 대도시 거주자보다 높았다. 저소득층 또는 자신의 삶에 불만족하는 사람들, 스스로 극우 또는 극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서 추가이민 반대 여론이 강했다. 이러한 결과는 2016년 퓨(Pew)리서치가 10개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와도 거의 일치한다. 자국에 거주하는 무슬림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갖는 사람은 헝가리 72%, 이태리 69%, 폴란드 66%, 그리스 65%, 스페인 50%로 나타났다. 영국(28%), 독일(29%), 프랑스(29%)는 그리 높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유럽인들이 유럽 내 무슬림 인구수를 과대평가한다는 점이다. 2016년 가을 영국의 유명한 시장조사기관인 IpsosMORI가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자국의 무슬림 인구를 실제 거주 무슬림 인구수보다 프랑스인들은 4배, 영국인들은 3배 많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오랫동안 여러 유럽 국가들에서 치안 및 폭력 등 일부 사회문제를 이민자, 특히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2세대 이민자 탓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왔다.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CEPS는 2017년 1월 EU 내 이민자 통합에 대한 CEPS의 분석 보고서(“The integration of immigrants and legal paths to mobility to the EU: Some surprising (and encouraging) facts”)에서 이러한 경향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민자 통합은 EU 및 많은 회원국들에게 중요한 문제였지만 과거에는 이민자 통합과 관련한 자료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EU 통계기구인 Eurostat에 많은 자료가 있어 이민자의 경험과 통합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2014년 기준, EU내 2세대 이민자의 30.7%는 프랑스, 20.5%는 영국, 15.7%는 독일, 5.1%는 이태리, 4.3%는 벨지움, 3.7%는 스웨덴 순으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와 정치권은 이민자 통합이 EU 회원국 사회에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고 자주 말해왔다. 그러나 1세대 및 2세대 이민자에 대한 Eurostat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이미지는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성취와 고용이 통합의 주요 지표라 한다면, 2세대 이민자들이 사회에 잘 통합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사실 EU에 온 이민자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교육과 고용에서 성공하여 새로운 모국에서 잘 통합되기를 바라는 동기가 매우 크다. EU는 성공적인 이민자 통합을 위한 환경을 만들고 있으며 이민자들 또한 새로운 모국에서 교육과 고용에서 주류의 한 부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또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EU 내 이민자에 대한 또 하나의 오류는 중동부 유럽 EU 회원국들이 이민자 수용을 가장 꺼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폴란드, 발틱 3국 등 다수의 중동부 유럽 회원국이 많은 이민자를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놀랍고도 고무적인 팩트들’인 것이다.
오늘날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의 급격한 인구변화는 자연스레 유럽으로의 이민을 추동하고 있다. 이는 노동이동을 촉진하는 세계화 시대의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구변화로 인한 이민이 모두에게 이득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노력과 함께 정책적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구변화가 가져온 불가피한 이민을 무리하게 제한한다는 것은 인도주의적 차원 외에도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민족주의(neo-nationalism), 외국인혐오, 배타적인 복지국가 보수주의를 정치적으로 동원하기보다 인구변화와 이민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와 분석, 효과적인 정책적 대응은 경제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 회원국들이 풍요로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약속한대로 심화된 유럽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세계화를 규제·조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 요구된다고 하겠다.
[참고]
1) Chathamhouse
“The Economics of Migration”
“What Do Europeans Think About Muslim Immigration?”
-> 이슬람 이민에 대한 유럽인들의 사고와 대응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소개.
-> 무슬림 사회로부터의 이민자 유입이 금지되어야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각 EU회원국의 반응을 소개하고 나아가 인구·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
2) CEPS
“The integration of immigrants and legal paths to mobility to the EU: Some surprising (and encouraging) facts”
-> EU 지역으로의 이주에 관한 법적 기반과 이주자 통합에 관한 분석. 특히 EU 각 회원국의 차별적인 교육, 사회정책이 이주민 2세대들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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